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들의 책사 - 조선시대 편
신연우.신영란 지음 / 생각하는백성 / 200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고향이 부산인 관계로  경주와는 많은 인연이 있었다. 수학여행은 물론이거니와 대학교때 친구들과 하이킹을 하러 경주를 자주 갔었다. 경주로 들어가는 입구에 '신라의 천년고도 경주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라는 현수막이 우리를 맞이한다. 고구려와 백제가 신라에 의해 멸망하고 통일이 되었다는 것은 익히 배워서 알고 있고 - 물론 학교 다닐적에는 신라에 의해 고구려가 멸망했다고 하지만 실상은 당나라에 의해 멸망한 것이다 - 신라가 어떻게 멸망했는지는 사극을 통해 자세히 알게 되었다. 수년전 한창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사극 덕분에 국민들이 우리의 역사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고 조선이 아닌 삼국시대나 고려에 대해서도 사극으로 만들어 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조선의 역사에 대해서는 학교다닐적에 구구단과 함께 국사시간에는 태정태세 문단세~를 암기했으니 자세히 알 수 밖에...게다가 초등학교시절 부르는 노래 중 '세세 세종대왕 1443년 한글을 창제했네...'로 계사한 곡도 있으니 자연스레 조선의 역사에 대해서는 싫으나 좋으나 조금씩은 알게 되었다. 하지만 정작 고려에 대해서는 나도 아는바가 별로 없었다. 기껏해야 고려의 시조는 왕건이며 고구려를 계승한다는 의미로 고려라고 이름지었고 약 500년의 역사를 지녔다. 한때 무신들의 난이 일어나기도 했으며 몽고군의 침입에 맞서 결사 항전하기 위해 강화도로 피신갔다. 몽고와 굴욕적인 강화를 맺는 것을 반대해 삼별초가 난을 일의키고 불교의 힘으로 외적을 막기위해 팔만대장경이라는 엄청난 작업을 한 나라. 그리고 공민왕때 문익점 선생이 목화씨를 들여오고 고려말기에 화포를 발명했다. 그러다가 위화도에서 회군한 이성계에 의해 막을 내리고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

 

  근데 고구려의 본래 이름도 고려였고 고려라는 나라 이름을 사용하기 위해 고구려라고 이름을 바꿧다는 말도 있더라. 사실 고조선도 원래는 조선이었는데 조선시대에 국호를 조선으로 하기 위해 고조선으로 바꿨다고 배우지 않았던가? 아무튼 통일신라시대 말기에 새로운 시대의 장을 연 첫번째 경우가 아닌가 싶다. 이전에 고구려나 신라, 백제의 경우 고대 국가의 기틀을 마련하였으니 잘 차려진 밥상을 빼앗은(?) 최초의 국가인 것이다. 이런 고려의 역사에 대해 우리는 수박 겉핥기 식으로 배웠다. 고려 문신정권의 순서는 '정중부 - 경대승 - 이의민 - 최충헌'만 알고 있고 역사적인 의의 따위를 논하는 것은 아주 사치였다. 이제와서 학교 공부의 문제에 대해 논할 필요는 없고 우선 나 부터라도 제대로 된 역사지식을 가지고 있으며 자식들에게 물려주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조선은 선비의 나라니 하며 사대주의니 중국을 섬기고 당쟁으로 국력만 소모하다가 망한 나라로 알고 있으며 고려는 뭔가 강인한 기상이 느껴진다고 배웠다. 조선은 임진왜란과 벙자호란이라는 전란을 겪으면서 나라가 없어질 위기에 처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고려는 강감찬과 같은 훌륭한 장수가 귀주대첩을 승리고 이끌었으며 그 이전에 서희 선생께서도 세치혀로 거란족을 물리치지 안았던가?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누구는 세치 혀로 거란을 물리치고 누구는 귀주대첩과 같은 엄청난 전쟁을 치러야 하고...자칫하다간 우리 서희 선생께서 입만 살아있는 달변가로 오인받을 수도 있겠다(사실 나도 예전에는 그렇게 배웠다). 그리고, 강감찬 장군께서도 뭐가 그리 대단한지도 몰랐으니 말이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몰랐던 위대한 참모진들에 대해 왜 그토록 존경을 받아야 하는지 궁금증이 자연스레 해결되었다. 또한, 조선왕조 500년을 보며 독살이나 반정등이 많았다고 문제가 있는 나라였다고 오인하였는데 고려왕조는 조선보다 100년가까이 더 짧은 기간에 훨씬 많은 왕들이 교체되었다. 젊은 나이에 요절한 왕들도 있었고 중종이나 인조처럼 쿠테타에 성공한 왕도 있었으며 수양대군처럼 조카를 몰아내고왕위에 오른 왕도 있었다. 근데 조선왕조 실록처럼 자세한 기록이 없으니 왕들이 암살당했는지 과로로 요절한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지금처럼 의학이 발달하지 않았을 것이고 한 나라의 임금으로 정사를 책임져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이 엄청난 스트레스로 작용하였을 것이다. 사실 나더라 왕 하라고 하면 그닥 하고 싶지는 않을 것 같다. 왕권이 안정되어 있지 않으면 언제 누가 나의 목숨을 노릴지도 모르며 왕위 계승 제대로 못했다가는 나의 후손들이 살아남을지조차 모르니 진화론적인 관점에서는 상당히 자제해야할 부분이다.

 

  책 한권으로 고려의 모든 역사를 알 수는 없다. 특히 내가 궁금했던 삼별초의 항쟁이나 고려의 불교에 대해서 말이다. 그럼에도 나는 [제왕들의 책사 - 고려시대편]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내가 지금껏 읽었던 역사서와는 다른 차원에서 어쩌면 2인자의 시각에서 바라본 역사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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