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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재해 전쟁 대비법
우만직 지음 / 서울의샘 / 2025년 6월
평점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재난과 재해, 전쟁에 대비한 서바이벌북을 보면, 일본에서 출간된 책들이 많다는 인상을 받는다. 일본은 자연재해가 잦은 나라로, 지진, 태풍, 홍수 등 다양한 재난에 대응하기 위한 지침서들이 풍부하게 존재한다. 그런 책들에서는 일본 특유의 상황과 재난을 고려한 세밀한 대비책들이 주로 다뤄진다. 물론 재난과 재해는 어느 나라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일이지만, 일본 서바이벌북은 그 나라의 지리적 특성과 사회적 환경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경우와는 분명히 다른 점들이 있다. 예를 들어, 일본 특유의 지진 대비 방식은 한국과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설명될 수밖에 없다. 반면, [재난 재해 전쟁 대비법]은 한국에서 한국인이 쓴 책이기에 우리나라의 특성에 맞춰진 실용적인 정보들이 가득하다. 한국의 지리적 조건, 기후, 사회적 환경을 바탕으로 재난 대응 방법과 준비 사항을 제시하며, 한국인이라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연재해와 재난은 누구에게나 예기치 않게 찾아올 수 있는 현실이기에, 이 책이 우리에게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대비책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인상 깊었다.
이 책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재난과 재해에 대한 대비를 두 가지 축으로 나누어 다룬다는 점이다. 하나는 재난이 발생하기 전에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부분이고, 다른 하나는 실제로 재난이 발생했을 때 각 재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 지침이다. 기존의 많은 서바이벌 서적들이 재난 이후의 극한 상황, 즉 문명사회가 사실상 마비된 상태에서 살아남는 법, 예컨대 물을 구하고, 불을 피우고, 식량을 조달하는 생존 기술에 집중해왔다면, 이 책은 그보다는 훨씬 현실적이고 실천 가능한 방향을 제시한다. 실제 재난이 닥쳤을 때 우리가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될 상황은 그런 극한의 생존 환경이 아니라, 당장 어디로 대피해야 할지, 가족과는 어떻게 연락을 유지할지, 어떤 물품을 챙겨야 할지와 같은 현실적인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현실에 기반해, 재난이 오기 전에 준비해야 할 구체적인 항목들과 함께, 지진, 화재, 홍수, 폭염과 한파 등 다양한 재난 상황이 실제로 발생했을 때 우리가 취해야 할 행동 요령을 상세히 안내하고 있다. 단순한 생존 기술이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정보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이 책은 어떤 매뉴얼보다 실질적이고 유용하게 느껴졌다.
이에 따라 책도 크게 네 파트로 나눠볼 수 있다. 1장에서는 ‘필수 생존 준비법’이라는 주제로 생존 가방과 응급처치 키트, 재난 대비 필수 장비에 대해 소개하고, 비상 대피 경로와 계획을 세우는 방법, 재난 상황을 미리 상정해 시뮬레이션하는 과정 등을 다룬다. 단순히 ‘무엇을 챙겨야 한다’는 목록 나열에 그치지 않고, 왜 그것이 필요한지,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어 실제 준비 과정에서 많은 도움이 된다. 2장에서는 ‘자연재해별 대처 방법’을 중심으로, 지진, 태풍, 홍수 및 폭우, 산사태, 폭염과 한파, 번개와 낙뢰 사고, 쓰나미, 가뭄과 산불 발생 등 각종 자연재해 상황에서의 행동 요령을 상세히 안내한다. 재난마다 위험의 양상이 다르기 때문에 그에 맞는 대처법도 달라야 한다는 점에서 이 장의 내용은 특히 실용적이다.
3장에서는 ‘전쟁에 대한 대비책’을 다루고 있는데, 분량 자체는 많지 않다. 아무래도 전쟁이라는 상황이 개인의 힘만으로는 완전히 대비하기 어려운 현실, 그리고 ‘터지면 끝’이라는 비관적 인식이 반영된 탓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본적인 대피 요령이나 피난 경로, 전시 상황에서의 생존 필수품 등은 앞서 다뤘던 자연재해 대비 내용과 연결되며, 전체적인 생존 전략의 일환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이 책은 서두에 체크리스트 형식의 워크북을 함께 제공하고 있어, 비상 가방 구성부터 비상 연락망, 대피소 정보 등을 스스로 정리하고 준비해볼 수 있도록 유도한다. 독자가 단순히 정보를 읽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자신의 삶에 맞춘 재난 대비 계획을 세워보도록 하는 점에서 매우 실천적이다. 책의 구성과 내용을 종합해보면, 《재난 재해 전쟁 대비법》은 단지 재난에 대한 정보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내가 지금 당장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답을 제시해주는 현실 밀착형 서바이벌 가이드북이라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