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하다 보니
박재민 지음 / 말랑(mal.lang)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누구나 가는 길은 재미 없음

책 속에 인도네시아 발리를 여행한 한 가지 에피소드가 있다.

필자는 모두가 그러하듯 유명한 도시에 쾌적한 관광을 하는 것을 선택하지 않고

지도를 살펴본 후, 교외의 이름 모를 작은 마을을 선택하여 도보로 방문하기로 한다.

당연히, 그 여정은 순탄치 않고, 이동부터 숙박을 거쳐 복귀까지 여러 고생을 많이 한다.

이 일화는 필자의 인생관을 단적으로 설명한다.

누구나 가는 길은 나에겐 의미가 깊지 않으며, 내가 생각해낼 수 있는 경로를 가는 것이 인생의 참맛이라는 생각.

이 쉬워 보이지만, 어려운 선택과 도전을 나는 지지한다.

작은 시작의 연쇄 반응

필자의 장점 중 하나는 소소한 시작을 과소평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런 시작을 무시하고, 가치가 없다고 먼저 판단하며, 그래서 애초에 착수조차 하지 않는다.

그러나 글쓴이는 그런 시작들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여러 번 이뤄낸다.

예컨대, 브레이킹 댄스, 스노우 보드, 방송 등이 그렇다.

모든 걸 갖추고, 대단한 성과를 이뤄내야 한다고 결의를 다지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좋아서, 혹은 하고 싶어서 그 분야에 발을 내딛는다.

그리고 그런 미미한 시작들은 연쇄 반응을 일으켜, 예상치 않은 많은 기회를 가져다 준다.

관련 전공의 학과장 역할을 하기도 하고, 올림픽 해설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하며,

경력이 쌓인 방송인이 되기도 한다.

이런 과감성과 진취성은 독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으며, 장려하고 추천하고 싶은 태도이다.

누구나 가는 길에 들어섬

많은 사람들과는 완전히 다른 경로를 선택한 글쓴이의 인생을 접할 수 있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지만,

한편, 천방지축 이미지의 패기 넘치는 젊은이였던 필자가

어느덧 부모가 되어 아이들을 걱정하는 입장이 된 변화도 볼 수 있다.

통통 튀는 행보로 부모님에게 걱정을 꽤나 끼쳤을 글쓴이가

이제는 자신의 자녀를 염려해야 하는 입장이 된 것이다.

아울러, 하고 싶은 것들을 자유롭게 하고 하니던 막내 아들 같았던 한 사람이

이제는 집안의 가장으로서 해야 하는 여러 걱정을 하는 모습이 인간적이다.

독특한 커리어 트랙을 선택한 필자가 이제는 가장이자 부모로서의 역할을 서술한

이야기가 에세이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하다 보니 #박재민 #말랑

#책과콩나무 #책과콩나무서평단 #책과콩나무리뷰단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 눈이 반했습니다 - 꿰맨 눈과 기울어진 사랑
김하진 지음 / OTD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장르 특성상 중언부언, 이야기가 늘어지기 마련인데,

단편은 태생적으로 그런 함정들로부터 자유롭다.

게다가 인물, 사건, 배경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그 덕분에 얘기는 담백하고, 주제가 명확해진다.

이 책은 젊은 작가의 단편 모음집이다.

무엇보다 이미 완성 단계에 이른 작가들의 유리알처럼 깎이고 깍여 반들반들한 이야기가 아닌,

거칠고 모가 있지만, 그 안의 원석을 궁금하게 하는 소설이다.

그리고 그런 새로움의 세대답게,

향수보다는 상상, 과거보다는 미래에 초점이 맞춰져 신선함을 준다.

아울러 지금, 작가라는 레거시적인 커리어를 택해 살아가는 이들의

생각과 상상의 단면, 그리고 현실문제에 대한 접근을 볼 수 있어 흥미롭다.

총 여섯 편의 단편이 있는데, 그 중 '한 눈이 반했습니다'와 '얼리지 않아'가 눈에 띈다.

전자는 미의 기준, 가치관, 자기부정 등의 키워드로 이야기를 구성한다.

젊은이들의 자아가 형성되며 겪는 혼란과 반발, 그리고 부정에 대해 상상과 상징을 잘 버무렸다.

통과의례처럼 우리 모두는 완벽주의를 탐하고 첫사랑을 경험한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세계의 불완전함, 현실의 무작위성, 가치의 무질서를 발견한다.

완벽히 대칭하는 세계를 꿈꾸지만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바로 이 지점이 성장해가는 사람으로 하여금,

헛된 꿈을 꿰매게 하고, 가슴 깊히 바랐던 것을 외면하며,

오랫동안 외눈으로 살게 하는 원인이 된다.

아울러 '얼리지 않아' 역시, 기발한 상상력과 '눈의 여왕'이라는 고전적 이야기를

재미있게 혼합한다.

이 이야기 역시, 현실과 이상의 괴리로부터 시작하여,

자기연민과 부정을 넘나드는 감정을 잘 묘사한다.

하얀색으로 상징하는 순수함이 산산히 깨진 뒤,

거울의 파편처럼 사람들에게 박혀 자신은 물론,

세상을 차갑게 얼려버리는 전개가 인상적이다.

#한 눈이 반했습니다 #김하진 #오티디코퍼레이션

#책과콩나무 #책과콩나무서평단 #책과콩나무리뷰단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신경외과 전문의 파킨슨병 실제 투병기 - 환자가 된 척추명의가 환자·가족·의료진에게 제안하는 실천 가이드
박춘근 지음 / 바이북스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척추 명의'의 자아 재정립에 대한 기록

한 번이라도 가족이 장기 입원했던 사람은 안다.

투병이라는 것이 얼마나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얼마나 견고했던 관계와 가치가 무너지고,

얼마나 불안하고 우울하게 만드는지.

게다가 평소 운동을 잘 했던 사람이 침상에 묶이게 되거나,

쾌활하고 유쾌했던 사람이 고통에 시달리게 되면,

그 변화를 보는 것 자체만으로 얼마나 인생에 대한 큰 회의감을 불러오는지.

그리고 이 책은 위에서 언급한 투병과 그에 따른 변화를 이야기한다.

명의로 인정 받는 의사가 어느 순간 불치병에 걸리게 되는 상황은

우리 인생의 연약함과 아이러니를 상징한다.

그러나 그 운명 앞에서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듯,

필자도 자신을 재정립한다.

처음의 좌절과 고통에 힘겨워하지만,

그 밖으로 도망가지 않고, 그 안에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자신만의 사명을 찾는다.

그리고 그 결론은 의사로서 투병에 대한 경험과 기록을 축적하고,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의사로서 환자들을 치료만 하던 사람이,

어느새 많은 약들을 시간에 맞춰 먹어야 하고, 재활운동에 시간을 할애해야 하며,

악화되는 운동 및 감각능력을 지키기 위해 안절부절해야 하는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감정적 동조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누구나 한 번쯤은 그런 급격한 변화에 괴로워해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뼈아픈 경험과 노력을 통해 자신의 마음가짐을 다시 만들어가고,

관계에 대해 성찰하며, 어려움을 극복하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은 감동적이다.

아울러 병이라는 것이 어떻게 예고 없이 찾아오고, 투병을 하면서 신경써야 할 사항들을 정리한 부분은

지금도 병마와 싸우고 있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예컨대,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도움이 될 복지제도 현황을 소개하고,

파킨슨 병이라는 불치병에 대한 의학 및 투병 정보를 정리해 놓았다.

그리고 향후 사회 차원에서 갖춰 나가야 할 인프라, 제도, 인식 등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신경외과 전문의 파킨슨병 실제 투병기 #박춘근 #바이북스

#책과콩나무 #책과콩나무서평단 #책과콩나무리뷰단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읽는 행위 - 부서지는 인간, 활자 너머의 어둠 오에 컬렉션 2
오에 겐자부로 지음, 남휘정 옮김 / 21세기문화원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악몽의 전달자

누구나 환상을 꿈꾸고, 직접 접하고 싶어 한다.

일상은 현실 그 자체이며,

현실적인 것은 이미 지겹도록 보았기 때문이다.

현대에 이 갈망을 충족하는 중심 주체는 영화이다.

장르적 특성상 가장 즉각적이고 감각적으로 그 목적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측면에서, 가장 불리한 예술 형태가 있다.

바로 문자로 하는 서술이다.

전달하고자 하는 이미지를, 영화는 1초만에 눈에 넣을 수 있게 만든다.

그러나 글은 서너 페이지를 할애해도 독자친화적으로 가공하기 어렵고, 순차적으로 읽어가야 한다는 특성상 소요시간 또한 길다.

그런데 여기, "글로써" 그런 환상을 선사하는 책이 나왔다.

그 눈부신 성과를 소화하려면 시간이 걸리고, 이성적으로 씨름해야 하지만, 단언컨대 지금까지의 경험들을 초월하는 새로운 세계를 보여준다.

2024년 오에 겐자부로 타계 1주년 기념 도서

과장한 찬사가 아니다.

정말 버릴 문장 하나가 없다. 모든 것이 명문이고, 머릿속에 혼란과 질서를 동시에 불러 일으킨다.

그 중에 백미는 1장이다.

쓴다는 것과 읽는다는 것 자체는 가공과 현실을 넘나들며 그 간격을 좁히기도 하고 늘리기도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틈을 통해 평소에는 생각지 못한 새로움을 드러낸다.

"독서를 과연 경험이라 할 수 있을까"

라는 근원적인 질문으로 시작해 "책을 읽는다"는 것에 대한 궁극적인 해답을 건네준다.

그리고 그 설명 안에는 지금껏 보아온 클리셰가 정말 하나도 없다.

그 대신 공동의 상상력과 역사, 이야기와 축제, 신화와 인간이라는 키워드가 서로 자리를 바꿔가며

필자가 표현한 "두려운 예감"에 대해 길을 제시한다.

상상과 현실에 대한 생각을 지금까지 누구보다도 환상적으로 재구성한다.

아울러 4, 5장에서는 현재진행하는 역사와 폭력, 사회와 인간이라는 주제에 대한 겐자부로의 식견을 만날 수 있다.

위대한 작가의 사상과 소회는 주제에 대한 내용은 물론, 그 생각을 어떻게 품위 있고 세련되게 전달하는지를 알려준다.

그리고 문학애호가라면, 7장을 추천한다.

각 장에서 고전과 위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모두 하고 있지만, 특히 마지막 장에서의 서술은 압권이다.

오에는 작가의 역할을 "악몽의 전달자"로 규정한다.

자기 내면에 잠재된 원죄적 "어둠"을 확인하고, 동시에 그 안에 있는 "희미한 빛"을 인정하는 자이기 때문이다.

독서를 마친 후 드는 생각은 완전히 다른 차원에 빠졌다가 돌아온 듯하다는 것이다.

사고의 깊이, 그것을 표현하는 문장력이 전혀 다른 층위를 보여준다.

그가 서술하는 모든 주제는 신기루처럼 승화한다.

예컨대 여태껏 본 적, 상상한 적이 없는, 이 세상의 것이 아닌 표현들로 이상과 실존이 혼합되어 마치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그 무엇이 된다.



#오에 컬렉션 II #읽는행위 #오에겐자부로

#남휘정 #21세기문화원

#컬처블룸 #컬처블룸서평단 #컬처블룸리뷰단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리운 시절로 띄우는 편지 - 현대판 단테의 『신곡』 오에 컬렉션 5
오에 겐자부로 지음, 서은혜 옮김 / 21세기문화원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역사와 신화라는 원천

오에의 시그니처 중 하나다.

공동의 발자취와 공동의 상상력이라 일차적으로 해석되지만, 이 구도는 그리 만만치 않다.

우선 오에의 세계관에서 그 스트럭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역사 - 신화

실제 - 가상

지금 - 그리운 시절

말 - 편지

숲 밖 - 숲

고향마을 이야기 속 인물 - 기이 형

오에 자신 - 소설 속 화자

실존 - 관념

사람 - 신성(divine)

인생 - 죽음

사라지는 시간 - 순환하는 시간

그리고 이 책은 이 구도 속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숲처럼,

골짜기(고향)의 역사와 신화를 둘러싼 구원과 재생에 대한 얘기다.

자아의 죽음과 재생 이야기

지금의 작가는, 그리운 시절에 보내는 편지를 통해,

숲 밖에서 이뤄지는 죽음을 재생하려고 한다.

어른들이 보금자리라 부르는 골짜기를 떠나지 않으리라던

어린시절의 덧없는 맹세

그러나 자신의 이상향을 상징하는, 숲에 살던 "기이 형"은 아름다운 옛모습을 잃고, 불온한 분위기를 풍기며 지쳐 잠든 모습으로 귀결한다.

위에서 언급한 두 개의 구도 속에서 각각의 세계를 오가게 되는 인간이지만,

그 과정에서 자아는 발현하고 고양하는 것이 아니라,

쇠락하고 죽어간다.

두 세계를 오고 갈 수밖에 없는 것이 필연이자 불가피하다는 것을 생각할 때,

자아가 시들어가고, 왜곡되며, 쇠퇴하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는 것일 것이다.

그것이 운명이고 섭리인 것이다.

자신은 그러지 않겠다는 것은 작가 말한 것처럼 덧없는 맹세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본문에서처럼 "순환하는 시간"(섭리) 속에서 "그리운 시절에 편지를 쓰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을 끝까지 거부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소설 속 기이 형처럼

분노가 아닌 사랑을 설파하려 하는데

그 목적을 위해 어리석은 분노에 분노하다 보면,

결국 사랑이 아닌 분노를 설파하게 되는 아이러니에 "고요한 비탄"만 삼키게 될 것이다.

#오에 컬렉션 V #그리운 시절로 띄우는 편지 #오에겐자부로

#서은혜 #21세기문화원

#컬처블룸 #컬처블룸서평단 #컬처블룸리뷰단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