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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페스 네페세
아이셰 쿨린 지음, 오진혁 옮김 / 호밀밭 / 2024년 11월
평점 :
전쟁.
역사가 거대해지는 순간이다.
잔잔한 물결 같던 그 흐름은 순식간에 가속화하고, 그 치솟은 파고는 모든 것을 집어삼킨다.
그리고 그런 순간에 개인들은 늘 그래왔듯이 은신처를 찾고 피난을 간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전쟁 중에서도 가장 거대한 전쟁이라 불리는 2차 세계대전에 대한 이야기이다.
평상시와는 다른 역사의 진행속도와 무게감은 그 속에서 휩쓸려가는 개인과 소공동체들(가족, 친구, 동료)을 하찮게 만든다.
작은 우연, 얄팍한 종이 한 장이 생사를 가르고, 인간 본성의 추악함과 옹졸함이 증폭되어 일상의 거리를 뒤덮는 그림자가 된다.
소설을 통해 묘사되는 이런 광경은 독자들에게 그 이질성, 가혹삼, 논센스로 인해 가상 세계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더 나아가 이는 개인이나 소공동체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각 나라들은 지금과는 다른 이상한 모습을 하고 있다.
급변하는 뭔가에 놀라고 우왕좌왕하며, 노골적으로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동시에 주변과의 협력이 결렬될까 초조해 한다.
속내를 극단적으로 드러냈다가 그 저속함에 놀라 다시 극단적으로 숨기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상황들이 벌어지는 한편에서 고고하게 피어나는 개인들의 선택들이 생겨난다.
광기로 인해 힘을 얻은 부조리, 불합리에 희생 당하는 사람들을 구해내려는 선택,
인간의 존엄, 신념, 사랑이라는 가치가 훼손되고 사라지는 것을 막아내려는 선택.
거대해진 역사의 손아귀 안에서, 아이러니하게도 개인들 역시 고귀한 선택으로 자신을 거대하게 만들며, 대항한다.
이미 1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전쟁의 승패, 헤게모니 대결의 성패의 가혹함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 상태에서,
그들은 그 위험, 불안, 공포가 지배하는 지옥에 맞서 생각하고 행동한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태운 열차가 역사를 거슬러, 시간을 거슬러, 고향을 향해 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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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