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바해는 개인상담을 마치고 사무실에
앉아 녹차를 마시고 있다.
시중도 집단상담을 마치고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 와 앉으며 바해에게 말을 한다.
그래.
상담은
어땠어?
수고했어.
좋았어. 바해가 시중을 보며
웃는다.
수고는!
상담할 수 있어 내가
좋았지.
나는 매번 상담을 하며 세상엔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그것도 남 녀 노소를
막론하고 너무 많다는 것을 느껴.
그래서 내가 상담을
공부한 것이 잘한 일이구나 생각이 들 때가 많아.
그것을 알게 해준
사람이 바로 시중 아니겠어.
바해는 시중을 보며 또 한 번 지긋한
눈웃음으로 웃는다.
무슨 말씀을!
바해가 열심히 살아
온 결과지.
나는 그때 중국에 갔을 때 바해의 그 열정을
눈빛에서 봤거든!
또 바해가 상담을
공부한다고 했을 때 바해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생각했었어.
그래.
이렇게 나를 진심으로
생각해 주는 사람은 시중 밖에 없다.
바해는 말을 하며 ‘그래서 내가 너를 좋아하고 못 잊는 거 너는
모를 거야’
라고 속으로 말하며
시중의 눈을 바라본다.
바해는 성공은 했지만 중국에서 혼자 살며
아직 남자도 사귀지 않고 학교 강사로 상담사로만 활동하며 생활하고 있다.
부모님의 좋지 않은
이혼으로 남자에게 마음을 주기 싫어하기에 그저 자신의 일에만 힘을 쓰며 살아간다.
그런데 시중이 바해의
마음에 들어 와 있는 첫 남자이기 때문에 잊지를 못하는 것이다.
바해!
오늘 저녁에 가고
싶은데 있어?
글쎄.
어디를 가면
좋을까?
사람 많은 곳에는
가기 싫어.
그럼.
양평에 있는 두물머리
라는 곳에 가볼래?
거기가 뭐하는 곳인데?
그냥 강이 있는 곳인데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곳으로 두물머리라는 이름은 두 물줄기가 만나는 곳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한데.
거기가면
400년 된 장대한 느티나무가 있고 저녁에 가면
물 안개가 보슬보슬 피어오르는 것을 볼 수 있고 풀벌레 소리를 들을 수 있어 쪽 길을 따라 천천히 걷는 운치가 너무 좋은
곳이야.
특히 연인하고 가면
아주 좋은 코스지.
그래 가보자!
난 한 번도 가보지
안은 곳이지만 시중이 좋다니까 가봐야지.
그럼 난 연인이
없는데 너네 팔짱 끼고 가는 모습만 보며 따라가야 하는 거 아냐?
바해가 미간을
찡그리며 빙그레 한다.
아니지. 넌 나보다 아름이 하고 연락을 많이
한다며!
그러니까 아름이가 니
팔짱을 끼겠지 내 팔짱을 끼겠어?
더구나 넌 우리에겐
특별한 사람인데!
바해가 들으며 이런
바보!
내가 그냥 하는
이야기 이었는데. 배시시 또 웃는다.
시중의 폰이 진동한다.
아름이다.
어.
아름.
도착하면 몇 시 쯤
될 거 같아?
오빠!
오늘 난 못 갈 것
같아.
아빠
호출이야.
시중은 짐작한다는 듯 맥없이 대꾸를
한다.
어.
그래.
할 수
없지.
바해 바꿔 줄까?
바해가 폰을
넘겨받는다.
아름아!
왜?
언니!
나 오늘 거기
못가.
아빠가 내가 안
만나니까 그 사람을 또 집으로 초대해서 저녁 식사하자고 이번엔 아빠가 직접 전화를 해서 안갈 수가 없게 됐어.
바해는 시중의 눈치를 보며
어,
그래.
뭐 할 수
없지.
오늘 너하고 두물머리
가기로 했는데,
야!
아쉽다.
시중하고만
가야겠네! 겸연쩍어 한다.
그래.
언니!
언니가 있으니까
좋다.
오빠하고 거기 가보면
좋을 거야 같이 갔다 와!
그럼 언니 연락할게! 아름은 전화를
끊는다.
전화를 끊고 바해는 시중의 눈치를 보며 오늘
아버지가 일이 있다고 일찍 들어 오랬나 봐.
뭐.
잘
됐네.
거기 가서 시중의
팔짱도 껴볼 수 있고 내가 애인하면 되겠네! 미소를 짓는다.
시중은 바해의 어색한
행동과 말에 얼굴을 보며 한마디 한다.
그렇게 어색해 할 거
없어!
‘난 습관처럼 겪는 일인데
뭐’ 시중의 얼굴에 순간 웃음기가
가신다.
그런 시중을 보며 바해는 속상해
한다.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고 사랑하는 친구가 여자 때문에 속 앓이를 하고 있다는 것이 속상함을 느끼게 한다.
시중은 사무실을 정리하며 바해에게 저녁은
거기 근처에 가서 먹자고 이야기를 한다.
‘좋아’
시중과 바해는 해가 저녁 도시를 비끼며
넘어갈 무렵 상담소를 나와 차를 타고 양평으로 달린다.
차를 타고 가며 두
사람은 말없이 차에 있는 씨디에서 흘러나오는 저녁 석양에 어울리는 케니지의 섹소폰 'loving
you'의 연주
소리에 생각을 실어 침묵으로 목적지를 향해 달린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