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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합나무 저택의 어린 할머니들 ㅣ 마법 책장 6
도미야스 요코 지음, 사타케 미호 그림, 고향옥 옮김 / 가람어린이 / 2026년 7월
평점 :
오늘 제가 소개할 책은 《요괴 아파트》 시리즈, 《수상한 이웃집 시노다》 시리즈로 큰 사랑을 받은 도미야스 요코의 숨겨진 명작으로 어린 시절의 순수한 마음과 잃어버린 용기를 되찾아 가는 감동의 판타지입니다

《백합나무 저택의 어린 할머니들》은 제목부터 묘하게 마음을 끄는 책이에요. ‘어린 할머니들’이라니, 할머니들이 다시 어린아이가 된다는 설정만으로도 아이들의 호기심을 확 사로잡을 것 같았습니다.
백여 년 전 지어진 근사한 백합나무 저택이 지금은 여섯 명의 노인이 함께 살아가는 작은 양로원이 되었다는 배경도 참 분위기 있어요. 오래된 저택, 괘종시계, 잊힌 노래, 그리고 거꾸로 흐르는 시간이라니 책을 펼치기 전부터 신비로운 이야기가 시작될 것만 같았습니다.

이야기는 꽃지 할머니가 어린 시절 즐겨 부르던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본격적으로 움직입니다. 그 순간 괘종시계의 마법이 걸리고, 시간은 무려 7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요. 백합나무 양로원의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열 살 아이의 모습으로 변합니다.
나이 든 몸과 마음으로 살아가던 노인들이 다시 어린 시절의 자신을 만나게 된다는 설정이 재미있으면서도 뭉클하게 다가왔어요.

이 책은 단순히 “어른이 아이가 되었다”는 재미있는 판타지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7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잊고 지냈던 약속을 찾아가는 이야기이기도 해요. 오래전 누군가가 보낸 초대장, 먼 옛날의 여름날이 부르는 소리, 그리고 마법을 풀기 위해 하나씩 되찾아야 하는 기억들이 이어지면서 책장을 넘길수록 궁금증이 커집니다. 과연 그 약속은 무엇이었을지, 왜 지금 다시 이들을 불렀는지 알고 싶어져요.

무엇보다 마음에 남는 건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 우정과 추억의 힘입니다. 어린 시절에는 너무나 소중했지만, 어른이 되고 나이가 들면서 잊고 지낸 마음들이 있잖아요. 이 책 속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은 다시 아이가 되어 그때의 용기와 약속, 친구를 향한 마음을 하나씩 떠올립니다. 오래된 기억은 희미해졌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여전히 살아 있다는 점이 참 따뜻하게 느껴졌어요.

아이들은 이 이야기를 읽으며 약속을 지킨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친구와 함께한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어른들은 마음속 어딘가에 남아 있는 어린 시절의 나를 떠올리게 될 것 같아요. 누구에게나 한때는 열 살이었고, 두근거리며 친구와 비밀을 나누고, 작은 약속을 세상에서 가장 큰 일처럼 여겼던 시간이 있었으니까요.

도미야스 요코 특유의 따뜻한 판타지와 사타케 미호의 섬세한 그림이 어우러져 오래된 저택의 분위기와 시간 여행의 신비로움도 더욱 생생하게 살아납니다. 현실과 환상이 자연스럽게 이어져서 아이들도 어렵지 않게 몰입할 수 있고, 장면마다 아기자기한 상상력이 가득해 읽는 재미가 큽니다.

어린이에게는 재미있는 시간 여행을, 어른에게는 잊고 지낸 어린 시절의 마음을 다시 꺼내 보는 시간을 선물합니다. 책을 덮고 나면 나에게도 오래전 잊고 지낸 약속이 있었는지, 마음속 열 살의 나는 어떤 꿈을 꾸고 있었는지 조용히 떠올려 보게 되는 따뜻한 이야기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