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 아침 동이 트기 전 민박집에서 나와 안면도 벗개 해변 쪽으로 발길을 옮기며 걷는다.

초겨울의 아침 바닷가 공기는 좀 써늘하다. 그러나 한산한 해변가는 혼자 걷기에는 너무 좋다. 시중은 걸으며 아름을 떠올린다.

아름을 만난 것은 너무 좋은데 이 만남이 언제까지 계속 될지를 생각해 본다.

자신은 너무 좋은데 현실의 벽이 너무 많은 것 같은 생각이 불현 듯 밀려온다.

시중의 꼼꼼하고 세심함이 자기도 모르게 자기를 옥죄인다.

백사장의 바람이 귓불을 가만히 터치하며 지나간다. 해변 끝에서 나이 많게 보이는 남자가 지평선에서 사라지는 해를 바라보며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것이 보인다.

멀리서 보는데도 인상이 좋아 보인다. 키는 보통 키에 수염이 많이 나있다.

옷은 전통개량한복을 입었다.

시중은 해변 끝에 서있는 그 남자에게로 다 걸어가서 겸연쩍게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좀 상투적이지만 넓은 해변에 그와 나 단 둘이라 모른 척 하는 것보단 아는 척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인사를 했다.

그 남자도 시중을 보더니 목례를 한다. 담뱃재를 손가락으로 털면서 말이다.

아침 공기가 상쾌하니 시원합니다. 시중은 또 말을 붙였다.

그러니까 남자는 그제서야 아~ 좋네요. 한 마디 했다.

약간의 침묵이 또 흘렀다. 그러더니 이번엔 그 남자가 말을 건넨다.

보니 학생 같은데 여기 혼자 왔나요?

. 나는 말을 붙이는 게 반가워 웃으며 대답을 했다.

여기 혼자 가끔 옵니다. 저는 대학생입니다.

아저씬 여기 사시나요?

아니요. 나도 여기 오고 싶을 때 혼자서 가끔 와요. 아침 해가 넘어가는 지평선을 눈부시다는 듯 실눈을 뜨고 바라보며 대꾸를 한다.

그러시군요. 그러고 보니 아저씨하고 저하고 비슷하네요. 말을 하며 웃었다.

그도 빙그레 웃는다. 웃는 상이 너무 푸근한 인상이다.

아저씨는 뭐하시는 분이세요?

나는 친근하게 말도 텄겠다! 다정하게 물어 보았다.

아참 우리 통성명해요. 아저씨?

저는 강시중이라고 하고 심리학과2학년생입니다.

시중은 처음 보는 누구를 만나도 이렇게 아는 척을 하고 만다. 붙임성이 좋다고나 할까.

~ 나는 김상충이라 하고 명상요법 강사요.

그럼 아저씨도 심리학 전공하셨겠네요?

그래요, 초월 영성 전공 했어요.

혹시 그럼 교수님!!!

허허, 그 친구 빠르네. 요가 교실 운영하며 강사로 활동하고 있지.

아하.. 교수님? 그러시군요. 교수님 말 노세요.

23살입니다.

말이 떨어지자마자 남자는 나에게 말을 놓는다.

그런데 자넨 왜 이 서늘한 아침에 혼자 다니지! 혼자 왔나?

~ 네 아까 말씀드린 대로 전 혼자 가끔 교수님처럼 여기 와서 혼자 둘러보며 바다와 친구해요. 시중은 겸연쩍다는 듯 흐흐 웃으며 머리를 극적인 다.

상충은 시중의 말에 뭔가를 느끼는 듯 바라본다.

날씨는 좀 쌀쌀하지만 시중 저 지평선 너머로 해가 져가는 것이 너무 환상적이지 않나?

맞아요. 저는 여기 올 때마다 술을 많이 먹고 자도 아침에 꼭 나와서 해가 떴다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것을 꼭 봐요.

교수님도 여기 자주 오시면 저와 똑같을 것 같은데요?

맞아 나도 아침에 떴다 사라지는 해를 여기 오면 꼭 감상하지.

저 것을 보면 아침에 떳다 사라지는 해가 마치 우리네 인생 같기도 해서 말이야.

또 사라지는 해가 너무 아름답지요. 시중도 한마디 한다.

시중은 몸이 좀 불편한 것 같은데 혼자 이런데도 잘 다니나보지?

시중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웃으며 저 이래봬도 안 다니는데 없어요. 제가 혼자 여행하는 것을 좋아 하거든요 웃었다.

상충은 그런 시중의 꾸밈없는 말과 행동에 친근감을 느낀다.

시중은 상담공부를 한다고 했는데 상담에서 어느 파트를 주로 관심 있이 공부하고 있나?

저는 집단상담 쪽에 관심이 있어 그쪽 파트를 중점적으로 공부하고 있어요.

상충은 순간 눈을 크게 뜬다.

집단상담은 개인 상담과 달리 10여명 이상 집단원들을 이끌고 가야하는 고도의 순발력과 테크닉을 요하는 상담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또 상충도 요가 센터를 운영하며 집단 상담을 하고 있기 때문에 집단에 대해서 잘 안다.

시중 대단한데! 집단이 시중한테 맞나보지?

네 전 집단만 생각하면 가슴이 뛰어요.

시중 대단해! 언제 우리 센터에 한번 놀러오지!

정말요? 시중은 좋아한다.

상충은 시중에게 말을 한다.

그런데 여기 자주 온다고 했는데 그것도 혼자 말이야

무슨 고민이라도 있나?

시중은 웃는다.

역시 상담학 교수님이시네요.

네 전 올해 23살인데 상담을 공부하고 있는데 제가 장애인이라 어디 실습할 때도 마땅치 않고 앞으로 상담을 전공해서 집단상담 전문가가 되고 싶은데 너무나 전 작게 보여요.

또 여자 친구가 생겼는데 제가 이래서 적극적으로 다가가지도 못할 것 같아요.

결론적으론 제 인생의 전반적인 문제를 제 나름대로 생각해 보기 위해서 미친 놈 같이 가슴에서 뭔가가 욱하고 요동치면 여기 아무도 모르게 오곤 해요.

시중은 처음이었다. 자신의 고민과 문제를 만난 지 한 시간도 안 된 사람에게 자기도 모르게 술술 이야기 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보면 시중이 활달한 성격이지만 자기 속마음을 들어 줄 누군가를 찾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침 찬 공기가 목을 타고 스며드는 백사장과 지평선 사이로 시중의 이야길 듣고 있던 상충은 1년 전에 근육마비로 세상을 떠난 여동생 상희가 생각이나 시중이 안쓰럽게 느껴진다.

상충의 동생 상희는 18살 때 갑자기 근육이 점점 마비되어 굳어져 가는 원인도 모르는 불치의 병으로 35세에 세상을 떠났다. 상충은 동생을 고쳐 보려고 상담을 시작했고 급기야 박사과정까지 하게 되어 명상전문가 겸 집단상담사로 활동하고 있다.

시중에게 말을 한다.

시중 우리 아침 먹으러 갈까? 이렇게 만난 것도 자네 말대로 인연인데 내가 아침 살게 가지.

오호! 교수님 좋아요. 가시죠.

둘은 안면도에 들를 때마다 자주 가는 식당을 찾아 들어가 아침을 식혀 먹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상충은 시중이 자기 막내 동생같이 느껴진다.

시중 너무 자네 신체적 핸디캡 때문에 지나치게 기죽을 것 없어. 내가 보니 자네는 몸이 좀 불편할 뿐이지 성격도 좋은 것 같고 정신도 맑고 깨끗한 것 같아 보여. 난 상담을 하면서 몸은 멀쩡한데 정신적으로 너무 피폐돼 있는 정신 장애인들을 많이 보지. 그런 사람들과 비교할 것은 아니지만 몸은 멀쩡하게 생겼어도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많이 보거든. 그래서 인생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 그런데 내가 보기엔 자넨 정신이 건강한 사람 같아 보여? 또 이건 내 개인적인 슬픈 이야기인데.

내 동생도 근육이 굳어가는 병으로 오랜 세월 투병하다 세상 떠났다네. 그러니 너무 자네 몸에 대해 열등감을 가질 필요는 없을 것 같아. 누구나 한 육체를 가지고 태어나 살다 죽는 건 똑같단 말이지. 단 장애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겠지만 육체적 아픔보단 정신적 아픔이 더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 같아. 내가 살아 보니 그냥 삶 그 자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열심히, 성실하고 아름답게 살아가면 되는 것 같아. 아까 자네가 얘기한 여자 친구 문제도 그냥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그 쪽에서 정말 자네를 좋아 한다면 자네도 감사함으로 그 여자를 사랑하면 될 것 같아.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고, 보이는, 있는 그대로 말이야.

한 참을 듣고 있던 시중은 이론적으로는 다 아는 이야기인데 시중의 입장에서 진솔하게 이야기해주는 상충선생의 말이 가슴에 하나하나 와 닿는다.

시중은 상충에게 말을 한다.

교수님 말씀은 다 제가 알고 있는 말인데도 힘이 되네요.

시중은 말을 하면서 상을 앞에 놓고 마주 앉은 상충의 얼굴을 웃음으로 바라본다.

시중은 또 말을 한다.

그런데 그것이 현실에서 좀 와 닿지 않을 때가 많은 것 같아요. 제 자신은 아무 생각 없이 비장애인과 똑같이 대하고 행동하는 것 같은데 나중에 보면 상대방이 넌 장애인이니까 여기까지 라며 선을 그어버리고 만다는 것을요. 그럴 때는 저도 모르게 죽고 싶어지고, 어쩔 줄을 모르겠어요.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더 그런 편견이 있잖아요!

저는 제가 자신 있는 일에 있어서 인정받으며 모든 것을 하고 싶은데 너는 안 돼 하며 치부해 버리는 것이 있어요. 저도 제가 못하는 것은 안하거든요. 장애인이건 비장애인이건 누구나 이런 사람 마음은 똑같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이런 것 자체도 제 나름대로 뛰어 넘어 보려고 노력을 해보지만 한계가 느껴지는 때가 많아요.

상충은 시중의 말을 듣는 내내 가슴이 먹먹하다. 저렇게 자신의 삶에 대해 고민하며 극복해 보려는 그 마음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 시중에게 더 이상 해줄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상충은 남아 있는 밥을 마저 비운 후 시중에게 한마디 한다.

시중 어쨌거나 한번 태어난 인생 잘 살아 보자고!

둘은 식당을 나와 상충은 자기 차로 시중을 버스 타는 데까지 데려다 주며 상충은 서슴없이 차에서 내려 시중을 가슴으로 안아주고 서로 연락처를 주고받으며 헤어졌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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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가을이 넘어가는 길목에서 초겨울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오후,

붉은 태양이 머리위로 다가와 따스함을 느끼게 해주는 바닷가를 거니는 시중은 혼자 주머니에 손을 넣고 지평선에 눈을 떼지 못한 채 걸어가고 있다.

엄마에게는 오늘 친구네서 자고 온다며, 혼자서 아무도 없는 백사장을 찾아 혼자만의 침묵으로  뒤뚱거리며 파도 소리와 친구하며 걷는다.

초겨울 어둠은 빨리 찾아온다.

시중은 가끔 뜬금없는 여행을 즐긴다.

자신의 존재를 알아보기 위한 작업이라고나 할까!

또 자신이 이렇게 장애인으로 태어났지만, 상담사의 길을 선택했고 상담사로서 아니 집단 상담사로서 어떻게 자신의 길을 개척하며 살아가야 하는가! 이 넓은 세상에서 어떻게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는가!

아무도 모르게 자신만의 고독에 빠져 지낼 때가 종종 있다.

시중은 이렇게 자신만의 존재를 물으며 결국은 왜 하나님께서 자신을 이렇게 태어나게 했을까가 시중이 하나님께 건네는 의문이며 반항이다.

버스를 타고 여기 붉은 태양이 바다 지평선 저 멀리에서 소리 없이 세상을 바라보며 바다 속으로 넘어갈 때 안면도에 도착해 포장마차에서 막걸리에다 멍게와 해삼을 먹고 밤 내내 파도 소리와 친구하며 자신의 길을 묻고 또 물으며 추운 줄도 모르고 걷고 또 걷는다. 또 큰 소리로 야생의 울부짖는 한 마리 늑대처럼 하늘을 향해 삿대질의 반항을 하며 엉엉 울음의 몸부림으로 어둠만이 있는 안면도 백사장 일대를 온 몸을 뒤뚱거리며 미친 듯 걸어 다닌다. 칡 흙 같은 바닷가 백사장에 은연히 비취는 달빛에 잔잔하게 스사 스사하는 바다 물결 소리에 시중은 천천히 걸으며 미친 듯 울부짖으며 때론 헛기침까지 해댄다.

~~~ 이 씨이 발아~~~~

니가 왜, , 왜 태어나 이렇게 괴로움을 겪어야 되냐고~~~~~

~~ 정말, 정말로 멋진 삶을 살고 싶은데 말이야.

눈에는 눈물이 송골송골 맺혀 소리 없이 떨어진다.

엿 같이 이렇게 병신인 몸으로 뭘 어떻게 하라고~~~

백사장의 고요한 어둠들이 잠을 못 잘 것 같은 미친 몸부림으로 헤매고 헤맨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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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햇살이 창문 유리로 퍼부어 들어오는 토요일 아침.

아파트 숲 사이를 지나 창가로 들려오는 참새들의 합창소리가 요란하다.

시중은 기지개를 쭉 펴며 일어나 세수를 하고 밥을 먹고 여유 있게 인터넷으로 동아리 홈페이지에 들어가 우리의 집단 상담에 대한 홍보 글을 올리고 있었다.

핸드폰이 소리를 친다. 모르는 번호가 눈에 들어온다.

누구지! 시중은 의아해 하며 폰을 누르며 여보세요?’

그런데 낯익은 목소리가 갑자기 시중의 심장을 뛰게 한다. 그 목소리는 언제부턴가 시중의 마음에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오빠! 나 아름이. 기억나요?

~ 아름이?

기도원에서 돌아 온지 한 달이 좀 지났을 거 같다.

기억하네. 오빠!

그럼 기억하지, 잘 지냈어?

! 그때 이후로 집에 와서 오빠 말대로 계속 상담소에 다니면서 열심히 상담 받고 교회도 잘 다니며 요샌 잠도 잘 자고 기분도 괜찮아 져서 잘 지내고 있어.

아름은 쉼 없이 자기 말을 늘어놓는다.

오빠도 잘 지내?

그럼 나야 학교 다니느라 정신없지.

시중도 아름일 잊지 않고 있었다. 기도원에서 헤어질 때 시중은 자기 핸드폰 번호만 가르쳐 주고 아름이 핸드폰 번호는 입력을 안했다. 그때도 시중은 자기가 장애가 있다는 것을 의식해서 아름이가 자기한테 과분한 상대라는 것을 의식적으로 생각해 연락을 하고 안하고를 아름에게 넘긴 것이다. 시중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름을 여자로 느꼈던 것이다.

시중은 너무 반가워 얼굴 꽃이 아침 하늘을 날으며 아름에게 말을 한다.

아름아 만나자, 오늘 시간돼?

, 좋아 오빠.

어~ 그럼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으로 나올래?

알았어. 그럴게. 오빠!

지금 11시니까 1시까지 보기로 할까! ~ 점심은 만나서 같이 먹기로 하자?

알았어. 오빠 대학로에서 봐.

시중은 전화를 끊고 아름이의 뜻밖의 전화에 너무 기쁘고 좋아서 그날 밤을 생각하며 니논 헤세가 18년의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그의 마지막 영혼의 동반자이었던 헤르만 헤세를 그리며 편지를 쓰며 만날 수밖에 없었던것처럼 시중의 마음도 토요일 파란하늘에 뭉게구름 떠가듯 떠가고 있다.

 

안녕, 사랑이여, 지극한 내 사랑이여. 안녕하세요!

    이제 제 마음 속에는 아무런 두려움도 불안도 없습니다.

    당신으로 인해 저는 이처럼 충만하니까요. 당신은 제 안에 있습니다.

    마음이 가볍고 즐거워요. 날개를 단 듯 충만 합니다.

    당신, 당신에게 키스를 보냅니다.

    이제 저는 다시 불안해집니다. 당신이 말씀하셨지요. ‘만약 아침에 기

    분이 신선하고 명랑하다면 우리는 서로 맞지 않아요! ‘라고요. 그게 정

    말인가요? 당신이 저를 사랑하고, 제가 당신을 사랑한다면, 모든 것은

    하찮은 것이 아닌가요? ......

    아뇨, 저는 자신에게 만족하고 있고 달라지고 싶지 않는 다는 것을

    믿지 않아요. 저는 가장 경이롭고 가장 완벽한 존재가 되고 싶어요.

    몸도 마음도, 오직 당신에게 그 가장 경이롭고 가장 완벽한 것을

    선사할 수 있도록 말이지요!

    아, 작은 편지야, 네가 얼마나 부러운지 모르겠다. 당신의 손가락들은

    편지를 붙들고 있겠지요. 당신의 두 눈은 편지 위에 쓴 글들을

    따라서 미끄러져 내려가겠지요. 어쩌면 당신은 그것을 쓰다듬고,

    어쩌면 품 안에 지니시겠지요. 당신 품 안에 있노라면 아주

    따스하겠지요. 아 작은 편지야. 나는 가련한 니논.

 

     1926327일 리논 헤세가 헤르만 헤세에게.

 

아름아? 여기여기!

시중은 먼발치에서 오는 아름을 보고 손을 흔들며 소리친다. 시중은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 먼저 가서 앉아 있었다. 아름이가 웃으며 손짓을 하며 시중에게 다가왔다. 아름은 기도원에서 본 모습과 전혀 달라 보였다.

!!! 아름 몰라보겠는데?

늘씬한 키에 빨간 롱 바바리를 입고 있다. 아름은 보자마자 시중의 손을 잡으며 함박웃음을 짓는다.

오빠 보고 싶었어. 잘 지냈어?

시중은 아름의 적극적인 행동에 잠시 주춤한다. 하지만 아름을 보는 것이 꿈만 같고 좋다.

, 난 잘 지냈지...

아름이도 좋아 보이는데?

둘은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 앉아 좀 이야기를 나누다 골목을 가로질러 좀 걸으니까 작고 예쁜 낙엽모양의사랑이라는 레스토랑 간판이 붙어있는 음식점이 보여 들어가 앉는다.

시중은 여자와 단 둘이 레스토랑에 와 보는 건 처음이다.

대학을 들어와 친구 아이들과 어울려 몇 번 갔었던 것 말고는 말이다.

오빠! 우리 뭐 먹을까? 오늘은 내가 살게. 맛있는 걸로 주문해.

시중은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아니야, 아름이가 주문해 난 아름이 먹는 걸로 먹을게.

시중은 레스토랑이 좀 어색하다. 친구들과 만나면 포장마차 아니면 선술집 문화에 익숙해져 있었기에 말이다.

오빠! 진짜! 그럼 내가 주문한다?

.

아름인 이런 분위기에 익숙한 듯 웨이터를 불러 이것저것 주문한다.

시중은 넋이 나간 듯 아름이 얼굴만 바라보며 옅은 웃음만 자아내며 바라보고 있다.

오빠?

아름이가 얼굴에 웃음을 머금으며 말을 한다.

나 내년에 오빠 학교 상담학부에 들어가려고.

아름이의 말에 시중의 눈이 둥그레진다.

정말, 정말?

.

정말로!

오빠 학교에 들어가서 상담공부 오빠하고 같이하려고.

~ 뜻밖인데? 시중의 눈이 커지며 아름을 본다.

시중은 한없는 미소를 짓다 아름에게 말을 한다.

그럼 내 후배가 되는 거야? 시중은 너무 좋아 너털웃음이 절로 나오며 아름과 같이 웃어댄다.

아름이가 우리과로 들어온다면 나야 너무 좋지. 그럼 아름이도 자주 볼 수 있고 또 내가 아는 상담에 대해서도 다 가르쳐 줄 거야.

아름이도 좋은가 얼굴에 미소가 환하게 꽃이 핀다.

갑자기 아름이가 정중한 자세로 선배님 잘 부탁 합니당 너스레로 고개를 꾸뻑이며 웃는다.

시중은 너무 좋아서 손을 저으며 암, 그럼 선배는 하늘 기대하겠어 같이 웃었다.

그사이 함박스테이크와 음식이 나와 우리는 칼질을 하기 시작했다.

아름아 이것 좀 잘라 줄래?

시중은 오른손이 불편해 보조적 역할 뿐이 못해 양손으로 칼질을 할 수 없다. 그래서 아름에게 아무 생각 없이 부탁을 한다. 아름은 또 그런 시중의 말에 당연하다는 듯 오빠 이리 줘봐 라며 스테이크를 얌전하게 잘라서 건네준다.

그 사이에 샴페인을 종업원이 가지고 왔다.

시중은 아름에게 샴페인을 따라주고 자기 잔에도 채운다. 그리고 시중은 아름에게 음 내년에 우리 과에 들어오는 것을 미리 축하한다며 두근거리는 가슴을 눌러대며 투명한 유리잔을 마주치며 건배를 한다.

시중과 아름은 그렇게 음식과 샴페인을 마시며 이야기에 웃음이 그칠 줄을 모른다.

오빠 난 오빠가 많이 생각이 났는데 오빠는 나 안 보고 싶었어?

갑자기 하는 아름의 말에 아름의 얼굴만 쳐다보며 웃고 있다 시중은 순간 당황한다.

! 어 보고, 보고 싶었지 라며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떨린다.

사실은 잊으려 했었거든 하는 말이 목구멍을 넘지 못한다.

그렇다 남 녀 간에는 조그마한 만남도 아름답게 서로가 마음이 끌리면 그 끌리는 마음대로 가다보면 인연이 된다는 것 아니겠는가!

오빠! 우리 이거 먹고 연극 보러 갈래? 오늘은 내가 풀코스로 쏠게.  아름은 웃는다.

시중은 학생이라 돈이 없어 좀 망설인다. 고작 한 달에 엄마한테 10만원 용돈 받아쓰는데 밥값만 해도 족히 나오는데아름에게 남자로서 좀 이렇게 쓰게 하는 게 자존심이 허락지가 않는다.

오빠 무슨 생각해?

그냥 오늘은 나만 믿고 따라오는 거야. 나 돈 많아 라며 아름 환히 웃는다.

음식을 다 먹고 커피를 마실 때쯤 시중은 아름에게 말을 한다.

우리 연극은 나중에 보고 영화 보는 건 어떨까?

……. 그것도 좋을 거 같네! 라며 웃는다.

아름의 순수하고도 예쁜 말과 동작 하나하나가 시중을 설레게 한다.

그럼 우리 종로 가서 영화 볼까?

알았어. 오빠!

그럼 우리 가볼까요?

아름은 시중을 너무 친근하게 오래 사귄 연인처럼 자연스럽게 대한다.

시중 역시 아름의 말과 행동에 너무 좋아 가슴이 두근거린다.

둘은 종로에 있는 극장에 가서 시중이 표를 끊어 영화를 봤다. 영화를 보고 밖으로 나오니 벌써 어둑어둑 어둠이 두 사람을 반기고 있다. 아름은 저녁은 자기가 사겠다고 해서 또 레스토랑에 들어가 돈가스에다 맥주 500CC 두 잔을 시켜 먹으며 둘만의 사랑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서로 눈만 바라봐도 좋다.

오빠? 오늘 정말 즐거웠어.

오빠 만나 대학로도 걸어보고 영화도 보고 이렇게 맥주까지 마시니까 너무 좋다.

나도 너무 좋아. 시중도 마음을 드러낸다.

그리고 내년에 우리 과에 들어온다니 너무 좋다 아름.

아름이 웃으며 말을 한다.

오빠? 우리가 이렇게 만난 건 운명이 아닐까? 운명인 것 같아.  아름도 환하게 웃는다.

시중은 그 얘길 듣는 순간 가슴이 너무 뛰었지만, 자신이 장애인이 아니었으면 하는 씁쓸한 마음도 느낀다. 또 한편으론 아름이가 자기를 완전한 사람으로 보는 것 같아 아름이가 더 시중의 마음 저 깊숙한 언저리에 하트의 물방울로 뽀글뽀글 솟아오르게 함을 느낀다.

그렇다 시중은 자신의 장애 때문에 여태까지 이성간의 데이트는 생각도 안 해왔다.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가 있었을 때도 먼저 생각하는 것은 자신이 장애인인데 저렇게 정상적인 여자가 내 마음을 받아 주겠어 항상 여자 앞에서만은 자신의 마음을 감추며 살아왔다.

시중은 장애인이지만 모든 일에 적극적이고 진취적이라 그를 대하는 사람들에게 그가 장애인이라는 생각을 잊게 해준다. 이런 시중의 활달한 성격도 여자에 대한 두려움만은 이기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런데 아름이라는 너무나도 시중에게는 과분하고, 아름다운 여자가 본인 앞에 나타나 장애인이라는 사람으로 보지 않고 온전한 한 남자로 보여 지는 것 같아 시중은 너무나 가슴이 뛰며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이 드는 것이다.

시중은 또 헤르만 헤세의 시 중에서 사랑의 노래라는 시를 떠올리며 아름을 바라본다.

 

내가 한 떨기의 꽃이라면,

   살며시 당신이 다가와서 당신 것으로

   당신의 손이 꺾는다면.

 

   빨간 한 잔의 포도주라면,

   달콤한 당신 입에 흘러들 수 있다면,

   온전히 당신 속에 들어 당신과 내가 싱싱해진다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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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 윤 교수 방 앞에서 노크를 한다.

네 들어와요.

교수님 저예요.

, 시중! 들어와. 반갑게 맞아 준다.

그래 요새도 집단에 대해서 공부는 열심히 하고 있겠지?

네 교수님!

윤 교수는 시중이 집단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누구보다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윤 교수는 시중이 장애인이지만 시중을 집단상담 전문가로 밀어주려는 마음도 가지고 있다.

~~ 시중! 집단은 이론도 좋지만 많이 해 봐야 하는 것 알지? 그래야 나중에 리더가 돼서도 손색없이 이끌어 나갈 수 있는 거야.

시중은 속으로 교수님 그걸 왜 모르겠습니까요. 돈이 문제죠  흐흐댄다.

교수님 그래서요. 이번 방학 때 저희들에게 집단상담을 좀 해주셨으면 하는데요?

윤 교수는 멈칫 하며, 그래 방학 때 말이지?

……

그럼 스케줄 좀 보자.

윤 교수는 일어나 웃 양복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더니 날짜를 확인한다.

방학 땐 안 되고 학기말 끝나는 11월에 시간이 있구나.

어떤가. 시중?

좋아요 교수님. 그럼 기간은 3일 집단으로 하는 것이 좋죠?

그래 3일이 좀 짧긴 한데 너희들은 이론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으니 집단의 맛을 보는 시간은 충분할거야.

그런데 교수님 참가비는 얼마로 해 주실 건가요?

윤 교수는 허허 웃으며 그래 얼마로 해주면 되겠나?

교수님 저희는 학생이구 돈이 없잖아요. 그래서 20만에 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인원은 10명으로 만들 게요 교수님...

윤 교수는 너털웃음으로 그래 시중이 마음을 내가 봐서 그렇게 하지.

시중은 윤 교수에게 고개를 꾸벅꾸벅 감사합니다를 되풀이 하며 방을 나선다.

시중은 교수 방을 나오자 달린다.

얘들아! 내가 승낙 받아냈어 라며 웃으며 산삼이라도 찾아 낸 것처럼 들떠 아이들에게 말한다.

다들 입 모아 와우~~ 나이스~~ 하며 각자 하이파이브를 한다.

그럼 우린 부족한 사람들만 채우면 되는 거네! 성식이가 말을 한다.

아참 참가비는 얼마로 해준데?

경희의 말에 20만원.

오호! 좋아좋아 경희의 얼굴에 웃음꽃이 핀다.

다들 모여 봐. 정우가 손사래로 아이들에게 말을 한다.

시중이 너 몇 사람 모을래?

1명책임 질게, 창수는 1, 성식이도 옆에서 나도 1, 그래 좋아 그럼 내가 1명책임 질게.

옆에 있는 경희에게 여자 얘들에게 한번 얘기 해봐라 며 창수가 말을 한다.

경희가 대꾸한다.  

야 나에겐 기대하지 마. 친한 여자 얘들도 없고 그냥 난 참여만 할게.

그렇다 경희는 공부벌레고 소심해서 주위에 친구는 있지만 아쉬운 말을 누구한테 건 하지 않는 범생이다.

그래 그럼 우리 네 명이서 모아보기로 하고 경희는 그냥 참여만 하기로 하자.

그렇게 우리는 들뜬 마음으로 어김없이 촌뜨기 주막 집에 들려 막걸리를 밤 늣게까지 거나하게 퍼부어 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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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깨운다.

시중아 일어나야지?

너 어젯밤에 술 많이 먹은 것 갔더라. 술 냄새가 너무 나더라.

몸도 그런데 조금만 먹고 다녀.

엄마의 말은 늘 부드럽다. 하지만 야단칠 땐 너무 무섭다.

저 아줌마가 내 엄마 맞아 라는 의심이 들 정도로 시중은 중학교 때까지 맞은 적이 많다.

한 예로 엄마는 동생하고 싸우면 꼭 시중을 더 혼내면서 니가 형이니까 이해하고 감싸주어야 한다며 또 시중이 제일 듣기 싫은 말은 몸은 병신이래도 정신은 성한 놈보다 더 강하고 올바러야 한다! 였다.

어서 씻고 밥 먹어, 학교 가야지.

…….

엄마?

엄마도 날 볼 때 장애인이란 표가 나? 시중은 밥을 먹으며 옆에 있는 엄마에게 묻는다.

왜! 누가 너한테 장애인라고 뭐라고 하던?

아니, 그냥 학교 얘들은 잘 대해 주는데.

그럼, 왜?

시중아 그런 시선에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살아가길 엄마는 기도한다. 넌 세상에서 단 하나 밖에 없는 엄마 아들이고 또 귀한 존재니까 말이야. 이 엄마가 항상 얘기하잖니! 정신만 어느 누구보다 올바르고 강하면 된다고 말이야? 그리고 네 안에서 너와 늘 함께 하시는 하나님이 계시다는 걸 생각하며 살아가야 해.

알아요! 엄마. 그런데 나도 모르게 자꾸 신경이 쓰여.

엄마는 밥을 다 먹고 일어나려는 아들을 끌어안으며 눈가를 훔친다.

어이구, 내 새끼 장하다. 이렇게 대학도 다니며 사람노릇 해줘서 고맙다.

그렇다 시중은 중학교 때까지 원인도 모르게 아파서 학교서 자주 쓰러지며 양호실 신세를 많이 졌었다. 그래서 엄마와 아빠는 큰 자식이라 고쳐 보려고 유명한 병원엔 다가보고 유명하다는 한의원엔 다 다녀 보았다.

자다가 경기를 하면 엄마가 새벽에 업고 한약방으로 뛰어가서 침을 맞히곤 한 엄마다.

엄마는 가슴으로 다시 한 번 눈물을 훔친다.

엄마 다녀올게요. 시중은 신발을 신으며 엄마에게 손을 흔들며 나간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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