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비율의 인연 - 얼굴이 최고의 스펙
이시다 가호 지음, 민경욱 옮김 / 하빌리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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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라는 조직의 불합리, 허술함, 지지부진함, 부조리는 모두가 경험하는 통과의례이다.
젊은 시절의 꿈과 희망을 산산조각 내는 곳.
이 곳을 거쳐야 어른이 된다. 

이 책은 그런 회사를 배경으로 쓴웃음 나오는 블랙코미디를 보여준다. 


1. 이시다 가호의 독특한 입지

먼저 작가에 대해 애기하고 싶다. 
현대 소설은 대부분 심리 소설이다. 캐릭터를 만드는 데 있어, 행동보다는 심리 묘사로 일관한다. 
어느 캐릭터에 대해 설명하고 싶으면, 그 심리로 들어가 직접적으로 그 성격, 특성을 서술한다. 
사실 이런 심리 묘사로 캐릭터를 형성하는 건 가장 쉬운 방법이다.
왜냐하면 작가가 말하고 싶은 바를 '심리'라는 표식을 붙여 그냥 써내려가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요즘 소설은 모두 지나치게 사변적이고, 추상적이며, 지적 허영에 물들어 있다. 

그러나 이 작가는 다르다. 
심리 묘사보다는 행동을 묘사한다. 
방구석에서 소극적으로 생각만 하는 캐릭터가 아니라, 사회에 나와 부딪히고 목격하며 회의감에 휩싸이는 캐릭터를 만든다. 
그래서 생동감이 있고, 독자들에게 주는 영감의 범위도 넓다. 

부조리에 대한 회의, 나와 세계와의 괴리 같은 추상적인 주제를 뜬구름 잡는 허황된 말로 표현하려 하지 않고, 
캐릭터의 행동과 경험 이야기로 풀어내려고 한다. 


2. 신진 작가의 기발한 블랙 코미디   

'유능한 인재일수록 회사에 남아 있지 않으며, 그 결과 회사에는 손해를 주게 된다'라는 여주인공의 생각은 작 중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설득이 된다. 
그리고 그 설득 당한 후에는 그 아이러니에 쓴웃음이 지어진다. 
회사라는 '웃긴' 공간을 통해 코미디를 선사하지만, 그곳이 우리 대부분이 있는 곳이라는 사실에서 '비애'도 느끼게 한다. 
이런 역설적 상황을 포착하고 흥미롭게 풀어낸 작가의 시선이 인상적이다. 

그런데, 그런 여주인공의 재기발랄하고 끈기 있는 복수가 거의 완성되어가는 순간, 독자는 뜻밖의 반전을 맞이하게 된다. 
그런 주인공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점철된 복수를 비웃듯이, 그 회사에는 '부정채용'이라는 훨씬 거대한 코미디가 있다는 것이 드러난다. 
결국 주인공의 모든 계획과 투지와 실천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지고, 모든 것은 이미 '부정하게' 정해져 있고, 
애초에 회사라는 '부조리'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황금비율의인연 #이시다가호 #민경욱 #하빌리스
#책과콩나무 #책과콩나무서평단 #책과콩나무리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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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페스 네페세
아이셰 쿨린 지음, 오진혁 옮김 / 호밀밭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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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역사가 거대해지는 순간이다. 
잔잔한 물결 같던 그 흐름은 순식간에 가속화하고, 그 치솟은 파고는 모든 것을 집어삼킨다. 
그리고 그런 순간에 개인들은 늘 그래왔듯이 은신처를 찾고 피난을 간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전쟁 중에서도 가장 거대한 전쟁이라 불리는 2차 세계대전에 대한 이야기이다. 

평상시와는 다른 역사의 진행속도와 무게감은 그 속에서 휩쓸려가는 개인과 소공동체들(가족, 친구, 동료)을 하찮게 만든다. 
작은 우연, 얄팍한 종이 한 장이 생사를 가르고, 인간 본성의 추악함과 옹졸함이 증폭되어 일상의 거리를 뒤덮는 그림자가 된다. 
소설을 통해 묘사되는 이런 광경은 독자들에게 그 이질성, 가혹삼, 논센스로 인해 가상 세계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더 나아가 이는 개인이나 소공동체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각 나라들은 지금과는 다른 이상한 모습을 하고 있다. 
급변하는 뭔가에 놀라고 우왕좌왕하며, 노골적으로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동시에 주변과의 협력이 결렬될까 초조해 한다.  
속내를 극단적으로 드러냈다가 그 저속함에 놀라 다시 극단적으로 숨기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상황들이 벌어지는 한편에서 고고하게 피어나는 개인들의 선택들이 생겨난다. 
광기로 인해 힘을 얻은 부조리, 불합리에 희생 당하는 사람들을 구해내려는 선택, 
인간의 존엄, 신념, 사랑이라는 가치가 훼손되고 사라지는 것을 막아내려는 선택.

거대해진 역사의 손아귀 안에서, 아이러니하게도 개인들 역시 고귀한 선택으로 자신을 거대하게 만들며, 대항한다. 

이미 1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전쟁의 승패, 헤게모니 대결의 성패의 가혹함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 상태에서, 
그들은 그 위험, 불안, 공포가 지배하는 지옥에 맞서 생각하고 행동한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태운 열차가 역사를 거슬러, 시간을 거슬러, 고향을 향해 질주한다. 



#네페스네페세 #아이셰쿨린 #호밀밭 #오진혁
#책과콩나무 #책과콩나무서평단 #책과콩나무리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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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간단 재무제표 : 입문 - 80분에 마스터한다!
카나가와 아키노리 지음, 김종원 감수 / 도서출판 더북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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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제표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그것을 읽을 수 있는 사람도 드물다. 

이 책은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을 바꿔보려는 이야기이다. 

우선 관심을 끄는 것은 저자와 감수자의 전문성이다. 
초보 대중이나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대상을 타겟으로 하여, 범용성의 입문서를 쓰는 사람들은 대게 아마추어성을 내세워 공감을 기반으로 친근하게 다가오는 필자들이 많은데, 이 책을 만든 이들은 공인회계사이며 업계에서 핵심 커리어를 쌓은 사람들이다. 
따라서 '나 역시 문외한이었는데, 노력을 통해 이런 것을 알게 됐다' 것을 주된 이야기로, 단편적인 노하우를 전달하는 다른 대중서들과 비교되는 차별성을 지닌다. 
아울러 어느 사안에 대해 깊은 이해를 지닌 사람들이 보여주는 핵심 전달력, 설득력 있는 이해도, 모두를 보여준다.
무엇이 중요한지, 무엇은 간단히 알고만 지나쳐도 괜찮은지를 짚어주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다음으로 독자 친화적 구성이 독자들에게 전문지식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없애도록 만든다. 
초반의 질문 형식으로 만든 소챕터들의 제목은 재무제표라는 딱딱하고 지루한 주제에 대한 첫인상을 희석해주고, 
컬러풀한 본문과 아기자기한 그림들은 어려운 내용의 이해를 손쉽게 만들어준다. 
또한 중간중간에 추가한 칼럼, 용어 설명, 상세 부연, 요점 정리 등은 입문서이지만 종합적인 시야를 갖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마지막의 질문 및 응답 파트도 평소 사람들이 궁금해 했지만 잘 몰랐던 과제들을 이번 기회에 모두 해결하게 해준다.   

사회활동을 하면서 경제활동은 필수 불가결한 부분이고, 그런 경제활동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 숫자로 된 사고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수학이라는 장애물로 인해 숫자를 경시했던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숫자를 해석하는 것의 효용을 느낄 수 있다. 
또 더 나아가 그런 숫자들 사이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경영 정보 및 시사점, 활용 가능한 투자 영감 등도 얻을 수 있다.   


#초간단재무제표 #도서출판더북 #카나가와아키노리 #김종원 
#책과콩나무 #책과콩나무서평단 #책과콩나무리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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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클래식 - 눈과 귀로 느끼는 음악가들의 이야기
김호정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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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쿠르를 준비하는 연주자들은 최소 1년 내내 한 곡만 연습한다. 
모차르트, 베토벤, 차이콥스키 등의 천재 음악가들에 의해 만들어진 고전 음악은 
수백 년 동안 수많은 기라성 같은 천재 연주자들에 의해 계속해서 재현되어 왔다.

이렇게 시대를 달리 하며, 사람을 달리 하며, 같은 곡을 지속적으로 연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음악에는 단 하나의 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해석과 의미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다시 말해, 하나로 규정될 수 없으며, 그렇게 때문에 그 심오한 의미를 구체화하기란 아주 어렵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언어의 불완전성을 생각할 때, 그 느낌과 감정을 정확히 표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데 이 책은 감히 그 도달할 수 없는 목표에 도전한다.

이 음악은 왜 좋을까, 이 연주자의 연주는 왜 감동을 줄까 등등.
저자는 이런 물음에 대해 독자들에게 친절하게 답을 해주려고 노력한다. 
본문에서 언급했듯이, 이는 마치 음악으로 코딩된 인간의 감정과 신념을 다시 디코딩하는 작업이다. 

본 필자는 그 디코딩 작업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싶다. 
'음악이라는 천상의 언어로 쓰인 음악가들의 정수를 다시 지상의 언어로 해석하는 일'

그리고 저자는 그 '일'을 훌륭하게 해낸다. 
총 16명의 음악가들에 대해 그 스타일을 손에 잡힐 듯 묘사하고 설명하며, 
그런 재능이 실제 클래식 음악에서 어떻게 실현되는지를 QR코드를 통해 생생하게 들을 수 있도록 안내한다.  
저자의 배려 덕분에, 독자들은 그녀의 뛰어난 설명을 읽고, 말 그대로 '바로 그 자리'에서 해당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글로만 읽었을 경우, 이해를 못 하거나, 이해를 했더라도 가볍게 지나치고 곧 잊어버리게 되었을 텐데, 
실제 음악을 들음으로써 그런 안타까운 상황을 피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음악가들에 대한 주요 정보와 '결정적인 순간'이라 명명한 주요 이력을 정리해놓아서,
해당 예술가에 대해 총체적인 이해를 할 수 있고, 이는 다시 연주 감상의 깊이를 높은 수준으로 이끌어준다. 

 

#더클래식 #김호정 #중앙북스 #서평이벤트
#문화충전200%
#문화충전200%서평단 #문화충전200%리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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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나다웠던 인생의 한 페이지 - 나는 내 인생을 살고 있는가?
류쉬안 외 지음, 하진이 옮김 / 굿북마인드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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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인생에서 오랫동안 고대해오고, 중대한 의미를 가지는 순간에 자신을 찾아온 영감과 생각을 선택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각각의 에피소드의 처음에는 명문대 박사과정을 다니는 사람, 구글에서 일하는 사람, 일류셰프의 길을 걷는 사람 등 외부시선으로 봤을 때 부족한 것이 없어 보이는 이들이 나온다.  
그러나 그들은 공허함, 자신에 대한 불신, 끝없는 부족함, 현실의 답답함 등을 호소했다. 
왜 그런 것인가. 

이야기는 여러가지이지만, 그 핵심은 동일하다. 
인간이란 항상 자신의 세계와 외부의 세계가 충돌하는 곳에서 살아간다. 
즉 '나다운 것'과 '외부에서 기대하는 나'와의 지속적인 갈등 사이에서 고민하는 존재인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대부분은 외부에서 요구하는 나를 향한 더 치우치게 된다. 
쉽게 말해, 이건 마치, 일상에서 나 혼자만의 시간이 점점 줄어드는 것과 같다. 
우리는 점점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영향을 받는 사람이 되어간다. 

그 결과,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을 할 수 없게 된다. 
"최근 나다웠다고 말할 수 있는 순간이 있었던가"

이 책은 이렇게 점점 사라지는 나를 돌아보고, 위와 같은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그리고 각각의 필자들의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은 그 물음에 어떻게 답했는지를 전해준다. 

그들의 삶의 원동력을 찾기 위한 내면적, 정신적 모험을 감수했고, 
진정하게 나를 움직이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는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바꿀 수 없는 것들은 수용하고 바꿀 수 있는 것들에 집중했다. 
그리고 그들이 정말 원하는 것을 찾는 목적지에 가까워진다. 

p.s. 바꿀 수 없는 것들을 수용한다는 의미로서, 본문에서 인용한 작가와 이 책의 필자들은 '복종(surrender)'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아주 흥미롭다. 
번역하면 '복종, 항복'이 되니 한국어로서는 부정적인 의미가 강해지지만, 한편으로는 '내어준다'라는 의미도 있어 뒤집어 생각하면 관대하게 받아들인다라는 뜻도 될 수 있다. 
또한 '복종'이라는 말은 신을 향해 사용하는 종교적인 용어도 될 수 있어, 내면과 정신을 강조하는 이 책이 그 성격상 종교적, 영적인 색채를 띄는 것과도 서로 통하는 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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