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재해 전쟁 대비법
우만직 지음 / 서울의샘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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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재난과 재해, 전쟁에 대비한 서바이벌북을 보면, 일본에서 출간된 책들이 많다는 인상을 받는다. 일본은 자연재해가 잦은 나라로, 지진, 태풍, 홍수 등 다양한 재난에 대응하기 위한 지침서들이 풍부하게 존재한다. 그런 책들에서는 일본 특유의 상황과 재난을 고려한 세밀한 대비책들이 주로 다뤄진다. 물론 재난과 재해는 어느 나라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일이지만, 일본 서바이벌북은 그 나라의 지리적 특성과 사회적 환경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경우와는 분명히 다른 점들이 있다. 예를 들어, 일본 특유의 지진 대비 방식은 한국과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설명될 수밖에 없다. 반면, [재난 재해 전쟁 대비법]은 한국에서 한국인이 쓴 책이기에 우리나라의 특성에 맞춰진 실용적인 정보들이 가득하다. 한국의 지리적 조건, 기후, 사회적 환경을 바탕으로 재난 대응 방법과 준비 사항을 제시하며, 한국인이라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연재해와 재난은 누구에게나 예기치 않게 찾아올 수 있는 현실이기에, 이 책이 우리에게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대비책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인상 깊었다.


이 책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재난과 재해에 대한 대비를 두 가지 축으로 나누어 다룬다는 점이다. 하나는 재난이 발생하기 전에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부분이고, 다른 하나는 실제로 재난이 발생했을 때 각 재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 지침이다. 기존의 많은 서바이벌 서적들이 재난 이후의 극한 상황, 즉 문명사회가 사실상 마비된 상태에서 살아남는 법, 예컨대 물을 구하고, 불을 피우고, 식량을 조달하는 생존 기술에 집중해왔다면, 이 책은 그보다는 훨씬 현실적이고 실천 가능한 방향을 제시한다. 실제 재난이 닥쳤을 때 우리가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될 상황은 그런 극한의 생존 환경이 아니라, 당장 어디로 대피해야 할지, 가족과는 어떻게 연락을 유지할지, 어떤 물품을 챙겨야 할지와 같은 현실적인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현실에 기반해, 재난이 오기 전에 준비해야 할 구체적인 항목들과 함께, 지진, 화재, 홍수, 폭염과 한파 등 다양한 재난 상황이 실제로 발생했을 때 우리가 취해야 할 행동 요령을 상세히 안내하고 있다. 단순한 생존 기술이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정보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이 책은 어떤 매뉴얼보다 실질적이고 유용하게 느껴졌다.


이에 따라 책도 크게 네 파트로 나눠볼 수 있다. 1장에서는 ‘필수 생존 준비법’이라는 주제로 생존 가방과 응급처치 키트, 재난 대비 필수 장비에 대해 소개하고, 비상 대피 경로와 계획을 세우는 방법, 재난 상황을 미리 상정해 시뮬레이션하는 과정 등을 다룬다. 단순히 ‘무엇을 챙겨야 한다’는 목록 나열에 그치지 않고, 왜 그것이 필요한지,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어 실제 준비 과정에서 많은 도움이 된다. 2장에서는 ‘자연재해별 대처 방법’을 중심으로, 지진, 태풍, 홍수 및 폭우, 산사태, 폭염과 한파, 번개와 낙뢰 사고, 쓰나미, 가뭄과 산불 발생 등 각종 자연재해 상황에서의 행동 요령을 상세히 안내한다. 재난마다 위험의 양상이 다르기 때문에 그에 맞는 대처법도 달라야 한다는 점에서 이 장의 내용은 특히 실용적이다.


3장에서는 ‘전쟁에 대한 대비책’을 다루고 있는데, 분량 자체는 많지 않다. 아무래도 전쟁이라는 상황이 개인의 힘만으로는 완전히 대비하기 어려운 현실, 그리고 ‘터지면 끝’이라는 비관적 인식이 반영된 탓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본적인 대피 요령이나 피난 경로, 전시 상황에서의 생존 필수품 등은 앞서 다뤘던 자연재해 대비 내용과 연결되며, 전체적인 생존 전략의 일환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이 책은 서두에 체크리스트 형식의 워크북을 함께 제공하고 있어, 비상 가방 구성부터 비상 연락망, 대피소 정보 등을 스스로 정리하고 준비해볼 수 있도록 유도한다. 독자가 단순히 정보를 읽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자신의 삶에 맞춘 재난 대비 계획을 세워보도록 하는 점에서 매우 실천적이다. 책의 구성과 내용을 종합해보면, 《재난 재해 전쟁 대비법》은 단지 재난에 대한 정보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내가 지금 당장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답을 제시해주는 현실 밀착형 서바이벌 가이드북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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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로 센세의 본격 일본어 스터디 중급 5 - 일본의 건축물 마구로 센세의 일본어 시리즈 1
최유리 지음, 나인완 그림 / 브레인스토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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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마구로센세의 본격 일본어 스터디] 시리즈는 초급 학습자가 일본어를 쉽고 재미있게 익힐 수 있도록 구성된 일본어 학습서로, 일본 음식을 좋아하는 마구로센세가 일본 현지에서 다양한 상황을 겪으며 일본어를 배우는 이야기로 진행된다. 일본어를 모르는 마구로센세가 일본 현지에서 여러 상황을 겪으며 음식, 미식, 대중교통 등 일본 여행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상황을 배경으로 일본어와 일본 문화를 배운다는 설정이라 단순한 일본어 학습을 넘어서 일본 문화와 생활 정보까지 함께 배울 수 있는 하이브리드 교재다. 특히 만화를 통해 일본어 학습을 더 쉽고 재미있게 만들어, 일본어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학습자의 몰입을 돕는다.

마구로센세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하나의 테마로 일본어와 일본 문화와 정서를 동시에 배울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어를 배우면서 일본 문화를 함께 체험할 수 있어, 학습자가 일본어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며 실용적인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돕는다. 이번 편에서는 특이하게도 일본의 건축물과 건축가가 테마이다. 보통 대부분의 교재에서는 마구로센세 전작처럼 음식이나 대중문화, 교통, 여행과 같은 놀거리 즐길거리 같은 것을 테마로 삼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렇게 건축물을 메인 테마로 하는 것은 거의 보지 못했다. 건축물을 다룬다고 해도 기껏 랜드마크 정도인데 여기서는 일본을 대표하는 건축가와 다양한 지역에 있는 건축물을 알아보고, 현대 건축의 다양한 특징까지 배워보며 꽤 본격적으로 건축물을 다루고 있다. 아무래도 건축물이라는 주제는 음식이나 문화, 여행 같은 테마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반대로 그동안은 잘 몰랐던 일본 문화의 한 측면을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소재라고 하겠다.

기본 구성은 기존의 마구로센세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우선 그 과에서 다루게 될 내용을 하나의 만화 에피소드로 구성해서 상황을 설명한다. 딱히 만화 그 자체가 재미있거나 하지는 않지만 일단 만화로 되어있다는 점에서 가볍고 부담없이 진입할 수 있어서 좋다. 만화는 무조건 좋다. 아무튼 만화를 통해 그 챕터에서 설명할 내용을 먼저 가볍게 소개한 후 따라나오는 일본어정복 코너에서 본격적인 일본어 강의가 이어진다. 문법 파트에서도 마구로센세와 일본어 도우미 유리링의 대화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마치 수업을 받는 것처럼 설명을 하고 있는 점도 내용을 이해하기가 좋다. 전체적으로 공부라는 느낌이 들지 않게 최대한 쉽고 가볍게 접근할 수 있게 구성한 것이 특장점이라고 하겠다. 문법 강의가 끝나면 연습하기 코너로 문제를 풀어보며 앞에서 배웠던 내용들을 다시 한번 확인하며 복습할 수 있게 구성이 되어 있다. 그리고 만화 본편과 일본어정복 문법 공부 사이에 이번 편의 테마인 건축물을 소개하는 일본통 되기! 코너가 들어가 있다.

이번 편은 중급 두번째 시간으로 조건형과 사역형, 수동형, 사역수동형에 대해 다룬다. 아마 많은 일본어 학습자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이 이 사역과 수동, 사역수동 그리고 조건 파트일 것이다. 실제 회화에서도 문장을 만들기가 어렵고, 시험에도 많이 나오는 문법이라서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데 마구로센세에서는 대화체 형식으로 비교적 쉽게 설명을 해놓았고 글박스를 활용하여 체계적으로 정리를 해놓아서 문법 체계가 눈에도 잘 들어오고 이해도 쉽게 된다. 박스로 정리해놓은 거야 다른 책에서도 많이 쓰는 구조라서 특이할 건 없지만 어쨌건 전체적으로 문법파트의 구성이 깔끔하고 문법의 구조를 설명하는 파트와 해설 파트가 적절하게 배합되어 최대한 설명을 쉽고 자세하게 해서 어려운 문법을 쉽게 배울 수 있다.

일본어 교재는 많이 있지만 마구로센세 시리즈는 나름의 독특한 컨셉이 있어서 확실히 다른 책들과는 차별화되는 것 같다. 물론 본격적인 문법책은 아니라서 일본 문화나 건축물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분량만큼 문법을 다루는 공간은 줄어들게 되서 문법 파트가 조금 부족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책 전체에 걸쳐 문법만 꽉꽉 채워져 있는 걸 보면 지루하기도 하고, 금세 싫증을 내게 되는데 마구로센세 시리즈는 만화로 워밍업을 하고, 일본의 문화에 대한 이야기도 읽으면서 일본에 대한 다양한 정보도 얻고, 그리고 일본어 문법도 가볍게 배우면서 지루하지 않게 일본어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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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본격 북유럽 신화 만화 1~2 - 전2권 본격 북유럽 신화 만화
동굴트롤 지음 / 비아북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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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조금은 생소한 북유럽 신화를 재미있게 접할 수 있어요. 입문용으로 아주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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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본격 북유럽 신화 만화 1~2 - 전2권 본격 북유럽 신화 만화
동굴트롤 지음 / 비아북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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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신화라고 하면 제우스, 포세이돈, 헤라클레스 같은 인물들이 등장하는 그리스·로마 신화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실제로 그리스 신화는 아동용 동화로도 많이 출간되어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접할 기회가 많았고, 헐리우드 영화나 게임에서도 단골 소재로 쓰이면서 지금까지도 익숙하게 소비되고 있다. 특히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부터 게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그리스 신화의 신들과 이야기가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변주되며 대중문화 전반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 게다가 그리스 신화 속 인물이나 사건은 다양한 소설, 만화, 영화 등에서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변주되며 상징이나 메타포로 자주 차용되기 때문에 의식하지 못한 채 반복적으로 접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북유럽 신화는 상대적으로 우리에게 훨씬 낯설다. 등장인물들의 이름도 생소하고, 이야기의 구조 역시 단순한 영웅담보다는 어둡고 비극적인 경우가 많아 대중문화 속에서 쉽게 소비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도 북유럽 신화에 대한 개념 자체가 거의 없었다. 처음에는 토르나 오딘 같은 인물이 단지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수많은 캐릭터 중 하나인 줄 알았을 정도였다. 어릴 때부터 접할 기회도 거의 없었던 이른바 '듣보잡' 캐릭터였기 때문에 자연스레 관심도 가지지 않았고, 이미 머릿속에는 그리스·로마 신화의 세계가 탄탄히 구축되어 있었기에 굳이 새로운 신화 체계에 눈을 돌릴 이유도 느끼지 못했다. 그러던 중 마블의 <토르 시리즈>를 계기로 그 존재를 인식하게 되었고, 그때부터 비로소 북유럽 신화라는 세계에 눈을 뜨게 되었다. 마블의 토르 영화 덕분에 예전보다는 인지도와 인기가 높아졌지만, 여전히 관련 자료가 상대적으로 적고, 이야기의 구조나 상징 체계도 익숙하지 않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진입 장벽이 높게 느껴질 수 있다. 새로운 토르 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북유럽 신화를 알고 나서 영화를 보면 더 깊이 있고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매번 관련 신화를 찾아보곤 했다. 그러나 진입 장벽이 높아 매번 쉽게 다가가지 못한 채 책을 덮길 반복했었다.


[본격 북유럽 신화 만화]는 북유럽 신화라곤 마블 영화를 통해 토르, 로키, 오딘의 이름 정도만 아는 초심자에게 이 책은 입문용으로 아주 적합하다. 우선 책을 통해 가장 먼저 느낀 점은, 북유럽 신화가 생소한 이유가 단순히 접할 기회가 없어서라고 생각했던 그간의 인식이 틀렸다는 사실이다. 책을 읽기 전에는 그리스·로마 신화만이 대중문화에서 자주 인용되고, 북유럽 신화는 거의 다뤄지지 않는다고 막연히 생각했다. 그런데 의외로 북유럽 신화도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변주되어 활용되고 있었고, 나는 그것이 북유럽 신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는 사실조차 모른 채 자주 접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엘프나 드워프 같은 종족이 등장하는 판타지 세계관, 바이킹을 모티프로 한 신화적 요소들, 그리고 그 유명한 반지의 제왕 역시 북유럽 신화의 영향을 깊게 받았다고 한다. 꼭 판타지 세계관에 국한되지 않더라도, 북유럽 신화나 그 속 캐릭터에서 모티브를 따온 창작물은 생각보다 훨씬 많았다.


책은 총 1, 2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북유럽 신화의 개요를 시작으로 천지창조에서부터 세상의 종말인 라그나로크까지 쭉 달려간다. 그리스 신화가 여러 신들과 영웅, 괴물들의 단편적인 에피소드가 모여 있는 옴니버스식 이야기라면, 북유럽 신화는 독립적인 신들의 개별 이야기들이 나오긴 하지만, 그것들마저도 모두 예정된 종말을 향해 나아가는 하나의 비극적 서사 속에 포함되어 있어 보다 강한 스토리성을 갖고 있다. 그래서 ‘라그나로크까지 달려간다’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데, 큰 줄기를 따라 전개되는 이야기이다 보니 그리스 신화보다 훨씬 흡입력이 있고, 전개가 더 쫀쫀하게 느껴진다. 말하자면 앞부분에서 던져진 단편 속 떡밥이 뒷부분에서 회수되는 영화 같은 느낌이어서, 판타지 소설을 읽는 듯한 몰입감으로 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북유럽 신화 자체가 마치 하나의 극영화처럼 전개되는 구조라서 처음부터 끝까지 쭉 이어서 읽는 재미가 있고, 동시에 각 장면마다 독립적인 에피소드로도 완결감을 주기 때문에, 긴 이야기보다 짧고 강한 인상을 주는 스토리에 익숙한 요즘 독자들에게도 부담 없이 다가올 수 있는 구성이다.


1편에서는 우선 입문자들을 위해 북유럽 신화의 간단한 개요가 제시되고, 신화의 세계관을 이해하기 위한 세계수 위그드라실(신화의 무대가 되는 세계)에 대한 설명과 함께 오딘, 토르, 로키, 프레야 같은 주요 인물들이 먼저 소개된다. 등장인물이 많다 보니, 이야기 도중 새 캐릭터가 등장할 때마다 설명을 덧붙이면 흐름이 끊기기 쉽기 때문에, 본격적인 스토리에 들어가기 전에 메인 캐릭터와 조연급 인물들에 대한 소개를 먼저 쭉 정리하고 나서 본편으로 넘어가는 방식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출판사 서평에서는 ‘서브컬처에 익숙한 독자라면 매 페이지마다 알아볼 수 있는 패러디와 개그 컷이 쏟아진다’고 되어 있었지만, 실제로 읽으면서 그 부분이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코드가 안 맞아서 그런 건지, 아니면 내가 잘 모르는 영역의 서브컬처에서 따온 드립이라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패러디나 개그라고 느껴지는 장면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오타쿠는 아니지만 적어도 유명한 밈이나 온라인 유행어 정도는 아는 편인데도, 눈에 확 들어오는 개그 요소는 거의 없었고, 그래서 ‘웃기다’거나 ‘재미있다’는 느낌은 솔직히 들지 않았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만화라는 점이다. 무거운 설명 대신 그림이 중심이 되는 만화 형식이라, 신화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어렵지 않게 내용을 따라갈 수 있다. 아무래도 등장인물의 이름이나 지명이 길고 낯설어서 초반에는 약간 진입장벽이 느껴지지만, 이미지가 중심이 되다 보니 시각적으로 쉽게 눈에 들어오고, 전체적인 가독성도 매우 높다. 그래서 내용에 훨씬 더 몰입할 수 있었고, 어렵게 느껴졌던 이름이나 설정도 자연스럽게 익숙해진다. 그림체는 정교하거나 무거운 분위기보다는 웹툰처럼 비교적 단순하고 캐주얼한 편인데, 오히려 그 덕분에 부담 없이 술술 읽히고, 신화라는 낯선 주제도 가볍고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었다. 복잡한 설명이나 장황한 묘사 없이도 대사와 장면 구성이 중심이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가기 때문에, 처음 접하는 독자도 어렵지 않게 흐름을 따라갈 수 있고, 이야기 자체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정보의 양보다 리듬과 흐름에 초점을 맞춘 만화라서,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 특히 효과적이다. 북유럽 신화가 생소하고 쉽게 접근해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할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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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보는 1분 철학 관계수업
서정욱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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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살면서 가장 힘든 일 중 하나는 사람을 대하는 일이다. 세상이 각박해지고 삶이 팍팍해질수록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은 점점 희미해진다. 어디선가 병신공장이라도 세워진 듯 불통과 독단으로 똘똘 뭉친 병신들이 늘어나고, 공감 능력이 부족한 이들과 부딪히며 인간관계는 점점 더 큰 스트레스가 된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도 사람을 잘 다루는 성향의 이들도 있지만, 많은 이들은 사람에 상처받고, 관계에 아파하며 인간관계에 대한 답을 어디선가 찾고 싶어한다. 그런데 의외로 어렵고 딱딱해 보이던 철학 속에서 그 해답을 발견할 수 있다. 인간과 삶을 깊이 탐구해온 철학은 결국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고민을 본질적으로 다루어왔다. 결국 삶의 많은 문제는 관계에서 비롯되기에, 철학자들의 사유는 지금 우리에게도 여전히 관계에 대한 통찰을 건넨다.

[만화로 보는 1분 철학 관계수업]은 칸트, 쇼펜하우어, 니체 등 고대부터 근현대에 이르는 10명의 철학자들의 사상과 철학적 개념을 바탕으로 인간관계를 다양한 시각에서 풀어낸다. 각 장에서는 철학자의 핵심 사상을 베이스로 이를 인간관계 속 갈등이나 소통, 공존과 같은 문제에 적용한 뒤, 철학자와의 가상 대화 형식을 통해 조언을 건네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어려운 학문적 이론을 단순히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친근한 대화를 통해 철학적 사상과 개념을 자연스럽게 이해하도록 돕고, 인간관계에서 마주하는 고민을 질문과 답의 형식으로 직접 연결해 제시하기 때문에 평소 어렵게만 느껴지던 철학을 보다 쉽게 접하면서 실질적인 통찰과 해답을 얻을 수 있다. 철학 이론을 아무리 공부해도 실제 삶의 구체적인 고민에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처음부터 고민과 해답을 직접 연결해 주어 한층 더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이를 통해 철학을 어렵게 여기지 않고 자신의 인간관계 문제를 깊이 성찰할 수 있게 해준다.

책의 순서를 보면 우선 '나'에 대해 설파하는 두 고대 철학자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것이 흥미롭다. 수많은 고대의 네임드 철학자들을 제쳐두고 유독 '나'라는 가치를 강조했던 프로타고라스와 제논을 가져온 것은 저자가 인간관계에서 가장 강조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이 두 사람이 정확히 ‘나’라는 개념 자체를 중심에 두었는지, 아니면 두 사람의 철학 사상 속에서 ‘나’라는 측면을 부각시켜 해석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인간관계의 출발점을 ‘자기 자신을 세우는 것’으로 설정했다는 점은 이 책의 기본적인 시선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다.

인간관계에서 중심이 되는 핵심적인 요소는 바로 '나'를 보호하는 것이라는 프로타고라스의 사상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은 인간관계의 본질을 규정하는 중요한 지점이기도 하다. 보통 인간관계라 하면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을 먼저 떠올리지만, 관계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나’라는 기반을 다지는 것이야말로 모든 인간관계의 출발임을 일깨워 준다. 특히 프로타고라스가 주장한 '인간은 만물의 척도'라는 말에 따르면 모든 것은 사람 각자가 판단하는 기준에 정해지는데 이 말은 결국 모든 사물의 옳고 그름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각자에게 달려있다는 뜻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인간관계에서의 진리라는 것은 주관적인 기준에 따라 수시로 바뀌게 되는데 이때 '자기 판단력'에 기인한 나만의 기준을 확실히 함으로써 인간관계에서의 거리감과 균형감을 가질 수 있다는 개념이다. 자기 주장이 없이 남에게 공감만 하다가는 타인의 감정에 휩쓸리기만 하고 결국 끌려다니다 상처받고 흔들리게 되기 때문에 인간관계의 출발은 '나'라는 기반을 단단하게 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관계는 '나'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내가 중심이 되는 관계 형성을 통해 비로소 상대와의 건강한 거리감과 균형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고 ‘나’라는 기반을 다져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제논의 이성적 절제를 제안한다. 제논은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이성으로 자신을 다스릴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자유로운 행동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스토아학파의 키워드는 금욕이다. 불필요한 쾌락을 멀리하고 이성적인 삶을 추구하며 선을 실현하려 했는데, 이러한 금욕적 사상은 인간관계에도 적용된다. 쾌락에 따라 사람을 찾다 보면 내 기분을 좋게 해주는 사람만 곁에 두려 하게 되고, 사람을 소비하는 태도는 결국 관계를 망치게 된다. 따라서 관계에서도 감정을 절제하고, 체면을 넘어서며, 쾌락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관계를 왜곡시키는 자만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하며, 감정에 휩쓸리지 않는 이성적 절제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행동 하나하나를 삼가고 마치 단련하듯 실천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가르친다. 잘 생각해보면 제논의 조언은 거의 모든 인간관계에 대한 지침서에 반드시 등장하는 가장 기본이 되는 핵심 내용임을 알 수 있다. 관계의 중심은 바로 '나'이고 주변의 영향을 받지 않는 흔들리지 않는 마음가짐이 올바른 인간관계를 이끄는 통로가 된다는 단순한 진리를 말한다.

일단 만화라서 좋다. 진짜 만화라서 좋다. 이상하게도 최근에 "만화로 보는"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오는 책들 중 상당수는 실제 만화라기보다는 삽화 하나가 덩그러니 들어가 있는 텍스트북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그림보다 글자가 훨씬 많고, 단순히 삽화 몇 장 끼워넣고는 "만화로 쉽게 이해하는", "만화로 보는" 같은 제목을 붙이는 경우가 많아 종종 속았다는 느낌, 심하면 우롱당했다는 기분까지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은 말 그대로 정말 만화로 이루어진 만화책이다. 그 점이 무엇보다 마음에 든다. "만화로 보는"이라는 제목을 보면 어려운 철학 개념과 이론을 만화를 통해 쉽게 배울 수 있겠다는 기대를 하게 되는데, 이 책은 그런 기대를 완벽하게 충족시켜 준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우리가 철학을 통해 추구하는 관계에 대한 해답을 마치 즉문즉답처럼 직관적이고 명확하게 제시해주어 철학을 공부하는 목적에도 잘 부합한다. 그래서 만족도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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