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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레시피 - 뻔한 식사가 지겨울 때 만나는 특별한 한 끼의 즐거움
김다정 지음 / 한빛라이프 / 2024년 12월
평점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유튜브나 인스타, 틱톡 등 sns에서 유행하는 먹거리들이 있다. 작년에만 해도 점보라면, 요아정, 탕후루, 두바이 초콜렛 등 달마다 유행하는 음식이 바뀌었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소위 크리에이터나 인플루언서들이 새로운 영상을 찍기 위해 날마다 이런 것만 연구하는 것 같다. 너무 유행이 빠르고 순식간에 지나가서 나처럼 sns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사람은 그런게 있는지조차도 모르지만 MZ 사이에선 트랜드처럼 확 떠올라서 방송을 보고 자신들도 따라서 찾고 먹어보고 난리도 아닌 것 같다. 이런 핫한 음식들 중엔 탕후루나 요아정, 하이볼처럼 판매되는 제품이 아니라 본인이 직접 만들어서 먹는 요리 형식의 음식들도 많은데 주로 어느 방송에 나왔거나 유명인이 만들어서 유명해진 레시피가 많은 듯 싶다. 이 역시 해당 방송을 안 보고, sns를 하지 않으면 그런 게 유행하는지조차 모르게 된다. 탕후루나 두바이 초콜렛 같은 것들은 그걸 사기 위해 편의점을 찾아다니고 줄을 서고 오픈런을 해야 해서 별로 관심이 안 가지만 직접 만들어서 먹는 음식류는 어떤 맛이길래 그렇게 난리를 치고 유행을 하는지 궁금해서 한번쯤 만들어서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요즘 레시피]는 말 그대로 요즘 SNS에서 화제가 되는 음식의 레시피를 모아놓은 레시피북이다..고 생각하게 된다. 당연히 책 타이틀만 보면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고 책 표지에도 "SNS 화제의 최신 인기 요리 99가지"라고 떡하니 써있어서 이걸 보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지금 SNS상에서 유행 중인 음식들을 모아놓았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근데 정말 여기 나오는 음식들이 SNS상에서 유행하고 있는 게 맞나? 프롤로그를 보면 모두가 아는 흔한 요리 대신, 저자의 상상력과 아이디어를 꾹꾹 눌러 답은 요리로 가득 채웠다고 소개한다. 엥? 이게 무슨 소리지? 잘 살펴보니 이 책은 지금 SNS상에서 사람들 사이에 널리 유행하는 그런 음식들을 모아놓은 것이 아니라 아마도 그냥 유튜버인 저자가 자기 유튜브 채널에 올렸던 요리 레시피 중 인기 있는 것들을 모아놓은 것인듯 싶다. 혹시나 온라인 상에서 유행 중인 레시피를 자신만의 느낌으로 리뉴얼해서 만들었나 싶어서 몇몇 요리를 검색해보니 아예 그런 건 유행한 적도 없고 애초에 이 책에만 나오는 것도 있었다. 그럼 SNS 화제의 최신 인기 요리라는 건 무슨 뜻인가? 결국 자기 채널에서 화제가 되었다는 뜻인 것 같다. 이런데도 요즘 레시피란 타이틀을 달고 표지에 SNS 화제의 최신 인기 요리라는 문구를 써놓아도 되는 걸까? 정말 혹시나 싶어서 유튜브 채널명이 "요즘"인가 싶어서 검색까지 해봤다. 유튜버 "'요즘'의 레시피"라는 뜻으로도 썼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속은 기분이고 이건 독자를 기망하는 행위라는 생각이 든다. 책을 선택함에 있어서 책의 타이틀이나 책의 컨셉을 규정하는 표지의 설명 문구는 해당 책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정체성을 함축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책의 타이틀과 표지의 설명을 책의 내용과는 전혀 다르게 혹은 오해할 수 있게 해놓았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건 비판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다.
다시 설명해보자. 이 책은 요즘 SNS상에서 유행 중인 핫한 음식 같은 것이 아니라 저자의 유튜브 채널에서 인기가 있었던 음식들을 모아놓은 그런 레시피북이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물론 게중에는 지금 요즘 온라인 상에서 유행하고 있는 핫한 "요즘 레시피"도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그냥 저자의 창작 요리들 모음집이다. 자기 유튜브 채널에서 "화제가 된 인기 요리"를 99가지 소개하고 있는데 다시 말하지만 이런 식의 말장난으로 독자를 속여먹는 듯한 행동은 지양되어야 한다. 아무튼 책에는 여타의 요리 유튜버들처럼 실험적이고 도전적이고 이색적인 음식들이 많이 소개되어 있다. 기존의 음식들에서 조리법이나 재료들을 조금씩 변형해서 새롭게 창조한 퓨전요리라고 부를 수 있는 음식들로 정통 오리지날은 아니지만 형식과 틀에 구애받지 않고 재료와 조리법 등을 획기적으로 변경하여 기존에는 없던 새로운 음식들을 만들어 낸 것이다. 가령 청국장과 파스타, 페퍼로니와 감자전, 카레와 수제비처럼 전혀 어울릴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조합의 아이디어가 꽤나 좋고 두부초밥이나 낫토김밥처럼 재료만 바꾸었을 뿐인데 꽤나 새롭게 신선하게 느껴지는 음식이 만들어지는 것도 상당히 창의적이라 연구를 많이 했구나 싶다. 그리고 맛이 궁금하거나 특이하고 재미있어서 한번 도전해보고 싶어지는 레시피도 꽤 있다.
책은 식사, 대접, 안주, 해장, 반찬, 간식의 총 6파트로 나뉘어져 있는데 비쥬얼적으로도 괜찮고 대부분이 독특하고 신선한 아이디어가 넘치는 약간 백종원식 야메 레시피 같은 느낌이라서 항목의 구분과는 상관없이 전부 손님 접대용이나 파티용 음식으로 꽤 좋아 보인다. 평범한 메뉴보다는 이렇게 특이하고 독특한 메뉴를 내놓으면 센스있다는 칭찬을 받을 수 있을 듯. 모든 레시피는 딱 한장으로 끝낸다. 왼쪽에는 완성된 음식 이미지가 실려있고, 오른 쪽에는 단계별 사진과 조리 과정이 수록되어 있다. 일단 재료 손질하는 부분은 빠져있고, 만드는 과정만 사진으로 나오는데 과정의 사진은 대부분 3~5컷 정도로 되어있다. 아무리 재료 손질 부분은 빠졌다고는 하지만 조리 과정이 짧으면 3컷 길어도 6컷 정도라는 것은 그만큼 과정이 쉽고 간단하다는 뜻이다. 요리 과정이 간단하다는 것은 상당한 장점이다. 아무리 맛있어도 과정이 어렵고 레시피가 복잡하면 따라하기도 어렵고, 힘들게 따라해도 맛을 내기도 어려울 수 있고, 또 복잡하면 아무리 맛있게 보여도 잘 안 만들게 된다. 그런데 레시피가 간단해서 쉽고 간편하게 맛있는 음식을 뚝딱 만들 수 있다면 부담없이 도전하고 요리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이 책처럼 간단한 레시피라는 것은 상당한 강점이다. 각 레시피마다 난이도가 별점으로 매겨져 있는데 우선은 난이도가 낮은 레시피부터 한번 해보면 좋겠다.
앞에서 백종원식 레시피 같다는 말을 했는데 그것처럼 레시피 계량도 백종원식 레시피처럼 밥숟가락과 종이컵으로 계량하도록 해놓았다. 요린이들은 정확히 계량하는 것도 귀찮게 느껴지고 또 자취하는 집에는 계량도구가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렇게 밥숟가락과 종이컵으로 계량을 맞춰놓은 건 아주 좋다. 그리고 요린이를 위해 요리를 시작하기 전에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기초 조리법과 꼭 알아두어야 하는 재료에 대한 정보도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책의 레시피에서도 많이 사용되는 파스타면과 국수면에 대해서도 짧게 설명을 해놓았는데 이런 작지만 깨알 같은 설명들은 요리가 서툰 나같은 똥손들에겐 매우 유익하다. 그래서 각 레시피마다 재료 소개와 조리 과정 소개 외에 요리 과정에 도움이 되는 팁도 따로 수록해서 참고할 수 있게 배치한 것도 매우 도움이 된다. 이런 포인트를 짚어주는 팁이 어찌보면 요리의 맛을 좌우하는 결정적 한방이 되기 때문에 따라서 요리를 할 때 잘 읽어봐야겠다.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으로는 재료들이 평범하다는 것이다. 무슨 소린고 하니 대부분 냉장고에 있을 법한 기본 재료들을 활용하고 있어서 음식 하나 만들려고 괜히 특이하고 비싼 재료를 새로 굳이 사야할 필요가 없고, 냉장고 파먹기 식으로 있는 재료에 맞게 음식을 골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처치 곤란한 오래된 식재료를 해결해서 좋고, 늘 먹던 지겨운 집밥을 벗어나서 흔한 식재료로 색다른 맛을 만들어서 먹는다는 것도 꽤나 매력적이다. 아마 매일 요리를 하고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이라면 이게 얼마나 큰 메리트인지 알 것이다. 책의 타이틀에 속은 느낌이 들었지만 책 자체의 레시피는 만족스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