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의 지도를 그리자 - 구글맵도 찾지 못하는 우리 몸 구조
가이도 다케루 지음, 요시타케 신스케 그림, 서혜영 옮김 / 니케북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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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속을 본 적이 없다는 건 세상의 반을 모른다는 뜻이다'는 말이 있는데 이 말처럼 우리 몸 안 쪽을 모른다는 것은 자신의 몸을 반 밖에 알지 못하는 것이다. 눈코입의 위치는 보지 않아도 알 수가 있지만 몸 속에 숨어있는 오장육부의 위치나 기능 또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고 있다. 학교 다닐 때 배웠겠으나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은 심장이 가슴에 있다는 정도 뿐이다. 물론 몸속의 장기의 위치를 모르고 살아도 크게 지장은 없다. 휴대폰이나 컴퓨터의 내부 구조를 몰라도 사용하는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듯이 그냥 살면 된다. 휴대폰에 이상이 생긴다면 수리기사에게 가듯, 몸에 이상이 생기면 의사에게 가서 수리를 맡기면 그만이다. 하지만 몸은 우리가 가지고 태어나는 소중한 자산이고, 잘 관리하면 죽을 때까지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개인적인 사유물이다. 보이지도 않고, 우리가 전혀 관심을 주지 않아도 우리가 살아 숨쉬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이기도 하다. 언제 어디서나 나와 함께 하는 내 몸에 대해서는 그 누구보다 내가 잘 알아야하는 것이다.


내 몸 속의 지도를 그리자는 책의 제목을 보고서야 난 내 몸 속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내 몸속은 네비게이션이 없는 미로 상태였고, 내 몸 안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무엇이 존재하는지 그런 것들에 대해 생각해본 적도 없고, 도무지 아는 바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자 굉장히 궁금해졌다. 마치 광활하고 먼 우주를 향해 우주선을 쏘아올리고 우주를 정복하려는 인간들이 정작 지구의 심해에는 무엇이 있는지 완벽하게 알지 못하는 것과 비슷한 종류의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라는 지구의 심해에는 무엇이 있을까?


책의 첫머리에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자기가 이는 우리 몸속 장기의 이름을 써보라는 페이지가 있었는데 막상 적으려고 보니 많이 적지 못하겠고, 몸의 장기 이름은 한자어와 한글의 두 가지 이상으로 불리는 경우가 많아서 그 이름이 무엇인지, 같은 것인지조차 헷갈리는 것도 많았다. 가령 이자, 지라 이런 것들은 이름만 들어본 것들이라 다른 이름으로 무엇인지, 어디에 있는지, 무슨 역할을 하는지도 모르고, 영화 제목으로도 사용되어 유명한 췌장은 또 어디에 있는지, 기능은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겨우 이름만 아는데 그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참고로 췌장과 이자가 같은 것이었다. 또 아는대로 몸의 지도를 그려보라는 페이지도 있었는데 이건 정말 그냥 패스해야 했다. 난 나의 몸에 대해 정말로 무지했었다.


책은 특이하게 서론 총론 각론 의학개론이라는 구성으로 되어 있다. 총론에선 몸의 성분, 구성, 구분, 대략적인 작용 메커니즘 등을 소개하고, 각론에서 각각의 장기를 하나씩 떼어내어 자세히 알아본다. 그리고 신경계, 내분비계, 호흡기계와 같이 하나의 장기들을 기능별로 묶어서 구조와 기능을 설명한다. 각각의 장기들을 알려주는 각론도 좋지만 우리 몸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알려주는 총론 부분도 눈여겨 볼만하다. 학교 때 배운 기억은 있지만 이미 다 잊어버린 몸의 성분 분석이나 세포를 만드는 물질 등에 대해 다시 한번 공부할 수 있어서 좋았다. 크게 중요하진 않지만 상식적으로 알아두면 좋을 내용이라서 꼼꼼히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 같다.

몸의 구성에서 저자는 인체가 공 모양이 아닌 가운데 구멍이 뚫린 어묵 형태라는 것을 강조한다. 입에서 항문까지 연결된 소화관이라는 구멍을 설명하기 위해서인데 우리 몸을 그런식으로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그럴싸하다. 저자는 우리 몸을 아파트에 비유하여 소화, 호흡, 배설, 파손, 유지, 면역 등의 시스템을 설명하는데 이런 식으로 비유하여 설명하니 쉽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다.


다음으로 몸의 구분에 대해 설명하는데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몸의 구성과 위치를 알아본다. 몸의 구분은 눈에 보이는 위치로 머리, 목, 몸통, 팔다리의 부위별로 나누기도 하고, 기능별로 뼈와 근육, 내장 기관으로 나누어 설명하기도 한다. 이 파트에서 내장의 대략적인 위치와, 그동안 대충은 알고 있었지만 정확히 어떤 부위를 지칭하는지 알지 못했던 내장 기관과 기관계의 역할을 대략적으로 배울 수 있다.


그런 다음 각론으로 넘어가서 본격적으로 내장 기관 하나하나에 알아보는데 장기분해라는 무시무시한 표현을 사용했다. 몸속 구석구석 몸의 지도를 그려가면서 장기를 분해하여 하나씩 뜯어보고 살피며 각 기관의 역할과 분류, 기능을 살피고, 또 장기들이 어떻게 긴밀히 연결되고 협력하는지 몸의 기능과 업무를 부위별, 기능별로 알려주는데  의외로 자세하고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전체적으로 설명이 재미있고 적절한 비유를 통해 이해하기 쉽게 가르쳐주고 있어서 어렵지 않게 읽힌다. 그리고 중간중간 재미있는 상상력과 기발한 아이디어로 질문을 던지며 이야기에 집중도 시키고 어려운 내용을 쉽게 풀어준다. 또, 대충 그린 것 같은 어설픈 인체 그림으로 설명을 하는데 오히려 복잡한 실물 사진이나 정교한 그림보다 어설프고 대충 그려진 그림이 이해하기에는 더 나은 것 같다.


딱딱한 의학서가 아니라 재미있고 재치있는 인체 탐험 지도처럼 느껴진다. 우리 몸을 탐험하는 네비게이션처럼 몸 속을 구석구석 안내하며 그동안 몰랐던 우리 몸 속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준다. 아이들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쉽고 재미있는 설명을 하고 있어서 아이들 교양 서적으로도 매우 적절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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