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화의 수수께끼 2
주강현 지음 / 한겨레출판 / 200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 문화의 수수께끼] 1권을 다 읽자마자 2권을 집어 들었다. 2권을 읽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는 강박관념도 있었지만 궁금해서 견딜수가 없었다. 도깨비 없이 자라난 세대라고 하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나는 이 세대에 포함되지는 않나보다. 어릴적에 시골에서 자라난 것은 아니지만 방학때가 되면 할아버지 댁에서 오랜 시간 머물면서 구들방에 오손도손 모여앉아 할머니로 부터 도깨비 이야기를 많이 듣곤했다. 당시에는 할머니로부터 도깨비 이야기를 듣고 친구들끼리 귀신 이야기를 하는 것이 TV 쇼프로 보는 것이나 닌텐도 게임하는 것보다 재미났었던 시절이었다. 늦은 밤 잠자리에 들기전에 화장실이라도 가려면 저녁때 들었던 도깨비나 귀신이야기가 생각나 혼자서 마당으로 내려오지 조차 못하였다. 부엌을 지키는 구석귀신이 있어 새벽이면 밥주걱을 긁기도 하고 밥그릇을 포개기도 하면서 시끄럽게 군다고 한다. 제사를 지내고 나면 조상에게 숭늉으로 바치는 밥을 먹으면 밤에 무서움도 달아나서 혼자서 화장실도 갈 수 있다는 어른들의 말에 좋아라고 먹기도 하였다.

 

  온돌 혹은 구들장이라 부르는 바닥 위에 대나무로 만든 선반위에 메주를 올려두었다가 6개월 정도 지나면 장독대에 넣어서 간장으로 탈바꿈한다. 이 메주를 만드는 것도 예삿일이 아닌데 군것질 거리가 귀했던 시절 노란콩을 삶아서 멧돌로 가는 일을 도와주다가 하나두개 집어 먹던게 맛이 좋아서 배부를때까지 먹다가 나중에 설사한다고 화장실을 숱하게 드나들던 시절도 있었다. 이렇게 만든 간장이 색깔은 양조간장보다 묽어 보이지만 훨씬 짠맛은 강했다. 양조간장은 6개월이 아니라 수일만에 혼합물을 이용해 순식간에 만들어 내기에 메주가 견뎌야 했던 인고의 시간을 가지지 못한탓에 간장 특유의 맛을 낼 수가 없나 보다.

 

  백일 우월주의에 빠진 한국인들은 우리의 욕 문화에 대해서도 잘못되었다고 한다. 다른 나라는 성기를 숭상하는데 우리나라는 '고추 따 먹는다'는 말도 하고 욕에 성기가 상당히 많이 등장한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쌍욕을 하면 혼을 내기도 하지만 정작 자신은 화가날 경우 참지 못하고 쌍욕을 내뱉기도 하니 참 아이러니하다. 그런데 저자가 지적한대로 성기에 빚대어 쌍욕을 하는 우리나라와 저질 포르노가 발달한 서양이나 일본중 어느 나라가 더 문제인지는 모르겠다. 차라리 말로서 내뱉음으로써 어느 정도 욕구를 잠재울 수 있다면 요즘 문제가 되는 성추행도 사라지지 않을가 싶기도 하다. 반도라는 지리적 문제(?)때문에 외침을 많이 받았기에 여러 문화가 어울어 지기도 하고 또 지배층에 대한 불신이 만연하는지도 모르겠다. 외적이 쳐들어보면 임금이 백성들과 함께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지배층이라는 이유로 나라를 지켜야 한다고 제 살길만 찾기 바빳으니 어느 백성들이 신뢰를 하겠는가? 그래서 우리 마을은 스스로의 힘으로 지켜내기 위해 계를 조직하고 두레와 같은 문화가 정착되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의 문화가 무조건 우수한 것은 아니다. 저자도 지적하였지만 남존여비 사상이니 지나친 유교적인 문화는 문제라고 본다. 오죽하면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 라는 책이 나왔겠는가? 잘못된 습관을 버리듯 문화도 마찬가지로 좋은 것은 받아들이고 아닌 것은 과감히 버리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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