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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는 척하기 - 잡학으로 가까워지는
박정석 지음 / 반석북스 / 2024년 12월
평점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상투적인 표현을 많이 사용하는데 생각해보면 정말 이 말이 꼭 맞는 것 같다. 나름 일본어 공부를 꽤 오래 했고, 일본 영화나 일드도 좀 보는 편이라 일본이란 나라가 그다지 낯설지는 않지만 정작 일본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지 못하고 먼나라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렇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 어느 때보다 일본 여행을 많이 가고, 일본의 문화를 많이 소비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일본의 역사, 사회, 문화, 정서 등 다방면으로 깊이 있게 알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일본이란 나라를 알기 위해 뭔가 전문적이고 깊이있는 학문적인 책을 읽고 싶은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까지 본격적으로 공부씩이나 하면서까지 알고 싶진 않고 우리가 원한는 것은 가볍게 일본이란 나라의 이모저모에 대해 알아뒀다가 어디가서 아는 척 할 수 있는 수준의 내용을 원하는 것이다.
[잡학으로 가까워지는 일본 아는 척하기]는 가벼운 잡학으로 일본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서 어렵지 않게 일본에 대한 잡다한 상식과 지식을 쌓아서 어디 가서 일본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아는 척하며 지적 대화를 할 수 있게 해주는 실용적이면서도 재미있는 책이다. 또 일본 여행의 수요가 많은 요즘 아는 만큼 보인다는 구호처럼 여행을 떠나기 전 일본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떠난다면 그동안 보이지 않던 일본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기에 일본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잡학이라는 형식을 취한 또 한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일본과는 과거의 역사적 문제가 현재진행형으로 남아있기 때문에 일본에 대해 공부한다고 하면 심리적으로 조금은 껄끄럽고 거부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일본을 조금 깊게 파헤치면 반드시 한일관계가 나올 수 밖에 없는데 그런 이념적인 무거운 주제는 잠시 접어두고 가벼운 잡학으로 일본을 알아가자는 의미도 있는 것 같다.
책은 총 6장으로 1장에서는 왜 일본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지와 한일관계에 대한 저자의 짧은 단상을 서술해놓았다. 과거 역사문제가 청산되진 않았지만 지금의 한국은 문화적으로 일본을 뛰어넣었고 세계를 주도해가는 입장에서 시대가 바뀌고 세대가 바뀐만큼 미래지향적으로 이웃나라 일본과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자는 뭐 그런 내용들이다. 그리고 2장부터 본격적으로 일본의 잡학사전이 시작되는데 각 챕터별로 일본에 대한 문화 역사 사회 정서 등의 잡학, 양국의 혐한과 반일정서, 일본 내의 한국인 같은 다양한 내용이 소개된다. 근데 가만 보면 1, 3, 5장은 한국이나 한국인과 관련된 내용들로 이루어졌고 2, 4, 6장은 일본에 대한 내용으로만 구성되어진 걸 알 수 있다. 역시 한일관계의 특수성 때문에 일본에 대해 이야기 할 땐 한국에 대한 이야기가 빠질 수 없나보다. 책에서 다루어지는 한국, 한일관계는 슬픈 과거의 회고가 아니라 과거에서 파생된 현재의 변화된 상황과 관계이고, 반일과 혐한이라는 이념을 벗어나서 객관적인 입장에서 일본을 반면교사 삼아 배울 점은 배우자는 뭐 그런 입장인 것 같다. 그래서 한일관계와 일본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면서 나오는 듯 싶다.
일본과의 관계에 대한 평가는 개인마다 다 다르고 각자의 생각이 있을테니 저자의 생각과 입장을 여기서 옳다 그르다 말하는 것은 불가할 것 같고, 실제로도 책에서 흥미롭고 재미있었던 부분은 한일관계에 대한 이야기보다 몰랐던 일본에 대한 재미있는 잡학을 늘어놓은 챕터들이었다. 일본인의 정서적인 바탕이 되는 정과 칼의 문화, 신불습합과 다종교 신앙관. 그리고 일왕의 존재, 벚꽃과 국화, 사무라이 할복 같은 다양한 흥미로운 주제들은 일본인의 사상과 정서를 조금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저자가 하나의 문화라고 소개한 "스미마셍"이라는 독특한 언어적 문화와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와 일본에서 금지되는 행동과 언어 등에 대한 내용이 가장 재미있었다. 이 두 파트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일본인들이 매너와 배려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인데 그 배려라는 것이 한국인의 정과는 결이 많이 달라서 당황스럽게도 느껴진다. 역시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생각된다. 내용들은 두어장으로 짧은 편이라 부담없이 가볍게 읽기 좋은데 읽다보면 재미있어서 좀 더 길게 이야기를 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특히 저자가 일본에서 직접 겪었던 에피소드들이 재미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