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들이 가장 쉽게 진입할 수 있는 글쓰기 분야이며,
사진이나 여행지 묘사라는 훌륭한 사이드킥이 있기 때문이다.
유행가 가사가 문학적 아름다움이 없어도 시적으로 들리고,
만화의 스토리가 치밀하지 않아도 독자들을 몰입하게 만드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리고 문학가, 학자, 예술인 등의 지성인들은 한가롭게 여행이나 다니는 사람들이 아니다.
하지만 그 예외가 간혹 있으니, 이 책 역시 그런 분명한 돌연변이 중 하나이다.
풍경, 건축, 사람들로부터 사상, 문화, 사색을 논할 수 있고,
그 구상과 추상의 두 극단의 사이에서 숨은 의미와 내포된 이야기를 이끌어낸다.
잔디 위를 걷는 시민들에게서 신화 속 물의 요정과 초원을 걷는 중세 영주를 떠올리고,
현지인들이 딛고 서있는 땅의 다채로운 색감으로부터 나라의 탄생과 상상력의 발휘를 발견한다.
커다란 영국의 나무들에게서 오래된 것들이 생명력을 지니고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그 고색창연함이 존경의 대상이 되며,
그런 사상이 영국인들이 아름답고 위엄 있게 늙어갈 수 있게 하는 비결임을 찾아낸다.
그리고 점증되는 감상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챕터의 마지막 두 문단은 그야말로 압권, 그 자체이다.
영국의 삶이 어떻게 다른지,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인지를 시작으로,
수많은 반의어로 자신이 여행한 곳을 설명하며,
그 나라가 이룩한 인류사적 업적과 사상사적 혁신을
고귀한 문화유산과 고유한 가치관의 운명적인 결정체로 승화시킨다.
아울러 저자의 명문장을 인용하여 마무리하고 싶다.
"자유의 이상을 숭상하는 곳이라면, 그곳이 어디든 영국의 해안선이 시작되는 곳이라고 할 수 있죠.
그렇다면 이 세상에는 수많은 도버가 있습니다."
#대놓고 다정하진 않지만 #카렐차페크 #박아람 #휴머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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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