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두 살 여자, 혼자 살만합니다 - 도시 여자의 리얼 농촌 적응기
가키야 미우 지음, 이소담 옮김 / 지금이책 / 2019년 1월
평점 :
품절


#소설#일본소설

 

책을 선택한 이유

마이 리틀 포레스트라는 영화를 보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잔잔했다. 마음이 평화로웠다. 긴장도 없었다. 이렇게 몸과 마음을 푹 내려 놓고 영화를 본 것은 이 영화가 처음이였다. 뭔가 힐링이 되는 느낌이였다. 이 책의 표지를 보는 순간 이 영화가 떠올랐다.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몸과 마음을 힐링 받고 싶다.


총평

나의 예상은 빗나갔다. 리틀 포레스트와는 거리가 완전히 다른 내용이다. 영화는 보는 내내 '맛있겠다. 풍경이 이쁘다. '라는 생각만 들었다. 영화는 예쁜 것만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렇지 않았다. 읽는 내내 안타깝고, 씁쓸했다. 농촌 출신이 아닌, 아무도 모르는 타지인이 농촌에 정착하기란 너무나도 힘든 선택이였다. 이 책의 핵심은 도시 여성이 농촌에서 자립하는 이야기이지만, 그 내면에는 사회 전반에 대한 여성의 역할, 편견등에 대해 몸소 겪고 헤쳐나가는 책이다. 그나마 책의 결말은 해피 엔딩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운이 좋았다. 분명 많은 노력을 했고 편견과 싸워서 자립하려고 노력 했지만, 결국은 주변 지인들의 도움이 절대적이였다. 아마도 현실은 더욱 비참했을지 모른다. 여자 혼자서 농업을 정착하기 위해서는 너무나도 많은 시련과 편견에 맞서 싸워야한다. 이 책의 주인공 구미코는 이렇게 불리한 상황에서도 잘 이겨 나가 농업에 정착했다. 하지만 정착하기까지의 힘든 여정이 앞으로도 또 무수히 많을 것이라 예상되기에 해피 엔딩이였지만 여전한 씁쓸함은 계속 되었다.


책 내용

책의 차례를 살펴보면 추운 2월 중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다음 해 5월에 이 이야기가 끝이 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주인공의 마음을 한줄로 이야기 해 놓았다. 결말은 제목을 통해서 충분히 예측이 가능하다. 예상한 결론은

"혼자도 괜찮아"이다.


 

"앞으로 나이를 먹어 마흔, 쉰이 되면 조건이 점점 나빠질 테고 종국에는 "당신에게 소개할 일은 없습니다." 라는 소리를 들을 날이 올 것이다. 아무리 절약하더라도 애초에 받는 월급이 쥐꼬리만해서 저축할 돈도 몇 푼 안 된다. 생각하면 할 수록 장래가 불안할 뿐이다. 그래서 자급자족이라는 단어가 매력적으로 들렸다."Page# 37


책의 주인공 구미코는 파견직 외판원이다. 남자 친구와 월세의 부담 때문에 6년전 부터 동거를 시작했다. 결혼의 기회도 있었다. 남자친구가 결혼을 제안해왔다. 하지만 구미코는 결혼을 빌미로 얹혀 살지 않겠다 생각해 거절했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나고 여자가 생긴 남자 친구의 퇴거 통보...그래도 구미코는 이리 저리 살 방도를 찾아 나섰다. 그러던 중 자괴감에 빠져 있을 때 방송에서 농업을 하는 여성을 본 후로 농업에 뛰어 들기로 했다. 하지만 예상처럼 그 여정이 녹록치 않았다.


 

"하지만 나는 다시 기업에서 일하고 싶지 않아. 남자 밑에서 일하는 거 딱 질색이야. 이 세상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남성 중심 사회야. 특히 일본은 더 심해. 아이가 있는 엄마에게 일본 기업은 비참한 곳이야. 애와 가정을 희생하지 않고서는 다닐 수가 없어."Page #148

과거 대기업의 신문사에서 일했던 쿠미코의 선배 미즈키는 지금은 파워블로거로써 도심에서 떨어진 교외에서 남편과 아이와 행복한 가정생활 하고 있다. 그 집에 무작정 방문했다. 하지만 블로그에서 보던 모습과 너무나 많이 다른 모습이였다. 블로그 속의 미즈키와 현실의 미즈키는 다른 사람이였다. 다정하고 잘생긴 남편, 천사처럼 귀여운 아들, 감사로 가득 채워진 공간은 전부 거짓말이였다. 미즈키 또한 여성의 편견에 대해 큰 희생양이였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라 생각된다. 결혼과 동시에 육아와 집안일의 주체는 여성이라는 인식이 우리나라도 일본 못지 않기 때문이다.


 

"유명한 여자 아나운서가 결혼하면서 아나운서 일을 그만 두는 것에 대한 이야노(하숙집 아주머니) 와 구미코(주인공)의 대화 중.........그러면서 이야노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저 사람은 진정한 의미에서 총명한 건지도 몰라."

"총명하다고요?"

"너도 알다시피 나는 정년까지 일했잖아? 지친 몸에 채찍질을 하며 집에 돌아와서는 또 세탁기를 돌리고 부엌으로 직행했어. 어린 딸과 대화할 여유도 없이 매일 바빴어. 모처럼 쉬는 주말이어도 일주일간 먹을 식량을 사러 나가고 청소에 세탁에 밑반찬을 만드느라 쉴 틈도 없었고. 게이코(하숙집 아주머니 딸이자 구미코 학교 선배)가 어린이 되면 분명 이해해줄 줄 알았는데 이전엔 이런 소리를 하더라. '엄마처럼 1년 내내 안달복달하는 엄마는 애한텐 최악이었어'라고." Page #158-159


이야노는 멋진 커리어 우먼이였다. 하지만 그 딸인 게이코의 말은 충격적이다. 유리천장과 맞서서 정년까지 일하였지만 엄마로서 딸에게 들었던 '엄마로서 최악'이라는 말이 너무나 충격적이였다.

왜 여기에는 게이코의 아빠는 없을까? 아빠는 애 안보고 어디를 그렇게 싸돌아 다니는 걸까? 아이를 같이 낳아 놓고 나몰라라 하는 걸까? 왜 엄마로서의 역할만을 강요할까? 여자도 사람이고 꿈을 이루고 사회에서 인정을 받고 싶어하는 똑간은 인간인데..왜 여성이라는 이유로 희생을 강요 당하는지에 대해 너무나 안타까웠다.

 

"남의 행복을 축복해주는 사람은 자신의 상황 역시 행복한 사람이다. 그렇지 않다면 당연히 남의 행복을 질투한다. 자신이 불행할 때는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이 불행하기를 바란다. 자신의 성격이 특별하게 비뚤어진 것은 아니리라. 그렇게 생각하자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다" Page #178


농업대학교에서 만난 아미의 결혼을 축하한 후의 쿠미코의 말이다. 지금 자신의 처지가 너무나 한탄스럽지만, 진심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미의 결혼을 축하해주었다. 보통 사람도 역시 쿠미코와 같은 생각일 것이다. 내가 행복하지 않는데 어느 누가 타인의 행복을 빌어줄까?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아프지 않다면 나도 그만큼에 땅이 있다는 것일꺼다.



*이 책은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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