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구의 사과 맛 소원 - 절대 기억을 갖고 싶어! ㅣ 초승달문고 60
신동섭 지음, 지승희 그림 / 문학동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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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제가 소개할 책은 깜빡쟁이 삼구와 요구르트병 요정 요요가 보낸 특별한 하루를 따라가는 이야기로

반복되는 실수로 작아지고 작아지는 어린이의 마음을 따뜻한 시선으로 들여다 본 그림책이랍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준비물, 숙제, 알림장, 물통까지 자꾸 깜빡하는 날들이 있잖아요. 부모 입장에서는 답답해서 “또 까먹었어?”라는 말이 먼저 나오기도 하지만, 아이도 사실 속상할 때가 많을 거예요. 《삼구의 사과 맛 소원》은 자꾸자꾸 깜빡해서 작아지는 아이의 마음을 유쾌하고 따뜻하게 들여다보는 저학년 동화예요.

주인공 삼구는 깜빡쟁이입니다. 색사인펜도 깜빡하고, 모양자도 깜빡하고, 오늘은 반티까지 깜빡해서 혼자만 다른 색 티셔츠를 입고 학교에 가게 되지요. 친구들에게 하루 종일 놀림을 받고, 선생님에게 특별 맞춤 숙제까지 받았으니 삼구의 마음이 얼마나 푹 가라앉았을지 짐작이 갔어요. 깜빡하고 싶어서 깜빡하는 것도 아닌데, 자꾸 실수하는 자신이 미워지는 그 마음이 참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런 삼구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발끝에 차인 빈 요구르트병을 만나게 됩니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지만 삼구는 쪼그려 앉아 눈을 맞추고 “미안”이라고 말해요. 이 장면이 참 좋았습니다. 삼구는 준비물을 자주 까먹는 아이일 수는 있지만, 작은 존재의 마음을 알아보고 사과할 줄 아는 아이였거든요. 바로 그 진심 어린 사과 덕분에 사과 맛 요구르트병 요정 요요가 나타나 삼구의 소원을 들어주게 됩니다.

삼구의 소원은 아주 간절합니다. 다시는 깜빡하지 않는 것. 요요의 마법으로 삼구는 무엇이든 절대 까먹지 않는 ‘절대 기억’을 갖게 되지요. 처음에는 정말 신나는 일처럼 보입니다. 까먹지 않으니 자신감도 생기고, 그동안 놓쳤던 일들도 줄줄이 떠오르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좋은 기억만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에요. 억울했던 일, 섭섭했던 말, 슬펐던 순간까지 또렷하게 떠오르면서 삼구의 마음은 점점 더 복잡해집니다.

이 책은 기억을 잘하는 것이 무조건 좋은 일인지 조용히 묻게 해요. 우리는 무엇이든 다 기억해야 행복할까요? 오히려 마음을 힘들게 하는 기억도 있고, 잊어 주어야 관계가 편해지는 순간도 있잖아요. 기억은 가방 같아서 모든 것을 다 담을 수 없고, 자신에게 중요한 것부터 담는다는 말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도 기억이 단순히 머리로 붙잡는 것이 아니라 마음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자연스럽게 알려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 삼구가 자기답게 자라 가는 모습이 따뜻했습니다. 삼구는 깜빡하는 아이지만, 사과할 줄 알고, 다른 존재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알고, 자기 모습을 다시 긍정할 줄 아는 아이예요. 준비물을 깜빡했다고 해서 삼구의 모든 것이 부족한 건 아니지요. 이 책은 아이들에게 “실수해도 괜찮아. 그래도 너에게는 너만의 좋은 마음이 있어”라고 말해 주는 것 같았습니다.

저학년 아이들이 읽기에도 소재가 정말 재미있어요. 사과 맛 요구르트병 요정, 절대 기억 마법, 길고도 이상한 하루라는 설정이 엉뚱하고 귀여워서 책장을 술술 넘기게 됩니다. 읽고 나서 아이와 “너는 꼭 기억하고 싶은 일이 뭐야?”, “잊어버려도 괜찮은 일은 뭘까?”, “오늘 사과해야 할 일이 있었을까?” 같은 이야기를 나누기에도 좋을 것 같아요.


《삼구의 사과 맛 소원》은 깜빡쟁이 아이의 하루를 통해 기억, 사과, 관계, 나다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동화예요. 준비물은 깜빡해도 괜찮지만, 진심 어린 사과와 소중한 마음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메시지가 새콤달콤하게 전해집니다. 실수 많은 아이도 자기답게 천천히 자랄 수 있다는 따뜻한 응원이 담긴 사랑스러운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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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날이 왔다 ㅣ 그림책의 즐거움
최정은 지음, 전민걸 그림 / 다림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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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제가 소개할 책은 뜨거운 고깃국을 먹으며 몸보신하는 복날의 풍경에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 주는 그림책으로

한여름의 더위가 생생하게 느껴지는 시골 풍경, 동물들의 익살맞은 표정, 무더위를 식혀 주는 시원한 반전을 가득 담은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주는 책이랍니다

여름이 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말 중 하나가 복날이에요. 어른들은 몸보신을 이야기하고, 뜨거운 삼계탕 한 그릇을 떠올리지만, 만약 그 이야기를 마당에 있는 닭과 개와 염소가 듣는다면 어떨까요? 《복날이 왔다》는 바로 그 상상에서 시작되는 오싹하면서도 유쾌한 그림책이에요. 무더운 여름날, 처마 그늘에서 평화롭게 쉬고 있던 동물들이 참새들의 수상한 소문을 듣고 벌벌 떠는 모습부터 웃음이 나면서도 이야기에 쏙 빠져들게 됩니다.

참새들은 곧 복날이 오고, 그날에는 뜨거운 고깃국을 후루룩 마신다고 떠들어 댑니다. 그 말을 들은 닭과 개와 염소는 깜짝 놀라지요. 우리 할머니가 그럴 리 없다고 믿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자꾸만 불안해집니다. 아이들이 읽으면 “설마 정말 잡아먹히는 거야?” 하며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게 될 것 같아요.

며칠 뒤 마당에는 쓱싹쓱싹 칼 가는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서슬 퍼런 칼, 헛간에서 꺼내 온 대추와 알 수 없는 열매들, 팔팔 끓는 가마솥까지 등장하니 동물들의 걱정은 점점 커져 갑니다. 그런데 이 장면들이 무섭기만 한 것이 아니라 동물들의 익살맞은 표정과 오해가 더해져 정말 재미있어요. 복날이라는 익숙한 소재를 동물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니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되더라고요.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시원한 반전에 있습니다. 모두가 뜨거운 고깃국을 떠올리며 긴장하고 있을 때, 할머니가 준비한 것은 바로 시원하고 달콤한 화채예요. 복날 하면 삼계탕만 떠올리기 쉬운데, 예전부터 더운 여름날 과일과 꿀물, 얼음을 넣은 화채로 더위를 이겨 냈다는 이야기가 참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아이들에게도 복날을 꼭 고기를 먹는 날로만 생각하지 않고, 더위를 건강하게 이겨 내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려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 “아무도 죽지 않는 복날”이라는 메시지가 마음에 남았습니다. 사람도 덥고, 동물도 더운 여름날 할머니는 이웃들을 불러 모아 화채를 나누고, 닭과 개와 염소도 함께 달콤한 휴식을 즐깁니다. 마당에 모두 모여 시원한 화채를 먹는 장면은 이웃 간의 정뿐 아니라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는 따뜻한 유대감을 느끼게 해 줍니다. 몸보신이라는 이름 아래 누군가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겼던 풍경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점도 좋았어요

그림 속 시골 여름 풍경도 참 생생합니다. 뜨거운 햇볕, 처마 그늘, 마당, 가마솥, 동물들의 표정까지 한여름의 공기가 그대로 느껴져요. 아이들은 동물들의 대소동을 보며 깔깔 웃고, 어른들은 복날의 의미를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될 것 같습니다. 읽고 나면 수박화채 한 그릇이 생각나고, 우리도 오늘은 모두가 시원한 복날을 보내고 싶어져요.

동물들의 오해에서 시작된 복날 대소동은 아이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주고, 마지막에는 생명을 아끼는 마음까지 자연스럽게 전해 줍니다. 더운 여름날 아이와 함께 읽고 시원한 화채를 만들어 먹으며 이야기 나누기 딱 좋은, 유쾌하고 다정한 여름 그림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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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라면맨
가와노우에 에이코 외 지음, 오노 고헤이 그림, 김지영 옮김 / 올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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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제가 소개할 책은 웃음과 상상력으로 끓여 낸 새로운 읽기 동화책으로

후루룩 읽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장. 곳곳에 배치된 퀴즈와 놀이 요소는 책을 덮은 뒤에도 다시 책장을 펼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재미를 선사하는 책이랍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컵라면이 슈퍼히어로가 된다면 어떨까요? 제목만 들어도 웃음이 나는 《컵라면맨》은 난생처음 컵라면을 먹어 보려던 초등학생 유타 앞에 수수께끼의 컵라면맨이 나타나면서 시작되는 유쾌한 판타지 동화예요. 컵라면이라서 뜨거운 물을 붓고 3분을 기다려야만 출동할 수 있다니, 설정부터 너무 기발해서 아이들이 바로 빠져들 것 같았습니다.

컵라면맨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멋지고 완벽한 슈퍼히어로와는 조금 달라요.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나타났지만 마법을 척척 부리는 것도 아니고, 머리가 좋아지고 싶다면 공부를 하라고 하고, 근육남이 되고 싶다면 오랫동안 운동하라고 말하지요. 처음엔 “이게 무슨 히어로야?” 싶다가도, 바로 그 엉뚱함 때문에 자꾸 웃음이 납니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말맛과 상황이 이어져서 읽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겠더라고요.

이야기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블랙 컵라면, 수상한 라면집의 비밀, 컵라면맨과 블랙 컵라면의 대결까지 등장합니다. 컵라면이라는 친숙한 소재가 판타지와 만나니 상상력이 정말 맛있게 끓어오르는 느낌이에요. 문장도 짧고 전개가 빠른 편이라, 이제 막 읽기 동화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한 아이들도 부담 없이 후루룩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중간중간 퀴즈와 놀이 요소까지 있어 책을 읽는 재미가 더 살아나요.

그런데 《컵라면맨》은 웃기기만 한 책은 아니에요. 유타가 용돈을 올려 받고 싶어 하자, 컵라면맨은 그 소원을 단번에 이루어 주지 않습니다. 대신 유타의 부모님이 운영하는 백반집의 매출을 올릴 방법을 함께 고민하지요. 이 과정에서 유타는 누군가가 대신 해결해 주기를 기다리기보다, 스스로 생각하고 용기를 내며 조금씩 성장해 갑니다. 아이들에게도 “원하는 게 있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는 것”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알려 주는 부분이었어요

특히 “3분이면 이루어지는 꿈은 시시하지 않습니까?”라는 말이 오래 남았습니다. 컵라면은 3분이면 완성되지만, 진짜 꿈은 그렇게 빨리 만들어지지 않잖아요. 최고의 라면집을 꿈꾸던 사장이 블랙 컵라면의 힘을 빌려 손쉽게 꿈을 이루려 하지만 결국 만족하지 못하는 모습은, 결과만 빨리 얻는 것이 정말 행복한 일인지 생각하게 합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내가 흘린 땀과 노력이 쌓일 때 꿈이 더 단단해진다는 메시지가 따뜻하게 전해졌어요.

.또 컵라면이라는 작은 음식 하나에도 누군가의 시간과 정성, 노력이 담겨 있다는 점을 떠올리게 하는 것도 좋았습니다. 아이들에게 너무 익숙한 간식이지만, 그 한 컵이 만들어지기까지 많은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면 일상 속 물건들도 조금 다르게 보일 것 같아요.

컵라면처럼 가볍고 재미있게 시작하지만, 다 읽고 나면 노력의 가치와 꿈을 향해 나아가는 마음이 든든하게 남습니다. 책을 잘 안 읽는 아이도 “이건 재밌다!” 하며 잡을 수 있을 만큼 소재가 친근하고 전개가 경쾌해서, 초등 저학년 아이들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은 책이에요. 앞으로 컵라면을 먹을 때마다 3분 뒤 출동하는 컵라면맨이 떠오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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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해 - 2026 화이트 레이븐즈 선정도서
다케가미 타에 지음, 황진희 옮김 / 도토리별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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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제가 소개할 책은 한 장 한 장이 멋진 작품으로 완결성을 가진 그림책으로

일본 최고 권위의 산케이아동출판문화상 JR상 수상에 빛나는 명작을 소개합니다

살다 보면 마음이 두근두근하는 순간이 참 많아요.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러 갈 때처럼 설레서 두근거릴 때도 있고, 잘못한 일을 들킬까 봐 조마조마할 때도 있지요. 친구와 싸웠을 때, 깜깜한 길을 걸을 때, 사람들 앞에 서야 할 때처럼 두렵고 긴장되는 두근거림도 있습니다. 《두근두근해》는 이렇게 우리 안에서 매일 일어나는 다양한 감정들을 아주 아름답고 생동감 있게 보여 주는 그림책이에요.

이 책은 두근두근을 단순히 설렘으로만 말하지 않아요. 기쁨, 걱정, 외로움, 슬픔, 즐거움, 후회, 두려움까지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여러 감정이 모두 두근두근이라는 말 안에 담겨 있습니다. 아이들은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일이 아직 서툴 때가 많잖아요. 그런데 이 책을 읽다 보면 “아, 내가 그때 느낀 마음도 두근두근이었구나” 하고 자연스럽게 자기 마음을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아요.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사람뿐 아니라 세상 모든 존재가 두근두근하고 있다는 시선이에요. 새벽에 우는 수탉, 커다란 똥을 눈 코끼리, 바람을 맞는 벚나무, 달리는 개, 혼자 걷는 북극곰, 노을에 물드는 바다까지 모두 각자의 순간을 살아가며 두근두근합니다. 이 표현이 참 따뜻하게 느껴졌어요. 나만 긴장하고, 나만 무섭고, 나만 외로운 게 아니라 세상 모든 생명들이 저마다의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위로처럼 다가왔습니다.

아이에게도 이런 메시지는 큰 힘이 될 것 같아요. 새로운 일을 앞두고 떨릴 때, 친구 관계 때문에 마음이 불편할 때, 혼자만 겁나는 것 같아 속상할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 “괜찮아, 모두 두근두근하면서 살아가”라는 말은 아이 마음을 부드럽게 안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감정을 없애거나 참으라고 하기보다, 감정이 밀려왔다가 지나가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걸 알려 주는 점이 참 좋았어요.

그림도 이 책의 큰 매력입니다. 판화 특유의 강렬한 선과 대담한 구도, 선명한 색감이 책장을 넘길 때마다 눈을 확 사로잡아요. 한 장면 한 장면이 마치 작품처럼 느껴져서, 글은 간결하지만 그림이 전하는 감정의 울림은 아주 큽니다. 아이와 함께 그림을 보며 “이 장면은 어떤 두근두근일까?” 하고 이야기 나누면, 감정 표현 놀이처럼 즐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 책은 감정을 설명하는 책이라기보다, 감정을 느끼게 해 주는 책에 가까워요. 기쁜 마음도, 무서운 마음도, 외로운 마음도 모두 나쁜 것이 아니라 살아 있다는 증거라는 듯 다정하게 말해 줍니다. 그래서 읽고 나면 마음이 조금 편안해지고, 내일은 또 어떤 두근두근한 일이 생길까 기대하게 됩니다.

아이에게 감정의 이름을 알려 주고, 어른에게는 잊고 있던 생명의 리듬을 다시 느끼게 해 주는 그림책이에요. 오늘 마음이 조금 흔들렸던 아이에게도, 하루를 바쁘게 보내느라 자기 마음을 돌아보지 못한 어른에게도 따뜻한 위로가 되어 줄 것 같습니다. 세상 모든 존재가 지금 이 순간 두근두근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아름답게 전해 주는, 오래 곁에 두고 싶은 그림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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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사람이 살았네 ㅣ 작은책마을 63
최도영 지음, 우주 그림 / 웅진주니어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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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제가 소개할 책은 산만큼 크고 마음은 그보다 더 큰 소녀 영웅 사니의 이야기로

세상을 바꾸는 것은 결국 부드럽고 따뜻한 힘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랍니다

《산 사람이 살았네》는 제목부터 묘하게 마음을 끄는 동화예요. 산 사람이 살았다니, 정말 산처럼 큰 사람이 등장하는 걸까 궁금해지더라고요. 이 책은 세상에 풀과 나무와 꽃이 없던 때, 어딘가 허전하고 쓸쓸한 섬에서 시작됩니다. 머리칼과 눈동자가 모두 흙빛인 섬사람들 사이에 어느 날 하늘빛의 푸르다와 바닷빛의 푸르오가 나타나고, 두 사람은 특별한 존재로 여겨지며 왕국을 세우게 되지요.

그런데 왕실의 셋째 공주 사니는 다른 가족들과 달랐습니다. 푸른빛이 아니라 섬사람들과 같은 흙빛 머리칼과 눈동자를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이에요. 왕실 가족은 자신들의 특별함이 사라질까 두려워 사니에게 이름만 지어 주고 산에 버립니다. 이 장면은 참 마음이 아팠어요. 다르다는 이유로, 혹은 기대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밀려나는 사니의 모습이 너무 안쓰럽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버려진 사니를 품어 준 것은 잠자던 흙더미 산이었어요. 산은 사니를 먹이고 입히고 재우며 키워 줍니다. 사람에게 외면받은 아이를 자연이 품어 준다는 설정이 참 따뜻하면서도 뭉클했어요. 사니는 점점 자라 결국 산이 되고, 자신이 가진 보석을 풀과 나무로 살려 내는 특별한 힘을 보여 줍니다. 세상에 없던 푸른 생명이 사니를 통해 피어나고, 흙더미 산은 점점 푸르게 변해 가지요.

이 책의 매력은 자연의 기원을 아주 아름다운 상상력으로 풀어냈다는 점이에요. 왜 산은 푸른지, 풀과 나무는 어디에서 왔는지, 자연은 어떻게 우리 곁에 있게 되었는지 아이들만의 눈높이로 상상하게 해 줍니다. 단순히 “자연을 소중히 하자”라고 말하는 대신, 사니라는 인물을 통해 자연이 품고 있는 생명력과 따뜻함을 느끼게 해요. 그래서 읽는 동안 산과 나무, 풀 한 포기도 조금 다르게 보였습니다.

또 하나 오래 남는 메시지는 ‘진짜 특별함’에 대한 생각이었어요. 푸르다오 왕실 가족은 자신들의 푸른빛만 특별하다고 믿었지만, 정작 세상을 바꾼 것은 흙빛으로 태어난 사니였잖아요. 남과 다른 모습, 겉으로 화려하지 않은 모습이 부족함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걸 보여 줍니다. 오히려 사니처럼 조용히 품고 있던 힘이 세상을 살리고 더 넓은 생명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는 점이 참 좋았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읽는다면 “사니는 왜 산이 되었을까?”, “진짜 특별한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우리 주변의 산과 나무도 이런 이야기를 품고 있을까?” 같은 이야기를 나눠 보면 좋을 것 같아요. 판타지처럼 읽히지만 그 안에는 차별, 가족, 자연, 생명, 자존감에 대한 깊은 생각거리가 담겨 있어 읽고 난 뒤에도 마음에 오래 남습니다.

《산 사람이 살았네》는 버려진 아이 사니가 자신만의 힘으로 세상을 푸르게 바꾸는 아름다운 창작동화예요. 흙빛으로 태어났지만 누구보다 생명을 살리는 존재가 된 사니의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너는 너만의 방식으로 충분히 특별하다”는 따뜻한 응원을 전해 줍니다. 산만큼 크고, 그보다 더 넓은 마음을 가진 사니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을 바라보는 마음도, 나와 다른 누군가를 대하는 마음도 한 뼘 더 자라나는 느낌이 드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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