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 바해에게 핸드폰으로 전화를
한다.
바해가 전화를 받는다.
바해 나야 나?
핸드폰 너머로 바해의 목소리가 가냘프게
들린다.
바해는 키는 늘씬한데
목소리는 애기처럼 가늘다.
시중!
북경 여행 잘했어? 반갑게 전화를 받는다.
어! 나 몽골가려고 하는데
사간돼?
바해는 바쁜지,
아~ 일단 여기로 올래? 자기가 일하는
대책란가란 곳으로 오라한다.
시중은 오래 사귄 친구를 찾아가는 것 같이
스스럼없이 바해가 일러준 주소를 가지고 배낭을 메고 택시로 바해가 일하는 가게로 찾아갔다.
바해는 가게 안에서 손님과 옷을 설명하고
있는 것 같다.
내가 배낭을 메고
가게 밖에서 있는 것을 바해가 봤다.
바해는 눈을 조리며
웃음으로 손을 흔들어 댄다.
바해의 가게는 아담하고
예쁘다.
한 10평 남짓한 곳에 여기저기 쇼우 윈도우에
마네킹이 옷을 입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가게의 벽이며 지붕은
젊은이들의 호감을 자극하기에 딱 좋은 파란 슬래브 지붕에다 쇼우 윈도우를 비추는 유리를 제외하고는 연한 살색 톤의 벽으로 칠해
있다.
손님이 물건을 다 골랐는지 바해가 포장을 해
손님에게 건네며 돈을 받으며 인사를 한다.
바해는 손님을 밖까지 배웅하며 내 손을
잡으며 여기 잘 찾았냐며 가게 안으로 이끈다.
가게 안도 아기자기하게 옷과 액세서리가
진열되어 있다.
야!
멋진데.
아~
내가 상상했던
이상이야.
바해는 웃으며 앉아 라며 의자를
가리킨다.
그래 여기 여행은
재미있었어?
바해가
묻는다.
어!
재미있었어.
만리장성 올라갈 때 쫌 힘들었지만 뭐 나름
유익한 시간들이었어.
아참~ 시중은 풉 하고 웃으며 생각
난다는 듯 말을 한다.
내가 공원을 거닐고 있었는데 거리에 좌판을
펴고 앉아 사주를 보는 할아버지가 지나가는 나를 보고는 대뜸 뭐 마가 끼어 내가 이렇게 태어나지 않을 팔자인데 이렇게
태어났다나!
하는
거야.
그러면서 살아가는
데는 순탄할거라나 뭐라나!
바해?
난 그런 거 안
믿거든!
나는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거든! 허허대며 웃었다.
바해도 같이 웃으며 ‘시중!
여기 중국은 그런
사람들이 많아.’
그래서 기분 나빴어?
아니 그래도 어느 정도 공감 가는 부분이
있어서 노인네 거리에서 있는 게 측은해 보여 돈 쫌 드리고 왔지! 웃었다.
바해가 묻는다.
그래 몽골 갈
거야?
지금은 좀 추울
텐데.
응,
그것 땜에
왔지.
추워도
가야지,
내가 또 언제
가보겠어?
몽골 갈 때 전화
하래며?
시중은 빙그레 웃으며 아주 친한 친구에게
말하듯 바해 눈을 보며 말을 한다.
참 그랬지! 웃는다.
그래 언제 갈
거야?
시중은 말을 받으며 바해 시간
돼?
난 여기
첨이잖아?
그러니까 바해가 몽골 가이드 해주면 난
금상첨화지!
물론 경비와 가이드
비는 내가 다 제공할거고!
듣고 있던 바해가 잠시 생각하더니 그래 그럼
오늘이 월요일이니까 내가 내일부터 목요일까지 시간 낼게.
요새 장사도 잘
안되고 또 여긴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가 바쁘거든! 그대신 가이드 비는 많이 줘야해! 웃는다.
시중은 바해의 말에 넘 좋아
무~
물론이지!
기뻐한다.
실은 바해가 장사하는데 안 됀 다고 하면
어떡하지 걱정했거든?
그리고 난 중국이 첨이고 내가 몸이 이래서
은근히 쫄 앗는데 말이야.
정말 고마워 내가
가이드 비 충분히 줄게.
얼마나 줄 건데?
바해가 시중의 말을
받아 웃으며 ‘시중’한다.
순간 시중은 좀 당황하여
‘뭐’ 쭈뼛댄다.
바해는 그런 시중의 모습을 보며 미소 지으며
말을 한다.
친구한테 가이드 비 받으면 안
되지.
나도 몽골 가본지도
오래 되고 어쩐지 시중하고 가면 재미있을 거 같아?
가서 맛있는 거나
많이 사줘! 시중을 보며 웃는다.
바해의 말에 시중은 너무 좋아 엉 내가
몽골에서 최고로 맛난데 데리고 가면 쏘는 건 내가 쏠게! 웃는다.
그런 시중을 보고 바해가 근데! 또
묻는다.
시중 돈을 많이 갖고
온 거야?
시중은 바해의 말에 또
엉거주춤한다.
어,
뭐~
쓸 만큼 가지고 온
거지! 머리를 극적이며 겸연쩍게 웃었다.
그런 시중의 모습을 보며 바해가
에이~
뭐 돈도 그리 많지
않은 거 같은데 뭐! 어깨를 빙그레 웃으며 툭 친다.
암튼 우리 잼 나는 구경함
해보자!
바해가 웃음으로
시중의 얼굴을 보며 말을 한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석양이 가게로 들이칠
때 창가의 해를 보며 바해가 말을 한다.
오늘은 시중도 왔으니 일찍 문 닫아야겠다! 바해는 아직 여섯시가 조금 지난 초저녁인데 짐을 정리하려 한다.
시중은 바해에게 ‘왜.
저녁 때 사람이 더
많은 거 아냐!'.
아니야 초겨울이라 좀 서늘해지니까 사람도
없어.
일찍 닫고 너랑 내가
즐겨가는 카페에 가서 맛있는 중국술이나 한잔 해야지.
그리고 낼 몽골 갈
준비도 하고! 바해는 문을 닫았다.
바해는 자기가 즐겨가는 중국 전통 술만
판다는 자그마한 우리나라 식으로 말하면 선술집으로 데리고 갔다.
그 집 간판이 좀
특이해 보였다.
밖에서 본 술집은 황토색 벽으로 칠을 했고
지붕은 우리나라 옛날 기와를 씌운 지붕으로 뾰족하게 생겼다.
간판은 노란 바탕에
까만 글씨인 중국말과 한국어로 ‘몸으로 적시기’라는 희한한 문구의 자그마한 입간판이
사람들을 반기고 있다.
안으로 들어가니 정말 아담한 빠
이다.
벽을 보고 있는 테이블이 서너 개 또 중간에
탁자 테이블이 서너 게,
바텐더를 마주한
의자가 대 여섯 개 보인다.
분위기는 어둠속의
희미한 등불들이 진짜 여기에 들어오면 몸으로만 적시게끔 유혹하는 불빛들이다.
우리는 홀 중간 옆에 있는 탁자를 마주보고
앉았다.
호리호리한 여자가 주문서를 가지고 오자
바해는 다정하게 인사를 하며 손을 잡는다.
나를 가리키며 바해가 내 친구라고 소개를
시킨다.
나는 멋쩍었지만 웃으며 목례를
했다.
그리고 바해는 언니 내가 늘 먹는 걸로 줘요! 둘이 너무 친하다는 듯 손을 놓으며 웃는다.
언니는 알았어! 메뉴판을 들고 우리
자리에서 멀어진다.
너 여기 단골이야?
응,
내가 이곳에서 가게를
처음 오픈 했을 때부터 단골이지.
그때는 여기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시작하려니
막막했는데 저 언니가 우리 가게에 온 거야.
그러면서 여기 처음 가게를 차린 거 같다고
하면서 자기가 단골 할 테니 잘 지내보자고 하더라고.
그래서 나는 너무
반갑고 좋아서 나보다 6살 위인데도 친구처럼 잘
지내.
저 언닌 이 바닥에선
성공한 케이스야.
조선족인데 얼마나
성실하고 착한지 몰라.
10년 전에 여기
와서 이 장사로 돈도 많이 모았데.
그런데 아직
싱글이야.
언니가 늘씬하고 예뻐
대시하는 남자들이 꾀 있는데 뭐 아직은 결혼 할 생각이 없다며 돈만 벌어.
아참 저 언니도 여행
좋아해.
나는 듣고 있다 와 여긴 너 말고도 대단한
여자들이 많네! 웃었다.
바해는 내말을 받아 그러고 보니 그러네!
자기도 웃는다.
이따 정식으로 소개시켜
줄게.
좀 있으니까 종업원이 술과 안주를 가지고 와
놓고 간다.
술은 옛날 알라딘 마법사의 요술램프 병처럼
호리병으로 마치 병을 만지면 이 어두운 분위기에 우렁찬 목소리를 내며 주인님 하며 당장이라도 마법사가 나타나 무슨 일이냐고 물어볼 것 같은 아주
예쁜 병이다.
시중!
이 술 먹어
봤어?
아니 중국술은 처음이야.
와 근데 병이 넘
이쁘다.
이 술은 중국 전통 술 중에 분주라고
해.
음~
옛날 중국 당나라 때
두목이라는 천재 시인이 좋아 했다던 술이야.
바해는 술에 대해 많이 안다는 것처럼
이야기를 한다.
이 시인의 시 가운데 이런 시가
있어.
제목은 淸明인데
내가 함 읊어
볼게.
바해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읊는다.
‘청명시절에 어지러이 비가
내리니
길을 가는 나그네 어쩔 줄을
모르네
묻노니 술집이 어디에
있는고
목동은 멀리 살구꽃 핀 마을을
가르키네.
어때 좋지!
그리고 이 술은 중국
10대 명주야.
색과 향과 맛이
뛰어나 3절이라고도 불리운데.
내가 읊은 시도 두목이란 시인이 당나라 때
어느 봄날 편양현이라는 곳을 지나며 당시 공신 곽자의라는 사람의 고택을 찾아 가던 중 술과 술집을 생각하며 노래한 시라고
해.
나는 여기 오면 이 시인을 떠올리며 이술을
마셔.
묻노니 술집이 어디에
있는고.
목동은 멀리 살구꽃
핀 마을을 가리킨다?
이 구절이 참 좋아.
그냥 인생을 아무 생각 없이 자유로이 오가며
즐긴다는 것 아니겠어?
시중은 바해의 감성에 깜짝 놀라 멍하니
바해의 이야기를 다 듣고 있다.
와!
바해 이제 보니
풍류를 아는 시인이네?
이런 풍류를 즐길 줄 알다니 또 시심이 있을
줄이야!
정말 몰랐어!
감탄
감탄이야.
시중!
나이래 봐도 고등학교
때부터 문학소녀이었어.
시중은 한 번 더
놀랬다.
바해가 문학을 좋아 할
줄이야.
나와 공통분모가 왜
이리 잘 맞지!
그랬구나!
나도 시 좀
쓰거든.
바해가 ‘그래!’
눈이
반짝인다.
와 그럼 우리 시를 좋아하는 사람끼리
만난거야!
바해가 호호.
좋아한다.
그럼 시중도 생각나는 시 한 수 읊어
볼래?
시중은 바해의 말에 잠간
생각한다.
신경림이란 시인의 낙타란 시가
있어.
함 해 볼게.
낙타
낙타를 타고 가리라,
저승길은
별과 달과 해와
모래밖에 본 일이 없는 낙타를
타고,
세상사 물으면 짐짓,
아무것도 못 본 체
손 저어 대답하면서,
슬픔도 아픔도 까맣게 잊었다는
듯.
누군가 있어 다시 세상에
나가란다면
낙타가 되어 가겠다
대답하리라.
별과 달과 해와
모래만 보고 살다가,
돌아올 때는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 하나 등에 업고
오겠노라고.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았는지도 모르는
가장 가엾은 사람 하나
골라
길동무 되어서.
나는 눈을 지그시 감고 하나하나 되새김질
하듯 조용히 읊었다.
바해가 듣더니 시 너무
좋다.
낙타를 인생에 비유하여 관조적으로 표현 한
것이 참 멋있다.
낙타와 삶이 마치
하나인 것처럼 말이야.
그러면서도 인생을
초월하여 아무 욕심 없이 자연만 바라보며 살다 떠나고 싶다는 참 생각을 많이 하게하는 시인데!
바해 나름 감상평에 바해가 얼마나 감성이
넘치는 사람인지 느낄 수 있다.
나는 바해의 느낌에 내심 나와 생각하는
감성이 비슷함을 느껴 웃었다.
이윽고 바해가 조그마한 잔을 들어 건배
제의를 한다.
시중?
여기서는 건배를
간뻬라고 하니까 중국식으로 하자! 잔을 부딪치며 간뻬이를 외치며 우리는 한 잔을 목구멍까지 들이켰다.
그 순간 나는 본의 아니게 기침을 켁하며
목이 타는 줄 알았다.
바해가 옆에서 크크
웃는다.
시중 이 술이 몇도 인 줄 알고 한
번에 마신거야?
아니!
몇
도인데?
크 무려 60도라고!
나는 눈이 커지며 머!
60도!
정신이 번쩍
났다.
아니 이렇게 독한 술일 줄
몰랐어!
근데 뒤끝이 좋아.
아침에 일어나도
머리가 안아 퍼!
뭐 많이 먹으면
아프겠지만.
시중!
시 쓰는 사람이라면
이정도 술은 마셔 줘야 시 쓴다고 하는 거 아냐?
바해의 말에 난 아무 말도 못하고 그냥
웃었다.
시중은 그저 친구들과 막걸리만 마실 줄
알았지.
이런 독한 술은 처음
이었으니까 말이다.
시중 이 술은 천천히 음미하며 마셔 주는
거야.
아까 내가 읊은 시를
음미하며 말이야.
아!
시중이 읊은 시도
오늘 술 맛 제대로 나게 하는 것 같아.
그 뭐야. 누군가 있어 세상에 나가란다면 낙타가 되어
가겠다 대답하리라 이 구절이 참 좋다.
욕심 없이 살아가 보리다 이런 뜻
아니야.
참
좋아.
그리고 중국술은 원샷하는 술이
드물다고.
내가 함 놀릴려고
그랬지! 크크 댄다.
그 사이에 주인 언니가 다가와 바해 옆에
앉았다.
음 언니 이 친구 정식으로 소개
할게.
내가 우연히 배에서 만난 동갑내기 친구
강시중이라고 해.
대학에서 상담을
전공하는 학생이야.
나는 구부정히 궁뎅이를 반쯤 들고 머리도
반쯤 숙이며 ‘안녕하세요.
강시중입니다’. 인사를 했다.
언니는 좀 전에 내가 말해줬어! 바해가
언니에게 말을 한다.
아 언니 이름 말
안했다.
중국말로
메이리라해!
언니 맞지?
응.
맞아.
뜻은 아름다움이라고
하지.
시중씨
반가워요.
메이리가 웃음을 띄며
시중을 본다.
근데 몸이 좀 불편해 보이는데 여행을 혼자
다녀요?
시중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네 저는 혼자
여행 다니는 것이 좋아요.
그랬더니 메이리가 대단해요! 말을 하며
자기 말을 덧붙인다.
난 혼자 여행 못 다니겠던데
외롭잖아요!
아 저는 좀 특이해요!
웃었다.
그리고 옆에 누가 있으면 신경 쓰여서 제대로
즐길 수가 없어요.
메이리는 알아차렸다는 듯 고개를
움직인다.
언니 시중은 멋진 인간이야! 바해가
옆에서 너스레를 떤다.
언니 우리 내일 몽골로 여행
떠나?
메이리는 놀란 눈으로 바해를 보며
‘가게는 어쩌고’
한다.
바해는 웃으며 ‘목요일까지 휴업이지 뭐!’
야,
바해
대단한데!
친구 왔다고 한 번도
문 닫은 적이 없는 동생이 문을 닫다니?
역시 친구가 좋은
거야?
아니.
그게 아니고 시중이가
여기도 처음이고 언어도 안 통하잖아!
몸도 조금 불편하고
해서 같이 가려고,
나도 가본지 오래됐고
해서.
언니가 그 동안 울
가게 좀 봐 줄 거지?
바해는 애교를 떨며
메이리 손을 비비며 웃는다.
알았어.
바해!
가게 걱정은 하지
말고 친구랑 잘 놀다 와?
고마워.
언니!
역시 언니 밖에 없다! 바해는 메이리의 어깨에 얼굴을 갔다댄다.
메이리가 나에게도 말을
한다.
시중씨 이번 여행 잘 갔다
와요.
근데 지금 가면 조금
추울 텐데!
언니!
괜찮아 거기에 있는
친구에게 아까 전화해서 차 빌렸어.
잘했다.
조심하고!
그렇게 말을 하고 있는데 문에서 손님이
들어오는 것을 보며 메이리는 자리를 뜬다.
시중이 메이리가 자리를 뜨자 바해에게 말을
한다.
차까지 빌렸어?
어!
거기서 움직이려면
차가 필요하거든.
걸어서는 날씨도 춥고
시중이 힘들어.
시중은 바해의 배려에 너무 고맙고 좋아 그냥
바해만 바라본다.
그런데 저 언니 너를 무척
챙긴다?
바해는 시중의 말에 웃으며
대답한다.
나에게 여기서는 가족 같은
언니야.
나나 언니나 서로
의지하며 지내!
그렇구나.
메이리씨가
고맙네.
그럼!
나에겐 고맙고 여기선
없어선 안 돼는 언니야.
낼 여기서 여섯시에는 떠나야 한다고 바해가
말을 하며,
우리는 술잔을
부딪쳤다.
바해는 술이 좀 올라오는지 입가에 자연스러운
미소가 번지며 조용히 말을 한다.
시중은 좋겠다.
몸은 좀 그렇지만
내가 볼 때 너는 행복한 사람 같아.
이렇게 아무 거칠 것
없이 혼자 자유로이 여행도 다니고 말야.
시중은 바해의 말에 슬픔이 묻어남을
느낀다.
하지만 시중은 바해도
멋지게 살고 있잖아! 말한다.
아니 난 어쩔 수 없이 중국으로
왔거든!
부모님이 이혼해서
사는데 내가 마음 둘 때가 없더라고.
그래서 무작정
도망치고 싶었어.
고등학교
3학 때 우리나라에서 제일 가까운 곳이 어딘가
생각해 봤더니 중국하고 일본이더라.
그래서 일본은
섬나라라 왠지 마음이 안 끌려서 그러면 중국을 가자하고 3개월 열심히 학원을 다니며 중국어를
배웠어.
또 알바를 열심히
해서 6개월 준비해 졸업하자마자 무작정 배타고
여기를 온 거야.
여기 와서 한 한달 여기저기 배낭 메고
여행을 다니며 중국에서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내 나름대로 조사하고 연구했어.
그랬더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당시 나이가 어려 제한 돼 있더라고.
그래서 한 일 년
반쯤 배타고 다니는 따이공들 쫓아다니며 장사하는 법을 배우며 돈을 모았어.
그랬더니 돈이 좀
모아지더라.
그래서 여기다
조그마하게 가게를 차릴 수 있게 된 거야.
그래도 내가 운이
좋은지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
바해 넘 힘들었겠다.
그것도 여자
몸으로.
우리는 잔을 부딪치며 목을 타고 그 독한
술이 잘도 넘어간다.
바해가 그런 사연이
있었구나.
바해가 왠지 모르게 안쓰러워 어두운 불빛
아래 바해의 눈에 비치는 어딘가 슬퍼 보이는 눈동자만 바라본다.
어느새 바해의 눈에 눈물이 글썽이고
있다.
그래도 바해는 성공한 것 같은데!
시중은
분위기를 전환하려 했지만 바해의 눈에서 잡히는 눈물이 너무 슬픈 사슴 같아 보여 더 이상 아무 말을 못하고 그냥 바해의 소리 없이 떨어지는
눈물만 바라보고 있다.
시중은 말없이 술잔을 한 번 더
꺾었다.
그러고 바해의 손을
살포시 잡아주며 천천히 말을 한다.
바해 나 같은 사람도 있는데
뭐.
나는 장애인이라 세상
사는데 제약이 참 많아.
그래도 바해는 건강해
힘들어도 여기까지 잘 걸어 온 거 아니겠어?
내가 보기에 어느
정도 성공도 한 것 같아 보이는데.
나도 이 몸으로 살아
보니 느끼는 것이 많더라고.
나는 내가 장애인이라 나만 불행하고 불쌍해
보였는데 대학을 들어가 상담을 배우며 많은 친구들과 사람들을 만나 보니 내가 장애인라고해서 불쌍한 것이 아니더라고,
내가 느낀 것은
자기가 처한 상황에서 어떻게 조화롭고 아름답게 살아가는 가가 문제인 것 같아.
바해가 어느새 눈물이 그쳤는지 내가 잡고
있던 한 손을 꼭 잡고 내 말을 듣고 있다.
바해의 손은 털장갑을 낀 것 같이 참
따뜻하게 시중의 가슴으로 들어왔다.
서로의 아픔을 누가
말하지 않아도 안다는 듯 서로를 보듬고 있는 것이다.
바해 좀 괜찮아!
술 많이 먹은
거지?
시중 내가 취한 거
같아!
아직 안
취했어.
참 오랜만에 마음
놓고 술 마셔보는 거야.
중국 땅에서 나 혼자
살려면 술도 많이 먹어선 안 돼는 거 알아?
아참
모르겠지.
오늘은 내 동포이자
친구인 시중 믿고 편히 술 먹는 거야.
바해는 내 손을 더 지그시 잡으며
말한다.
그런 바해의 마음을 알 것
같다.
얼마나 어린 여자가
살아보겠다고 노력했겠는가.
얼마나 외로움을 많이
느끼며 살았겠는가.
참!
같은 나이이지만
대견하고 안쓰러워 보인다.
바해의 눈을 봤다.
바해가 이제 가자라고 말을
한다.
그래 하며 일어나 나가며 메이리 언니에게
인사를 했다.
메이리는 나에게 ‘낼부터 구경 잘하고
와요’
웃으며 인사를
한다.
바해가 계산을 하며 술집을
나왔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