한국의 가계부 부자들

한국의 가계부 부자들 - 서툰 재테크는 부채만 남긴다 ㅣ 당신의 재무주치의 1
제윤경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8년 8월

'당신의 재무주치의'라는 시리즈 중의 첫 번째 책이다. 띠지의 설명을 보니 저자 제윤경 씨는 TV 출연도 자주 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평소 TV를 잘 보지 않는 관계로 책을 통해서만 접해보았다. 이전에도 제윤경 씨의 다른 책을 읽었던 경험으로는 내용을 참 쉽게 쓴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경제 분야 중에서 우리 생활에 밀접한 부분만을 쉽게 쓰기 때문에 '경제학' 책이라 이름 붙이기엔 좀 거창하지만, 그만큼 경제에 처음 관심을 가진 분들이 읽기에 좋은 내용이 많다. 그래서인지 이 분이 쓰신 책에서는 유독 '가계부'란 낱말을 자주 만난다. 가계부야말로 가정 경제를 한눈에 파악하기 위한 기본적 도구일 테니까.

이 책 역시 얇은 두께에 큼직한 글씨와 삽화, 그리고 사례를 들어 설명한 내용으로 읽기에 어렵지 않다. 경제학 책을 여러 권 읽은 분, 경제에 대해 일가견이 있는 분들에겐 좀 쉬운 책인 반면에, 주변의 아끼는 친구가 도통 경제관념이 없는데다가 서툰 재테크로 낭패를 보고 있다면 두말않고 품에 찔러줄 만한 책이다.

제1장 '가짜 부자 열풍으로 흔들리는 가계 경제'에서는 그간 우리 사회에 불었던 '10억 만들기'의 열풍을 꼬집는다. 기회를 잘 잡아 부자가 된 주변 사람들에게 뒤질새라 펀드와 부동산에 투자하면서도 경기가 변화되어 손해가 날 수 있다는 가정은 좀처럼 생각하지 않았던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급한 마음에 대출을 받아 투자하기도 했다. 사실 얼마전의 경제 호황기에만 해도 대출을 받아 공격적인 투자를 하라는 내용이 담겨있는 책이 종종 출판되곤 했었다. 지금의 시점에선 위험하기 짝이 없는 얘기지만, 이런 말이 통용될 만큼 우리 사회는 투자가 제일인 분위기에 싸여 있었다. 부동산 불패 신화가 영원할 줄 알았기에 지나친 대출을 낀 아파트 구입이 당연시되었고, 곧이어 가계부채 700조 원이란 심각한 상황을 맞게 했다. 부동산이란 경기 호황시에는 순조롭게 매도가 가능하여 차익을 남길 수 있지만, 조금이라도 경기가 바뀌면 많은 액수가 한꺼번에 움직여야 하는 관계로 유동성이 어려워져 골칫거리로 전락할 수 있다. 지금의 상황은 어떠한가?

제2장 '강남엄마 따돌리기, 가계부를 집어 들자'에서는 꼭 써야만 하는 지출을 파악하고 저축이 가능한 시간을 산출하여 계획성있는 삶을 보내기 위한 가계부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가계부는 가정이라는 작은 경제단위를 꾸려나가기 위해서 필수불가결한 존재다. 또한, 수입과 지출의 규모를 파악함으로써 과소비를 예방하고, 가정의 지출 성향을 알아볼 수 있는 편리한 수단이다.

이 책은 이처럼 재테크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갔을 때, 빚이 빚을 낳으며 저축의 기회를 빼앗아가는 결과가 된다는 점을 각종 사례를 통해 제시하며, 자신의 재정 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가계부 쓰기의 중요성을 쉽고 깔끔하게 이야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