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걷힌 자리엔
홍우림(젤리빈) 지음 / 흐름출판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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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은 시대에 웹툰과 웹소설은 정말 기발하고 흥미로운 이야기의 장이 된 것 같다.

이런 생각들을 어떻게 했을까 싶은 이야기들이 많으니, 웹툰의 영상화나 소설화 하는 것도 이제는 아주 흔한 문화 컨텐츠의 한 일부분인 것 같다.



설화나 민담의 이야기를 정말 좋아한다. 그냥 SF와 판타지이야기를 좋아하는 것 같은데 그 중에서도 동양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편인다. 설화나 민담이 내려오게 된 이야기의 배경을 알게 되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다. 그리고 그것을 매개체로 여러가지의 이야기가 뻗어 나가게 하는 것도 나는 정말 좋아한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혼재된 경성. 오월중개소를 찾은 기묘한 존재와 사연들

1900년대 일제시대의 경성. 종로의 안국정 모퉁이길에 있는 상점 <오월중개소> 에는 골동품 중개업을 하는 서른 즈음의 최두겸이라는 사람이 있다. 사장은 따로 있고 오월중개소에서 일하는 두겸은 겉으로는 골동품 중개업을 하고 있지만, 그 곳을 찾는 손님들이 범상치가 않다. 어딘가의 토착신, 혼령, 영물. 흔히 인간들이 볼 수 없고 만날 수 없는 자들이 두겸을 찾아 자신들의 고민을 이야기한다.

두겸도 처음부터 이런 존재들이 보였던 것은 아니었다. 어릴 때 끔찍한 일 우물 사건...을 당하고 영물 <치조>로부터 이런 것들을 볼 수 있는 능력을 받았다. 그리고 치조는 자신이 살던 우물로 돌아갔고, 두겸은 자신이 살던 마을에서 도망쳐 지금의 오월중개소에서 일을 하게 된 것이었다.



아주아주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중에 <나츠메 우인장>이라는 애니가 있다. 뭐 지금은 워낙 유명한 작품이기는 하나, 아주 예전부터 나의 최애 애니메이션인데 나츠메 우인장의 느낌도 어느 정도 받았다. 일단 두겸 캐릭터가 차분하고 공손하다보니 나츠메와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기도 했고, 나는 어떤 캐릭터든 요란한 캐릭터보다는 차분한 캐릭터가 좋다. 웹툰이 원작이라 그런지 캐릭터 작업이 잘 되어 있는 것 같아서 아주아주 판타지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상상이 잘 되었다.


가장 인상깊었던 이야기는 역시나 처음에 나왔던 <어쩌면 러브 스토리>의 '오고오' 의 이야기였다.

토지신이 어느날 고목나무 하나를 가지고 오월중개소를 찾았다. 무슨 한이 있는지 저승에도 가지 않고 고목나무에 원령이 묶여 있다고, 자신은 신이라 어떻게 할 수 없으니 두겸에게 도와달라면서 말이다. 그래서 두겸은 고오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어느 지체 높은 집에 아들이 태어나지 않아 오매불망 하던 때에 아들이 태어난다. 하지만 이 아들은 목 뒤에 거꾸로 솟은 뼈를 가지고 태어나는데 이 반골은 예부터 역적에게서 나온다고 한다. 그래서 고오는 아들로 태어났지만 여자아이로 길러진다. 그리고 정말 대를 이을 누군가가 필요해지자 고오는 드디어 남자로 살 수 있는 집안의 허락이 떨어져 장가를 가야 하는데 고오 캐릭터가 아주 재밌었다.

"이 되먹지 못한 집안의 대표가 되란 말씀이십니까?" 고오는 그 길로 탈피를 하여 정말로 여자가 되었다.

집에서 어쩔 수 없어지자 고오를 시집 보내게 되는데 상대도 지체 높은 집안의 골치덩이였다. 서방은 웃음 장애가 있었고 고오는 그 서방과 합의 끝에 혼수로 받아온 땅을 주고 여행을 떠나게 된다. 하지만 하는 내내 세상이 부조리 하다는 것을 알고 부조리를 함께 뛰어넘어줄 원래 서방 기에게로 돌아오는 이야기...인데 조금 서글프면서도 고오의 캐릭터가 너무 매력적이라 웹툰도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불의를 참지 못할 팔자를 줬으면 외로움과 두려움은 주지 말았어야지.

천지신명은 엉터리다.

이 외에도 이야기는 많이 있다.

두겸에게 남들은 볼 수 없는 눈을 준 영물 치조

인간과 사랑에 빠진 샘물 신

부처의 머리를 날려버린 담비 동자

등등...

오랜만에 판타지 느낌에 푹 빠진 책이었다. 역시 난 캐릭터에 약해....

< 이 글은 출판사에서 책을 무료로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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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플랜트 트리플 11
윤치규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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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아 보고 생각보다 얇은 책이어서 조금 놀랐다. 해설페이지까지 전부 130 페이지의 얇은 책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정통 연애소설을 읽은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박상영 작가의 <대도시의 사랑법> 이후로는 처음이지 않을까.

책이 얇다 보니 금방 읽었다. 읽는 것이 꽤 느림에도 앉아서 2시간에 모두 읽었다.

윤치규 작가의 소개가 짧게 나와있는데 낮에는 은행에서 일을 하고 밤에는 소설을 쓰신다고.

그것만으로도 너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언젠가는 내가 만든 이야기를 가지고 싶은 사람으로서,

나는 너무 나태하다. 퇴근 하고 들어오면 그저 누워 있고 싶은 걸....


짧은 단편 소설이 3개가 들어가 있다.

'식물의 방식으로 바라보는 지금 우리들 연애의 세 가지 장면' 이라고 하는데...

사실 식물의 방식인지는 나는 잘 모르겠다. 첫번째 단편인 <일인칭컷> 에서는 팜나무 였던 것 같고,

두번째 소설 <완벽한 밀 플랜>이 어떤 식물의 방식인지 잘 모르겠다. 내가 책을 대충 읽은 건가...

세번째 소설 <러브 플랜트> 에서는 주인공인 백현준씨가 꽃집 사장이어서 여러가지 식물에 대해 나오고 가장 책의 주제에 관통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가 가장 좋게 읽었던 것도 세번째 소설이었다.


이 책은 그야말로 연애소설이었다.두 커플과 한 썸 타는 커플이 각각 나온다. 그렇지만 달달한 연애의 이야기들은 아니다.

어딘가 조금 냉소적이고 차가운 연애 소설이다. 연애를 이야기하지만 연애의 양지를 이야기 하는 소설은 아니다.

세가지의 이야기 연애 이야기가 밝았다. 어두웠다 한다면 집중력이 조금 떨어질 법도 했지만,

이야기에 흐르는 전체적인 분위기가 좋았다. 밝지 않지만 마냥 어둡지 않고 담담하게 풀어내는 것이 좋았다.

미사여구가 많이 붙지 않은 담담하고 담백한 문장이 더도 덜도 말고 내가 아주 좋아하는 문체였다.

과한 것은 늘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편이니까.

나는 모든 책 리뷰에 스포는 배제하고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이라 자세한 이야기 내용은 책을 읽어보셨으면 좋겠다.

(그에 비해 나는 스포를 매우 즐기는 사람이기는 하다.)


p. 105. 어떤 소설을 쓰고 싶어서 오셨냐고 물었다. 아주머니는 한참이나 망설이며 말을 골랐다. 가지고 온 볼펜을 손가락에 끼우고 이리저리 돌리면서 오랫동안 고민하다가 이렇게 대답했다. "아무래도 역시 연애죠." _ 수록 에세이 <모든 연애의 기록>

<이 글은 출판사에서 책을 무료로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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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고서점의 사체 하자키 일상 미스터리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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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미스터리 여왕이라고 불린다는 작가 와카타케 나나미는 그냥 미스터리도 아니고 '일상 미스터리'를 쓴다고 한다.

정말 "코지 미스터리"라는 듣도보도 못한 장르를 접했다. 코지 미스터리라는 말을 듣고 뭐야 이게? 했던 것이 솔직한 마음이긴 한데

읽다보니, 아 이런 느낌이구나 싶었다. <진달래 고서점의 사체>는 하자키 일상 미스터리 3부작 중의 하나이며 하자키라는 가상의 도시를 설정하여 그 도시에서 일어나는 미스터리를 풀어 내고 있다.

책에 대한 감상을 이야기 하자면 결론은 재미있다.

부담스럽고 어렵지 않게 잘 읽힌다. 왜 코지 미스터리인지 알겠다는 정도. 미스터리를 베이스로 깔고 있지만 등장인물들이

아주 평범한 마을 사람들이다. 지역 방송국 라디오 DJ, 지방 경찰서 형사, 고서점 사장, 그 옆의 중화요리집, 그리고 방송국 앞의 DJ 아버지가 운영하는 카페. 그리고 동네 사람 여기저기 고등학교 동창, 선배.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는 마을 풍경이 정말 코지하다. 글의 분위기는 그런 편인데 다룬 사건이 그렇지 못해서 "코지 미스터리"


시작은 불운 가득한 주인공 '아이자와 마코토'로부터 이야기는 시작 된다.

잡지 편집자로 일하던 마코토의 회사가 갑자기 망해버려 하루 아침에 직장을 잃게 되고, 기분 전환삼아 고급 호텔에 호캉스를 즐기러 가지만 투숙하던 호텔에 화재가 일어난다. 그리고 그 화재 현장에서 하트 반지를 낀 여자 사체를 목격하게 되고, 쇼크와 스트레스로 10원짜리 만한 원형탈모가 생겨 상담을 받으러 갔다가 '등 뒤에 불에 탄 여자'가 있다는 말을 들으며 신흥종교의 입단을 강요받는다. 하루아침에 불운의 아이콘이 된 마코토는 비내리는 월요일 이른 아침에 인적이 드문 그리고 아는 사람이 없는 하자키 해변으로 가 바다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나쁜 놈아!!!"

대상이 명확하지 않은 그 나쁜 놈아!로 마음 속 울분을 조금 덜었을 뿐인데 마코토의 발 밑에 바다에서 사체 하나가 떠밀려 온다.

이렇게까지 재수가 없다고? 싶지만 마코토의 불운은 하자키에 있는 내내 찾아오지만 그 상황에서도 찾아오는 로맨스.

이 소설의 시작이다.


사체를 제일 먼저 발견했으니 조사인으로 하자키 시에 발이 묶이게 되고, 제 1 발견자라는 상황과 별개로 우연히 들른 '진달래 고서점'의 주인 베니코여사에게 한달간 고서점을 봐주며 맡아달라는 부탁을 듣게 된다. 그리고 마코토의 발 아래 떠밀려 온 사체는 베니코 여사의 조카이자 하자키 시의 유지 가문인 마에다 가의 장남 12년 전에 행방불명 된 '마에다 히데하루' 였다...!

하지만 작가는 처음부터 사체가 '히데하루일까?'만 던져두고 아닐 걸? 이라는 분위기를 분위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자아낸다. 그래서

정말 사체는 히데하루이며 히데하루라면 타살인가? 자살인가? 자살이 아니라면 도대체 누가 히데하루를 죽였을까? 에 대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여러 인물을 통해 묻는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하자키 시의 베테랑 형사 '고마지'와 '이쓰키하라'가 있었고 고서점의 주인 베니코 여사와 마코토가 있었다.


초반에 친절히 히데하루와 베니코여사의 집안인 하자키 시의 유지 가문<마에다> 가의 가계도가 나오니 숙지하고 읽는 것이 좋다. 처음엔 누가 누구라고? 할 수가 있다. 유지 가문 답게 아주 원한과 재산 싸움이 아주 난리가 났다. 그래서 사체가 히데하루인가 자살인가 타살인가 자살이라면 왜 죽었고 타살이라면 누가 죽였고에 대한 것은 읽어보도록 하자.

그리고 지구 멸망하는 그 날까지도 영원할 누군가의 로맨스. 누가 죽고 누가 누굴 미워하고, 누가 어딜 도둑질을 하건 피어나는 로맨스 역시 있다. 역시 로맨스의 처음은 혐관이지. 마코토와 이쓰키하라 형사의 슬쩍슬쩍의 로맨스도 아주 재미있다.



하지만 파도가 밀려오는 것을 알면서도 올라탈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바보다. 썩 편하지는 않더라도 어쨌든 노력을 해야한다.

진달래 고서점의 사체 P. 80

저기요. 혹시 내 뒤에 불에 타 문드러진 여자가 서 있지는 않나요?

진달래 고서점의 사체 P.196

책 속의 베니코 여사는 아주 부자이면서 오래 된 로맨스 전문 고서점을 운영하는 것으로 나온다. 마코토 역시 로맨스 소설 취재한 적이 있어 베니코 여사에게 로맨스 소설 오타쿠력을 시험 받아 진달래 고서점 알바에 합격하게 되는데 (본인 의지는 아니었지만....) 그래서 그런지 책의 소제목들이 유명한 로맨스 소설 제목을 조금 변형한 것이라고 한다. 나는 로맨스 소설은 잘 몰라서 몰랐지만 이런 깨알같은 내용을 아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재미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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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프픽션
조예은 외 지음 / 고블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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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감성의 SF/판타지 장르는 어떤 식으로 표현 되었을까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펄프픽션'이라는 단어가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20세기 초 미국에서 유행하던 싸구려 잡지를 말하는 단어라고 하더라.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하였다고 한다. 타란티노 감독이 정확히 어떤 영화를 만들었는지는 잘 모르지만 꽤 유명한 감독이라는 것은 안다.

B급 감성의 '키치' 와 '마이너' 적인 단편 소설을 묶어서 낸 엔솔로지라고 하는데 요즘 각 출판사에서 엔솔로지 형태의 단편집을

많이 출간 하는 것 같다. 그래서 표지를 보면서도 꽤 독특하다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어보고 나서야 꽤 잘 만들어진 표지라는 것을 느꼈다.


"21세기 한국의 작가들 손에서 재탄생한 펄프픽션. 학원괴담, 뱀파이어, 느와르, 외계인, 무협, 오컬트, 로봇 살인...다섯 작가의 시선으로 해석된 '키치'와 '마이너'"

뒷 표지에 적혀 있는 소개인데, 저 문장을 읽고 책을 다 읽어보고 난 후에는 정말 키치 하고 마이너적이라고 생각했다. 학원괴담, 뱀파이어, 느외르, 외계인, 무협, 오컬트 전부 맞긴 한데 그 장르에서 조금씩 비틀어서 정말 조금 B급 감성이었다. 약간 읽으면서도 갸웃하지만 표방한 장르는 확실히 관통한 그런 이야기들이었다.


가장 재미있게 읽은 작품은 홍지운 작가의 <정직한 살인자> 와 최영희 작가님의 <시민 R>이었다.

전래동화인 <금도끼 은도끼>에서 착안한 이야기의 방향성이 그렇게 흘러갈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정말 황당무개 하고도 조금 감동적인 이야기였다. 이야기가 이어짐에 조금 감탄했던 것 같다. 물론 외계인의 등장과 외계인이 풀어내는 것에는 으음? 하긴 했는데, 세번째 이야기를 읽으면서 아, 원래 이런 엔솔로지 였지. 하게 되었다.

시민 R은 정말 독특하고 신기하고 조금 섬뜩한 이야기였다. 주인을 죽인 청소로봇에 관한 이야기였다. 첫 문장부터 마음에 쏙 들었는데 확실히 소설의 첫문장이 가지고 있는 힘은 대단하다.


"인간의 말은 모호해요" -청소로봇 R-Yet

"치울 건 치우고, 폐기처분할 것 폐기처분 하라고 이 고물 새끼야!" - 주인 강희원


도로롱! 저는 청소로봇 알옛입니다. 보다시피 저는 귀엽습니다.

펄프픽션 <시민R>_최영희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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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Time for 클래식
김흥식 지음 / 그림씨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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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에 대한 조예가 깊지는 않다. 음악도 그렇고. 내 안에서는 또 하나의 컨텐츠라고 생각하고 있다.

엄마가 성악을 하시던 사람이라 합창곡은 조금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아, 물론 너무 어릴 때라 기억이 잘 나진 않는다.

몇해 전에 지인 찬스로 <플라시도 도밍고> 내한 공연을 엄마와 보러 다녀온 적이 있다. 그때 표를 받으면서도 그게 누군데...? 했던 나와 달리 역시 성악 했던 우리 엄마 "딸! 세계 3대 테너잖아! 갈래!" 하셔가지고....나는 거의 아무것도 모르고 와 할아버지 노래를 굉장히 잘하시네. 생각했는데 우리 엄마 옆에서 눈물 흘리면서 감사하시더라. 너무 멋있다고. 음악인들에게 울리는 그런 감성이 있나보다 생각했다.

나에게 클래식이란 <노다메 칸타빌레> 정도고...얼마 전에 재미있게 본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정도였다. 악보는 볼 줄 몰라도 사람들이 가지고 있어야하는 기본적인 소양같은 음악가들이 있지 않나. 모차르트, 베토벤, 쇼팽 같은..'클래식 길라잡이'라는 말에 가끔 미술서 같은 것도 그런 식으로 읽기 때문에 <방구석 미술관> 같은, 그런 인문서적 정도로 생각하고 읽었는데

내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게 읽었다.





재미 있게 읽은 이유는 쓰신 작가님의 능력도 있는 것 같다. 클래식 라디오를 읽는 느낌이었다.

"일단 클래식 들으면 좋은데 꼭 그렇게 공부하듯이 듣지 않아도 돼요. 안 맞으면 안 들어도 돼요. 근데 이거 다 들을 필요 없어 근데 일단 이 부분은 좋으니까 한번 만 듣고 가요." 그런 느낌이었달까. 그래서 편안하게 읽었다.

그런 인문 서적들 있지 않은가. 일단 작가 본인이 알고 있는 모든 지식은 다 끄집어 내서 구구절절 설명 읽다가 지치는 그런 서적들 뭔 소린지도 잘 모르겠고, 그냥 어렵다. 그런 책들 있는데 이 책은 절대 그렇지 않다. 중간중간 필요한 용어나 설명도 되게 친절하게 되어있고 일단 어렵지 않아서 좋았다.


라디오 같다고 느낀게, 챕터에 이렇게 QR코드가 되어있다. 책을 읽으면서 그 음악을 직접 들을 수 있게 모아 놓은 인터넷 페이지로 연결이 되어 작가가 소개한 곡들을 들어보면서 책을 읽을 수 있다. 근데 나는 아주 집중력이 떨어지는 아이여서 한 챕터를 다 읽고, 몰아서 들었다. 읽던 맥이 끊기면 그 집중력을 다시 되찾기 힘든 사람이라. 소챕터 마다 읽어보면 참 좋겠지만 그런 방법도 있다는 것이다.



INTP 인간이라 그런가. 무언가의 근원이라던가 어원이라던가. 역사에 관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일단 쇼팽 좋아! 일단 들어 봐! 하면 전혀 흥미를 못 느꼈을 텐데, 이렇게 책 구석구석 어쩌다 이 작곡가가 이런 곡을 쓰게 되었는지 어떤 상황에서 이런 음악이 나왔는지에 대한 내용이 특히나 좋았다. 음악가들 사이에 어떤 영향을 주고 받았는지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그렇게 유명한 브람스가 음악하는 내내 베토벤을 의식해서 음악을 만들었다거나. 흔히 그런 라이벌은 모차르트와 살리에르 정도로만 알고 있는데 다른 음악가들의 관계도 알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 내용 중에 좋았던 것은 클래식이라고 해서 서양음악만 다룬 줄 알았는데, 우리나라의 전통 소리. 우리 나라 곡조. 한마디로 우리나라 클래식에 대한 내용도 당당히 한 챕터에 넣어주셔서 작가분이 정말 클래식 음악에 조예가 깊고 많이 사랑하시는 분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p.95. "클래식 음악을 왜 듣습니까?" 이런 질문을 받으면 어떻게 대답하시겠습니까? 정말 어려운 질문인 듯 싶습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단순한 질문도 없지요. 클래식 음악을 듣는 까닭은 즐거움 때문입니다. 즐겁기 위해서 듣지요.

p. 225. 음악계에는 교향곡 9번의 유령이 어슬렁거리고 있었습니다. 베토벤에서 시작 된 것인데, 베토벤은 <9번 교향곡 '합창'> 을 쓴 후 10번 교향곡을 작곡하다가 사망했습니다. 슈베르트 또한 <9번 교향곡>을 완성한 후 10번 교향곡을 쓰다가 사망했지요. <...중략...> 그러니 말러도, 자신이 9번 교향곡을 쓰고 나면 세상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중략...> 그러나 이 모든 노력도 허사가 되어 말러 역시 10번 교향곡을 작곡하던 중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p.273 우리나라 음악 가운데 즉흥 연주, 하면 떠오르는 곡이 <시나위>입니다. <시나위>는 무속음악에 뿌리를 둔 즉흥 기악합주곡 양식의 일정한 장단 틀 안에 즉흥적으로 자유롭게 연주합니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책을 무상으로 협찬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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