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 아이들과 종로에서 헤어지고 삼일동안
전화를 못한 아름에게 핸드폰 번호를 꾹 누른다.
신호가 두 번 울리자 아름이가 반갑다는
어조로 오빠! 불러 젖힌다.
시중도 그동안 보고 싶었다는 어투로 엉 잘
지냈어!
맞장구를
친다.
아름아 나 종각인데
나올래?
응,
오빠
나갈게.
나 준비하고 가려면 한
30분은 더 기다려야 할
거야!
우리는 그렇게 빌딩 사이로 저녁노을이 너무
붉게 떠오르며 사라지는 종로 보신각 거리에서 만났다.
저녁을 먹고 이제는 제법 서늘한 종로 거리를
아름은 습관처럼 시중의 팔짱을 낀 채로 걸어가다 인사동 입구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노점상이 즐비하게 십 촉짜리 불을 리어카에
밝히며 인사동 입구를 점령하고 있었다.
시중은 입구에 형용색색으로 장식한 리어카에
있는 여자 장신구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름아 예쁜 걸로 하나
골라볼래?
오빠 정말!
아름은 좋아하며 이리저리 갔다 대보며 거울을
보더니 이걸로 할게!
머리 장식을 골라 머리에
꽂는다.
시중은 값을 지불하고 아름을 바라보며
예쁘네.
웃으며 인사동 안으로 걸어
들어간다.
좀 걸어 들어가며
시중은 간판을 본다.
눈에 들어오는 간판이
보인다.
‘좋은날 사랑하세요’라는 좀 식상한
문체이다.
흘림체로 주홍 글씨에 백색 바탕의 아담한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전통 찻집이다.
시중은 아름에게 '우리 저기
들어갈까?'
아름은 간판을 보더니
아!
간판 이름이 좋다.
환하게 웃으며 시중의 손을 흔든다.
들어가 분위기를 둘러보니 밖에서 느꼈던
느낌보다 한층 더 상상의 나래를 업그레이드 해주는 분위기가 아름과 시중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우리는 윤기가 바란 나무 탁자와 단아하게
생긴 넓적한 통나무 의자에 마주 앉았다.
아름에게 막걸리와 파전하며 시중은 아름이
눈을 본다.
대뜸 ‘오빠!’
나 막걸리 안 먹잖아
한다.
시중은 장난기 섞긴 어투로 웃으며
‘너 내년에 우리 과에 들어오려면 막걸리는
기본으로 먹어야하는데 어떡하니?’
빙그레 웃으며
놀려댄다.
아름은 참,
참. 시중을
찡그림의 웃음으로 뭐 난 오빠만 믿고 가니까 몰라!
아름은 시중의 바로 턱밑으로 톡
쏟다.
시중은 후후 ‘그럼 맥주 먹을래?’
‘그럼 오빠는 막걸리 시키고 난 맥주 한 병만
시켜’
한다.
아름이의 말대로 파전과 더불어 마른 오징어도
시켰다.
아름과 시중은 한참동안 손을 마주잡고 말없이
마주보며 눈으로 서로의 감정 속에 젖어든다.
난 아름이가 좋아!
시중은 아름을 보며 처음으로 자기의 감정을
드러낸다.
아름은 당연하다는 듯
응!
나도
좋아!
아름의 명쾌하면서도 애교스러운 말은 시중의
마음을 더 꼼짝 못하도록 감싼다.
아름인 나하고 다니는 것이 아무러치도
않아?
아름 앞에선 늘
확인하고픈 시중의 마음이다.
오빠가 어때서?
세상에 오빠만 몸이
불편한가?
난 오빠가
좋아!
웃으며 한마디 더 한다.
이것도 병인가!
크크
댄다.
그사이 점원이 막걸리와 맥주병과 잔을 놓고
간다.
시중은 맥주병을 따 아름에게 한잔
따라준다.
그래 입시준비는 잘하고
있어?
응!
학원 다니며 나름
열심히 하고 있지!
아참 집단상담
재미있었어?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
물어본다.
응,
너무
좋았어!
아름도 학교 들어오면 꼭
참여해봐!
오빠?
집단상담이란 것을 인터넷에서 찾아 봤는데 한
사람의 상담자와 십여 명 이상의 내담자로 구성하여 하는 상담이라고 나와 있던데?
너무 흥미로울 것
같아!
아름이 많이 생각했는데!
그러엄!
나도 이제 상담학과에
들어갈 예비 대학생인데...
피식
웃는다.
또 오빠가 좋아하는 상담인데 기본으로
생각하고 있어야 징! 애교스런 찡그림으로 쳐다본다.
시중은 그렇게 말하는 아름이가 너무 예뻐
아름의 손을 잡으며 지긋이 웃는다.
시중은
3일간의 집단상담의 피로가 밀려오는지 막걸리
세 잔째 취기가 돈다.
그래도 아름과 시중은
밤 10시까지 보기만 해도 좋다는 눈빛으로 서로를
보듭는다.
카페를 나와 길을 조금 걷다 시중은 아름의
손을 꽉 잡았다.
오빠 아파! 애교 섞인 말로 시중의 손을
찰싹 친다.
시중은 어두운 길 목에서 아름이 앞에 서서
조금은 취기가 올라오는 어투로 조용히 부드럽게 안으며 말을 한다.
오늘 너하고 같이 있고
싶다.
아름은 벌써 준비가 돼있다는 듯 시중의 품에
안긴다.
그리고 둘은
난생 처음 가보는 여관으로 걸어 들어갔다.
아름의 속살은 백옥 같이
희다.
시중의 몸을 아름답게
안아주는 아름의 젓 가슴으로 숨 가쁘게 들어간다.
그리고 시중과 아름은
그날 밤 세상에 태어나 처음 맛보는 뜨거운 사랑의 기운만이 둘 만의 파라다이스로 떠나고 있었다.
그렇게 시중과 아름은
지칠 줄 모르는 청춘의 시간을 초월하여 오아시스만이 있는 시간으로 달리고 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