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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날이 왔다 ㅣ 그림책의 즐거움
최정은 지음, 전민걸 그림 / 다림 / 2026년 7월
평점 :
오늘 제가 소개할 책은 뜨거운 고깃국을 먹으며 몸보신하는 복날의 풍경에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 주는 그림책으로
한여름의 더위가 생생하게 느껴지는 시골 풍경, 동물들의 익살맞은 표정, 무더위를 식혀 주는 시원한 반전을 가득 담은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주는 책이랍니다

여름이 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말 중 하나가 복날이에요. 어른들은 몸보신을 이야기하고, 뜨거운 삼계탕 한 그릇을 떠올리지만, 만약 그 이야기를 마당에 있는 닭과 개와 염소가 듣는다면 어떨까요? 《복날이 왔다》는 바로 그 상상에서 시작되는 오싹하면서도 유쾌한 그림책이에요. 무더운 여름날, 처마 그늘에서 평화롭게 쉬고 있던 동물들이 참새들의 수상한 소문을 듣고 벌벌 떠는 모습부터 웃음이 나면서도 이야기에 쏙 빠져들게 됩니다.

참새들은 곧 복날이 오고, 그날에는 뜨거운 고깃국을 후루룩 마신다고 떠들어 댑니다. 그 말을 들은 닭과 개와 염소는 깜짝 놀라지요. 우리 할머니가 그럴 리 없다고 믿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자꾸만 불안해집니다. 아이들이 읽으면 “설마 정말 잡아먹히는 거야?” 하며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게 될 것 같아요.

며칠 뒤 마당에는 쓱싹쓱싹 칼 가는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서슬 퍼런 칼, 헛간에서 꺼내 온 대추와 알 수 없는 열매들, 팔팔 끓는 가마솥까지 등장하니 동물들의 걱정은 점점 커져 갑니다. 그런데 이 장면들이 무섭기만 한 것이 아니라 동물들의 익살맞은 표정과 오해가 더해져 정말 재미있어요. 복날이라는 익숙한 소재를 동물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니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되더라고요.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시원한 반전에 있습니다. 모두가 뜨거운 고깃국을 떠올리며 긴장하고 있을 때, 할머니가 준비한 것은 바로 시원하고 달콤한 화채예요. 복날 하면 삼계탕만 떠올리기 쉬운데, 예전부터 더운 여름날 과일과 꿀물, 얼음을 넣은 화채로 더위를 이겨 냈다는 이야기가 참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아이들에게도 복날을 꼭 고기를 먹는 날로만 생각하지 않고, 더위를 건강하게 이겨 내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려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 “아무도 죽지 않는 복날”이라는 메시지가 마음에 남았습니다. 사람도 덥고, 동물도 더운 여름날 할머니는 이웃들을 불러 모아 화채를 나누고, 닭과 개와 염소도 함께 달콤한 휴식을 즐깁니다. 마당에 모두 모여 시원한 화채를 먹는 장면은 이웃 간의 정뿐 아니라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는 따뜻한 유대감을 느끼게 해 줍니다. 몸보신이라는 이름 아래 누군가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겼던 풍경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점도 좋았어요

그림 속 시골 여름 풍경도 참 생생합니다. 뜨거운 햇볕, 처마 그늘, 마당, 가마솥, 동물들의 표정까지 한여름의 공기가 그대로 느껴져요. 아이들은 동물들의 대소동을 보며 깔깔 웃고, 어른들은 복날의 의미를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될 것 같습니다. 읽고 나면 수박화채 한 그릇이 생각나고, 우리도 오늘은 모두가 시원한 복날을 보내고 싶어져요.

동물들의 오해에서 시작된 복날 대소동은 아이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주고, 마지막에는 생명을 아끼는 마음까지 자연스럽게 전해 줍니다. 더운 여름날 아이와 함께 읽고 시원한 화채를 만들어 먹으며 이야기 나누기 딱 좋은, 유쾌하고 다정한 여름 그림책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