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의지대로 살고 싶을 때 니체 - 진짜 나로 살아가게 하는 니체 인생 수업
양대종 지음 / 초록북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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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위대한 철학자의 이름을 내건 인문 교양서는 수두룩하다. 
하지만 그 철학자의 저작을 번역하거나 연구자의 입장에서 분석한 책이 아니고, 
다른 제3의 저자가 단순히 소개하는 책들은 그 수준과 한계가 명확하다. 
예컨대,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다는 명분 아래, 철학자의 유명 저서들을 피상적으로 다루거나 과도하게 요약하면서 그 정수가 모두 사라지게 하는 경우가 많다. 
또는 철학자의 권위에 기대어 그럴 듯하게 포장하지만, 정작 서술하는 얘기들은 저자의 개인적인 인생철학이나 주장인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은 확연히 다르다. 
니체라는 철학자의 사상을 소개하고, 그것에 기반을 둔 철학 입문을 안내하는 책이지만, 여느 교양서들과는 큰 수준 차이를 보여준다. 
결국 저자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주제가 책의 중심이 되고 있긴 하지만, 그 내용에는 니체의 생각과 언어가 내포되어 있다. 
예컨대, 삶에 대한 자세를 얘기할 때는 니체의 경쟁 찬미와 초인(위버멘쉬) 사상이 인용되고, 사유의 중요성을 얘기할 때는 생존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것을 강조하는 니체의 가치 중시론을 끌어온다. 
마치 니체라는 과거의 인물이 이 책의 저자를 통해 현대적인 언어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듯하다. 
그리고 저자는 그런 메신저의 역할을 겸손하고 성실하게 수행하려고 노력한다. 
덕분에 독자는 니체의 두껍고 어려운 저작을 읽지 않고서도 니체의 사유를 공유할 수 있다. 
아울러 중간중간에 인용된 니체의 원문 부분들을 친근하고 알기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다음으로 이 책의 서문에 대한 찬사도 역시 보내고 싶다. 
위인 철학자의 사상을 소개하는 대중 교양서 중에 이처럼 감각적이고 독특한 서문은 본 적이 없다 
판에 박힌 표현과 문장이 하나도 없다 
책의 처음부터 독자에게 이 책은 다른 책들과 다르며, 아주 재밌을 것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마치 편지를 쓰듯이, 대화를 나누듯이 서술하는 내용이 매력적이고, 기발하고 재미있는 은유까지 담고 있다. 
특히 니체의 말을 빌어, 사상은 춤으로, 지혜는 연인으로, 인생은 음악으로 대치하여 설명하는 부분은 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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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 없음 - 격동의 세계를 이해하는 세 가지 프레임
헬렌 톰슨 지음, 김승진 옮김 / 윌북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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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언제 세계가 질서가 있었던 적이 있었던가. 
언제 뉴스가 파편적이지 않았던 적이 있었는가. 
그런데 이 책은 그 숨은 질서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파편들 속에서 총체적인 실체를 발견하려고 애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동시에 세계는 점점 무질서로 빠져들고 있으며, 뉴스는 그 맥락을 찾기 점점 어려워진다고도 말한다. 
이런 과감한 시도와 과도한 자신감, 그리고 무질서와 파편화의 아이러니를 역설하는 모순이 이 책의 최고의 매력이다. 

가장 큰 장점은 탁월한 저자의 식견과 통찰, 그 자체이다. 
국제정세를 명쾌하게 정리하고 총괄하는 그의 능력은 본문을 읽을수록 현실로 다가온다. 
어떻게 그 많은 역학관계와 이해관계를 파악하고 있으며, 각각의 이기적인 주체들의 관점을 인지하고 조합할 수 있는지, 
과거로부터 축적된 역사적 문맥과 향후 예상되는 문명적 경로를 계산하고, 복잡한 변수의 상호작용을 정리할 수 있는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특히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변화무쌍한 강대국들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듯이 설명하고, 시사점을 추출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그런 지식과 정보를 포괄하여 전체적인 흐름과 그림을 그려내는 솜씨가 빼어나다. 
덕분에 독자는 세계정세라는 무질서한 질서를, 파편화된 총체를 파악하고 해석할 수 있다. 

다음으로 명확한 키워드를 제시하고 그것을 중심으로 논리정연하게 서술하는 것도 장점이다.
그는 에너지, 금융, 민주주의라는 세 가지 핵심어를 가운데 두고 자신의 주장을 논한다. 
복잡성과 모호성, 다양성과 다중성, 무작위성과 무규칙성을 특징으로 하는 국제질서를 이야기하는 것은 언제나 도전적인 과제이다. 
그러나 저자는 세 가지의 중요한 축을 먼저 세우고, 그것들이 어떻게 세계를 주도해나가는지 알려준다. 
이 유용한 프레임을 활용하면, 비로소 왜 그 지역에서 전쟁이 발생했는지, 왜 그곳에서 갈등이 터져나오는지, 왜 그런 역사가 만들어지는지 등을 이해할 수 있다. 
 

#질서없음 #윌북 #헬렌톰슨 #김승진 #컬처블룸 #컬처블룸서평단 #컬처블룸리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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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 좀 만들어 줄래요? 미래그림책 198
카타지나 보구츠카 지음, 용희진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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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지금까지 본 그림책들 중에 가장 스타일리쉬하다 
현대미술적인 그림이 마치 고급 일러스트와 같다. 
페이지마다 채워진 미적인 감각이 독자를 매료시킨다. 
소소한 반전이 있는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수준 높은 그림이 그 영향력을 압도한다 

이 책은 그림책에 있어, 그 말 그대로, 그림이 중심이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가장 큰 장점은 빈틈 없이 저자의 센스와 역량을 채워넣은 그림 그 자체이다 
어른이 보아도 그 매력에 빠져들 정도이다. 
캐릭터의 외양, 의상, 개성이 확고하여 뚜렷한 인상을 남기고, 이야기에 활력이 발생하도록 돕는다. 
배경과 대상물들에 대한 묘사는 패션 잡지를 보는 것처럼 트렌디하고 동시에 회화를 보는 것처럼 미술적이다 
아울러 통속적인 다른 그림들과는 확실하게 구별되는 저자의 개성이 뭍어나오는 것이 신선하고 자신감 있는 인상을 준다 
독서 후에는 자연스럽게 저자의 약력을 찾아보게 만드는데, 아니나 다를까, 회화를 전공한 후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게다가 국제 공모전에서 수상한 경험과 함께 볼로냐 아동 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는 등 여러 수상이력이 있다. 
한마디로 눈에 띄지 않을 수 없는 차별성과 예술성이 있다.  

다음으로, 현대적인 이야기도 시선을 붙잡는다. 
폴란드의 만두 '피에로기'를 소재로 삼아,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소소하면서 유쾌한 스토리를 만들었다. 
특히 반복되는 패턴의 시도가 계속되다가, 마지막에 위트 넘치는 반전이 있어, 이야기의 완결성을 높인다. 
반복과 반전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선호하는 서사적 흐름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한편 그 미니멀적인 요소와 담백한 줄거리 구조가 현대적인 분위기를 가져오기도 한다. 
아울러 '피에로기'를 만드는 법을 간단히 정리한 부분과 덧붙이는 이야기를 통해 자세히 설명하는 부분은 본문에 색다른 터치를 가미한다. 
  

#만두좀만들어줄래요 #미래아이 #카타지나보구츠카 #용희진 #컬처블룸 #컬처블룸서평단 #컬처블룸리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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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주영이다 - 자본도, 기술도, 경험도 없이 현대를 키워낸 신념의 세계 나는 누구다
박상하 지음 / 일송북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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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격동의 현대사에서 절호의 기회를 포착하여 그것을 최대한으로 사용한 사람들. 
그들이 지금의 한국의 모습을 만들었다. 
공과가 있겠지만, 결과론적으로 볼 때 그들은 한국의 역사와 함께 윈-윈하는 업적을 세웠다. 
그리고 그 선두에 서 있는 이들 중 하나가 바로 정주영이다. 
그 사람 자체가 한국의 현대사 및 기업사의 총체이다. 

이 책은 그런 정주영의 인생과 선택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그의 파란만장한 삶의 드라마이다 
식민지 시대로부터 시작하여, 한국전쟁을 거치고, 한강의 기적에 이르기까지 극적인 시공간 속에서 그가 보여주는 인생의 행보는 한 사람의 이야기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놀랍다. 
행운도 있었고, 운명적 필연도 있었으며, 시대적 요구도 있었다. 
반면, 불운과 위기도 있었고, 우연과 좌절도 있었으며, 개인적 한계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 여러 요소들이 혼재하는 그의 인생에서 가장 중심에 위치한 것은 탁월한 근면함과 능동적인 명석함이었다. 
그랬기에 커다란 행운만큼이나 거대한 불운이 닥쳤을 때, 그것을 극복할 수 있었고, 운명적 기회와 함께 찾아오는 대서사시 같은 위기에도 좌절하지 않았다. 
시대 정신이 요구하는 역량과 자질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분명하지만,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할 정도의 노력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독보적인 성과를 성취했다. 
인간 사회에서 부지런하면서 똑똑한 사람은 아주 많다. 
하지만, 그 덕성을 시대의 부름에 맞게, 시대를 선도하는 방식으로, 오랜 시간동안 지속적으로 발산하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로 추려진다 
정주영은 그런 특수한 사례의 살아있는 표본이다. 
감히 개인이, 한 나라의 역사에 밀접하게 결합하며, 한 시대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동행하는 재미를 선사한다 
역사에 있어 개인은 마치 숲 속의 개미와 같은 존재이다. 
장엄하게 운행하는 자연 속에서 개미는 잘 보이지도 않는 미물로서 존재한다. 
그런데 이 역학 관계적 한계를 뛰어넘는 사람이 현존했다는 사실은 모든 이들에게 희망적 메시지이자, 원대한 꿈의 전도가 된다.           

#나는정주영이다 #박상하 #일송북 #컬처블룸 #컬처블룸서평단 #컬처블룸리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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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예찬
스테파니 오셰 지음, 이소영 옮김 / 마음의숲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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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왜 이 생각을 못 했을까
우리가 지금 고양이를 이토록 사랑한다면, 인류가 문명적 자각을 한 이후부터 계속해서 그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을 것이라는 것을. 
즉 시대를 불문하고, 그 많은 위인들, 명사들, 예술가들, 사상가들 역시 고양이를 사랑했을 것이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그 사람들이 단순히 잠깐 그 애착을 느끼고 사라졌을 리가 없다. 
그에 대한 말과 생각을 남기고, 이야기를 만들었을 것이고, 문학과 미술, 음악과 이론에 그 흔적을 남겼을 것이다. 
본원적인 신화와 원초적인 언어에도 그 영향이 있었을 것이고, 사회와 문화에 절대적이고 상대적으로 족적을 뿌려놓았을 것이다. 

이 깨달음을 준 것만으로도 이 책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장 큰 장점은 고양이라는 작은 대상을 채택했지만, 그 문장과 내용의 영역은 매우 거대하다는 것이다. 
그저 일상을 같이 하는 고양이를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문화 및 신화 속에 존재하는 고양이를 논한다. 
존경을 받은 위인들의 고양이 예찬을 시작으로, 추상적인 개념과 접목하여 지적인 쾌감을 선사하기도 하고, 통속적인 주제들과 연관하여 영감을 주기도 한다. 
존재의 본질적인 특성을 기반으로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흥미로운 통찰로 독서의 즐거움을 극대화하기도 한다. 
여러 상징과 비유를 설명하며 자신의 식견과 애착을 강조하기도 하고, 친절한 해설과 서술로 고양이를 친근한 대상으로 홍보하기도 한다. 

특히 마지막 챕터의 '신'의 내용은 이 책의 백미이다. 
고양이가 지닌 특질을 비가시성, 편재성, 전지성이라는 관념과 연결하여 저자 자신의 글쓰기 솜씨를 마음껏 뽐낸다. 
예컨대, 인지했다고 단정하는 순간 사라지고 마는 고양이는 비가시적 존재라는 설명은 공감을 이끌어내고, 존재하되 대부분의 시간 동안 보이지 않는다는 특성을 독자들의 머릿속에 확정한다.
또한 광범위한 활동 반경과 재빠른 움직임을 편재성이라는 개념으로 일컬으며, 어디에서나 존재하는 듯한 신비로운 성격을 부각시킨다. 
그리고 영롱한 눈동자와 인간과의 눈맞춤을 피하지 않는 고양이에게서 전지적 신성을 발견하며, 그 인지적 위상을 높이기도 한다.
끝으로 이와 같은 비가시성, 편재성, 전지성을 결합하여, 고양이는 신성한 특성을 지닌 영감적 존재라는 이야기로 이끌어가는 흐름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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