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 쯤 상담소에서 서류를 정리하고 있는데
핸드폰이 진동을 한다.
폰에서 바해의 이름이
뜬다.
시중은 자신도 모르게 바해! 폰을 받으며
반가운 목소리로 말을 한다.
바해도 반갑다는 뉘앙스로 '어
나야.
나
인천공항이야.
지금 막
도착했어.'
그래!
그럼 거기서
기다려.
내가 차가지고
갈게?
알았어.
객실에서
기다릴게.
천천히
와!
그렇다.
바해도 북경에서
장사하며 상담학 석사까지 공부해 대학가 근처에서 장사는 그만두고 사무실을 오픈해 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대학 강사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바해야 말로 인간 승리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시중은 그런 바해가
너무 좋다.
시중은 공항에 도착해 바해를 태우고 상담실로
향한다.
바해.
어쩐
일이야.
연락도
없이.
어.
그냥 시간이 나서
엄마도 볼 겸 무작정 온 거야.
참.
그러고 보면 바해도
나와 같이 방랑기가 아니 똘기가 많은 편이야! 호탕하게 웃는다.
내가 좀 그런 면이 있지! 바해도
웃는다.
그래 상담소는 잘 돼?
응.
난 집단이
전문이잖아?
지금은 한 달에
두,
세 팀 정도 소화하고
있어.
강사로 뛰며 그것도
힘들다 야.
바해는 어때?
나도 나름 바쁘지.
그런데 난 개인
상담과 청소년 상담을 주로 하니까 그럭저럭 할 만해.
상담소에 도착해 안으로 들어서니 아름이가
와서 앉아 있다.
시중은 아름에게 바해 왔어! 소파에
앉는다.
바해도 아름을 보며 잘 있었어!
안는다.
아름도 언니. 반갑게 손을 잡으며
안긴다.
시중은 바해를 상담소 오픈하는 날 초대해
아름에게 자연스레 소개시켜 주었다.
그 후로 둘이는 같은 여자라는 이유로
전화번호를 교환하여 가끔 시중도 모르게 연락하고 지내는 사이가 되었다.
바해는 아름을 통해
시중의 정보를 다 알다시피 하는 눈치인 것 같다.
여기 올 때도 아름에게는 벌써 연락을 먼저
한 것 같다.
오빠!
언니 오는 것
몰랐지?
난 다 알았는데!
아름 웃는다.
너네.
나만 빼놓고 잘
통하는데.
이거 좀 섭할라고
하는데!
시중의 말에 바해가 웃으며
‘그러지 마!’
너는 우리와 성별이
다르잖아?
그러니까 우리끼리 할 얘기가 많지 않겠어!
아름의 어깨에 손을 언으며 웃는다.
시중은 바해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런가.
머쓱해 한다.
그럼 바해도 왔으니 오늘 좋은데 가서 맛난
것 먹으며 얘기나 해 볼까! 시중은 사무실을 정리한다.
우리 어디로 갈까?
시중의 말에 아름이 말을
한다.
오빠!
언니도 왔으니까 오늘
밤은 야외로 나가서 고기 먹자.
아~
그거
좋겠다.
바해!
거기로 가서
먹자.
고기만 사가면 그 외에 모든 것을 제공하는
좋은 곳이 있거든.
그것도 야외에서 강을
보며 맛있게 먹을 수 있어.
그럼 여기서 고기를
넉넉하게 사가지고 가면 되겠지!
여기서 운길산 근처 강가니까 저녁때라 한가해
한 40분이면 가겠지 아름?
그래.
오빠.
그 정도 시간이면
도착할 거야.
우리는 그렇게 고기를 사가지고 어둠이 빛을
감싸는 하늘을 보며 달렸다.
바해가 보더니 와 좋다.
이렇게 앞이 확 트인
강을 바라보며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는 곳이 있다니 너무 좋은데 한다.
언니!
그렇지.
우린 가끔 와요.
아름이가 웃는다.
우리는 매점에서 모듬 야채와 밥을 주문하여
화로에 번개탄으로 불을 붙여 줘서 그 위에 사가지고 온 고기를 올려놓았다.
술은 바해가 공항에서
나오며 면세점에서 사온 와인을 시중은 따는 것으로 돌려 딴다.
이 술 맛있겠는데.
프랑스 보르도
와인이잖아?
응.
사올게 마땅치 않아
두병 사온거야.
잘 했어.
바해 아니면 언제 와인 먹어
보겠어.
우린 그저 막걸리
아니면 맥주인데.
맞아.
언니.
오빠하고 있으면 그저
막걸리만 먹어.
우리는 그렇게 봄바람이 하늘하늘 부는
밤하늘의 별들을 곁눈질 해가며 고기와 와인을 마시며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으며 즐기고 있다.
아름이가 똥이 마렵다며 화장실로
향한다.
바해가 강을 바라보며 와인을 마시며 말을
한다.
시중
기억나?
우리 그때 몽골에서 초원을 낀 강을 바라보며
아이락 마시던 때 말이야.
그땐
겨울이었지?
난 그때를 지금도 잊지
못해.
내 삶에 참 좋았던
시간이었거든.
시중도 그때 일을 마음에 간직하며
살아간다.
바해의 갑작스런 말에
몰래 먹다 들킨 사람처럼 뜨끔하면서도 모른 척 말을 한다.
기억나지.
그때가 벌써
언제야.
참 시간 빠르게
갔다.
그러게.
나도 이렇게 상담
공부를 해서 아이들을 상담하며 가르칠 줄 누가 알았겠어.
다 시중을 만나
상담이란 이야기를 들은 덕분이지.
그땐 바해가 참 촌스러워 보였는데. 시중은
껄껄 웃는다.
‘뭐~’ 시중을 보며 바해도 웃으며 말을
한다.
맞아.
그땐 난 오로지 돈만
벌려고 정신이 없었지.
아참.
시중? 아름이가 요새
전화를 하며 괴로워하며 울더라!
시중은 눈을 크게 뜨며
묻는다.
왜?
이런 말해도 되나?
바해! 무슨 말이지는
몰라도 너 내 친구잖아.
해도
돼.
무슨
이야기인데?
음.
그게.
아름이가 집안에서
자꾸 선보라고 해서 몇 번 봤나봐.
그런데 소아과 의사를
집으로 불러 선을 봤데. 그것 때문에 아름이가 울면서 이야기 하더라고.
자기는 오빠뿐이 없는데 아직까지 아빠가
무서워서 이야기를 못했다고 말이야.
그래서 어떻게 해야
될지를 모르겠다고 하며 너와 도망이라도 가고 싶다고 말을 하더라.
시중은 강을 바라보며 듣는 내내 착잡한
표정이 된다.
나도 짐작은 하고
있었어.
아름이가 힘들어
한다는 것을.
그런데도 나에겐 말을 안
하더라.
아름인 키만 크지
마음이 여린 사람이거든.
그래서 나도 요즘
갈등이 많아.
어떻게 해야
할지.
그냥 아름일 나줘야
하나.
이런 생각까지
해.
아니 내가 어때서
사귄지가 몇 년인데 아직까지 자기 부모님에게 말을 안 하냔 말야.
세상에 장애인이 나
혼자야.
살다 중도에 장애인이
되는 사람들도 얼마나 많은데 말이야.
나만한 스펙이면
괜찮은 거 아니야?
그래서 내가 더
열심히 공부했건만.
시중!
그래도 그건 안
그래.
아름은 가득이나 집에서 외동딸이고 나라도
부모라면 생각이 많을 것 같아.
그리고 아버지가
완고하니까 주저주저 하는 거야.
또 시중에게도 문제가
있는 거야.
시중의 말대로 아름과 몇 년을 사귀었는데
떳떳이 찾아가 왜 인사를 못할까?
왜 아름에게만 떠 넘기는
건데?
듣고 있는 시중은 바해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주눅이 듣다.
이윽고 시중은 무슨
생각이 드는지 어깃장 놓는 말을 내뱉는다.
아 그러면 때려치우라고
해.
그렇게 자신 없으면
때려치우라고!
나는 오는 사람 안
막고 가는 사람 안 말리는 사람이야.
시중은 나름 화가 난다는 듯 내 지르며
와인을 마신다.
그렇게 앉아 이야기를
하며 서로 강을 바라보며 와인을 마시고 있는데 아름이가 왔다.
아~
시원하다.
죽는 줄
알았네.
언니 오늘 참 좋다
라며 바해를 보며 영문도 모른 체 웃는다.
언니 언제 갈 거야?
오늘 왔으니까.
엄마에게 가서 한
일주일 있다 가려고!
바해!
그럼 있는 동안 우리
사무실에 와서 상담 좀 해 줄래?
나 여기 쉬러 왔거덩! 코를 실룩이며 시중을
쳐다본다.
시중은 웃으며.
알지.
내가 서울 구경 시켜
줄게 시간 날 때 오라는 거야.
오빠!
나도 나도
한다.
언니 그럼 우리
저녁마다 구경 다니자?
그리고 토요일과 주일에는 교회 다녀와서 하루
종일 놀러 다니자며 시중을 본다.
그런 아름을 보며 시중은 얼구 아름 신났네
신났어! 웃는다.
정말 서울 와서 돌아다녀 본지가
언제야.
까마득하다.
알았어.
오늘 엄마에게 가서
자면서 생각해 볼게! 바해가 아름을 보며 웃는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