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식의 양식 - 한식에서 건진 미식 인문학
송원섭.JTBC <양식의 양식> 제작팀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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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문교양 #양식의양식



이 책은 TV 프로그램 [양식의 양식]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나온 책이라고 한다. 집에 TV가 없는 나는 이런 TV 프로그램의 존재 여부조차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의 성공여부는 모른다. 아마도 있었다면 분명히 본방사수를 했을 것이다. 프로그램의 의도가 "당연한 것에는 당연한 이유가 없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딱 내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출연진 역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백종원대표, 유현준 교수, 채사장'이 출연진이기 때문이다.

먼저 [양식의 양식]이라는 제목의 정확한 의미를 파악해보자. 앞의 양식은 먹는 음식(서양 음식이 아님) 그리고 뒤에 양식은 '문화적 시대적 형식 또는 특징'을 이야기한다. 즉 풀이하면 음식에 대한 문화적 시대적 형식 또는 특징 이라는 나의 개인적인 풀이로 이 책을 시작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역사로 따지면 정사가 아닌 야사의 느낌이 아닐까 싶다.

이 책에서 소개되는 음식은 총 8가지이다. 삼겹살을 시작으로 냉면, 치킨, 백반, 국밥, 불고기, 짜장면 그리고 마지막으로 삭힌 맛에 대한 이야기다. 모든 음식들이 한국 사람의 대부분이 좋아하는 음식이다. 내 와이프처럼 평생을 다이어트를 해야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여기서 제외되겠지만 말이다. 아마 이 음식들이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들이 아닐까 한다. 그럼 이 책에서 말하고자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왜 이런 음식들이 한국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음식이 되었는지, 이런 음식이 외국에서는 맛볼 수 없는 것인지?라는 지리,역사, 경제, 사회, 정치 등등의 뒷 이야기(?)로 그 이유를 설명해주고 있다.



첫 번째 음식이자, 내 최애 음식인 삼겹살을 이야기한다. 삼겹살은 언제부터 사랑받았으며, 왜 우리 나라에서 서민(?)들이 즐겨 먹는 고기가 되었을까?삼겹살의 역사는 놀랍게도 길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은 다른 고기 보다 저렴한 편에 속하는 고기는 5000년의 우리 역사에서 서민들이 즐겨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였을 뿐더러, 토종 돼야지는 크기가 크지 않아 지금처럼 두툼한 세겹의 음식을 즐기기 어려웠다고 한다. 그리고 더 놀라운 사실이 있다. 바로 결정적으로 돼지고기의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정부의 음모였다. 음모라고 하면 조금 부정적인 의미이긴 하지만, 아무튼 정부가 돼지고기의 소비를 촉진 시키려는 정책으로 현재의 돼지고기 문화가 외식계의 지존이 된 것이라고 말한다. 그 이유는 소고기를 좋아하는 우리 국민이 소고기의 소비가 급격하게 많아지면서 소의 씨가 말라버릴까봐 소 대신 돼지고기와 닭고기를 장려한 결과라고 한다. 그래서 여기저기서 양돈장이 생겼고, 이런 과정에서 외국으로 수출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살덩어리와 비계가 있는 삼겹살과 다리는 외국에서 잘 먹지 않는 부위였는지 이 부위는 내수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IMF등의 경제 위기가 찾아오면서 소고기보다 저렴한 돼지고기로 사람들의 외식문화가 정착되었다고 이야기한다. 하긴 회사에서 회식만하면 여러 메뉴를 고민하다 결국 삼겹살로 정하는 걸 보면 회식에서 삼겹살만한 음식이 없는 것 같다.

두 번째 음식은 냉면이다. 냉면은 아주 독특한 음식이라고 말한다. 차가운 국물에 국수를 말아서 먹는 음식 중에 유일무이한 음식이기 때문이다. 소바, 량멘등의 냉면과 비슷한 음식이 있긴 하지만 차가운 국물을 마시는 음식은 냉면밖에 없다고 말한다.

여기서 당연하지만 미처 몰랐던 사실은 냉면은 여름 음식이 아니라 겨울 음식이였다고 한다. 아무래도 조상들이 여름에는 얼음을 구할 수 없었으니 당연한 이유일 것이다. 그럼 이런 특정 지역의 특정 계절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어떻게 대중의 사랑을 받게 되었을까? 그건 아마도 우리의 아픈 역사와도 연관이 되어 있다. 바로 한국전쟁이다. 한국 전쟁으로 피난을 내려온 실향민이 고향을 생각하면서 먹었던 음식이였고, 이런 음식이 여름에도 시원하게 먹을 수 있었기에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고 말한다. 추가로 차가운 육수에서는 그 맛을 잘 낼 수 없는 감칠맛의 마법의 가루 즉 MSG의 역할도 대중의 사랑을 받기에 큰 기여를 했다고 한다. 음식 하나에 이런 역사가 있었다니 정말이지 놀랍고도 신기하다.

세번째는 치킨이다. 치킨 역시 우리의 대중적인 음식이다. 하지만 출처는 통닭은 분명 우리 나라에서 출발한 음식이 아니였다. 이 역시 지리적 환경적인 영향으로 탄생된 음식이다. 통닭은 아프리카에서 주로 먹던 음식이였다고 한다. 더운 날씨로 인해서 쉽게 변질되는 음식을 튀김으로써 보관 기간을 늘릴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런 음식 문화가 노예제도가 있었던 미국 남부 지방으로 옮겨갔으며, 그 유명한 프렌차이즈 KFC가 탄생했다고 한다.

미국에서 잠시 있을 때 통닭이 먹고 싶을 때 한번씩 사서 먹긴 했는데, 내 입맛에는 조금 짰던 기억이 있다. 이 때문인지 한국 첫 매장을 오픈한 1984년 KFC는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천만 다행인지 KFC 본사에서는 본사 표준 레시피를 따르라는 정책 때문에 외면 받았고, 이를 틈타 국내 프랜차이들이 우리 입맛에 맞는 치킨을 만들어 우리의 입을 매료 시켰다고 한다. 또한 치킨의 대 유행에 슬픈 역사가 있다. 바로 1998년의 IMF이다. 삼겹살 역시 IMF의 기점으로 대중 음식이 되었고, 치킨 역시 IMF로 정리 해고를 당했던 우리 아버지들이 먹고 살길을 찾아 치킨집을 열었고, 이런 경쟁 구조에서 신메뉴 개발과 시장 확대가 현재 우리가 자랑하는 치맥이라는 한류가 될 수 있었던 중요한 사건이라고 하니 아이러니 하다. 이렇게 음식이 우리 곁에서 사랑 받는 이유는 지리적,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의 이유로 인하여 우리 곁에서 우리의 입을 기쁘게 하고 있다.

뒤에 나오는 다른 음식도 한국인들의 큰 사랑을 받는 음식들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대중의 사랑을 받는 음식은 단순히 의식주로서의 위치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의 유구한 역사와 함께 하면서 동병상련을 견뎌낸 것이다. 마지막으로 당연한 것은 당연한 이유가 없다는 말을 되풀이하며 리뷰를 끝내고자 한다.

이 책은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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