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산 사람이 살았네 ㅣ 작은책마을 63
최도영 지음, 우주 그림 / 웅진주니어 / 2026년 6월
평점 :
오늘 제가 소개할 책은 산만큼 크고 마음은 그보다 더 큰 소녀 영웅 사니의 이야기로
세상을 바꾸는 것은 결국 부드럽고 따뜻한 힘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랍니다

《산 사람이 살았네》는 제목부터 묘하게 마음을 끄는 동화예요. 산 사람이 살았다니, 정말 산처럼 큰 사람이 등장하는 걸까 궁금해지더라고요. 이 책은 세상에 풀과 나무와 꽃이 없던 때, 어딘가 허전하고 쓸쓸한 섬에서 시작됩니다. 머리칼과 눈동자가 모두 흙빛인 섬사람들 사이에 어느 날 하늘빛의 푸르다와 바닷빛의 푸르오가 나타나고, 두 사람은 특별한 존재로 여겨지며 왕국을 세우게 되지요.

그런데 왕실의 셋째 공주 사니는 다른 가족들과 달랐습니다. 푸른빛이 아니라 섬사람들과 같은 흙빛 머리칼과 눈동자를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이에요. 왕실 가족은 자신들의 특별함이 사라질까 두려워 사니에게 이름만 지어 주고 산에 버립니다. 이 장면은 참 마음이 아팠어요. 다르다는 이유로, 혹은 기대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밀려나는 사니의 모습이 너무 안쓰럽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버려진 사니를 품어 준 것은 잠자던 흙더미 산이었어요. 산은 사니를 먹이고 입히고 재우며 키워 줍니다. 사람에게 외면받은 아이를 자연이 품어 준다는 설정이 참 따뜻하면서도 뭉클했어요. 사니는 점점 자라 결국 산이 되고, 자신이 가진 보석을 풀과 나무로 살려 내는 특별한 힘을 보여 줍니다. 세상에 없던 푸른 생명이 사니를 통해 피어나고, 흙더미 산은 점점 푸르게 변해 가지요.

이 책의 매력은 자연의 기원을 아주 아름다운 상상력으로 풀어냈다는 점이에요. 왜 산은 푸른지, 풀과 나무는 어디에서 왔는지, 자연은 어떻게 우리 곁에 있게 되었는지 아이들만의 눈높이로 상상하게 해 줍니다. 단순히 “자연을 소중히 하자”라고 말하는 대신, 사니라는 인물을 통해 자연이 품고 있는 생명력과 따뜻함을 느끼게 해요. 그래서 읽는 동안 산과 나무, 풀 한 포기도 조금 다르게 보였습니다.

또 하나 오래 남는 메시지는 ‘진짜 특별함’에 대한 생각이었어요. 푸르다오 왕실 가족은 자신들의 푸른빛만 특별하다고 믿었지만, 정작 세상을 바꾼 것은 흙빛으로 태어난 사니였잖아요. 남과 다른 모습, 겉으로 화려하지 않은 모습이 부족함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걸 보여 줍니다. 오히려 사니처럼 조용히 품고 있던 힘이 세상을 살리고 더 넓은 생명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는 점이 참 좋았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읽는다면 “사니는 왜 산이 되었을까?”, “진짜 특별한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우리 주변의 산과 나무도 이런 이야기를 품고 있을까?” 같은 이야기를 나눠 보면 좋을 것 같아요. 판타지처럼 읽히지만 그 안에는 차별, 가족, 자연, 생명, 자존감에 대한 깊은 생각거리가 담겨 있어 읽고 난 뒤에도 마음에 오래 남습니다.

《산 사람이 살았네》는 버려진 아이 사니가 자신만의 힘으로 세상을 푸르게 바꾸는 아름다운 창작동화예요. 흙빛으로 태어났지만 누구보다 생명을 살리는 존재가 된 사니의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너는 너만의 방식으로 충분히 특별하다”는 따뜻한 응원을 전해 줍니다. 산만큼 크고, 그보다 더 넓은 마음을 가진 사니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을 바라보는 마음도, 나와 다른 누군가를 대하는 마음도 한 뼘 더 자라나는 느낌이 드는 책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