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바해! 우리 그 이야기 그만하고 다른 이야기 하자?
시중의 말에 눈썹을 약간 들썩이며 쏘아 붙이듯 말한다.
다른 이야기 뭐?
너 중국에서 상담 어떻게 하는지 말해 봐봐?
나야 잘 하고 있지. 대개 청소년 상담이니까. 그리고 난 주로 우리나라에서 취업 비자로 젊은 부부들이 중국에 와서 아이들 하고 사는데 그 아이들을 주로 상담하고 대학에서는 이민 와서 공부하는 학생들과 혼자 유학 온 학생들을 상대로 상담하고 있어. 그 아이들을 상담하고 있으면 내가 처음 중국 가서 고생하며 겪었던 일들이 생각나기도 해서 그 아이들이 어떨 땐 안쓰럽기도 하고 대단하기도 해. 그래서 더 잘 해주지. 내가 상담사이지만 때론 마치 그들을 돌보아 주는 언니, 누나 같은 역할을 할 때도 있어. 아이들하고 있는 것이 난 좋고 즐겁더라고.
시중은 들으며 바해를 옆으로 보며 말한다.
상담 할 맛나겠는데!
응. 난 재미있고 즐겁게 산다니까! 또 대학 교수들이 나를 얼마나 챙겨 주는지 알아?
거기 나보다 1살 많은 남자 교수가 있는데 어느 날 나에게 저녁을 사겠다고 하면서 레스토랑에 데리고 갔어. 나는 평소에 잘 지내는 사이고 해서 아무런 감정 없이 그저 친하니까 밥 한번 먹자해서 갔더니 최고급 음식점으로 데리고 가서 대접을 하더라.
그러면서 밥을 다 먹고 커피 타임이 돼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갑자기 나에게 고백을 하는 거야. 뭐, 자기가 쭉 지켜보았다나 하면서 자기와 결혼 해달라고 고백을 하는 거야. 순간 난 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으로 깜짝 놀랐지.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뭘 어떻게 해! 난 아직 누구하고도 결혼 할 생각을 안 해 보았다고 직설적으로 이야기 했지.
그러니까 당황해 하더라! 그렇게 하면 내가 감동해 내가 네 하며 넘어갈 줄 알았나 봐.
그러고서는 학교에서 나를 보면 피해 다니더라고.
시중이 들으며 그 사람 참 순진한 사람 같다.
바해도 웃으며 ‘맞아.’ 집이 부자인데 모든 걸 부모님이 다 도와주고 해결해 주는 전형적인 마마보이 딱 그 스타일이야!
참! 우리 바해를 잘 못 본거지. 아니, 니가 키도 훤칠하고 볼륨도 있고 또 지적인 이미지까지 있으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너 지금 우리 바해라 한 거지? 시중의 눈을 웃음이 나온다는 눈빛으로 본다.
시중은 그런 바해의 눈을 보며 좀 당황해 그럼 우리 바해 맞지.
내가 왜 너의 바해 인데?
시중은 얼버무리며 친구니까 그렇지!
그런 시중의 헐렁한 모습을 보며 아~ 그래 우리 바해! 어쨌건 시중이 그렇게 불러주니까 기분 좋은데! 시중의 어깨를 툭 친다.
바해는 시중을 보며 조심스럽게 말을 한다.
시중! 옛날에도 내가 이야기 했지만 나도 시중을 좋아하는 거 알지? 나는 부모님의 결혼 생활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자랐어. 또 아버지의 외도와 이혼, 엄마가 힘들게 사는 것을 보며 남자에 대한 혐오감을 느끼며 살았어. 그래서 남자와 같이 있는 것 남자와 연애 한다는 것은 생각하지도 않고 살았거든. 그런데 나도 모르게 시중에게는 내 마음이 가더라. 어떨 땐 시중이가 친구 이상으로 느껴 질 때가 있었어.
그러니까 정말, 정말 힘들면 말이야 나를 생각해. 이런 말 하면 안 되지만 내가 지금 용기 내어 하는 말이야!
밤안개가 바해의 고백과 함께 더 진하게 피어오르고 있다.
그런 바해의 간접적 고백에 시중은 말없이 눈을 천천히 감았다 뜨며 피어오르는 안개를 바라본다.
시중도 바해의 말에 내색은 안하지만 속으로 말을 한다. 나 같은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그렇게까지 생각해 줘서 고마워. 나도 바해가 좋아.
그렇다 사람은 장애를 가지고 있건 안가지고 있건 서로가 몸의 장벽을 넘어 따뜻하게 마음이, 정신의 교감이 통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신의 교감의 소통을 하기 전에 먼저 몸의 상태를 보며 미리 단절 시키는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