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튼 생각 : 살아간다는 건 뭘까 인생그림책 2
브리타 테켄트럽 지음, 김서정 옮김 / 길벗어린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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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릴 때는 꿈과 상상력이라는 말을 굉장히 많이 들었다. 아이들의 꿈과 상상력을 펼쳐주는 무엇. 이런 식으로 홍보를 많이 했었는데 최근에는 논리, 이해력, 창의, 표현력과 같은 가치로 바뀐 것 같다. 창의력을 강조하기도 하지만 과거에 비해서는 상상력이나 창의력의 비중이 많이 줄어든 느낌이다. 즉, 예전에는 아이들에게 창의적이고 창조적인 측면을 강조했다면 요즘은 단순히 상상하고, 생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잘 정리해서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식의 한층 복잡하고, 유기적인 재능으로 개발하게 만드는 식이다. 그래서 예전엔 그저 책을 읽고 독후감 쓰는 것에 그쳤지만 지금은 책을 읽고 다양한 방식으로 생각하고, 정리하고, 표현하는 식으로 바뀌었다.


허튼 생각이란 허무맹랑한 생각이라고 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남들과 다른 틀에 박히지 않은, 독창적이고, 기발한 상상력이기도 하다. 쓸데없는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계속되면 그 속에서 새로운 것을 생각해낼 수도 있고, 사물의 본질을 깨닫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것이 혁신이고 창의인 것이다. 우리는 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항상 답을 맞추는 것에만 집중하는데 답을 맞추는 것을 신경쓰느라 질문을 잊어버리기 일쑤다. 우리는 답이 아니라 질문에서 배우게 된다. 질문을 읽고 그에 대한 답을 생각하다보면 답을 찾게 되기도 하고, 질문이 또 다른 질문으로 이어지며 거대한 철학적 사고의 시간을 만들게 되기도 한다. 질문이란 결국 허튼 생각들이고 그런 생각이 철학이라는 것일테다. 그리고 과학 역시 허튼 생각에서 출발한다. 사과는 왜 바닥으로만 떨어지는가? 사람은 하늘을 날 수 없을까? 달에는 무엇이 있을까?와 같은 허무맹랑하고 허튼 생각들을 실현시켜나가는 것이 과학이다. 세상은 허튼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 의해 발전되고 움직여 왔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 나와 세상에 대한 많은 질문을 던진다. 우리 어른들의 시각에선 허튼 생각처럼 보이는 질문들도 많이 있고, 그런건 중요한 것이 아냐라고 말하고 싶은 질문들도 있다. 그 질문이 얼마나 허튼 생각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 답 또한 얼마나 허튼 것인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애초에 답이 없는 질문들이니까 말이다.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하고 그 질문에서 파생된 또다른 질문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나의 정체성, 나와 주위 사람들, 관계, 세상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해 허튼 생각을 해보게 함으로써 아이들에게 철학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키워줄 수 있는 시간이 될 것 같다.


책은 비교적 두꺼운 편인데 멋진 삽화들로 채워져 있어서 그리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따로 주제별로 정렬되어 있는 것이 아니고 틀이 없이 이런 저런 질문들이 나열되어 있다. '내가 하늘을 날지 못하도록 땅에 붙잡아 두는 것 대체 뭘까?'처럼 어른들의 시각에선 답을 명확하게 특정할 수 있는 질문들도 있는데 '중력'이라는 과학적인 주관식 답을 찾는 것이 아니므로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게 하면 될 것 같다. 답을 찾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물이나 현상을 창조적이고 다양한 시각으로 생각하고 보는 힘을 기르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답'이 아니라 '생각'이다. '내가 하늘을 난다면 새들은 나를 친구로 여길까?' '사람들이 많이 모이면 왜 그렇게 걸핏하면 화를 내는 거야?'와 같은 재미있는 질문도 있고, '누가 아주 나이 많아 죽었는데 무덤에서 나무가 자라난다면, 그 사람이 그 나무일까?' '나는 왜 늘 벽에 부딪히지? 혹시, 벽은 내 머릿속에만 있는 걸까?' 와 같은 굉장히 철학적인 물음도 있다.


자신의 생각을 노트에 정리하여 적어놓고, 시간이 오래 지난 후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다시 적어보면서 그 동안 자신의 생각의 깊이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고찰해보면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리고 꼭 아이들만을 위한 책으로 국한시키지 말고, 어른들도 책에 나오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며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인생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해본다면 저마다 삶 속에 숨겨진 의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요즘 많이 유행하는 힐링북이나 감성서적들을 통해 누군가의 생각을 보는 것보다 이렇게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며 자기 스스로 삶의 의미와 자신의 가치를 찾아가다보면 생각도 깊어지고 감성적으로도 풍요로워 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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