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본격 북유럽 신화 만화 1~2 - 전2권 본격 북유럽 신화 만화
동굴트롤 지음 / 비아북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신화라고 하면 제우스, 포세이돈, 헤라클레스 같은 인물들이 등장하는 그리스·로마 신화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실제로 그리스 신화는 아동용 동화로도 많이 출간되어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접할 기회가 많았고, 헐리우드 영화나 게임에서도 단골 소재로 쓰이면서 지금까지도 익숙하게 소비되고 있다. 특히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부터 게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그리스 신화의 신들과 이야기가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변주되며 대중문화 전반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 게다가 그리스 신화 속 인물이나 사건은 다양한 소설, 만화, 영화 등에서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변주되며 상징이나 메타포로 자주 차용되기 때문에 의식하지 못한 채 반복적으로 접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북유럽 신화는 상대적으로 우리에게 훨씬 낯설다. 등장인물들의 이름도 생소하고, 이야기의 구조 역시 단순한 영웅담보다는 어둡고 비극적인 경우가 많아 대중문화 속에서 쉽게 소비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도 북유럽 신화에 대한 개념 자체가 거의 없었다. 처음에는 토르나 오딘 같은 인물이 단지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수많은 캐릭터 중 하나인 줄 알았을 정도였다. 어릴 때부터 접할 기회도 거의 없었던 이른바 '듣보잡' 캐릭터였기 때문에 자연스레 관심도 가지지 않았고, 이미 머릿속에는 그리스·로마 신화의 세계가 탄탄히 구축되어 있었기에 굳이 새로운 신화 체계에 눈을 돌릴 이유도 느끼지 못했다. 그러던 중 마블의 <토르 시리즈>를 계기로 그 존재를 인식하게 되었고, 그때부터 비로소 북유럽 신화라는 세계에 눈을 뜨게 되었다. 마블의 토르 영화 덕분에 예전보다는 인지도와 인기가 높아졌지만, 여전히 관련 자료가 상대적으로 적고, 이야기의 구조나 상징 체계도 익숙하지 않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진입 장벽이 높게 느껴질 수 있다. 새로운 토르 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북유럽 신화를 알고 나서 영화를 보면 더 깊이 있고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매번 관련 신화를 찾아보곤 했다. 그러나 진입 장벽이 높아 매번 쉽게 다가가지 못한 채 책을 덮길 반복했었다.


[본격 북유럽 신화 만화]는 북유럽 신화라곤 마블 영화를 통해 토르, 로키, 오딘의 이름 정도만 아는 초심자에게 이 책은 입문용으로 아주 적합하다. 우선 책을 통해 가장 먼저 느낀 점은, 북유럽 신화가 생소한 이유가 단순히 접할 기회가 없어서라고 생각했던 그간의 인식이 틀렸다는 사실이다. 책을 읽기 전에는 그리스·로마 신화만이 대중문화에서 자주 인용되고, 북유럽 신화는 거의 다뤄지지 않는다고 막연히 생각했다. 그런데 의외로 북유럽 신화도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변주되어 활용되고 있었고, 나는 그것이 북유럽 신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는 사실조차 모른 채 자주 접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엘프나 드워프 같은 종족이 등장하는 판타지 세계관, 바이킹을 모티프로 한 신화적 요소들, 그리고 그 유명한 반지의 제왕 역시 북유럽 신화의 영향을 깊게 받았다고 한다. 꼭 판타지 세계관에 국한되지 않더라도, 북유럽 신화나 그 속 캐릭터에서 모티브를 따온 창작물은 생각보다 훨씬 많았다.


책은 총 1, 2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북유럽 신화의 개요를 시작으로 천지창조에서부터 세상의 종말인 라그나로크까지 쭉 달려간다. 그리스 신화가 여러 신들과 영웅, 괴물들의 단편적인 에피소드가 모여 있는 옴니버스식 이야기라면, 북유럽 신화는 독립적인 신들의 개별 이야기들이 나오긴 하지만, 그것들마저도 모두 예정된 종말을 향해 나아가는 하나의 비극적 서사 속에 포함되어 있어 보다 강한 스토리성을 갖고 있다. 그래서 ‘라그나로크까지 달려간다’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데, 큰 줄기를 따라 전개되는 이야기이다 보니 그리스 신화보다 훨씬 흡입력이 있고, 전개가 더 쫀쫀하게 느껴진다. 말하자면 앞부분에서 던져진 단편 속 떡밥이 뒷부분에서 회수되는 영화 같은 느낌이어서, 판타지 소설을 읽는 듯한 몰입감으로 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북유럽 신화 자체가 마치 하나의 극영화처럼 전개되는 구조라서 처음부터 끝까지 쭉 이어서 읽는 재미가 있고, 동시에 각 장면마다 독립적인 에피소드로도 완결감을 주기 때문에, 긴 이야기보다 짧고 강한 인상을 주는 스토리에 익숙한 요즘 독자들에게도 부담 없이 다가올 수 있는 구성이다.


1편에서는 우선 입문자들을 위해 북유럽 신화의 간단한 개요가 제시되고, 신화의 세계관을 이해하기 위한 세계수 위그드라실(신화의 무대가 되는 세계)에 대한 설명과 함께 오딘, 토르, 로키, 프레야 같은 주요 인물들이 먼저 소개된다. 등장인물이 많다 보니, 이야기 도중 새 캐릭터가 등장할 때마다 설명을 덧붙이면 흐름이 끊기기 쉽기 때문에, 본격적인 스토리에 들어가기 전에 메인 캐릭터와 조연급 인물들에 대한 소개를 먼저 쭉 정리하고 나서 본편으로 넘어가는 방식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출판사 서평에서는 ‘서브컬처에 익숙한 독자라면 매 페이지마다 알아볼 수 있는 패러디와 개그 컷이 쏟아진다’고 되어 있었지만, 실제로 읽으면서 그 부분이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코드가 안 맞아서 그런 건지, 아니면 내가 잘 모르는 영역의 서브컬처에서 따온 드립이라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패러디나 개그라고 느껴지는 장면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오타쿠는 아니지만 적어도 유명한 밈이나 온라인 유행어 정도는 아는 편인데도, 눈에 확 들어오는 개그 요소는 거의 없었고, 그래서 ‘웃기다’거나 ‘재미있다’는 느낌은 솔직히 들지 않았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만화라는 점이다. 무거운 설명 대신 그림이 중심이 되는 만화 형식이라, 신화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어렵지 않게 내용을 따라갈 수 있다. 아무래도 등장인물의 이름이나 지명이 길고 낯설어서 초반에는 약간 진입장벽이 느껴지지만, 이미지가 중심이 되다 보니 시각적으로 쉽게 눈에 들어오고, 전체적인 가독성도 매우 높다. 그래서 내용에 훨씬 더 몰입할 수 있었고, 어렵게 느껴졌던 이름이나 설정도 자연스럽게 익숙해진다. 그림체는 정교하거나 무거운 분위기보다는 웹툰처럼 비교적 단순하고 캐주얼한 편인데, 오히려 그 덕분에 부담 없이 술술 읽히고, 신화라는 낯선 주제도 가볍고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었다. 복잡한 설명이나 장황한 묘사 없이도 대사와 장면 구성이 중심이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가기 때문에, 처음 접하는 독자도 어렵지 않게 흐름을 따라갈 수 있고, 이야기 자체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정보의 양보다 리듬과 흐름에 초점을 맞춘 만화라서,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 특히 효과적이다. 북유럽 신화가 생소하고 쉽게 접근해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할만한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만화로 보는 1분 철학 관계수업
서정욱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살면서 가장 힘든 일 중 하나는 사람을 대하는 일이다. 세상이 각박해지고 삶이 팍팍해질수록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은 점점 희미해진다. 어디선가 병신공장이라도 세워진 듯 불통과 독단으로 똘똘 뭉친 병신들이 늘어나고, 공감 능력이 부족한 이들과 부딪히며 인간관계는 점점 더 큰 스트레스가 된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도 사람을 잘 다루는 성향의 이들도 있지만, 많은 이들은 사람에 상처받고, 관계에 아파하며 인간관계에 대한 답을 어디선가 찾고 싶어한다. 그런데 의외로 어렵고 딱딱해 보이던 철학 속에서 그 해답을 발견할 수 있다. 인간과 삶을 깊이 탐구해온 철학은 결국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고민을 본질적으로 다루어왔다. 결국 삶의 많은 문제는 관계에서 비롯되기에, 철학자들의 사유는 지금 우리에게도 여전히 관계에 대한 통찰을 건넨다.

[만화로 보는 1분 철학 관계수업]은 칸트, 쇼펜하우어, 니체 등 고대부터 근현대에 이르는 10명의 철학자들의 사상과 철학적 개념을 바탕으로 인간관계를 다양한 시각에서 풀어낸다. 각 장에서는 철학자의 핵심 사상을 베이스로 이를 인간관계 속 갈등이나 소통, 공존과 같은 문제에 적용한 뒤, 철학자와의 가상 대화 형식을 통해 조언을 건네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어려운 학문적 이론을 단순히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친근한 대화를 통해 철학적 사상과 개념을 자연스럽게 이해하도록 돕고, 인간관계에서 마주하는 고민을 질문과 답의 형식으로 직접 연결해 제시하기 때문에 평소 어렵게만 느껴지던 철학을 보다 쉽게 접하면서 실질적인 통찰과 해답을 얻을 수 있다. 철학 이론을 아무리 공부해도 실제 삶의 구체적인 고민에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처음부터 고민과 해답을 직접 연결해 주어 한층 더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이를 통해 철학을 어렵게 여기지 않고 자신의 인간관계 문제를 깊이 성찰할 수 있게 해준다.

책의 순서를 보면 우선 '나'에 대해 설파하는 두 고대 철학자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것이 흥미롭다. 수많은 고대의 네임드 철학자들을 제쳐두고 유독 '나'라는 가치를 강조했던 프로타고라스와 제논을 가져온 것은 저자가 인간관계에서 가장 강조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이 두 사람이 정확히 ‘나’라는 개념 자체를 중심에 두었는지, 아니면 두 사람의 철학 사상 속에서 ‘나’라는 측면을 부각시켜 해석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인간관계의 출발점을 ‘자기 자신을 세우는 것’으로 설정했다는 점은 이 책의 기본적인 시선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다.

인간관계에서 중심이 되는 핵심적인 요소는 바로 '나'를 보호하는 것이라는 프로타고라스의 사상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은 인간관계의 본질을 규정하는 중요한 지점이기도 하다. 보통 인간관계라 하면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을 먼저 떠올리지만, 관계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나’라는 기반을 다지는 것이야말로 모든 인간관계의 출발임을 일깨워 준다. 특히 프로타고라스가 주장한 '인간은 만물의 척도'라는 말에 따르면 모든 것은 사람 각자가 판단하는 기준에 정해지는데 이 말은 결국 모든 사물의 옳고 그름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각자에게 달려있다는 뜻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인간관계에서의 진리라는 것은 주관적인 기준에 따라 수시로 바뀌게 되는데 이때 '자기 판단력'에 기인한 나만의 기준을 확실히 함으로써 인간관계에서의 거리감과 균형감을 가질 수 있다는 개념이다. 자기 주장이 없이 남에게 공감만 하다가는 타인의 감정에 휩쓸리기만 하고 결국 끌려다니다 상처받고 흔들리게 되기 때문에 인간관계의 출발은 '나'라는 기반을 단단하게 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관계는 '나'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내가 중심이 되는 관계 형성을 통해 비로소 상대와의 건강한 거리감과 균형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고 ‘나’라는 기반을 다져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제논의 이성적 절제를 제안한다. 제논은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이성으로 자신을 다스릴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자유로운 행동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스토아학파의 키워드는 금욕이다. 불필요한 쾌락을 멀리하고 이성적인 삶을 추구하며 선을 실현하려 했는데, 이러한 금욕적 사상은 인간관계에도 적용된다. 쾌락에 따라 사람을 찾다 보면 내 기분을 좋게 해주는 사람만 곁에 두려 하게 되고, 사람을 소비하는 태도는 결국 관계를 망치게 된다. 따라서 관계에서도 감정을 절제하고, 체면을 넘어서며, 쾌락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관계를 왜곡시키는 자만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하며, 감정에 휩쓸리지 않는 이성적 절제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행동 하나하나를 삼가고 마치 단련하듯 실천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가르친다. 잘 생각해보면 제논의 조언은 거의 모든 인간관계에 대한 지침서에 반드시 등장하는 가장 기본이 되는 핵심 내용임을 알 수 있다. 관계의 중심은 바로 '나'이고 주변의 영향을 받지 않는 흔들리지 않는 마음가짐이 올바른 인간관계를 이끄는 통로가 된다는 단순한 진리를 말한다.

일단 만화라서 좋다. 진짜 만화라서 좋다. 이상하게도 최근에 "만화로 보는"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오는 책들 중 상당수는 실제 만화라기보다는 삽화 하나가 덩그러니 들어가 있는 텍스트북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그림보다 글자가 훨씬 많고, 단순히 삽화 몇 장 끼워넣고는 "만화로 쉽게 이해하는", "만화로 보는" 같은 제목을 붙이는 경우가 많아 종종 속았다는 느낌, 심하면 우롱당했다는 기분까지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은 말 그대로 정말 만화로 이루어진 만화책이다. 그 점이 무엇보다 마음에 든다. "만화로 보는"이라는 제목을 보면 어려운 철학 개념과 이론을 만화를 통해 쉽게 배울 수 있겠다는 기대를 하게 되는데, 이 책은 그런 기대를 완벽하게 충족시켜 준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우리가 철학을 통해 추구하는 관계에 대한 해답을 마치 즉문즉답처럼 직관적이고 명확하게 제시해주어 철학을 공부하는 목적에도 잘 부합한다. 그래서 만족도가 높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만화로 배우는 영어 구동사 - 즐겁게 읽기만 해도 구동사의 원리가 보인다
잉툰TV 김도균 지음 / 시대에듀(시대고시기획)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영어 공부를 하다 보면 가장 난감한 순간 중 하나는, 어렵게 단어를 외워 놓고도 막상 그 단어를 실제로 사용하려고 하면 생각처럼 잘 안 된다는 점이다. 특히 동사 같은 경우, 단어 하나만 외웠을 땐 문장에서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한 경우가 많다. 실제 회화나 책을 읽을 때 보면, 동사가 단독으로 쓰이기보다는 다른 단어와 함께 결합되어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 경우가 흔하다. 단어 하나만 외운 것으로는 도저히 그 뜻을 유추할 수 없는 표현이 너무 많고, 결국 그런 결합까지 함께 익히지 않으면 말도 듣기도 어려워진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바로 구동사다.

구동사는 기본 동사에 전치사나 부사가 붙어서 원래의 뜻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는 표현이다. 겉으로 보기엔 단어 두세 개가 나열된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하나의 동사처럼 쓰이면서 문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런 구동사는 원어민들이 실제 회화나 글에서 아주 자주 쓰이는데 그래서 기본 동사만 외우고 구동사는 따로 익히지 않으면, 문장을 들었을 때 뜻이 바로 떠오르지 않거나, 전혀 엉뚱하게 해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단어는 아는 것 같은데도 문장 전체가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대로 구동사를 동사 하나하나의 파생된 표현처럼 묶어서 익히면, 그 동사를 훨씬 더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고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표현력도 크게 늘어난다. 듣기나 독해도 자연스럽게 더 잘 되고, 말하거나 글을 쓸 때도 훨씬 더 매끄럽고 자연스러운 영어가 나온다. 단순히 단어의 뜻을 외우는 것을 넘어서, 살아 있는 영어를 익히는 데 있어서 구동사는 꼭 알아야 할 핵심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만화로 배우는 영어 구동사]는 이렇게 중요하지만 익히기는 어려운 구동사를 만화로 쉽고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게 해주는 구동사 완전정복 교과서이다. 책은 총 14개의 챕터로 되어 있는데 원어민들이 매일 쓸 정도로 사용 빈도가 높은 구동사를 GET, CALL, GO, GIVE 등 동사별로 묶어서 하나의 챕터로 분류하여 총 100개의 구동사를 소개하고 있다. 실제 이 동사들은 영어를 배우게 되면 가장 먼저 나오는 기본 중의 기본이 되는 기초 핵심 단어들인데 아마 아무리 영포자라고 해도 이 단어 자체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앞서도 말했듯이 실제로 이런 단어들은 그 동사 단독으로 그 단어가 가진 기본 뜻만으로 쓰이기 보다는 구동사의 형태로 확장된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더 많다. 이런 기초 동사에 to, on, for 등 기본 전치사, in, out, off 같은 기본 부사가 결합해서 다양한 뜻을 가지게 되는데 단어는 쉽고, 구성은 심플하지만 단어가 아닌 숙어의 형태가 되면서 의미가 크게 확장된다.

일단 책은 만화로 되어 있다. 아니 만화가 한나씩 삽입되어 있다. 만화로 배운다는 것이 책의 컨셉이데 엄격히 말하자면 일반적인 만화책과는 다르다. 왼쪽 페이지에는 해당 파트에서 다룰 구동사와 뜻, 구동사를 활용한 예문이 있고, 그 의미를 한장의 만화로 그려놓았다. 그리고 오른쪽 페이지에는 구동사를 분석하여 구성과 원리 등을 설명한 내용이 나오고, 말하기 연습, 쓰기 연습을 통해 해당 구동사를 다양하게 익힐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만화는 말하자면 구동사가 가지는 의미를 한컷의 만화의 형태로 시각화하여 그 의미를 보여주는 식인데 솔직히 이 정도를 가지고 만화로 배운다는 말을 써도 되는 건지는 모르겠다. 만화가 있어서 아무래도 만화가 설명의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맞지만 그 만화가 그 단어를 아주 직접적으로 유추시키고 떠올리게 할만큼이냐면 그런 것은 아니고, 그걸 통해 구동사의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가 하면 꼭 그런 것도 아니라서 만화로 배우는 이란 말이 솔직히 좀 무색하다.

만화로 배운다는 것은 오버지만 만화가 삽입되어 있으니 조금 분위기가 톤다운되고 공부를 한다는 무거운 느낌이 희석되는 정도의 장점은 있다. 그래서 전체적인 구성이 어린이 영어 교재 느낌처럼 무겁지 않고 쉽게 다가오는 것은 있다. 글자도 큼직큼직해서 가독성이 뛰어나고, 설명도 핵심적으로 구동사의 원리를 파악할 수 있게 간략하게 되어 있어서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특히 구동사를 해체해서 원리를 파악한 설명은 오히려 만화보다 구동사를 이해하는데 더 큰 도움이 되었다. 단어를 무작정 외우지 않고, 해당 구동사가 어떤 원리로 어떻게 구성이 되어 있는지 분석하고 동사의 의미에 부사, 전치사의 역할과 해석 등을 알아보며 전체 구동사의 의미까지 파악하며 원리를 이해하니 구동사의 뜻과 형태가 머리 속에 오래 기억에 남게 된다. 책에서는 만화로 구동사의 이미지를 그려보라는데 만화에 구동사를 분석한 내용이 합쳐지니 확실히 시너지가 일어나서 조금 이해와 암기가 잘되는 것 같다.

말했듯이 책에 나오는 단어와 부사, 전치사 그 자체는 특별히 어려운 게 없어서 아마 누구나 이미 다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특별히 단어를 외울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알고 있는 것을 조합해서 새롭게 조동사의 형태로 그 뜻과 쓰임만 익히면 될텐데 일단 책이 어렵지가 않아서 술술 익히다보니 게으르지만 않다면 적어도 난이도의 벽에 가로막혀 중간에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학습체크표가 나와 있는데 4회 반복을 하라는 것 같다. 가볍게 술술 읽으면서 4번 정도 정독하면 아마 어렵지 않은 내용이라 저절로 머리 속에 쏙쏙 들어올 것 같다. 기본 중의 기본이 되는 구동사라서 우선 이정도만이라도 알아두면 분명 도움이 될 것 같다. 이걸 기반으로 더 많은 구동사를 공부하고 동사의 다른 구동사까지 익혀간다면 의미있는 공부가 될 수 있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주얼 서바이벌 가이드 - 재난에서 나와 내 가족을 지키는 생존의 기술
가자마 린페이 지음, 신찬 옮김 / 시그마북스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언젠가부터 자연재해와 재난 상황이 전지구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했다. 지진, 화재, 싱크홀, 침수 등 대규모 재난과 전쟁의 위험까지 한반도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말이 꽤 오래전부터 들리고 있다. 그래서 정부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대비하겠다고 뒷북을 두드리고 있는데 그것과는 별개로 서바이벌 키트를 준비한다던지 재난 상황에서의 기본적인 서바이벌 지식을 미리 습득하는 등의 개인적인 차원에서의 대비도 필요하다. 이런 예기치 못한 재난 상황이 닥치면 패닉에 빠지게 되고, 준비가 되어있지 못하면 그만큼 재난 상황에서의 생존확률이 줄어든다. 평소 이런 생존에 관련된 지식을 알고 있고 준비가 되어있어야만 뜻밖의 극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우왕좌왕하지 않고 자신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것이다. 굳이 이런 것까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정작 위기가 닥친 이후에는 이미 늦다. 재난에서 나와 내 가족을 지킬 수 있는 준비를 미리 해두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요즘이다.

[비주얼 서바이벌 가이드]는 뜻밖의 극한 상황에서 위기를 피하고 살아남기 위한 생존 기술의 모든 것을 담아 놓은 가이드북이다. 책의 제목에서도 보이듯이 이 책은 "비주얼"에 많은 공을 들였다. 보통 이런 류의 책들은 현장감과 사실감을 높이기 위해 참조 이미지를 사진으로 설정하고 설명을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사진은 현실성과 생생함이 있지만 이상하게도 직관성과 시각적 명료성은 많이 떨어진다. 그래서 설명하는 상황이나 과정 등을 알아보기 힘든 경우가 많다. 특히 로프를 묶는다거나 뭔가를 조립하는 설명 같은 경우는 사진을 봐도 이해하기 어려운 일도 많다. 그런데 여기서는 깔끔한 일러스트로 설명을 해놓아서 현실의 복잡한 정보를 단순화해서, 본질적인 요소만 강조되니 직관성과 가시성이 매우 높아지며 설명이 없더라도 이미지만으로도 내용이 이해가 되니까 설명하고자 하는 핵심을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책은 총 3개의 파트로 되어 있는데 재난이 발생했을 때 목숨을 잃지 않도록 몸을 지키는 직접적인 방법인 셀터를 만들고, 식수와 식량을 구하고, 불을 피우고, 응급처치를 하는 생존 기술편, 그리고 생존할 수 있는 상황을 마련한 후 구조대가 올 때까지 무사히 버틸 수 있는 서바이벌 기술을 알려주는 생존 후 기술편, 마지막으로 앞선 기술 들을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로프와 칼 사용법을 알려주는 매일 연습하는 기본 기술편으로 나뉜다. 살아남기 위한 가장 중요한 서바이벌 테크닉은 다섯가지인데 셀터 구축, 식수, 불, 식량 확보, 응급처치이다. 1장 생존 기술에서는 이 핵심 기술 다섯가지를 각각의 챕터로 나누어서 소개하고 있다. 보통 사람은 물이 없으면 며칠밖에 살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조난이나 재난 상황에서는 식수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의외로 여기서는 셸터를 더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아마 나같은 아마추어들은 식수와 식량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되지 상대적으로 셸터는 크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잠이야 아무 곳에서나 자면 되고, 여름이나 춥지 않는 기간에는 노숙을 해도 괜찮을 거라는 생각도 있고, 오히려 괜히 셸터를 만드느라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보다 힘들게 셸터를 만들지 않고 에너지를 아끼는 것이 낫다는 생각도 있다. 하지만 의외로 책에서는 셸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물과 음식은 먹지 않더라도 당장 죽진 않지만 저체온증에 장시간 노출되는 것은 물과 음식을 먹지 않는 것보다 훨씬 위험하기 때문인 듯 싶다. 저체온증은 꼭 겨울에만 걱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비에 젖은 채 행동하거나 얇은 옷을 입고 찬 바람에 장시간 노출되거나 물에 접촉해 있거나 그외 여러 상황에서도 저체온증을 겪을 수 있고, 이로 인해 자칫 잘못하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안전한 셸터를 확보해서 비나 바람을 막고 수면 시에도 체온을 뺏기지 않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 무인도나 정글 체험을 하는 예능 방송에서도 가장 먼저 가자말자 에너지가 있을 때 하는 일이 집을 짓는 일인데 그만큼 셸터의 확보가 중요한 일인 것 같다.

다음으로는 식수를 확보하는 기술을 알려주는데 불필요한 디테일을 걷어내고 복잡한 정보를 단순화시킨 일러스트를 통해 설명하고자 하는 내용들을 상당히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이미지로 설명을 해 놓았다. 이런 서바이벌 테크닉에 관심이 많아서 책이나 인터넷을 통해 가끔 찾아보는데 보통 식수를 만드는 서바이벌 테크닉은 몇가지로 정해져 있다. 사실 어느 책이나 비슷한 수준의 방법을 설명하는데 여기서는 보지 못한 방법도 나와 있어서 몰랐던 기술까지 배울 수 있었다. 불피우는 방법도 못보던 기술이 몇개 있는데 사실 예능 방송을 보면 실제로 불을 피우는 작업은 책에서 한페이지로 설명해놓은 것과는 다르게 몇시간씩이나 걸릴만큼 어려워서 막상 이런 건 직접 해보지 않으면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식량을 구하는 방법과 응급처치를 하고, 조난 신호를 보내는 방법까지 나와있어서 이런 건 상식처럼 알고 있으면 좋을 것 같다.

2장은 조난 상황이 길어졌을 때의 대비법 정도로 볼 수 있겠다. 1장에서는 식량을 구하는 법 즉, 야생식물이나 나무열매를 채집하고, 낚시를 해서 식량을 구하는 방법을 아려줬고, 2장에서는 1장에서 확보한 재료들로 음식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준다. 말하자면 쿠킹타임. 전기와 가스가 없는 상태에서 요리를 하기 위한 요리 도구를 만드는 법과 요리를 하는 법, 그리고 운반용 가방이나 트레이를 만드는 법, 조명만들기, 구명용품 만드는 법을 알려준다. 여기서 알려주는 테크닉들은 꼭 재난이나 조난 상황에서가 아니라 요즘 많이 하는 캠핑 등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기술들이라서 알아두면 여러모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애초에 캠핑이란게 문명을 벗어나서 야생과 생존을 체험하는 것인만큼 실제로 캠핑을 가면 이런 서바이벌 테크닉들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책에서 여러 서바이벌 테크닉을 배워두면 더 멋진 캠핑을 즐길 수도 있겠다.

3장에서는 챕터 소제목처럼 익히는데 조금 시간과 연습이 필요한 테크닉이지만 앞의 생존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어쩌면 반드시 알고 있어야하는 테크닉이다. 직접 셸터를 만들고 도구를 만들어 활용하기 위해서는 로프로 묶고 연결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신발끈을 묶듯 나비 묶기 만으로는 이런 여러 서바이벌 테크닉들을 백업할 수 없다. 로프로 매듭짓고, 연결하고, 고리를 만들고, 고정하는 등 활용방식에 따라 로프를 묶는 법도 다 다른데 이런 건 미리 손에 익게 연습해두지 않으면 구현하기 어렵다. 그래서 취미생활처럼 매일 한번씩 로프로 매듭을 묶고, 고정하고 하는 것들을 한번씩 해보며 손에 익혀두면 꼭 생존을 위해서가 아니라도 일상 생활 속에서도 쓰임이 있을 것 같다. 로프 활용법과 함께 칼을 사용하는 법도 나오는데 칼을 사용하면서 다치지 않기 위한 주의사항과 활용법 등이 소개되어 있다. 이건 매일 연습을 할 순 없겠지만 적어도 눈으로라도 방식을 봐두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생존배낭 싸는 법도 나오는데 여러 가지 재난상황에 대비해서 미리 이런 생존배낭을 하나 만들어서 비치해놓으면 좋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는데 굳이 큰돈 들여서 생존배낭 풀세트를 사는 것보다 꼭 필요한 것 위주로 하나씩 준비해서 여분의 가방에 준비해두면 비용적으로도 큰 부담없이 생존배낭을 구비할 수 있겠다. 이 책에서 또 한가지 좋은 점은 다이소 제품을 이용하는 테크닉이 많다는 점이다. 비용 이야기를 했지만 사실 이런 생존배낭 같은 거나 서바이벌 용품은 몇 번이나 쓸지도 모르는데 비싼 돈을 들여 사놓는 게 사실 좀 부담이 된다. 그런데 다이소 등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생존 및 재난 용품 목록을 알려줘서 이런 점은 좀 현실적이라 매력있다. 설명도 깔끔하고 일러스트도 눈에 잘 들어와서 설명이 쉽다. 너무 어렵고 복잡하고 전문적인 기술까지 세세하게 설명을 하는 것보다는 전문가가 아니라도 따라할 수 있는 필수 기술 정도만 수록해놓아서 접근성도 높다. 서바이벌 테크닉에 관심이 있다면 입문용으로 좋을만한 가이드북이다.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말고 가볍게 재난상황이 아니라 마치 캠핑을 위한 준비라고 생각하고 미리 이런 생존 기술을 알아두면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괴담 - 고이즈미 야쿠모 작품집
고이즈미 야쿠모 지음, 김민화 옮김 / 보더북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얼마전 일본의 아주 유명한 괴담 중 하나인 카사네가후치를 각색한 영화를 봤는데 관심이 생겨서 영화의 소재가 된 해당 괴담의 원래 내용은 어떤지 구글링 해봤지만 간략하게 줄거리를 요약한 내용만 있었고, 정확하게 그 이야기 전체를 읽을 수 있는 곳이 없어서 좀 아쉬웠다. 이렇게 일본에서 만들어지는 영화, 드라마, 만화 같은 컨텐츠 중엔 일본 전통 괴담을 소재로 활용하는 경우가 꽤 많은데 괴담 자체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컨텐츠도 많고, 괴담의 캐릭터나 이야기를 핵심 소재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예컨데 앞서 말한 영화 괴담이라던지, 만화 김전일처럼 괴담을 모티브로 살인을 저지르는 에피소드가 만들어진다던가 하는 식이다. 물론 오리지날 괴담을 몰라도 그런 컨텐츠를 소비하는데 어려움은 없으나 그런 걸 보고 있으면 원래 괴담의 내용을 알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일본은 괴담의 천국이라 불러도 좋은만큼 온갖 괴담과 도시전설이 넘쳐나는데 최근의 괴담들은 많이 알지만 의외로 예로부터 전해지는 전통 괴담은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괴담: 고이즈미 야쿠모 작품집]은 고이즈미 야쿠모라는 양반이 쓴 괴담 모음집이다. 고이즈미 야쿠모는 원래 그리스 출신인데 기자 신분으로 일본에 건너왔다가 일본에 매료되어 일본여자와 결혼을 하고 귀화하여 고이즈미 야쿠모란 이름의 일본인이 된 후, 일본 전역의 괴담을 수집하여 이야기책으로 엮고, 영어로 번역하여 서양에 소개하며 서양에 일본을 알린 작가라고 한다. 이 양반이 쓴 책 속의 이야기들은 당시 이미 하나의 완성형으로 전해지던 괴담을 수집하여 단순히 책의 형태로 모은 것이 아니라, 구전되던 괴담을 모티브로 나름대로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어 괴담으로 재창조했다고 보면 되겠다. 그리고 이야기를 새롭게 창작하고 각색하는 과정에서 외국인의 시각에서 본 일본의 특이한 문화와 전통 같은 정서, 예컨데 가부장적 사고라던지 미신 같은 것들이 들어갔다고 한다. 아마도 관찰자로서 일본인을 관찰하고 이해하며 일본인의 정서를 이야기에 녹여내었기 때문에 오히려 순혈 일본인은 발견하기 어려웠을 일본의 정신과 사상을 담아낼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한다.


이 책은 야쿠모의 여러 괴담집 중 가장 유명한 "괴담"에서 8편, "골동"에서 5편을 뽑아서 총 13편의 이야기를 모아놓았는데 책 제목이 괴담이라서 글로 써놓으니 좀 헷갈린다. 아무튼 이야기들은 굉장히 짧은 단편으로 되어 있다. 이야기가 길지 않다보니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고, 가볍게 읽을 수 있어서 크게 부담이 없다. 괴담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사실 그렇게 무섭다거나 으스스한 내용은 없다. 전설의 고향스러운 너무 구닥다리 이야기라서 그런지 요즘 사람들의 눈에는 전혀 무섭다는 느낌이 없고 그냥 아이들이 보는 옛날 옛적 동화 같은 느낌이다. 이야기를 보면 의외로 한국의 괴담, 한국의 전설과 유사한 것들이 굉장히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각각의 나라에서 독자적으로 전설과 괴담이 만들어졌는데 애초에 한국과 일본의 정서가 유사하다보니 그것이 우연히 비슷한 내용으로 탄생이 된 것인지, 아니면 일본의 이야기를 우리가 차용해서 현지화를 거쳐 국산 괴담이 만들어졌는지 그것까진 알 수가 없지만 아무튼 꽤 비슷한 이야기가 많이 있고 그래서 생각보다 낯설지가 않다.


너구리는 우리나라의 은혜 갚은 까치나 은혜 갚은 호랑이와 유사한 이야기로 이 외에도 여러가지 것들이 은혜를 갚는 모든 형태의 이야기는 다 하나의 유사 장르로 볼 수 있겠다. 동물이 인간의 은혜를 기억하고 보답한다는 핵심 내용은 한국과 일본 공통의 정서인 듯 싶다. 아니면 이런 괴담은 뭔가 메세지를 주려고 만들어졌는데 그 전하고 싶은 메세지, 가령 어려운 사람을 도우라거나 은혜를 갚으라는 식의 메세지를 전하기 위해 이솝우화처럼 동물을 차용하여 만들다보니 양국의 괴담이 비슷해진 것일수도 있겠다. 설녀와 로쿠로쿠비는 영화나 애니 같은데서도 많이 나오는 인기 캐릭터다. 아마 일본 컨텐츠를 많이 접한 사람은 이들을 형상화 한 이미지를 많이 봤을텐데 근데 괴담 이야기 자체는 모르고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오리지널 괴담은 이번에 책을 통해 처음 접했는데 의외로 굉장히 심플하고 어디선가 들어본듯한 내용이었다. 전체적으로 불교의 윤회사상에 기반하고 있는 이야기가 많은 점에서 확실히 서양인의 눈으로 썼지만 일본이라는 동양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