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것들로부터 - 과거에서 기다리고 있는 미래
민이언 지음 / 다반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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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개인적인 기억을 통해 나의 오래전 시간을 돌아보게 된다. 스무살의 젊은 날, 같은 정서와 시대정신을 가지고 같은 시간을 관통하며 각자의 기억을 쌓아온 사람들간에는 연결고리가 있다. 그것이 정확히 싱크로 됐을 때 그 오래된 기억은 심금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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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세계 - 80가지 식물에 담긴 사람과 자연 이야기
조너선 드로리 지음, 루실 클레르 그림, 조은영 옮김 / 시공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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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학자 조너선 드로리가 쓴 [식물의 세계]는 식물도감이 아니라 식물을 주제로 한 인문학 책이다. 식물의 역사나 문화, 과학, 인간과의 관계 등 식물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가 멋진 일러스트와 함께 소개되고 있다. 책을 펴면 우선 일러스트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림 자체가 굉장히 섬세하고 디테일해서 마치 식물도감과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단순히 꽃과 열매, 씨앗, 나무의 잎사귀만 그려놓은 것이 아니라 그 식물의 문화적인 측면이나 인간과의 관계를 부각해서 그려놓은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그림만 보더라도 해당 식물의 생물학적 특징은 물론 인간과의 관계와 사연도 어느정도 알 수 있게 된다. 게중엔 일러스트만 보고는 도저히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없는 것들도 있는데 본문의 내용을 통해 식물의 새로운 정보와 일러스트의 의미를 알 수 있게 된다.


전 세계의 80여종의 식물을 지역별로 구분하여 소개하고 있다. 지구상에는 수십만 종의 식물이 살고 있고 식물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다보니 역시나 책에 소개된 식물 중엔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식물도 많이 있는데(사실 모르는 종류가 더 많았다) 이름을 알고 있는 식물조차 꽃이나 열매 등의 생김새는 모르고 있는 것도 있어서 책을 통해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혹은 완전히 생소한 식물이지만 평소 자주 사용하거나 먹고 있는 제품의 원재료가 되는 것도 있었다. 모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식물의 존재는 멀리 떨어진 대륙의 누군가에게도 문화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었던 것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식물의 생물학적 특징이나 습성을 알아보는 것은 신비로운 자연의 발견이란 측면에서 흥미롭고 재미있지만 그런 식물이 인간의 역사나 문화와 얽히면 더욱 재미있어진다. 사람은 자신과 관련된 이야기일수록 관심을 보이게 되는데 식물이 인간과의 관계를 가지게 되면 좀 더 흥미로운 눈으로 지켜보게 된다. 그래서 책에는 식물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만큼 인간과의 상호작용과 식물을 둘러싼 인간들의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식물 이야기인 동시에 인간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식물 이야기 같은건 알아봤자 쓸데없다라고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여기서는 인류와 문화, 역사, 사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에 상식적으로도 알아두면 좋을 내용들이다.


식물들은 대륙별로 식물을 구분하였는데 영국출신인 작가는 쥘 베른의 소설 '80일 간의 세계일주'의 경로를 따라 영국에서 출발하여 유럽,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 오세아니아, 남아메리카, 중앙아메리카, 북아메리카의 순으로 대륙을 횡단한다. 식물의 원산지와 한국명, 영어명, 학명이 제시되고 식물의 특징이 간략하게 서술된 후 작가의 관심인 인간과의 관계로 바로 넘어간다. 식물학이나 생태학적인 전문적 학술 내용 같은 것은 나오지 않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어려운 내용은 없다. 본문도 그리 길지 않아서 한두장 내외로 정리되기 때문에 부담없이 읽을 수 있으며, 꼭 순서대로 읽지 않고 중간에 손 닿는 곳을 펼쳐서 편하게 읽기 좋다.


향쑥은 흔히 한국의 쑥처럼 길에서 자라는 풀인 것 같은데 이것으로 한 스위스의 의사가 압생트 추출물을 만들어내었다. 우리가 흔히 아는 녹색의 술인 그 압생트가 맞다. 이 술이 처음 만들어졌을 땐 환각까지 일으켰는데 그래서인지 오스카 와일드, 피카소, 보드레르, 랭보 같은 예술가들이 즐겼다고 전해진다. 중국에서는 본초강목에 나오는 구절에 영감을 받아서 중국에 자생하는 개똥쑥을 연구하여 '아르테미시닌'이라는 말라리아 치료제를 만들어냈다.


민감초는 민감한 풀인가 하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감초의 일종이었다. 민감초는 메소포타미아, 중국, 고대 이집트, 인도, 그리스 로마의 모든 고대 의학 자료에서 언급된다고 하는데 전통적으로 기침과 감기를 다스리고, 천식과 소화불량을 완화하며, 변비약으로도 사용되었다고 한다. 시대와 지역을 초월하여 고대인들이 민감초에 대한 공통된 의학적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 감초는 담배, 껌, 구강청결제, 수제 흑맥주 등에 맛과 향을 내는데 사용된다. 또 감초 사탕을 만드는데 사용되기도 한다. 다만, 입에 단 것은 몸에는 해롭다는 진리처럼 감초도 많이 섭취하면 여러가지 생리적 부작용을 유발시킨다고 한다.


커피나무의 열매는 우리에게 익숙한 볶아놓은 커피콩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수박과 살구 맛이 나는 마치 체리를 연상시키는 빨간 열매 상태로 나무에 달려있다. 우리가 과육만 먹고 씨는 버리는 그런 일반적인 과일의 모습이다. 그런데 1천여 전 어느 고마운 사람이 커피나무의 열매에서 무향의 원두를 분리해서 볶고 가루를 낸 다음 뜨거운 물에 타서 마셔본 것이다. 도대체 왜 그런 짓을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결과 전 세계인이 즐기는 커피가 탄생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커피가 이슬람과 오스만 제국에 먼저 퍼졌는데 종교적인 이유로 바티칸 사람들은 커피를 금지했다가 교황 크레멘스 8세는 커피에게 세례를 베풀었다고 한다. 이 좋은 걸 이도교 너희놈들만 마시냐? 우리도 마실거다. 뭐 이런 식으로 생각한 것 같다. 맛있는 것 앞에선 신이고 종교적 신념이고 없다.


연꽃은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사랑과 존경을 받는 식물이자 인도의 국화이기도 하다. 진흙에서 꽃이 핀다는 상징성 때문에 아시아 문화권에서는 종교적 의미를 가진다. 힌두교의 창조신 브라마와 라크슈미, 불교의 석가모니의 탄생도 연꽃과 관련이 있고, 티베트 불교의 흔한 만트라인 '옴마니반메훔'은 '오, 연꽃 속의 보석이여'라는 뜻이라고 한다. 연꽃은 진흙 속에서 자라면서도 완전무결하여 연잎의 중심에 맺힌 물방울은 보석처럼 빛을 내는데 이로 인해 빛과 지혜를 향한 영적 여정을 상징하는데 옴마니반메훔에는 이런 의미가 담겨있는 것 같다. 종교적 뿐만 아니라 과학적으로도 응용이 되는데 연잎에 있는 수많은 돌기 때문에 표면장력이 생겨서 비가 와도 물에 젖지 않는데 이런 연꽃 효과에 착안하여 여러 방수 제품을 만들기도 했다. 그리고 연뿌리는 정말 맛없는 도시락 반찬이기도 하다.


김이 책에 소개되었을 때 순간 당황했다. 김이 식물이라고? 그런데 생각해보니 김은 해조류이고 말그대로 물속에 서식하는 식물이었다. 김을 먹으면서도 식물을 먹는다는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말린 김을 만드는 전통은 일본의 제지업계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곤죽이 되게 갈아서 얇게 펴서 말리고 굽는데 이 과정에서 원래는 홍조식물인 김의 붉은 색소가 파괴되고 그 아래 있던 녹색 엽록체가 드러나서 어두운 녹색이 된다고 한다. 비교적 최근까지도 김은 야생에서 채취하거나 완전양식이 아닌 방식으로 수확했었고 그래서 생산량을 예측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다 영국의 여류 과학자가 김양식법을 개발했다고 하는데 김을 가장 많이 먹는 한국이나 일본이 아닌 영국에서 김양식법이 개발되었다는 것도 재미있다.


건조한 지역에 사는 5백가지 용설란종 중 하나인 테킬라용설란은 멕시코 테킬라 마을의 햇빛이 잘드는 언덕에서 자란다. 용설란은 꽃이 피기까지 수십 년 이상이나 걸리기 때문에 백 년 식물이라고 불린다. 평생 딱 한 번 꽃을 피우고 특징없는 녹색의 열매를 맺은 후 죽는데 재배되는 용설란은 꽃을 피워보기도 전에 인간에게 수액을 뺏기고 있고, 최근에는 무성생식으로 용설란을 번식시키는 법을 개발했다고 한다. 용설란 수액으로 풀케라는 고급술을 만드는데 경범죄와 폭력, 매춘 등 여러 사회문제를 야기시키는 바람에 멕시코 정부는 이 술을 강력 규제했고 점차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가 최근들어 다시 인기를 끌게 되었는데 용설란의 수액으로 만든 풀케는 보존 문제 때문에 장거리 운송이 어려워서 다육질의 심으로 만든 메스칼을 만들었고 메스칼의 한 종류인 데킬라는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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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대비행동매뉴얼 - 민간인을 위한
(주)S&T OUTCOMES.가와구치 타쿠 지음, 이범천 외 옮김 / 성안당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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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이자 정전국가이다. 엄격하게 말하면 전쟁이 끝난 상황이 아니고 일단 멈춤 상황이라 언제 전쟁이 다시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북한이 전면전을 일으킬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지만 국지전이나 테러의 위험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고, 그 외의 보이지 않는 위험에도 항상 대비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전쟁이라는 국가적 재난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생각해본적이 많이 없을 것 같다. 애초에 전쟁이 안 날거라는 생각이 깔려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북의 여러 도발이 있을 때에도 내가 살고 있는 이 곳에서 전쟁이 발생할거란 인식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참으로 아이러니 하게도 우리는 전쟁을 무서워하고 항상 경계하면서도 또 굉장히 흥미를 보인다. 전쟁영화가 수없이 많들어지고, 사실적인 화면의 1인칭 슈팅 게임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전쟁을 엔터테이먼트적으로만 소비할 것이 아니라 실제 전쟁이 발생했을 때의 상황과 전쟁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하는가 하는 것들도 한번쯤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전쟁대비행동매뉴얼]은 전쟁이라는 국가적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전쟁의 양상은 어떤 식으로 흘러가고, 그 속에서 어떻게 위기관리를 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지에 대한 여러가지 서바이벌 지식을 알려준다. 꼭 전쟁 상황이 아니더라도 여러가지 발생 가능한 일반 재난 상황에서의 위기관리방법과 서바이벌 지식도 많이 다루고 있으므로 상식적으로 알아두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전쟁이 발생하고 진행되는 일련의 과정, 즉 개전 전의 징후와 소규모 게릴라 공격과 테러, 그리고 본격적인 개전과 점령상황 같은 전쟁의 향상을 소개하고 두번째로 전장에서 살아남는 기술을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다. 전쟁대비 행동 매뉴얼이라고 해서 후반부의 서바이벌 기술 등에 중점을 뒀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전쟁에 방점이 찍히는 것 같다. 예컨데 무인도에서 살아남기 같은 일반적인 서바이벌 책 등은 많이 출간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 것과 차별화를 해서 전쟁이라는 상황과 그 상황에서의 행동 요령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일단 이 책은 일본인을 대상으로 해서 만들어졌다. 무슨말인가 하면 군대에 가본 사람이 거의 없는 일본의 민간인들에게 전쟁 상황을 산정하여 여러가지 정보를 제공하고, 행동요령을 알려주는 것인데 책에 나오는 상당수의 내용은 대한민국의 남자들이라면 기본상식처럼 인식하고 있을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군대에 가서 훈련소에서 배웠던 내용들이라서 생소하다거나 놀랍다거나 완전히 모르던 정보에 접근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주제에 때라서는 책에 서술된 내용보다 훨씬 더 디테일하게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는 내용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싫건 좋건 군대에 끌려가서 청춘을 바친 댓가로 그런 지식들을 얻게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에는 새롭고 유용한 정보들도 다수 수록되어 있다. 어쨌건 훈련소에서 배운 내용들은 군인 신분으로서 그에 맞는 정보를 배웠던 것이고 이 책은 민간인의 행동 요령을 다루고 있으므로 군대에서 배운 것과는 약간은 결이 다른 부분이 분명 존재한다. 그래서 군에서는 배우지 않았을 실용적인 내용들도 있는 것이다.


전쟁 전의 징후를 감지하는 것부터 재난 발생 시 준비해야 할 물품들, 행동 요령 등도 상세히 기술되어 있고, 오히려 전쟁보다 발생할 위험이 더 높은 테러에 대한 대처방법도 잘 알려준다. 테러는 꼭 적국에 의한 전쟁에 선행되는 무력도발이 아니더라도 테러리스트나 종교단체 등 다양한 이유에 의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말 그대로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른다. 하다못해 테러가 아니라 강도를 만났을 때에도 비슷한 경험으로 봐야 할텐데 책에는 그런 것에 대응하는 자세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실제 발생했던 여러 테러사건을 통해 대책도 알아보며 어떻게 행동하고 대처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전쟁이 발생하면 개전 초반의 대응이 가장 중요한데 이때의 대처가 자신의 운명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을 통해 전쟁이 발생되고, 초반의 미사일 공격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 등을 기억해두자. 이것은 꼭 전쟁이 아니라 다른 재해나 재난 시에도 통용되는 내용들이므로 상식적으로 알아두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적군에 의해 점령되었을 때의 대처법도 신선하다. 전쟁이 발발하면 가장 먼저 미사일 타격이 있고, 지상군이 상륙하게 되는데 적군에 의해 점령당했을 때의 상황에 대비하여 그에 따른 행동 요령도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어서 이런 것은 평소 잘 보지 못한 내용들인지라 자연히 눈길이 간다. 가령 구타 당할 때의 자세라거나 항복할 때의 요령, 점령하에서의 생존, 적군 이외의 국내 범죄좌를 예방하는 법 등의 내용들이 그것이다. 전장에서 살아남는 기술 편에서는 주로 군대에 배웠을 법한 내용들이 나온다. 총기류에 대한 정보, 총기를 사용하는 간단한 방법, 전장에서의 행동요령, 이동 기술, 은폐 기술 등 군대에서 배우고 경헝했을 야전에서의 행동 지침들이라서 많이 익숙한 내용들이다. 그러나 여성들이나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생소하지만 유용한 정보일 것이고, 군대에서 배웠던 내용이라 하더라도 한번쯤 다시 내용을 읽고 되새기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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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 연대기 - 세상을 바꾼 작고도 거대한 화학의 역사 EBS CLASS ⓔ
장홍제 지음 / EBS BOOKS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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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이라고 하면 학교 화학시간 때 배웠던 내용들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대개 주기율표나 원자, 분자 관련된 것들 또는 산성 알카리성 실험하는 내용 같은 것들이다. 말하자면 학교에서 배우는 정도가 우리가 생각하는 화학의 영역의 전부이다. 하지만 책을 보면 화학이란 분야는 생각 이상으로 광범위하고 수많은 변주가 이루어져서 분석화학, 무기화학, 물리화학, 유기화학, 의약화학, 양자화학, 섬유화학, 생화학, 나노화학 등 계속 새로운 기술, 새로운 영역과 결합하여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화학은 발전하고 있다는 것에 방점이 찍힌다. 화학이란 실체가 있는 물건을 다루는 학문으로 우리 주위의 실체가 있는 모든 물건이 화학과 관련이 있다. 그런데 기술의 발전을 통해 계속해서 새로운 물질이 만들어지고, 우리의 생활에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무언가를 만드는 데 쓰이는 재료를 소재라고 하는데 첨단기술로 복잡한 신소재가 계속 만들어지고 있지만 결국 모든 소재들의 기본적인 요소는 원소, 원자이다. 여기에서 모든 것이 출발하는데 여기서부터 벌써 이해하기가 쉽지가 않다. 


[화학 연대기]에서는 화학이라는 학문의 탄생에서부터 화학의 기초가 되는 원소설과 원자설에 대한 개념, 근대 화학으로 넘어가게 되는 계기가 된 연금술, 그리고 이후 화학이 발전해온 발자취를 순차적으로 따라가며 화학의 변화와 앞으로의 가능성까지 화학의 모든 것에 대해 알아본다. 보통 학교에서 화학을 배울 땐 아무 체계없이 중요한 이슈들만 떼어내어 배우게 되는데 그러다보니 각각의 영역과 개념, 기술들 사이에 놓여있는 상호영향관계라던가 인과관계, 그리고 그 역사적 의미 등에 대해 충분히 생각해보지 못하고 오직 그 이론에만 집중하게 된다. 그렇게 됨으로써 화학에 대한 지식은 단편적이고 제한적이 될 수 밖에 없는데 화학이 발전해 온 순서대로 그 역사를 따라오며 이해하다보니 개념이나 기술이 나오게 된 배경이나 당위성 들이 좀 더 쉽게 이해가 되고, 전체적인 맥락을 잡기에도 좋다.


화학이란 학문 자체가 쉽지만은 않다보니 솔직히 책도 어렵게 느껴진다. 그러나 전문적인 화학 이론이나 과학적 개념보다는 인문학적인 내용으로 접근하고 있어서 의외로 재미있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전반부는 학교에서 배웠던 내용들도 나오고, 적지만 상식적으로 알만한 내용들이 조금은 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본격적인 연구내용이나 신개념, 첨단기술들이 소개되고 있어서 조금은 생소한 것도 있고 어렵고 복잡한 것도 나온다. 특히 양자화학 파트는 상대적으로 어렵게 느껴진다. 반면 평소 많이 접하지 못했던 연금술 파트는 상당히 흥미롭고 재미있다. 연금술은 철하적 전통과 실용적 지식이 융합된 과정에서 두 가지의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탄생했다. 금을 합성하고, 의료적인 약을 만드는 것과 육체로부터 영혼을 추구하는 일이었다. 연금술이 이런 서로 다른 두 가지 방향으로 발전한 것은 물질의 근원을 네 가지 원소의 정신저 가치로 구분했기 때문이었다. 


흔히 연금술이라고 하면 죽은 생명을 살려내고, 금을 만드는 물질적이고 탐욕적이며 미신적인 학문으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물질에 대한 고대인의 관점과 근현대 화학을 연결하는 중요한 학문이라고 한다. 연금술은 어느 한 지역에서만의 유행이 아니라 세계적 흐름이었던 것 같다. 그 중에서도 이집트를 중심으로 기원전 200년 무렵에 등장한 연금술을 알렉산드리아 연금술이라고 하는데 다른 지역보다 체계적이었다고 한다. 금을 만들어내는 미신적 기법은 결국 물질 근원의 변환이 핵심이었다. 그래서 의도했건 그렇지 않건 알렉산드리아 연금술은 금 합성과약 제조를 연구하는 근간이 되었고, 그로 인해 용해, 융해, 혼합, 증류와 같은 다양한 화학적 기술이 꽃을 피웠다. 


그러나 금을 합성하는데 성공한 사람은 없었고 연금술은 변질되기 시작한다. 알렉산드리아 연금술의 성격이 변한 것은 단순히 금을 합성해내지 못해서가 아니라 종교적인 이유에서다. 그 무렵 거대한 두 가지 역사적 사건이 발생하는데 클레오파트라가 몰락하면서 이집트 통치권이 로마 제국으로 복속되었고, 예수가 출현하여 로마 제국의 변방인 팔레스타인 지역에 가르침을 전파한 것이다. 이 로마시대부터는 종교나 철학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대신 실용적인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의학이 발달하게 되었는데 의학은 연금술과 그 뿌리가 같다. 또 로마 시대 때의 가장 중요한 편찰물인 최초의 백과사전인 '박물지'도 만들어지면서 지식과 학문이 달달할 수 있있던 여건은 갖추어졌지만 기독교과 결합한 로마의 지배 계급은 연금술을 금지할 것을 명령했다. 이로 인해 헬레니즘과 알렉산드리아 연금술은 로마 제국 시대에 완전하게 막을 내리게 되었다.


탄소 원자 한 개의 직경은 약 0.134나노미터다. 머리카락 한 가닥의 직경이 50~100마이크로미터임을 감안하면 원자는 우리가 관찰할 수 있는 가장 작은 크기의 물질일 것이다. 그렇게 작은 탄소 원자들이 화학결합을 통해 다이아몬드가 되기도 하고, 석탄 덩어리가 되기도 한다. 화학자들의 관심은 거대한 물질을 이루는 본질적이면서도 특이한 영역으로 옮겨갔는데 여기서 나노화학이 시작된다. 나노는 난쟁이를 뜻하는 나노스에서 유래했는데 육안으로는 관찰할 수 없지만 화학적 측면에서 가장 의미있는 세계이다. 화학적으로 더는 나뉘지 않는 물질의 기본 구성 단위가 원자인데 원자의 결합과 물질의 형성을 근간으로 삼는 화학에서 최소 단위는 원자 크기 밑으로 내려갈 수 없다. 즉, 화학적으로 물질과 반응에 접근할 수 있는 가장 작은 단위가 나노인데 전자현미경의 발명으로 나노화학은 더욱 발전하게 되었다. 나노화학은 전체적인 화학, 과학 분야와 완벽하게 융합된 상태로 의약화학, 에너지와 같은 첨단응용 화학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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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대답들 - 10가지 주제로 본 철학사
케빈 페리 지음, 이원석 옮김, 사이먼 크리츨리 서문 / 북캠퍼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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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철학책은 이름난 철학자별로 그들의 사상을 소개하거나 혹은 철학사의 연대기별로 철학자나 철학사상을 나열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고대 그리스 철학이 어떻고, 중세철학의 특징은 어떻다느니 17세기 철학자는 누구가 있느냐는 식의 구성이거나 테스형은 뭐라고 말을 했고,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의 핵심은 무엇이며, 칸트와 니체의 이론을 현재 우리의 생활에 대입하면 어떻게 되는가 하는 식으로만 철학을 배워왔다. 보통 어느 한 시대의 철학을 소개할 땐 당시의 주류 학파나 많은 영향을 미친 이론 위주로 설명을 하게 되므로 어떤 특정한 한 가지 주제별로 설명하기보단 주류 이론과 관련된 전체적인 개념으로 설명하기 마련이다. 그런 식의 연구는 시대별 대표적인 철학자들은 누구이며, 그들의 사상이 무엇인지 계보도 조금은 알 수 있지만 반대로 어떤 하나의 주제가 철학사의 변화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해석되어 왔는지를 알기는 어렵다. 그런 식으로 뒤집어서 보려면 우선 기본적으로 각 철학자들의 사상을 시대별, 인문벼로 줄줄 꿰고 있어야 하고 그것을 역으로 하나의 명제 아래 정렬시켜야 하기 때문에 어지간히 철학에 정통하지 않으면 하기 어려운 작업이다.


[철학의 대답들]은 10가지 주제별로 하나의 주제에 대해 소크라테스, 플라톤 같은 고대 철학자부터 앨빈 플랜팅가, 알랭 드 보통 등의 현대의 네임드 철학자들까지 철학사의 연대기별로 관련된 철학 개념들을 정리해본다. 삶, 인간, 지식, 언어, 예술, 시간, 자유 의지, 사랑, 신, 죽음 등의 가장 철학적이며 근원적인 10가지 주제에 80명의 철학자들의 사유를 통해 철학의 핵심과 흐름을 살피고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보통은 시대별로 대표 철학사상과 철학자들을 정리하다보니 이 책처럼 하나의 주제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시대의 변화에 따른 철학적 가치와 해석의 변화를 이해하는 시도는 잘 없었기 때문에 작은 변화지만 굉장히 색다르게 느껴진다. 이게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인데 주제별로 각 철학자들의 여러 사상을 소개하고 있어서 이전의 철학자들의 생각과 어떻게 다르며 그런 차이점은 어디에 기인한 것인지, 각자 무엇을 전제로 철학적 사유를 하고 있는지를 일목요연하게 비교할 수 있어서 서로의 주장 속에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해볼 수도 있고, 여러 다양한 관점으로 철학적 사고를 할 수 있다.


각 장의 앞에 시대에 따라 주류 학파나 철학 사조별로 해당되는 주제에 대한 철학적 고찰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게 연표가 나와있어서 소크라테스 이전의 고대 철학자들부터 중세, 근대 그리고 현대의 여러 철학사조에 이르기까지의 변화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다. 한 가지 주제마다 8명의 시대별 철학자들을 소환해서 철학자의 일생과 철학적 사상과 이론, 배경 등을 간략하게 알아보는데 핵심적인 내용만 축약해서 소개하고 있어서 내용이 너무 깊어지거나 복잡하지 않은 선에서 정리하고 있다. 주제마다 고대에서부터 현대까지 각각 시대별로 한명씩의 철학자들을 강제할당하는 것은 아니고 경우에 따라서는 고대의 철학자들 대신 근현대의 철학자 위주로만 소개하는 경우도 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80명의 철학자들이 소개되고 있지만 한 명의 철학자는 하나의 주제 내에서만 다루어지기 때문에 다른 주제와 관련하여 어떤 철학적 사유를 했는지는 자세하게 다루어지지 않아서 아쉽게 느껴진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사랑을 에로스, 아가페, 필리아, 스트로게의 종류로 구분했다. 각각 성적인 사랑, 신과 사람의 사랑, 친구와의 우정, 가족 사랑을 뜻한다. 이후 플라톤은 성적 사랑을 초월적 미에 대한 사랑과 연결하고 고유한 기능이 최상으로 발현된 상태를 선의 이데아라고 말했다. 즉, 미는 선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독교가 주류가 되자 기독교에서는 최고 사랑이 신에게 돌아가려는 간절한 바람이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이후 낭만주의 시대에는 예술가와 철학자들은 열정적이고 좌저된 사랑을 강조했다. 그야말로 사랑에 대한 낭만적인 해석이다. 이때의 사랑의 핵심은 정열이었다. 그러나 비관주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쇼펜하우어는 사랑은 단순히 아이를 낳기 위한 본능적 욕구로 생각하였다. 사랑은 생존을 위한 충동이며 때로는 고통과 좌절에 직면한다고 생각했다. 현대 사회로 넘어오면서 사랑은 느낌 이상의 무언가로 사회적이고 감정적인 상호 의존의 표현이라고 생각하였고, 신실존주의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서 사랑은 자신의 정체성을 중요하게 형성시켜 주는 타자와의 친밀감이라고 말했다. 21세기에는 겸손한 사랑이 미덕으로 말해진다. 알랭 드 보통은 사랑의 확장 가능성을 강조하며 우리의 감정적, 동기적 자원들에 공을 들여 성숙한 사랑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처럼 사랑이라는 하나의 테마에 대해서도 시대에 따라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떠한 가치로 인식하는지는 전부 다르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철학적 가치에 대해 비교해보는 것도 굉장히 재미있다. 다만 앞서 말한대로 각 시대별로 한 명 이상의 철학자들을 강제 할당하여 시대별 사유를 모두 보는 것이 아니라서 세부적인 철학적 이론과 시대적 배경설명이 부족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또 한 명의 철학자는 하나의 테마에 대해서만 소개되고 있으므로 다른 테마에서는 그 철학자의 사상을 들을 수가 없는 것도 역시 아쉽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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