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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 연대기 - 세상을 바꾼 작고도 거대한 화학의 역사 ㅣ EBS CLASS ⓔ
장홍제 지음 / EBS BOOKS / 2021년 5월
평점 :

화학이라고 하면 학교 화학시간 때 배웠던 내용들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대개 주기율표나 원자, 분자 관련된 것들 또는 산성 알카리성 실험하는 내용 같은 것들이다. 말하자면 학교에서 배우는 정도가 우리가 생각하는 화학의 영역의 전부이다. 하지만 책을 보면 화학이란 분야는 생각 이상으로 광범위하고 수많은 변주가 이루어져서 분석화학, 무기화학, 물리화학, 유기화학, 의약화학, 양자화학, 섬유화학, 생화학, 나노화학 등 계속 새로운 기술, 새로운 영역과 결합하여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화학은 발전하고 있다는 것에 방점이 찍힌다. 화학이란 실체가 있는 물건을 다루는 학문으로 우리 주위의 실체가 있는 모든 물건이 화학과 관련이 있다. 그런데 기술의 발전을 통해 계속해서 새로운 물질이 만들어지고, 우리의 생활에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무언가를 만드는 데 쓰이는 재료를 소재라고 하는데 첨단기술로 복잡한 신소재가 계속 만들어지고 있지만 결국 모든 소재들의 기본적인 요소는 원소, 원자이다. 여기에서 모든 것이 출발하는데 여기서부터 벌써 이해하기가 쉽지가 않다.
[화학 연대기]에서는 화학이라는 학문의 탄생에서부터 화학의 기초가 되는 원소설과 원자설에 대한 개념, 근대 화학으로 넘어가게 되는 계기가 된 연금술, 그리고 이후 화학이 발전해온 발자취를 순차적으로 따라가며 화학의 변화와 앞으로의 가능성까지 화학의 모든 것에 대해 알아본다. 보통 학교에서 화학을 배울 땐 아무 체계없이 중요한 이슈들만 떼어내어 배우게 되는데 그러다보니 각각의 영역과 개념, 기술들 사이에 놓여있는 상호영향관계라던가 인과관계, 그리고 그 역사적 의미 등에 대해 충분히 생각해보지 못하고 오직 그 이론에만 집중하게 된다. 그렇게 됨으로써 화학에 대한 지식은 단편적이고 제한적이 될 수 밖에 없는데 화학이 발전해 온 순서대로 그 역사를 따라오며 이해하다보니 개념이나 기술이 나오게 된 배경이나 당위성 들이 좀 더 쉽게 이해가 되고, 전체적인 맥락을 잡기에도 좋다.
화학이란 학문 자체가 쉽지만은 않다보니 솔직히 책도 어렵게 느껴진다. 그러나 전문적인 화학 이론이나 과학적 개념보다는 인문학적인 내용으로 접근하고 있어서 의외로 재미있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전반부는 학교에서 배웠던 내용들도 나오고, 적지만 상식적으로 알만한 내용들이 조금은 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본격적인 연구내용이나 신개념, 첨단기술들이 소개되고 있어서 조금은 생소한 것도 있고 어렵고 복잡한 것도 나온다. 특히 양자화학 파트는 상대적으로 어렵게 느껴진다. 반면 평소 많이 접하지 못했던 연금술 파트는 상당히 흥미롭고 재미있다. 연금술은 철하적 전통과 실용적 지식이 융합된 과정에서 두 가지의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탄생했다. 금을 합성하고, 의료적인 약을 만드는 것과 육체로부터 영혼을 추구하는 일이었다. 연금술이 이런 서로 다른 두 가지 방향으로 발전한 것은 물질의 근원을 네 가지 원소의 정신저 가치로 구분했기 때문이었다.
흔히 연금술이라고 하면 죽은 생명을 살려내고, 금을 만드는 물질적이고 탐욕적이며 미신적인 학문으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물질에 대한 고대인의 관점과 근현대 화학을 연결하는 중요한 학문이라고 한다. 연금술은 어느 한 지역에서만의 유행이 아니라 세계적 흐름이었던 것 같다. 그 중에서도 이집트를 중심으로 기원전 200년 무렵에 등장한 연금술을 알렉산드리아 연금술이라고 하는데 다른 지역보다 체계적이었다고 한다. 금을 만들어내는 미신적 기법은 결국 물질 근원의 변환이 핵심이었다. 그래서 의도했건 그렇지 않건 알렉산드리아 연금술은 금 합성과약 제조를 연구하는 근간이 되었고, 그로 인해 용해, 융해, 혼합, 증류와 같은 다양한 화학적 기술이 꽃을 피웠다.
그러나 금을 합성하는데 성공한 사람은 없었고 연금술은 변질되기 시작한다. 알렉산드리아 연금술의 성격이 변한 것은 단순히 금을 합성해내지 못해서가 아니라 종교적인 이유에서다. 그 무렵 거대한 두 가지 역사적 사건이 발생하는데 클레오파트라가 몰락하면서 이집트 통치권이 로마 제국으로 복속되었고, 예수가 출현하여 로마 제국의 변방인 팔레스타인 지역에 가르침을 전파한 것이다. 이 로마시대부터는 종교나 철학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대신 실용적인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의학이 발달하게 되었는데 의학은 연금술과 그 뿌리가 같다. 또 로마 시대 때의 가장 중요한 편찰물인 최초의 백과사전인 '박물지'도 만들어지면서 지식과 학문이 달달할 수 있있던 여건은 갖추어졌지만 기독교과 결합한 로마의 지배 계급은 연금술을 금지할 것을 명령했다. 이로 인해 헬레니즘과 알렉산드리아 연금술은 로마 제국 시대에 완전하게 막을 내리게 되었다.
탄소 원자 한 개의 직경은 약 0.134나노미터다. 머리카락 한 가닥의 직경이 50~100마이크로미터임을 감안하면 원자는 우리가 관찰할 수 있는 가장 작은 크기의 물질일 것이다. 그렇게 작은 탄소 원자들이 화학결합을 통해 다이아몬드가 되기도 하고, 석탄 덩어리가 되기도 한다. 화학자들의 관심은 거대한 물질을 이루는 본질적이면서도 특이한 영역으로 옮겨갔는데 여기서 나노화학이 시작된다. 나노는 난쟁이를 뜻하는 나노스에서 유래했는데 육안으로는 관찰할 수 없지만 화학적 측면에서 가장 의미있는 세계이다. 화학적으로 더는 나뉘지 않는 물질의 기본 구성 단위가 원자인데 원자의 결합과 물질의 형성을 근간으로 삼는 화학에서 최소 단위는 원자 크기 밑으로 내려갈 수 없다. 즉, 화학적으로 물질과 반응에 접근할 수 있는 가장 작은 단위가 나노인데 전자현미경의 발명으로 나노화학은 더욱 발전하게 되었다. 나노화학은 전체적인 화학, 과학 분야와 완벽하게 융합된 상태로 의약화학, 에너지와 같은 첨단응용 화학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인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