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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찾아온 밤
뤼도비크 플라망 지음, 에밀리 스롱 그림, 이정주 옮김 / 도토리별 / 2026년 9월
평점 :
오늘 제가 소개할 책은 동물들이 밤마다 서로에게 담담하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과정을 통해, ‘인간은 왜 서로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가?’,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어떻게 우리의 삶을 다시 살아 있게 하는가?’라는 질문에 철학적이면서도 다정한 답을 건네는 그림책이랍니다

《이야기가 찾아온 밤》은 바쁘고 복잡한 일상 속에서 우리가 잊고 지내기 쉬운 소중한 가치를 떠올리게 해 주는 동화예요. 무엇이든 빠르게 답을 찾아주는 인공지능 시대에, 누군가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 주고 내 마음을 솔직하게 나누는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하게 합니다. 제목부터 조용하고 포근한 밤의 분위기가 느껴져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이에요.

이야기는 오소리를 위로하기 위해 마련된 ‘이야기의 밤’에서 시작됩니다. 숲속 동물들이 한자리에 모여 저마다 마음속에 담아 두었던 이야기와 시, 농담과 추억을 하나씩 꺼내 놓지요. 누군가는 떠나간 친구를 그리워하고, 누군가는 질투했던 마음을 드러내고, 또 누군가는 엉뚱한 농담으로 모두를 웃게 합니다. 특별한 사건이 벌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나누는 과정 자체가 참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위로를 거창하게 표현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누군가 슬퍼한다고 해서 꼭 멋진 해결책을 찾아주거나 정답을 알려줘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저 옆에 앉아 이야기를 들어 주고, 함께 웃고, 때로는 말없이 마음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위로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가 깊이 다가옵니다.

아이들도 하루 동안 참 많은 감정을 경험합니다. 친구와 다퉈 속상하기도 하고, 누군가를 부러워하기도 하고, 별것 아닌 일에 기뻐하다가도 갑자기 외로움을 느끼기도 하지요. 하지만 그런 감정들을 정확하게 말로 표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야기가 찾아온 밤》은 동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이 자신의 마음을 자연스럽게 돌아보고, 다른 사람도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줄 것 같아요.

특히 슬픔이나 질투, 외로움 같은 감정을 무조건 나쁜 것으로 여기거나 억지로 해결하려 하지 않는 점이 좋습니다. 서로 다른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완벽하지 않은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이는 모습에서 진정한 공감의 의미를 배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이들에게도 친구의 마음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자연스럽게 전해지겠지요.

에밀리 스롱의 부드럽고 차분한 수채화 그림도 기대되는 부분이에요. 아기자기한 펜선과 따뜻한 색감이 어우러져 숲속 동물들의 이야기를 더욱 포근하게 만들어 줄 것 같습니다. 마치 산토끼의 집에 함께 초대받아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처럼, 책장을 천천히 넘기며 장면 하나하나를 감상하고 싶어집니다.

부모 입장에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책입니다. 아이에게 좋은 것을 알려 주고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아이가 들려주는 사소한 이야기에 온전히 귀를 기울이는 시간이 더 필요할지도 모르겠어요. 바쁜 하루를 보내다 보면 아이의 말을 끝까지 듣지 못할 때도 있는데, 이 책을 통해 그런 순간들을 돌아보게 됩니다.

아이와 함께 읽고 나면 “오늘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뭐야?”, “친구에게 말하지 못한 마음이 있어?”, “누군가 네 이야기를 들어줘서 기뻤던 적 있어?” 같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특별한 주제가 없어도 괜찮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아니어도 괜찮겠지요. 서로의 하루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소중한 시간이 될 테니까요.
. 잠들기 전 아이와 나란히 앉아 천천히 읽으며 우리 가족만의 ‘이야기의 밤’을 만들어 보고 싶은, 다정하고 오래도록 여운이 남을 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