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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모기장
김민정 지음, 변디디 그림 / 그린북 / 2026년 8월
평점 :
오늘 제가소개할 책은 모기장 안에서 가족을 지키려는 할머니의 눈물겨운 하룻밤을 다룬 그림책으로
할머니 홀로 깨어 있는 밤의 고요와 긴장을 감각적으로 전달하는 책이랍니다

《할머니의 모기장》은 여름밤의 풍경이 선명하게 떠오르는 그림책이에요. 시골집, 선풍기 소리, 모기장, 가족들의 코 고는 소리, 그리고 밤새 가족을 지키는 할머니라니 읽기 전부터 마음이 몽글몽글해집니다. 여름이면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 봤을 모기와의 전쟁을 이렇게 따뜻하고 유쾌한 가족 이야기로 풀어냈다는 점이 참 매력적이에요.

이야기는 오랜만에 할머니 집을 찾은 지수네 가족이 긴 여행 끝에 모기장 안에서 잠드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가족들이 편히 잠들도록 할머니는 모기장을 꼼꼼히 살피지요. 그런데 모기장에 작은 구멍 하나가 생기고, 그 틈으로 모기 한 마리가 들어옵니다. 그 순간부터 할머니의 눈물겨운 하룻밤 사투가 시작돼요. 손가락으로 구멍을 막고, 부채질을 하고, 온몸을 써서 모기와 맞서는 할머니의 모습은 웃기면서도 짠하게 다가옵니다.

이 책에서 모기는 단순히 여름밤의 불청객만은 아니에요. 모기에 물린 가족들의 얼굴 위로 먹구름이 하나둘 피어나는 장면은 가족들이 각자 안고 있는 걱정과 피로, 외로움을 보여 줍니다. 아빠에게는 고된 노동의 피로가, 엄마에게는 가족을 충분히 돌보지 못했다는 미안함이, 누나에게는 친구 관계의 외로움이, 막내에게는 가족 안에서 느끼는 서운함이 있지요. 겉으로는 모두 잠든 것 같지만, 마음속에는 저마다의 먹구름이 있다는 표현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할머니는 그 먹구름들을 그냥 두지 않습니다. “훠이, 훠이! 어여 나가라!” 하고 외치며 손짓으로, 부채질로, 때로는 입으로 후 불어내며 가족들의 불안과 슬픔을 모기장 밖으로 밀어냅니다. 할머니의 사랑은 조용하고 포근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아주 씩씩하고 강한 모습으로 그려져요. 가족을 위해 밤새 깨어 있고, 자기 손가락이 모기에 물려 퉁퉁 부어도 끝까지 지켜 내는 모습에서 진짜 막강한 할머니의 힘이 느껴집니다.

아이들은 이 책을 보며 모기와 할머니의 대결을 재미있게 따라갈 것 같아요. 할머니가 온몸을 써서 모기를 막아내는 장면은 유머러스하고 생동감이 있어서 깔깔 웃으며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웃음 뒤에는 가족을 향한 깊은 사랑과 돌봄이 담겨 있어요. 아이들도 “나를 지켜 주는 사람이 있구나” 하는 든든함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부모와 함께 읽기에도 좋은 책입니다. 모기장은 몸을 지켜 주는 울타리이기도 하지만, 이 책에서는 마음을 지켜 주는 가족의 울타리처럼 느껴집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거창한 말이 아니라, 밤새 손가락으로 구멍을 막고, 부채질 한 번 더 해 주고, 보이지 않는 걱정을 걷어 내 주는 일일지도 모르겠어요. 읽다 보면 우리를 위해 말없이 애써 주었던 할머니, 부모님, 가족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아이와 함께 읽고 나면 “우리 가족을 지켜 주는 사람은 누구일까?”, “내 마음의 먹구름은 무엇일까?”, “우리는 서로에게 어떤 모기장이 되어 줄 수 있을까?” 같은 이야기를 나눠 보기 좋겠습니다. 웃기고 씩씩하고 뭉클한 할머니의 사랑이 오래 마음에 남는, 여름밤에 꼭 읽어 보고 싶은 따뜻한 그림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