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눈이 반했습니다 - 꿰맨 눈과 기울어진 사랑
김하진 지음 / OTD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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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특성상 중언부언, 이야기가 늘어지기 마련인데,

단편은 태생적으로 그런 함정들로부터 자유롭다.

게다가 인물, 사건, 배경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그 덕분에 얘기는 담백하고, 주제가 명확해진다.

이 책은 젊은 작가의 단편 모음집이다.

무엇보다 이미 완성 단계에 이른 작가들의 유리알처럼 깎이고 깍여 반들반들한 이야기가 아닌,

거칠고 모가 있지만, 그 안의 원석을 궁금하게 하는 소설이다.

그리고 그런 새로움의 세대답게,

향수보다는 상상, 과거보다는 미래에 초점이 맞춰져 신선함을 준다.

아울러 지금, 작가라는 레거시적인 커리어를 택해 살아가는 이들의

생각과 상상의 단면, 그리고 현실문제에 대한 접근을 볼 수 있어 흥미롭다.

총 여섯 편의 단편이 있는데, 그 중 '한 눈이 반했습니다'와 '얼리지 않아'가 눈에 띈다.

전자는 미의 기준, 가치관, 자기부정 등의 키워드로 이야기를 구성한다.

젊은이들의 자아가 형성되며 겪는 혼란과 반발, 그리고 부정에 대해 상상과 상징을 잘 버무렸다.

통과의례처럼 우리 모두는 완벽주의를 탐하고 첫사랑을 경험한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세계의 불완전함, 현실의 무작위성, 가치의 무질서를 발견한다.

완벽히 대칭하는 세계를 꿈꾸지만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바로 이 지점이 성장해가는 사람으로 하여금,

헛된 꿈을 꿰매게 하고, 가슴 깊히 바랐던 것을 외면하며,

오랫동안 외눈으로 살게 하는 원인이 된다.

아울러 '얼리지 않아' 역시, 기발한 상상력과 '눈의 여왕'이라는 고전적 이야기를

재미있게 혼합한다.

이 이야기 역시, 현실과 이상의 괴리로부터 시작하여,

자기연민과 부정을 넘나드는 감정을 잘 묘사한다.

하얀색으로 상징하는 순수함이 산산히 깨진 뒤,

거울의 파편처럼 사람들에게 박혀 자신은 물론,

세상을 차갑게 얼려버리는 전개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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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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