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두물머리 주차장에 도착하여 차를 주차하고 우리는 저녁을 먹으러 근처 장터로 걸어 들어갔다. 저녁이라 동네는 한가해 보인다.
시중은 바해에게 뭐가 먹고 싶은지 묻는다.
바해 점심때 간단히 먹었으니까 저녁은 든든히 먹어야지?
글쎄. 뭘 먹지. 난 아무거나 잘 먹으니까. 아참. 생각났다. 우리 여기까지 왔으니까 매운탕 먹을까? 나 여기 와서 민물매운탕 먹고 싶었는데 못 먹었거든.
'매운탕! 좋아' 시중은 걸으며 두리번거린다.
아. 저기 보이네. 민물 매운탕이라고.
시중과 바해는 안으로 들어가 민물 매운탕에다 맥주를 시켰다.
바해는 마주보며 시중에게 말을 한다.
아직도 마음이 불편 한 거야?
시중은 바해를 보며 ‘응, 조금’ 미간을 구긴다.
그런 시중을 보며 바해는 애처로운 눈으로 말을 한다.
시중 너 정말 아름을 사랑하는 구나?
시중은 어이없다는 듯 대꾸를 한다.
그럼 내가 그냥 아름일 좋아하는 줄 알았어?
아니. 난 그래도 어느 정도는 아름에게 간극이 있는 줄 알고.
바해는 시중의 마음이 이렇게까지 아름에게 간절히 향하여 있구나를 다시 한 번 느낀다.
저녁을 먹고 둘은 두물머리 쪽으로 걷는다.
저녁 때 인데도 사람이 꾀 있다.
그런데 대부분 커플들로 팔짱을 끼고 자기들만의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간다.
바해는 시중에게 바짝 다가서며 우리도 연인처럼 팔짱끼고 걸어 보자. 자기 손을 시중의 팔 안쪽으로 밀어 넣으며 잡는다.
시중! 괜찮지?
시중은 그런 바해를 보며 피식 웃으며 저녁 달빛에 반짝이는 강을 보며 두물머리 끄트머리까지 걸어간다.
걸으며 바해가 감탄을 한다.
와! 여기 진짜 좋은 곳이네. 탁 트인 강이 보이고 저 건너편 산이 저녁에 숯으로 푸려놓은 수묵화처럼 보이는 것이 참 마음이 다 평안해 지는 것 같다.
그렇지? 난 가끔 아름 하고도 오지만 답답할 때 나 혼자도 오곤 해.
그렇게 시중과 바해는 이야기를 하며 400백년 된 느티나무 있는 곳 까지 걸어갔다.
시중은 바해를 느티나무 밑에 앉히며 캔 커피를 사러 매점에 갔다 왔다.
둘이 어두워진 하늘 아래서 강을 바라보며 앉아 조용히 커피를 마시고 있다.
주위 곳곳도 쌍을 이룬 커플들이 강을 바라보거나 사진을 찍으며 자기들만의 세계로 빠져들고 있는 것 같다.
시중! 아까 아름이가 뭐라고 했는지 알아?
짐작하고 있어. 또 선보라고 하는 거지 뭐.
아니야. 아름이가 전에 집에 초대해서 한 번 선 본 소아과 의사를 아버지가 다시 집으로 초대 했나 봐. 아름이가 그 의사를 자꾸 피하니까 이제는 아버지가 직접 나서서 맺어 주려고 하는 것 같아. 시중에겐 미안해서 그냥 아름이가 얼버무린 것 같아서.
커피를 마시며 바해는 시중에게 말을 한다.
아름이가 한 이야기를 알아야 될 것 같아 이야기 하는 거야.
옆에서 바해의 이야기를 들으며 시중은 어이없다는 듯 말없이 강을 바라보고 있다.
이윽고 시중이 바해에게 말을 한다.
바해 같으면 이런 상황을 어떻게 할 것 같아?
바해도 답답하다는 듯 시중의 눈을 보며 말을 한다.
글쎄. 너희들이 사귄 세월이 얼마인데 이렇게 미적미적 하고 있는 것이 나도 가끔 아름에게 이야길 하지만 이해가 안가. 시중이 아름을 진짜 목숨 바쳐 사랑한다면 먼저 당당하게 아름이 부모님을 찾아뵙고 인사하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그런데 너는 뭐가 무서워 아름의 처분만 기다리고 있는 지 전에도 말했지만 이해가 안가. 너의 장애 때문에 그러는 거야? 그렇다면 그것도 난 이해가 안 돼. 너는 늘 어떤 사람을 만나든 자신이 장애인이지만 당당하고 떳떳해 하잖아. 그런 것 때문에 나도 너를 배에서 처음 만나 이야기 할 때부터 좋게 본거야. 그런데 뭐가 무서워 미적거리는 거야?
시중이 바해의 말을 들으며 가슴이 답답하다는 듯 어두운 강에 잔잔히 피어오르는 물안개만 바라보고 있다.
잠시 생각에 잠겨 말없이 있다 시중이 말을 한다.
바해! 나도 그러는 내가 답답해. 바해의 말대로 나 여기까지 오면서 누구한테든 당당하고 떳떳했어. 그러니까 사람들은 그러는 내가 보기 좋았는지 나를 알아 줬고 믿어 줬어. 하지만 나도 모르게 아름이 생각만 하면 작아지고 자신이 없어져. 이성적으로는 그렇게 해야 겠다고 생각을 하지만 그게 내 생각대로 안 돼.
바해도 답답한지 말을 한다.
그러니까 그게 뭐냐고?
시중은 긴 한 숨을 쉬면서 말을 한다.
그래 말 할게. 두려움이야. 두려움.
내가 아름의 부모님께 인사 드려서 만에 하나라도 내가 장애가 있다고 단호하게 거절하면 그때는 어떡하지 하는 거야. 난 누구한테 건 두려움을 느끼지 않으며 내 나름대로 당당하게 살았어. 하지만 내가 사랑하는 아름을 내가 먼저 나서서 이야기를 해서 아름의 부모님이 일언제하에 안 된다고 하면 그땐 난 어떻게 해야 되는 거야? 난 상상만 해도 두렵고 싫어.
듣고 있는 바해도 답답한지 긴 한 숨을 쉬며 들고 있던 커피 캔을 바닥에 내려 놓며 한마디 한다.
아 그러게 왜 정상으로 태어나지. 비정상으로 태어나서 이 고생이야?
헛웃음으로 그러게, 왜 이리 태어났을까!
바해! 내가 집단상담 할 때 쓰는 닉네임이 무언지 알아?
그러게 뭔데?
듣고 웃지 마?
부랑아야.
부랑아! 무슨 뜻 인데?
내가 장애의 몸을 가지고 살아가는 자체가 부랑아라는 거지. 그래서 여기에도 저기에도 속하지 못하지만 나만의 방식으로 세상 멋지게 떠돌며 살아가다 죽어가자는 뜻으로 내가 지었어. 또 나만의 방식으로 자유롭게 살아가보자 뭐 이런 거야.
듣고 있는 바해가 시중을 보며 말을 한다.
시중다운 생각이네. 그런데 왠지 모르게 씁쓸하다.
그래도 난 이 닉네임이 나를 표현하는 것 같아서 좋아.
그래. 그런 자유로움으로 아름에게도 적극적으로 해보란 말이야?
그런데 아름에게는 그게 잘 안된단 말이야.
시중이 이야기한 것처럼 용기 있게, 죽으나 사나 그 두려움에서 벗어나 보란 말이야? 옛 말에 용기 있는 사람이 미인을 얻는다는 말도 있잖아?
시중은 바해의 말을 들으며 강을 바라보며 한 숨을 내 쉰다.
안 그러려면 다 그만두던지! 아름은 너만 믿고 있더라. 시중 너가 액션을 취해 주길 말이야?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