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가을이 넘어가는 길목에서 초겨울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오후,
붉은 태양이 머리위로 다가와 따스함을 느끼게
해주는 바닷가를 거니는 시중은 혼자 주머니에 손을 넣고 지평선에 눈을 떼지 못한 채 걸어가고 있다.
엄마에게는 오늘 친구네서 자고
온다며,
혼자서 아무도 없는
백사장을 찾아 혼자만의 침묵으로 뒤뚱거리며 파도 소리와 친구하며 걷는다.
초겨울 어둠은 빨리
찾아온다.
시중은 가끔 뜬금없는 여행을
즐긴다.
자신의 존재를 알아보기 위한 작업이라고나
할까!
또 자신이 이렇게 장애인으로
태어났지만,
상담사의 길을
선택했고 상담사로서 아니 집단 상담사로서 어떻게 자신의 길을 개척하며 살아가야 하는가!
이 넓은 세상에서
어떻게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는가!
아무도 모르게 자신만의 고독에 빠져 지낼
때가 종종 있다.
시중은 이렇게 자신만의 존재를 물으며 결국은
왜 하나님께서 자신을 이렇게 태어나게 했을까가 시중이 하나님께 건네는 의문이며 반항이다.
버스를 타고 여기 붉은 태양이 바다 지평선
저 멀리에서 소리 없이 세상을 바라보며 바다 속으로 넘어갈 때 안면도에 도착해 포장마차에서 막걸리에다 멍게와 해삼을 먹고 밤 내내 파도 소리와
친구하며 자신의 길을 묻고 또 물으며 추운 줄도 모르고 걷고 또 걷는다.
또 큰 소리로 야생의
울부짖는 한 마리 늑대처럼 하늘을 향해 삿대질의 반항을 하며 엉엉 울음의 몸부림으로 어둠만이 있는 안면도 백사장 일대를 온 몸을 뒤뚱거리며 미친
듯 걸어 다닌다.
칡 흙 같은 바닷가
백사장에 은연히 비취는 달빛에 잔잔하게 스사 스사하는 바다 물결 소리에 시중은 천천히 걸으며 미친 듯 울부짖으며 때론 헛기침까지
해댄다.
야~~~
이 씨이
발아~~~~
니가 왜,
왜,
왜 태어나 이렇게
괴로움을 겪어야 되냐고~~~~~
난~~
정말,
정말로 멋진 삶을
살고 싶은데 말이야.
눈에는 눈물이 송골송골 맺혀 소리 없이
떨어진다.
엿 같이 이렇게 병신인 몸으로 뭘 어떻게
하라고~~~
백사장의 고요한 어둠들이 잠을 못 잘 것
같은 미친 몸부림으로 헤매고 헤맨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