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도 있지!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169
조현숙 지음 / 길벗어린이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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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제가 소개할 책은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시리즈로

어른들은 모르는 아이의 마음속 세상

웃음도, 눈물도, 사랑도 가득한 아이의 진짜 마음을 그린 그림책이랍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미운 네 살”이라는 말을 왜 하는지 알 것 같은 순간이 있어요. 양치하자고 해도 싫다, 약 먹자고 해도 싫다, 병원 가자고 해도 싫다, 놀이터에서는 집에 가기 싫다며 울고불고하니까요. 부모 입장에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지치고 답답해지지만, 《내 마음도 있지!》는 바로 그 순간 아이 마음속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다정하게 보여 주는 그림책이에요.

주인공 빈이는 네 살 아이입니다. 엄마의 말에 자꾸 “싫어!”라고 대답하고, 장난감은 혼자 가지고 놀고 싶고, 놀이터에서는 매일매일 더 놀고 싶어 하지요. 어른 눈에는 고집부리고 말 안 듣는 모습처럼 보일 수 있어요. 결국 “미운 네 살”이라는 말을 듣게 된 빈이는 마음속에 꾹 담아 두었던 말을 터뜨립니다. “왜 항상 엄마 마음대로만 해? 내 마음도 있지!” 이 한마디가 참 콕 박혔어요. 아이도 자기만의 생각과 감정이 있는데, 어른의 기준으로만 판단했던 건 아닐까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같은 상황을 어른의 시선과 아이의 시선으로 다르게 보여 준다는 점이에요. 벽에 낙서한 건 그냥 말썽이 아니라 커다란 우주를 그리고 싶었던 마음이었고, 흙탕물을 튀기며 뛰어다닌 건 좋아하는 무지개를 보고 싶었던 마음이었어요. 주방을 엉망으로 만든 것도 장난이 아니라 엄마에게 줄 케이크를 만들고 싶어서였지요. 부모에게는 “왜 또 사고를 쳤지?” 싶은 순간들이 사실은 아이가 세상을 배우고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었다는 걸 알게 되니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물론 아이의 모든 행동을 그냥 두자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위험한 행동은 알려 주고, 지켜야 할 규칙도 가르쳐야 하지요. 하지만 그전에 아이가 왜 그렇게 했는지, 어떤 마음이 있었는지 한 번만 더 들여다보자는 메시지가 따뜻하게 전해집니다. 아이를 혼내기 전에 “무슨 마음이었어?” 하고 물어볼 수 있다면, 아이도 자신의 마음을 더 잘 표현하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림도 네 살 아이의 에너지를 정말 잘 담고 있어요. 자유로운 선과 선명한 색감이 아이의 마음속 세상처럼 생생하게 펼쳐집니다. 정돈되고 반듯한 그림이라기보다, 아이가 직접 마음껏 그려 낸 듯한 느낌이라 더 사랑스러웠어요. 웃음도, 눈물도, 고집도, 사랑도 가득한 아이의 하루가 그림 속에서 통통 튀어 오릅니다.

부모가 함께 읽으면 더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에게는 “내 마음을 알아주는 책”이 되고, 부모에게는 “아이를 다시 바라보게 해 주는 책”이 되어 주거든요. 읽고 나서 아이에게 “너도 엄마가 몰라줘서 속상했던 적 있어?”, “그때 어떤 마음이었어?” 하고 물어보면 평소에는 듣지 못했던 아이의 속마음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이의 행동 뒤에 숨은 마음을 알아차리게 해 주고, 부모와 아이가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도록 도와줍니다. 오늘도 “싫어!”를 외치는 아이 때문에 지친 부모에게, 그리고 자기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는 아이에게 꼭 읽어 주고 싶은 따뜻한 그림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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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여름방학이면 좋겠어 레인보우 그림책
천은진 지음 / 그린북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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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제가 소개할 책은 설렘과 우정, 여름밤의 반짝이는 추억을 담은 여름 그림책으로

아이를 믿고 한 발 물러서 주는 어른의 시선과, 그 믿음 안에서 훌쩍 자라나는 아이의 모습을 함께 보여주는 그림책이랍니다

《매일매일 여름방학이면 좋겠어》는 제목만으로도 아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그림책이에요. 여름방학이라는 말에는 마음껏 놀고, 늦잠도 자고, 평소와 다른 특별한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가 담겨 있잖아요. 이 책은 그런 여름방학의 반짝이는 설렘을 다람쥐 다린이와 친구들의 첫 여행으로 따뜻하게 그려낸 이야기예요.


이야기는 이사 간 친구 다솔이의 편지 한 통에서 시작됩니다. 다린이와 친구들은 다솔이를 만나기 위해 어른 없이 처음으로 다람쥐 바위산을 향해 떠나요. 엄마가 싸 준 도시락을 메고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아이들의 진짜 모험이 시작됩니다. 길을 정하는 것도,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하는 것도, 지친 친구를 챙기는 것도 모두 아이들의 몫이지요. 어른이 늘 앞에서 이끌어 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을 믿고 한 발 물러서 주는 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물론 여정은 순탄하지만은 않습니다. 도시락을 두고 다투다가 도시락이 물에 떠내려가고,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기도 해요. 해가 진 숲에서는 커다란 올빼미가 나타나 친구들을 위협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다린이와 친구들은 그때마다 서로를 탓하기보다 함께 방법을 찾아갑니다. 잘못한 친구를 몰아세우지 않고 용서하고, 배고픈 친구를 위해 숲의 먹거리를 찾고, 위험한 순간에는 서로를 지키기 위해 용기를 냅니다.

이 과정을 보며 우정은 즐거운 순간에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일을 함께 건너며 더 단단해진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여름 숲의 풍경도 이 책의 큰 매력입니다. 뜨거운 햇볕, 시원한 나무 그늘, 도라지와 곰취, 산딸기와 오디,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 해가 지며 달라지는 숲의 표정, 그리고 밤길을 비추는 둥근 달까지 장면마다 여름의 감각이 가득해요. 요즘 아이들은 에어컨이 있는 실내에서 여름을 보내는 일이 많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바깥의 여름이 얼마나 풍성한 놀이터인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 숲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자라고, 친구와 마음을 나누는 성장의 공간처럼 다가왔어요.

무엇보다 이 여행의 끝에 기다리고 있는 다솔이와의 재회가 참 뭉클합니다. 이사로 멀어졌지만 편지로 마음을 이어 온 친구, 그리고 힘든 길을 지나 마침내 다시 만나는 순간은 아이들에게 관계의 소중함을 알려 줍니다. 헤어졌다고 해서 친구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리움은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는 설렘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가 따뜻했어요.

《매일매일 여름방학이면 좋겠어》는 단순히 신나는 모험담이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해내며 자라는 시간과 친구들과 함께 만드는 추억의 힘을 보여 주는 그림책이에요. 다투고, 화해하고, 무서움을 이겨 내고, 함께 웃는 하루가 아이들 마음속에 오래 남는 여름 추억이 되는 과정이 참 예뻤습니다.

책을 읽고 나면 아이와 함께 “너라면 친구들과 어디로 첫 여행을 가고 싶어?”,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어떤 친구가 되어 주고 싶어?” 같은 이야기를 나눠 보고 싶어져요. 여름처럼 신나고, 숲처럼 든든하고, 달처럼 조용히 곁을 지켜 주는 친구들의 이야기가 마음을 환하게 밝혀 주는 따뜻한 여름 그림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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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합나무 저택의 어린 할머니들 마법 책장 6
도미야스 요코 지음, 사타케 미호 그림, 고향옥 옮김 / 가람어린이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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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제가 소개할 책은 《요괴 아파트》 시리즈, 《수상한 이웃집 시노다》 시리즈로 큰 사랑을 받은 도미야스 요코의 숨겨진 명작으로 어린 시절의 순수한 마음과 잃어버린 용기를 되찾아 가는 감동의 판타지입니다

《백합나무 저택의 어린 할머니들》은 제목부터 묘하게 마음을 끄는 책이에요. ‘어린 할머니들’이라니, 할머니들이 다시 어린아이가 된다는 설정만으로도 아이들의 호기심을 확 사로잡을 것 같았습니다.

백여 년 전 지어진 근사한 백합나무 저택이 지금은 여섯 명의 노인이 함께 살아가는 작은 양로원이 되었다는 배경도 참 분위기 있어요. 오래된 저택, 괘종시계, 잊힌 노래, 그리고 거꾸로 흐르는 시간이라니 책을 펼치기 전부터 신비로운 이야기가 시작될 것만 같았습니다.

이야기는 꽃지 할머니가 어린 시절 즐겨 부르던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본격적으로 움직입니다. 그 순간 괘종시계의 마법이 걸리고, 시간은 무려 7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요. 백합나무 양로원의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열 살 아이의 모습으로 변합니다.

나이 든 몸과 마음으로 살아가던 노인들이 다시 어린 시절의 자신을 만나게 된다는 설정이 재미있으면서도 뭉클하게 다가왔어요.

이 책은 단순히 “어른이 아이가 되었다”는 재미있는 판타지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7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잊고 지냈던 약속을 찾아가는 이야기이기도 해요. 오래전 누군가가 보낸 초대장, 먼 옛날의 여름날이 부르는 소리, 그리고 마법을 풀기 위해 하나씩 되찾아야 하는 기억들이 이어지면서 책장을 넘길수록 궁금증이 커집니다. 과연 그 약속은 무엇이었을지, 왜 지금 다시 이들을 불렀는지 알고 싶어져요.

무엇보다 마음에 남는 건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 우정과 추억의 힘입니다. 어린 시절에는 너무나 소중했지만, 어른이 되고 나이가 들면서 잊고 지낸 마음들이 있잖아요. 이 책 속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은 다시 아이가 되어 그때의 용기와 약속, 친구를 향한 마음을 하나씩 떠올립니다. 오래된 기억은 희미해졌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여전히 살아 있다는 점이 참 따뜻하게 느껴졌어요.

아이들은 이 이야기를 읽으며 약속을 지킨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친구와 함께한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어른들은 마음속 어딘가에 남아 있는 어린 시절의 나를 떠올리게 될 것 같아요. 누구에게나 한때는 열 살이었고, 두근거리며 친구와 비밀을 나누고, 작은 약속을 세상에서 가장 큰 일처럼 여겼던 시간이 있었으니까요.

도미야스 요코 특유의 따뜻한 판타지와 사타케 미호의 섬세한 그림이 어우러져 오래된 저택의 분위기와 시간 여행의 신비로움도 더욱 생생하게 살아납니다. 현실과 환상이 자연스럽게 이어져서 아이들도 어렵지 않게 몰입할 수 있고, 장면마다 아기자기한 상상력이 가득해 읽는 재미가 큽니다.

어린이에게는 재미있는 시간 여행을, 어른에게는 잊고 지낸 어린 시절의 마음을 다시 꺼내 보는 시간을 선물합니다. 책을 덮고 나면 나에게도 오래전 잊고 지낸 약속이 있었는지, 마음속 열 살의 나는 어떤 꿈을 꾸고 있었는지 조용히 떠올려 보게 되는 따뜻한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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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그리면 좋을까? 국민서관 그림동화 308
다니엘 뒤파예 지음, 카티아 클레인 그림, 정화진 옮김 / 국민서관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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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제가 소개할 책은 완벽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내려놓고, 실수조차 창작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자신만의 추상 미술(Abstract art)을 완성해 나가는 여정을 그린 그림책이랍니다

아이들이 그림을 그릴 때 의외로 가장 어려워하는 순간이 바로 첫 시작인 것 같아요. 빈 종이를 앞에 두고 “뭘 그리지?”, “망치면 어떡하지?”, “예쁘게 못 그리면 싫어” 하며 쉽게 연필을 대지 못할 때가 있잖아요. 《무엇을 그리면 좋을까?》는 그런 아이들에게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일단 시작해 보는 것만으로도 멋진 창작이 될 수 있다고 다정하게 말해 주는 그림책이에요.

주인공 벤포드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예요. 특히 자유롭게 마음껏 그리는 걸 좋아하지요. 그런데 선물로 받은 커다란 캔버스 앞에서는 이상하게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머릿속도 마음속도 텅 빈 것처럼 느껴지고, 이 커다란 화면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막막해져요.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도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이런 마음을 느끼잖아요. 그래서 벤포드의 고민이 더 친근하게 다가왔습니다.

이 책이 좋았던 점은 “잘 그려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게 해 준다는 거예요. 그림은 꼭 무엇을 똑같이 그려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처음부터 완벽한 계획이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선 하나, 점 하나, 색 하나에서 시작해도 되고, 예상치 못한 실수에서 새로운 그림이 태어날 수도 있습니다. 《무엇을 그리면 좋을까?》는 그런 창작의 과정을 벤포드의 엉뚱하고 자유로운 도전으로 보여 줍니다.

특히 추상 미술을 자연스럽게 경험하게 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아이들은 종종 “이건 뭐야?” 하고 그림의 정답을 찾으려 하지만, 추상 미술은 보이는 그대로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마음과 느낌, 상상까지 표현할 수 있잖아요. 벤포드가 빈 캔버스를 채워 가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아이들도 “그림은 꼭 잘 그려야 하는 게 아니라, 나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거구나” 하고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완벽주의 성향이 있는 아이에게도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작하기 전부터 결과를 걱정하고, 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아도 지우거나 포기하는 아이들이 있잖아요. 이 책은 실수를 실패로 보지 않고, 창작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해 줍니다. “망치면 어쩌지?”라는 마음을 “한번 해 볼까?”로 바꾸어 주는 힘이 있어요. 아이에게 필요한 건 완벽한 그림이 아니라, 마음껏 시도해 보는 경험이라는 걸 알려 줍니다.


부모가 함께 읽기에도 좋은 책이에요. 아이가 그림을 그릴 때 “이건 뭐 그린 거야?”, “색칠은 이렇게 해야지” 하고 무심코 평가하듯 말할 때가 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면 아이의 표현을 조금 더 기다려 주고 싶어집니다. 아이가 고른 색, 삐뚤빼뚤한 선, 뜻밖의 모양에도 자기만의 이유와 감정이 담겨 있을 수 있으니까요.

그림을 잘 그리게 만드는 책이라기보다, 자기 안의 생각과 감정을 자유롭게 꺼내 보도록 도와주는 책에 가깝습니다. 읽고 나면 아이와 함께 큰 종이를 펼쳐 놓고 아무 규칙 없이 점 하나, 선 하나부터 시작해 보고 싶어져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실수해도 괜찮고, 나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순간 이미 멋진 예술이 시작된다는 걸 알려 주는 따뜻한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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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줘! 나 줘! 학교종이 땡땡땡 16
소하연 지음, 김민우 그림 / 천개의바람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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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제가 소개할 책의 배경 강아지, 고양이, 너구리, 토끼 등 여러 동물이 어울려 사는, 무지개가 자주 뜨는 무지개 마을로 어린이들에게 주어지는 배려와 도움은 당연한 것이지만, 그럼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도 넌지시 알려주는 동화책이랍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나 줘!”, “이거 해 줘!”, “내가 먼저!”라는 말을 참 자주 듣게 되잖아요. 어릴 때는 아직 작고 서툴러서 어른의 도움과 배려가 필요하지만, 어느 순간 그 배려를 너무 당연하게 여길 때도 있어요. 《나 줘! 나 줘!》는 작고 약한 아기 오리 콩알이가 도움받는 아이에서 누군가를 도와줄 줄 아는 아이로 자라 가는 과정을 귀엽고 따뜻하게 담은 동화예요.

주인공 콩알이는 이름처럼 콩알만큼 작고 약한 아기 오리입니다. 가족들은 막내 콩알이가 부탁하면 뭐든 들어주고, 무지개 마을의 이웃들도 작은 콩알이를 먼저 배려해 줍니다. 버스 자리도 양보해 주고, 간식도 먼저 챙겨 주고, 놀이기구 줄도 양보해 주지요. 처음에는 콩알이도 고마워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배려를 당연하게 여기게 됩니다. “나 줘! 나 줘!” 하고 자기 마음만 앞세우는 콩알이의 모습이 얄밉기도 하지만, 또 너무 현실적이라 웃음이 나왔어요.

이 책이 좋았던 점은 약한 존재에 대한 배려의 소중함과, 그 배려를 받는 사람이 가져야 할 감사의 마음을 함께 이야기한다는 것이에요. 어린아이, 노인, 동물처럼 도움이 필요한 존재를 자연스럽게 돌보는 무지개 마을의 모습은 참 따뜻합니다. 하지만 도움을 받는 일이 당연하다고 해서 고마움을 잊어도 된다는 뜻은 아니겠지요. 콩알이가 점점 주변의 마음을 잊고 자기만 생각하게 되는 모습은 아이들에게도 좋은 생각거리를 던져 줍니다.

콩알이가 진짜로 달라지는 순간은 강에서 거북이 할아버지를 만나면서부터예요. 늘 도움을 받기만 하던 콩알이에게 거북이 할아버지는 땅으로 올라갈 수 있게 도와 달라고 부탁합니다. 처음으로 누군가를 도와주게 된 콩알이는 당연히 서툴고 실수도 합니다. 하지만 애써 할아버지를 도와주고 난 뒤, 콩알이는 그동안 자신이 받았던 도움 속에도 누군가의 수고와 마음이 담겨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되지요. 그리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을 때 느끼는 뿌듯함도 처음 알게 됩니다.

아이들이 자라는 과정도 이와 비슷한 것 같아요. 처음에는 모든 것을 도움받아야 하지만, 점점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나고, 어느 순간 다른 사람을 도울 수도 있는 존재가 됩니다. 《나 줘! 나 줘!》는 그 변화를 잔소리처럼 말하지 않고 콩알이의 귀여운 시행착오로 보여 줘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림책에서 읽기책으로 넘어가는 아이들에게도 잘 맞는 구성입니다. 거의 매 장면마다 그림이 있어 글밥이 부담스럽지 않고, 짧은 챕터로 나뉘어 있어 하루에 한두 챕터씩 나눠 읽기 좋아요. 콩알이의 떼쓰는 표정, 강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모습, 주변 친구들의 놀란 얼굴까지 생생하게 그려져 있어 읽는 재미가 더해집니다.

아이와 함께 읽고 “우리가 받은 도움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오늘 내가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는 일은 뭐가 있을까?” 하고 이야기 나누기에도 좋을 것 같습니다. 배려받는 기쁨과 도와주는 뿌듯함을 함께 알려 주는, 첫 읽기책으로 추천하고 싶은 따뜻한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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