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 바해에게 말을 한다.
너 여기 자주 안 와?
응. 살다보니 술 먹는 일이 별로 없어. 학교 수업 준비해야지 또 아이들 챙기며 상담해야지 그러며 하루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가버려!
역시 바해는 열정적으로 사는구나!
뭘. 시중도 그렇게 사는 거 아니야?
하긴 그렇지만. 근데 여기 오니까 옛날 생각난다. 시중은 말을 하며 주위를 한번 눈으로 훑는다.
그러게 나도 이 술집을 다니며 돈을 벌었는데 말이야.
말하는 사이에 종업원이 술을 갖다 놓고 간다.
시중 이 술 생각나?
그럼 생각나지. 못도 모르고 들이켰다가 목이 타는 줄 알았지.
둘은 말을 하며 웃는다.
어느 정도 둘 다 술기운이 돈다.
바해! 너도 날 볼 때 그렇게 형편없는 장애인으로 보이는 거야?
바해는 그렇게 말하는 시중을 바라보며 말을 한다.
무슨 말이야?
누가 시중을 그렇게 보는데! 내 눈에는 그저 한 멋진 남자로 보이는데. 너 아름이 아버지 때문에 그러는구나?
시중은 쓴 웃음을 짓는다.
아 글쎄. 나 보고 장애인이면 장애인하고 만나야지 왜 자기 딸을 만나냐는 거야. 이게 말이 되는 소리야?
나 이제까지 살면서 그런 이야기는 면전에서 처음 들어 본다.
그러게. 아름이 아버지가 너무 심한 말을 했어. 아무리 자기 딸이 귀하지만 그런 말은 안해야 하는데 말이야.
내가 그 말을 듣고 얼마나 기가 막히고 자존심이 상하는지 아무 말도 못 했다니까? 그래도 자기 딸하고 7년을 넘게 만났는데 말이야.
시중의 말은 좀 흥분 된 듯 목소리가 커졌다. 하지만 홀 안은 음악으로 가득 차 목소리가 조금 커져도 괜찮다.
맞아. 아름이 아버지가 너무 한 거야. 그래서 시중은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시중은 고개를 흔들며 ‘모르겠어’
내가 아름이를 정말 사랑하는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 그 순간에 내가 느낀 감정은 아름이고 뭐고 다 포기하고 떠나고 싶다! 이 생각밖에 안 들었어.
나로서는 충격이었거든. 나는 그래도 말이 통할 줄 알았어. 그런데 이건 내 말은 아랑곳 않고 자기 말만 늘어놓고 자기 딸과 헤어지지 않으면 죽이기라도 할 것처럼 말을 하고 나가는데 말이 안 나오더라고.
시중! 힘들지만 어쩌겠어. 넌 아름이를 좋아하잖아? 그러니까 지나간 일이다 생각하고 술이나 먹자.
그럼 내가 한 여자를 사랑한 죄인가? 시중은 술잔을 부딪치며 헛웃음을 짓는다.
그치. 시중은 죄인이지. 한 여자를 사랑하고 자기 여자로 만든다는 게 쉬운 일인 줄 알아! 바해도 미소를 짓는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