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에게 희망을 - 엄마와 딸이 행복한 세상
오한숙희 지음 / 가야북스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한 권의 책으로 닫혀있던 문이 열리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면 매우 성공적인 독서라 할 수 있다. 이 책이 내게 그런 존재가 되어주었다. 딸을 키우고 있으니 읽어보자는 단순한 생각에서 출발한 독서였지만, 결과적으로 오한숙희님의 살아온 흔적과 이야기로부터 참으로 여러 가지를 얻어간다.

오한숙희님의 책은 재미있다. 여성들을 일깨우는 책이야 이 책 말고도 많지만, A니까 B여야 한다는 식의 딱딱한 계몽적 강의는 마음에 큰 울림을 주지 못했다. 그러나, 오한숙희님은 여러 삶의 경험을 토대로 맛깔나게 이야기를 풀어가신다. 진솔한 삶의 고백으로부터 우리네 이웃같은 친근함을 느끼다 보면 딸아이를 대하는 방법이나 특별히 해주고 싶은 말, 그리고 이웃과 내 미래 설계가지 어렴풋한 윤곽이 그려진다. 이분의 강의를 들어본 적은 없지만, 아마도 달변에 사람들의 시선을 쥐어잡는 카리스마를 소유하고 있을 것 같다.

1장 자신감이 희망의 씨앗이다

이 부분을 읽으며 어린 딸을 남에게 의존하지 않는 당당한 여자로 키우고 싶어 고민했던 지난날이 떠올랐다. 우리 딸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에는 직업을 가진 여성들이 훨씬 많다 못해 대부분일 것이란 예측을 할 수 있다. 이젠 졸업하고 시집이나 가라는 어른들의 말은 박물관으로 보내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이에게 조언을 하거나 함께 미래 설계를 할 때에도 예전과는 다른 방식, 즉 달라지는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인간상이 되도록 자연스레 이끌어주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컸을 때쯤은 남자에게 헌신하다가 배신당하고 "부숴 버릴거야."라고 분노하는 내용의 드라마는 관심의 대상에서 벗어나게 될지도 모른다.

2장 희망은 역경 속에 자란다

버릇처럼 조카를 미친놈이라 부르던 오한숙희님과 '미친놈'이란 욕에 자존심 상해하다가도 사랑과 애정을 깨닫는 장애인 조카 사이의 검정고시 합격작전을 내내 웃으면서 읽었다. 실의에 빠져 학교도 자퇴하고 목표없이 지내던 아이를 보란듯이 검정고시에 합격시켜 고등학교에 진학시킨 이모의 끈적끈적한 정이 느껴졌다. 요즘 친척이라고 해봤자 명절에만 잠깐 보는 사이가 되기 쉬운데, 끈끈한 가족애 속에서 서로를 의지하고 영향을 주며 사는 모습이 부러웠다.

남들 다 가는 대학 진학보다는 다른 길로 인도하는 선견지명과 그것을 받아들여 자신만의 행복한 길을 찾아 나서는 조카 다경이의 일화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안그래도 머지 않아 힘든 입시 관문으로 들어가야 할 아이를 생각하면, 머리가 복잡해져 뇌 속에 이갈래 저갈래로 붕대를 두르는 것만 같았다. 학력 중시의 사회에서 대학을 안간다는 것은 대단한 결심이 필요한 일인데, 대학이 아이에게 무리라고 생각된다면 이처럼 다른 길로 인도하는 용기와 혜안이 아이에게 많은 것을 가져다 줄 수도 있겠다.

3장 당당한 엄마가 희망의 뿌리다

이혼한 엄마가 슬프거나 불행해 보이지 않아서 이혼이 뭔지 느껴지지 않았던 큰딸의 말처럼 오한숙희님은 반듯하고 즐겁고 당차게 살아오신 것 같다. 이혼가정이란 편견만으로 삐딱하게 보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지만, 내 생각엔 이혼이 문제가 아니라 가정에서의 부모의 부재가 문제가 되는 것 같다. 가정경제를 위해 밖에서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방치되는 상황이 아이에게 좋지 못한 것인데, 이것은 맞벌이 가정도 마찬가지이다. 아이가 혼자 있는 상황을 보내는 수단이나 다른 사람의 손길이 닿는지의 여부에 따라 그 차이가 있을 것이며, 또한 가정에 부모가 존재한다 할지라도 아이에 대한 관심의 정도나 표현방법, 가정교육의 수준 등 여러 가지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비슷하지 않고 남과 다르면 따돌림당하는 사회 풍토 속에서 오한숙희님의 가정은 훌륭한 본보기가 된다.

4장 희망은 사랑 속에서 꽃핀다

아파트라는 삭막한 공간 속에서도 마음을 열고 하나되는 이웃의 모습이 소개된다. 오한숙희님이 알려진 인물이라 가능했겠지만, 모르는 사람들로부터의 응원을 받으며 용기를 얻었던 경험들도 읽는 이를 따뜻하게 만든다.

여성주의 미술가 윤석남씨의 팔이 긴 여자의 모습은 세상과 소통하기를 원하는 여성들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사진으로 나온 작품을 보며, 가정과 아이에 묶여 한 달에서 두 달, 일 년의 기간으로 만남의 횟수가 줄어들다가 결국에는 몇 년째 전화통화로 안부만 묻는 현실을 생각했고, 사회생활을 한번도 하지 않은, 그래서 인터넷 접속도 어려워하는 친구의 모습도 떠올랐다. 몇 년간 아이만 바라보고 사는 생활을 해왔었는데, 이제는 오년 후, 십년 후의 삶을 그리며 내 인생을 꾸리고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팔을 늘려 사람 속에서 소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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