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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가 자전거를 처음 만들었을까 - 가짜 뉴스 속 숨은 진실을 찾아서
페터 쾰러 지음, 박지희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0년 4월
평점 :

현대에는 수많은 거짓과 가짜 뉴스가 넘쳐난다. 정보화 사회가 되고 온라인을 통해 수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요즘같은 시대에도 가짜 뉴스는 판친다. 오히려 정보의 홍수 속에 가짜 뉴스가 홍수처럼 밀려온다. 그 많은 정보 중에서 진위를 판별하여 진짜 가짜를 구분하는 시각과 중립적 가치관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가짜 뉴스를 퍼트리는 목적의 대부분은 정치적 의도이거나 누군가 특정한 집단이나 개인의 이익을 위해 가짜 뉴스를 퍼트리고 진실을 숨기려는 시도를 한다. 가짜 뉴스를 퍼트리거나 진실을 왜곡하고, 진실과 거짓을 뒤섞고 사실관계를 뒤바꿔버림으로써 상대에게 해를 가하거나 자신에게 유리하고 이익이 돌아오도록 판을 짠다. 또 불안과 공포가 가짜 뉴스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을 때에도 가짜 뉴스는 싹을 틔운다. 제대로 된 진실이 알려진다면 가짜 뉴스가 퍼질 이유가 없다. 그래서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진실을 숨기고, 사실을 은폐하면 그 자리를 가짜가 대신하게 된다.
그런데 가짜 뉴스가 판치게 된 건 인터넷이 생기면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그 훨씬 이전부터 이런 가짜 뉴스와 왜곡되고 조작된 정보를 퍼트리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역사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최초의 가짜 뉴스는 3000년 전인 기원전 1274년 람세스가 히타이트와 벌인 전쟁사를 기록한 돌기둥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집트는 히타이트와의 전쟁에서 교착상태로 있다가 불가침 조약을 맺고 무승부로 끝을 맺었지만 자신들의 승리라고 일방적인 주장을 한 것이다. 오히려 다른 왕국들이 이집트에 반기를 들었다는 것까지 고려하면 이집트의 패배에 가까운 결과지만 멋대로 승리의 역사로 기록을 해버린 것이다.
가짜 뉴스의 역사는 이토록 오래되었던 것이다.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조금만 따져봐도 사실이 아닌 지식이 많다. 심지어 지금 현재에도 대놓고 역사를 왜곡하고 조작하며 만들어진 거짓을 진실처럼 말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역사 왜곡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다른 국가의 예를 들 것도 없이 당장 우리만 해도 한국의 근현대사는 거짓과 왜곡, 가짜와 조작, 날조, 선동의 역사였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6.25내전, 남북대립이란 특수한 역사적 상황과 두 번의 군부 쿠테타와 긴 독재시절로 인해 한국의 사회와 정치는 어지러웠고 혼란스러웠으며 그로 인해 온갖 가짜 뉴스와 거짓이 만들어지고 국민들을 기망했다. 심지어 국가 권력기관이 한 개인을 범죄자로 몰아 억울한 옥살이를 시키고, 고문하고, 죽이기 까지 했으니 한국의 가짜 뉴스의 역사는 혼란한 시대상과 맞물려 한층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런 정부의 비정상적인 행위는 최근에까지 이어져서 국정원의 간첩 위조사건이나 천안함 침몰 사건과 세월호 사건관련 해서 대대적인 가짜 뉴스가 유포되었었고, 최근 발생한 가장 심각한 조작, 왜곡, 거짓, 가짜 뉴스는 조국 사건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지금도 끊임없이 온라인 상에는 유투버에 의해 가짜 뉴스가 생산 유포되고 있고, 주류 미디어 언론들도 가짜 뉴스를 마구 퍼트리고 있다. 책에는 가짜 뉴스와 관련하여 트럼프의 일화를 소개하고 있는데 트럼프의 취임식 날 고작 2~30만의 사람들이 참석했고 이는 전임 대통령 오바마의 180만명에 비해 턱없이 못미치는 수였다. 그러나 백악관 대변인은 역대 취임식 중 최고로 많은 인원이 모였다고 보고했다. 언론들은 항공사진을 근거로 그 발언이 거짓임을 밝혔지만 대변인은 그런 사실을 보도한 언론에게 법적 책임을 묻겠다며 협박을 하였다. 트럼프도 대변인의 말을 받아 해당 언론사를 비난했다. 이후 백악관은 이 사실을 두고 거짓말을 모호하게 발언하며 넘어가는 향상을 보였다. 트럼프와 백악관의 공적 발언은 과장되거나 거짓말이 많았고, 선거 유세 기간 중엔 70%가 거짓말이라는 통계도 있었다고 한다. 트럼프는 충분히 알지 못한채 발언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인용하고, 사실을 왜곡하고, 거짓 정보를 퍼뜨린 일이 무수히 많다. 그리고 그런 발언은 정부 정책을 홍보하거나 본인의 인기를 강조하기 위해 이루어졌다.
적어도 미국에선 언론이 트럼프의 이런 가짜 뉴스를 검증하고, 확인하고, 팩트체크를 한다. 그래서 트럼프의 발언 중 잘못된 것이 있으면 그것이 허언임을 보도하는데 트럼프는 자기 발언이 허위임을 밝혀낸 언론에 반박하는 대신 가짜 뉴스 미디어라고 비난하는 입장을 취한다. 진실 공방에서 승리할 가능성도 없고, 반박할 의향도 없기 때문에 허위를 발혀내는 언론의 신뢰성을 깨뜨리는 데 주력한다. 반대로 한국의 뉴스 미디어들은 진실을 파헤치고, 검증하고, 공정하게 보도해야 하는 것을 가장 큰 가치로 삼아야 함에도 그들 자신이 가짜 뉴스를 생성하고, 조작하고 있다. 바로 얼마전 채널A기자는 한 진보 논객을 정치적으로 죽이기 위해 조작과 날조, 협박, 회유를 서슴없이 행하였고, 검찰 수사까지 막아서고 있다. 게다가 다른 언론들은 단합하여 검찰 수사를 언론 탄압이라며 비난하는 형국이다. 적어도 미국의 언론들은 가짜 뉴스를 찾아내고, 검증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한국의 언론들은 가짜 뉴스를 만들고 있으니 이같은 언론 지형에서는 한국의 언론을 과연 믿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왜 사회적 주류세력이 이와 같은 가짜 뉴스를 퍼트리는 것일까? 람세스나 트럼프, 한국의 보수 언론들은 모두 주류 세력이었다. 이미 권력을 가지고 있는 주류들이 왜 금방 들통날 거짓과 가짜 뉴스를 퍼트리는 것일까? 물론 들킬 줄 모르고 정치적 공작을 하기도 했겠지만 뻔히 드러나는 거짓 뉴스를 자꾸 생산해내는 이유는 결국 여론몰이가 아닐까 한다. 거짓이라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조작된 가짜 뉴스가 퍼지면 그로 인해 사회는 혼탁해지고, 숨기고 싶은 진실은 수면 아래로 가려지고, 왜곡되거나 과장, 축소된 보도로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판세를 움직일 수 있으며, 왜곡된 사실과 허위 사실들은 일정 부분 사실로 받아들여지게 되므로 그것이 거짓이건 진실이것 관계없이 계속 가짜 뉴스를 생산해내는 것이다. 가짜 뉴스를 밝히려는 진실공방에 이미 진실은 어떻게 되건 상관 없는 일이 되버리고, 진실을 사라지고, 거짓과 가짜가 만들어낸 프레임만 남게 되기 때문이다.
책에는 과거와 현재를 통틀어 가장 기이하고 유명했던 가짜 뉴스들을 자세하게 소개한다. 사실과 다르게 알려진 지식들을 파헤쳐 오류로 가득한 우리의 지식이 오늘날 어떤 영향력과 의미를 지니는지 논한다. 책에 나오는 내용들은 지금 현재 한국의 언론 지형과 맞물려 생각해보게 되고, 한국의 언론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가령 빠른 것보다 안전이 우선이라 최신 뉴스 경쟁에서도 언론은 반드시 검토 단계를 거쳐야 하며, 단독 보도가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그리고 공신력 없는 매체가 전하는 자극적인 뉴스에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휘둘리는지, 또 집단 지성이라 불리는 대중이 얼마나 선동당하기 쉽고, 잘 속는지, 뉴스에 나온 내용은 검증없이 얼마나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지는 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한다. 주류 언론의 보도라할지라도 뉴스를 소비할 때는 무조건 그 내용을 믿으면 안되고 꼼꼼하게 따져보고 비판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하지만 주류 언론의 영향력은 그런 비판의식을 거세해버리고 무조건적으로 자신들의 말을 믿게 만들어버린다. 바로 얼마전 국내 언론들은 일제히 김정은의 사망 소식을 보도하고 기정사실화 했었다. 특이동향이 없다는 정부의 공식 입장을 거짓이라고 비난하며 심지어 정부가 발표한 내용의 근거를 제시하라고 까지 하였다. 그로 인해 며칠동안 한국은 굉장히 시끄러웠다. 며칠 후 김정은은 건강한 모습으로 나타났고, 자신들의 보도가 잘못되었다고 반성하는 언론은 단 한곳도 없었다. 이미 한국의 주류 언론은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온론을 맹신하고 그들이 하는 말을 그대로 믿어선 안된다. 이런 시국이야 말로 집단지성의 힘이 필요하다.
가짜와 거짓, 조작은 비단 정치에 국한되지 않는다. 앞서도 말했듯이 역사 속에서도 무수한 날조의 이야기가 있고, 실체없는 지식이나 문화창작 분야에서도 가짜와 거짓은 많이 보인다. 또 존재하지 않는 것들도 수많은 거짓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었다. 다시 책으로 돌아가서 책의 제목이기도 한 다빈치가 자전거를 처음 만들었까에 대해 살펴보면 다빈치의 스케치 모음집에 자전거 도면이 있고, 뮌헨의 미술관에는 도면을 참조해서 만든 실물 자전거가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그 스케치는 1974년에 발견되었는데 1960년 다빈친의 모슨 설계도와 메모 뭉치를 검토할 당시에는 그 스케치가 없었다고 한다. 물리역사학자 한스 에르하르트 레싱은 누군가 스케치를 추가했음에 틀림없다는 확신을 했고, 이탈리아의 한 과학사가는 그러한 주장을 입증하는 발표를 하기도 했다. 결국 다빈치가 자전거를 발명했다는 이야기는 허구로 밝혀졌다.
책을 통해 그동안 얼마나 많은 가짜를 진실로 알고 있었는지 알게 되고, 얼마나 순진하고 쉽게 속아왔는지 깨닫게 된다. 온갖 가짜가 판치는 세상에서 진실을 가려내는 눈을 기르고, 거짓을 구별해내기 위한 노력을 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가짜에 속고, 거짓에 당하며, 의도된 선동에 의해 진실을 보지 못하게 된다. 가짜 뉴스 속 숨은 진실을 찾는 노력은 멈추어선 안된다. 특히 지금의 한국과 같은 언론 지형에선 깨어있지 않으면 가짜 뉴스에 속아 선동당하게 된다. 그리고 언제나 편견은 진실을 가린다. 편견을 깨고 공정한 시각으로 진실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