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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풍습 - 제대로 알고 싶은 ㅣ 한 권으로 끝내는 인문 교양 시리즈
양지영 옮김, 치바 코지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0월
평점 :

일본 영화나 드라마, 만화 등을 보면 일본의 풍습에 관한 내용이 굉장히 많이 등장한다. 특히 여름이면 유카타를 입고 불꽃놀이를 하거나 새해참배를 가고, 기모노를 입고 성인식에 참석하는 장면 등은 엄청 자주 볼 수 있다. 또 춘분날 콩을 던지면서 귀신을 쫓는 장면 같은 것도 가끔 보이는데 이렇게 일본에서는 때가 되면 자신들만의 독특한 풍습을 즐기며 명맥을 이어가는 것 같다. 반면 한국에서는 최근 들어서는 예전 풍습들이 많이 사라지고 있는데 정월대보름에 쥐불놀이를 하거나 단오날 창포물에 머리를 감는 등의 세시풍속은 거의 사라졌다. 애초에 설날과 추석을 제외하면 크리스마스와 할로윈 외에 특별히 모여서 즐기고 뭔가를 하는 명절 자체가 없는 것 같다. 한국의 상황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일본의 풍습은 여전히 그들의 일상에 깊게 뿌리내려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런 일본만의 독특한 풍습을 알고 이해한다면 일본과 일본문화를 조금 더 잘 알게 되는 일이 될 것이다.
[제대로 알고 싶은 일본의 풍습]에서는 가깝고도 낯선 일본의 풍습을 소개하고 있다. 앞서 일본의 풍습을 언급하면서 새해참배, 성인식, 춘분 같은 명절이나 특별한 날을 예로 들었는데 그 이유가 풍습이라는 것을 특별한 날에 하는 어떤 이벤트 정도로만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풍습이라는 것은 꼭 명절날의 이벤트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는 습관이나 문화와 관련된 풍습도 있고, 또 인생의 중요한 시기를 관통하는 통과 의례나 관혼상제와 관련된 풍습도 있었다. 말하자면 풍습이라는 것의 개념을 생각했던 것보다 확장된 개념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책의 저자는 인생은 풍속으로 시작하고 풍속으로 끝난다고 말을 하는데 이렇게 생각하면 이 풍습이란 것 안에는 일본인의 정신과 삶이 깊게 배어있는 일본인의 일본의 문화 그 자체라고도 하겠다.
책은 총 다섯파트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시간순으로 각 계절에 따른 풍습과 인생의 사이클에 따라 찾아오는 의례에 대한 풍습 그리고 선물이나 편질을 주고받을 때와 식사할 때 등의 상황별 풍습을 소개해놓았다. 계절순으로 정리를 해놓은 점이 좋았는데 일년의 시간을 살아가면서 일본인들이 접하게 되는 풍속과 문화는 어떤 것인지 알게 되어서 그들이 살아가는 라이프스타일, 일상의 흐름을 느낄 수 있어서 좀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각 계절 파트의 시작에 월별 행사와 명절이 달력처럼 나와 있고, 각각의 이벤트는 이후 세부적으로 설명을 하고 있다. 보통 일본의 명절이나 풍습 등을 설명해놓은 책은 많아도 이렇게 달력처럼 시기별로 정리해놓은 건 못봤는데 이렇게 계절별, 시간별로 정리를 해 놓으니 일목요연하게 눈에 들어온다. 또 각론에서는 일러스트로 해당 풍습을 디테일하게 설명하고 있어서 직관적으로 쉽게 이해가 되게 구성되어 있다. 사진보다 이미지의 특징을 잡아낸 일러스트를 차용함으로서 이해를 돕는 측면이 있다.
글을 쓰는 11월 2일은 '도리노이치'라고 하는 날로 사업번창을 기원하는 마츠리가 열린다고 한다. 축제는 삼일에 걸쳐 열리는데 이 축제의 명물이 여러가지 장식으로 꾸민 구마데 즉, 갈퀴이다. 도리노이치에 대해서는 몰랐고, 구마데라는 명칭도 몰랐지만 구마데의 모습은 일본 사이트를 들락거리다보면 자주 볼 수 있었다. 여기에 이런 뜻이 있었다는 걸 알고 나니 예전엔 그냥 보고 말았는데 이제부턴 그 의미를 되새기며 꼼꼼하게 보게 될 것 같다. 11월에는 풍습의 날이 많지 않은데 한해가 끝나는 12월과 새로운 해가 시작되는 1월에는 역시 많은 행사, 이벤트가 있다. 12월에는 연말 대청소나 새해 준비 그리고 1월에는 1년 동안의 행운을 가지고 오는 신을 맞이하고, 성년식을 하기도 하는 중요한 행사가 많이 있다. 이렇게 월별로 일본사람들이 하는 행사와 이벤트를 쭉 나열해서 보니 상당히 재미있고 일본인의 한해는 어떻게 흘러가는지가 그 맥락이 보여서 흥미롭다.
인생에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다양한 인생의 순간이 있고 그것을 통과의례라고 부르는데 출산과 성장, 입신출세, 불로장생 등 인생의 중요한 포인트가 되는 매 순간 일본인들은 신과 부처에게 복과 행운을 기원한다. 인생은 말 그대로 풍속으로 가득 차 있고, 그 퐁속은 자손대대로 계승되고 지켜오고 있다. 그래서 일본인이 일생에 걸쳐 거쳐가는 풍속을 알고 이해하는 것은 일본인의 정서와 삶을 알게 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인생의 달력이 나와있는데 탄생에서부터 20살 성인이 되기까지의 20여년 동안에 많은 풍속 포인트가 잡혀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에서는 100일과 돌, 그리고 학교에 입학하고 성년이 되는 정도 밖에는 크게 통과의례라고 부를 만한 것이나 축하하고 기념하는 날이 없는데 일본에는 꽤 많은 날들이 있는 걸 알 수 있다. 그만큼 일본인의 삶에 풍속이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경조사를 챙기는 건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지만 디테일한 문화는 당연히 차이가 있다. 이런 디테일한 차이를 몰라서 성의를 보이고도 오해를 받게 되는 일도 있다고 들었는데 책에는 선물예절과 편지예절, 식사예절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어서 실제로 일본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사람에겐 도움이 될 것 같다. 워낙 격식과 형식을 따지는 사람들이라서 편지를 쓸 때도 계절에 맞춰 안부 인사, 용건에 따라 첫 문장과 끝 문장 등의 내용이 달라진다고 한다. 또 경칭도 세부적으로 나뉘어져 있어서 각각의 상황에 맞게 써야한다. 선물 예절도 상황에 맞춰서 장식을 다는 풍습이 있는데 이런 걸 모르면 상황에 맞지 않는 예절에 어긋나는 행동을 할 수도 있으니 알아두면 좋겠다. 그리고 일본 사람들은 얼마나 이런 겉으로 보이는 격식을 중요시 하는지 다시 느끼게 된다.
한국에서는 점점 예전 풍습이 사라지고 있는데 일본에서는 이런 복잡한 풍습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외국인의 눈에는 독특하고 재미있는 풍습으로 느껴지며 기회가 되면 한번쯤 체험하고도 싶어진다. 일본인의 삶이 녹아있는 독특한 풍습을 총망라하여 살펴보니 꽤 재미있고 일본인의 생활을 조금 더 알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할만하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