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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무기 도감 - 웹툰, 웹소설, 게임 시나리오의 캐릭터와 스토리를 풍성하게 하는 무기 350가지 ㅣ 창작자의 작업실 2
환상무구연구회 지음, 구수영 옮김 / 제이펍 / 2024년 10월
평점 :

중세를 배경으로 한 영화나 판타지 영화를 보면 현대의 전장에서는 사용되지 않는 이런저런 무기가 나오는데 그 중에는 꽤나 독특하고 신기하게 생긴 것도 많다. 무기의 종류나 형태에 따라 사용법도 전부 다르고 그래서 그 무기를 이용한 액션 장면 또한 개성있게 변하게 된다. 특히 홍콩 영화 중에 이런 독창적인 무기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가 많은데 십팔반무예나 오둔인술, 혈적자, 오랑팔괘곤 같은 영화를 보면 다양한 무기를 활용한 재미있는 액션을 즐길 수 있다. 또 소설 삼국지연의에서도 무장들마다 사용하는 무기가 다 다른데 여포의 방천화극, 관우의 청룡언월도, 장비의 장팔사모, 전위의 쌍철극, 조조의 의천검과 청강검 같은 무기들은 스토리라인에서도 중요하게 활용되는 아이템으로 게임 등에 등장할 때는 꼭 그 무기를 쥐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지며 그 캐릭터에게 개성을 더해준다. 이처럼 매력적인 무기는 캐릭터나 영화에 재미와 개성을 살려주는 중요한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다. 게임 속에서는 무기가 아이템의 필수 요소처럼 사용되면서 소설이나 영화에서보다 훨씬 더 많은 매력적인 무기가 나오며 캐릭터와 시나리오를 풍성하게 해준다.
[세계 무기 도감]은 동서양을 막론한 전세계의 역사 속 350가지 실제 무기들을 총망라해놓고 그 무기들의 배경과 디테일을 정리한 무기 사전이다. 일단 책의 취지는 웹소설이나 웹툰 작가, 게임 시나리오 작가를 위해 캐릭터를 구축할 때 캐릭터의 개성과 이야기의 개연성을 만들어 주기 위한 무기의 아이디어를 제공한다는 것인데 세계관에서 벗어나지 않고, 캐릭터와 어울리고, 이야기를 재미있게 이끌어 갈 수 있는 무기를 이 책에서 골라보게끔 세상의 모든 무기를 모아놨다는 개념이다. 그런데 꼭 창자자가 아니더라도 그 자체로 재미있고 흥미롭게 책을 읽을 수 있다. 특히 게임을 하거나 영화를 많이 보는 사람이라면 게임이나 영화 속에 나왔던 무기를 발견하는 재미도 있고, 무기의 배경과 디테일을 알게 됨으로서 그동안은 몰랐던 캐릭터에 대한 디테일을 찾을 수도 있고, 스토리에 대한 이해도 조금은 깊어질 수 있겠다 싶다. 그런데 꼭 이런 이유가 없어도 앞서 말했듯이 그냥 단순히 그 자체만으로도 꽤나 재미있다.
사람 죽이는 무기를 재미있고 흥미롭다고 말한다고 해서 무슨 폭력적인 사람인 것은 아니다. 현실에는 볼 일이 없는 이러한 무기들은 게임이나 소설 속 아이템처럼 구경하는 것에 재미를 느낄 뿐이다. 이 책은 마치 어릴 때 학교 앞 문방구에서 팔던 OO대백과 스타일로 되어 있는데 이런 식으로 하나의 아이템에 대해 쭉 정리해 놓은 책을 읽는 그 자체가 재미있는 것이다. 책은 도검, 단검, 장병기, 타격 무기, 원거리 무기, 특수 무기의 총 6 챕터로 분류해놓고 분류에 맞게 무기의 일러스트와 재원, 배경 등을 정리해 놓았다. 한쪽 페이지에는 설명이 있고, 다른 쪽 페이지에는 일러스트가 한면을 다 차지하고 있는데 그만큼 무기의 도안과 디자인에 신경을 썼다고 하겠다. 일러스트 그림은 비교적 디테일하게 되어 있는 편이라서 문양이나 음각 같은 것도 세밀하게 묘사가 되어 있다. 모든 무기 일러스트에는 바로 옆에 사이즈를 기재해서 실제 무기의 크기를 가름하게 해놓은 점도 작가나 디자이너에게는 참고가 될 것 같다. 다만 컬러는 아니라서 실제 무기의 느낌을 확실하게 느낄 수 없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그리고 해당 무기의 확장형이랄까 변형된 모습은 텍스트로만 설명을 해서 구체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없는 점도 조금 아쉽게 느껴진다.
길이, 중량, 시대, 지역에 대한 4가지의 기본적인 정보와 탄생 배경, 사용법, 역사적 맥락에서 무기의 의미와 역할 등의 구체적인 설명이 나오는데 구체적이라고 말하기엔 조금 설명이 짧게 느껴진다. 하긴 이런 구식 무기들은 특별히 사용법에 대해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부분 이외의 설명만으로 놓고 보면 물론 설명이 부족하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오히려 너무 글이 길지 않아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점이 좋다고도 할 수 있겠다. 한 페이지에 2~3점의 무기가 수록되어 있는데 꼭 비슷한 종류나 같은 카테고리의 무기별로 정리해 놓지는 않았다. 가령 긴 무기인 장병기 파트를 보면 창류, 도끼류, 봉류 이런 식으로 묶어 놓은 것이 아니라 다 뒤섞여 있는데 가나다순이나 알파벳순도 아니고 무기가 만들어진 연도순이나 국가별로 정리한 것도 아니라 어떤 맥락으로 나열했는지는 모르겠다. 별로 상관은 없지만 어떤 순서로 정리를 한 건지 궁금하긴 하다. 왜 이런 말을 하냐면 기본형의 무기가 있고 거기에서 일부 개량이 되거나 변형되어 나온 파생형 무기가 있는데 가능하면 무기트리에 따라 정리해 놓았으면 무기가 발전하거나 개량되어 가는 과정을 이해하기 쉬웠을 것 같아서 그렇다.
구식 무기라고 하면 칼, 창, 도끼 같은 휘두르고 찌르는 단순한 형태의 무기가 먼저 떠오르는데 책에는 어떻게 다루는지 활용 방식이 잘 떠오르지도 않는 특수 무기도 많이 소개되고 있다. 게임이나 영화에서 볼 수 있던 특수 무기인데 이런 특수 무기는 일본과 중국제가 많았다. 이런 특수한 몇몇 무기를 제외하면 비슷한 유형의 무기들은 전세계에서 공통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런 중에도 각 나라별로 독특한 구조나 형태를 취하고 있어서 그 나라에서 그런 무기의 형태가 나오게 된 배경을 알아보면 꽤 재미있다. 인터넷만 찾아보면 이런 무기들에 대한 정보는 쉽게 찾아볼 수 있고, 설명도 책에 나온 것보다 더 자세하게 접할 수 있다. 그렇게만 생각하면 굳이 이 책이 필요있나 싶겠지만 이렇게 다양하게 구식 무기를 총망라해서 모아놓은 곳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워서 아카이브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고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