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 상담을 마치고 사무실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생각한다.

장애인으로 살아간다는 문제를, 어떻게 하면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 수 있을까를 말이다. 자신을 포함하여 몸은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지만 좀 더 세상에서 당당하고 떳떳하고 자신 있게 살아가는 방식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그러면 장애인 내담자들에게 보다 질 좋은 삶의 방식을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를 생각한다.

사무실 문을 열며 아름이가 시중을 보며 들어 와 소파에 앉으며 말한다.

오빠!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고 있어?

! 좀 전에 남자 장애인 개인상담을 하며 느낀 것들을 생각해 봤어.

뭔데?

아니 상담을 해보면 대부분 자기 자신에게 자신이 없이 살아가고 있는 것들을 많이 보잖아. 나도 장애인이지만 말이야. 좀 당당하고 떳떳하게 자신에게 믿음을 가지고 살아갈 수는 없는 건가! 장애인들은 몸만 장애가 있지 정신력은 누구보다 건전하고 올바르잖아! 그런 자기 자신의 내면 즉 정신의 무한한 잠재력을 보며 살아가면 좀 더 나은 삶으로 잘 살아갈 수 있을 거 같거든. 그래서 그렇게 의식을 바꿔 줄 뭔가 획기적인 것이 없나하고 생각해 봤어.

오빠! 세상에 오빠처럼 장애인인데 당당하게 사는 사람들이 흔한 줄 알아! 오빠가 특이한 거야, 오빠는 타인의 시선 따윈 상관 않고 자기식대로 살아가잖아?

하나 있다. 아름이 아버님을 못 찾아뵙잖아?

하긴 그렇지만. 어쨌든 오빤 매사에 당당하잖아. 그러니까 오빠가 장애인들에게 상담을 하므로 의식을 전환시켜 주라는 사명이 있는 거 아니겠어?

그래. 아름이 말이 맞아. 내가 좀 더 연구해서 그런 의식들을 바꿔 줘야겠지.

정리하고 나가서 저녁 먹자?

좋아. 오빠 어디서 저녁 먹을 건데?

글쎄. 가고 싶은데 있어?

~ 오늘은 우리 옛날처럼 영화 보고 저녁 먹으면 어떨까?

그래! 그것도 좋겠다. 그럼 종로로 나가 영화보고 오랜만에 레스토랑에 가서 돈가스에 맥주?

좋아, 오빠! 빨리 가자? 아름은 시중의 손을 흔들며 응석 하듯 말한다.

오케이! 우리 공주님 모시고 가 볼까나?

시중도 말을 하며 아름의 코를 살짝 흔든다.

시중과 아름은 차를 안가지고 버스를 타고 종로로 간다.

극장 앞에서 시중은 표를 끊어 아름과 같이 영화를 보고 밖으로 나오니 어둠이 아늑하게 둘을 기다리고 있다. 둘은 말한 대로 극장 근처에 있는 레스토랑에 들어가 시중은 돈가스를 시키고 아름은 함박스테이크를 시키고 맥주는 500cc 두 잔을 시킨다.

오빠! 여기 생각나? 오빠하고 내가 처음으로 종로에서 저녁에 여기 와서 맥주 마신 거?

그랬었나? 시중은 알면서도 모르는 척 말을 하며 미소를 짓는다.

그때 내 마음이 어땠는지 알아?

어땠는데?

오빠가 그날 날 안아 주길 바랐었어. 그런데 오빠는 그냥 날 보냈지.

시중은 아름의 이야기를 들으며 말을 한다.

사실 나도 그 때 아름을 안고 싶었어. 그런데 그렇게 하면 나를 이상하게 볼까 봐 그냥 보냈어.

~ 그랬구나. 그럼 그때부터 오빠하고 나는 마음이 같았던 거네?

그래. 지금 이야기지만 난 내가 장애인이라 내가 먼저 여자에게 다가 본 적이 없어.

?

그렇게 하면 상대방이 나를 보기에 장애인 주제에 그러면 그렇지 라고 생각 할 까봐. 아름이를 이렇게 만난 것도 아름이가 나에게 먼저 다가왔기에 만나게 된 거야.

아름은 시중의 말을 들으며 가슴 한 쪽이 아려옴을 느끼는 눈으로 바라본다.

그래서 오빠가 우리 부모님 만나는 것을 깊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맞아. 홀이라도 부모님께서 내가 장애인이라고 거절하면 어떻게 해?

아름은 그 말을 들으며 자리에서 살짝 일어나 시중의 옆으로 의자를 대고 앉으며 손을 잡으며 자기 볼에 가만히 갖다가 대며 말을 조용히 한다.

오빠! 미안해. 그런 오빠 마음도 모르고 내가 오빠를 서운해 한 것 같아.

난 오빠가 늘 당당하게 살아가기에 그런 마음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안했어.

아니야. 그게 나의 트라우마인데. 그렇다고 아름에게 말을 할 수도 없었어.

그래. 오빠. 이제 오빠 마음을 알았으니 나도 아빠에게 용기내서 말 할게.

나도 지금까지 아빠가 무서워서 오빠하고 사귀는 것을 말 안했었어.

말을 하며 아름은 다시 시중을 살짝 안는다.

아름은 생각한다. 장애의 몸으로 이렇게 자기의 삶의 모든 부분에 대하여 치열하게 생각하며 살아가는 시중이 너무 안쓰럽기도 하고 그 삶이 대단하다고 가슴으로 한 번 더 느껴본다.

아니야. 내가 아름에게 미안하지. 자기 여자하나 못 지킨 꼴이잖아.

시중과 아름은 서로의 마음을 드러내며 다시 한 번 둘의 마음을 확인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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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상담소에서 시중은 개인상담에 들어간다.

차트를 가지고 내담자와 같이 개인상담 방으로 들어가 마주보며 앉는다.

우리 처음 보는데 자기소개 하면서 시작 할까요?

저는 이 상담소에 원장이고 이름은 강시중이라고 해요.

시중은 말을 하면서 앞에 있는 내담자를 웃음 띤 눈으로 바라본다.

내담자가 시중을 보며 말을 한다.

저의 이름은 이준수라고 합니다. 올해 36살이구요.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우리 상담하며 쓸 닉네임 하나씩 정할까요?

한 번 생각해 보세요. 본인을 잘 표현할 수 있는 것으로요.

이윽고 준수가 말을 한다. 저는 자유라고 할게요.

~ 자유요! ~ 그럼 나는 사랑이라 할게요.

프리랜서로 무슨 일을 하세요? 사랑이 묻는다.

저는 번역 일과 글 교정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장애인으로서 적당한 직업의 일을 하고 계시네요.

그럼 자유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사랑은 말을 하며 지긋한 눈으로 자유의 눈을 마주보며 눈 안에 들어오는 자유의 보이는 모든 것을 부드러운 시선으로 스캔을 해 나간다.

자유는 5급 뇌성마미 장애인으로 170정도의 키에 몸은 적당한 체형에다 왼 쪽 다리와 손을 약간 씩 저는 정도인데 언 뜻 보면 장애인지 모를 정도이다. 언어의 장애는 없고 인상도 준수해 보인다.

언제부턴가 사람 만나는 것이 거북해졌어요. 그렇다고 혼자 있는 것도 좋아하지 않고요. 그냥 내 옆에 누가 없으면 불안하고 싫어요.

그렇군요. 그런 것이 언제부터였나요?

모르겠어요. 그냥 어느 날부터인 것 같아요.

자유는 말을 하는 내내 눈동자를 이리저리 돌리며 초조해 하는 것 같다.

자유님! 여기는 나와 자유님만 있어요. 마음을 편히 가져 볼래요?

잠시 눈을 감아보세요. 그리고 호흡을 천천히 들이 마시고 내쉬어 보세요. 그리고 천천히 눈을 떠 보세요.

자유는 사랑의 말대로 천천히 따라하며 자기의 호흡을 가다듭니다.

조금 진정이 되는지 사랑을 바라보며 눈을 지긋이 밑으로 내리 깐다.

저는 이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이런 증상이 생긴 것 같아요.

. 천천히 말하세요? 저를 보면서 말씀해 주세요.

10여 년 전부터 이 일을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하는 대로 돈이 들어와서 신나게 일을 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제 생활이 엉망이 되는 것을 몰랐어요.

마감일을 맞추기 위해 밤낮을 모르고 원고에 매달려야 했던 거여요. 마감일을 못 맞추면 온 갓 말을 다하며 독촉 하는 말에 저는 어느 날부터 로이로제가 걸려 있는 거여요. 그때부터 약을 먹었어요.

무슨 약을 먹었나요?

잠을 자지 못하게 하는 약을요. 각성제를요. 그걸 먹으면 밤을 꼬박 세도 잠이 안와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한 알 먹으면 약발이 안 들어 두알 세알 네 알까지 먹을 때가 많아 졌어요. 그러더니 어느 날부터 몸에 힘이 없어지며 매사가 귀찮아지며 짜증이 많이 났어요.

그래서 어떻게 했나요?

그래도 하는 일은 계속했어요. 그런데 그 일 이후에는 매사가 귀찮고 사람 만나는 것도 귀찮아 지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친구들도 저에게 연락을 안 해요.

그렇군요. 참 많이 힘드셨겠어요. 시간 맞춰 원고를 넘겨야하는 심적 압박감이 자유를 이렇게 만든 건가요?

.

그 일을 꾀 오래 하셨네요. 그 일 때문에 자기 생활이 엉망이 된 것 같고요!  한 가지 물어보죠. 왜 그렇게 열심히 그 일에 자기를 희생하면서까지 몰두하게 됐나요?

자유는 사랑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떨구며 한 숨을 내 쉰다.

사랑님도 아시다시피 저는 장애인이잖아요. 그리고 대학을 나왔는데도 어디 이름이 있는 직장에 취직도 못했어요. 또 친구들이 여자를 소개시켜 줘도 뚜렷하게 내세울 것이 없었어요. 그런데 학교 선배가 우연히 나에게 번역 일을 해보라고 했어요. 그래서 해 보니 수입이 괜찮더라고요. 그 때부터 그 일을 전업으로 생각하고 오늘 날까지 해 오는 거여요. 지금은 돈도 어느 정도 모았어요. 그리고 내가 하는 일에 직업의식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악착같이 매달렸던 거여요. 이거라도 열심히 해서 돈을 벌어 남들처럼 당당하게 살아가기 위해서요.

그러셨군요. 그 마음 알 것 같아요. 아까 제가 말한 것처럼 자유는 지금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쉼이 필요한 것 같아 보여요. 즉 힐링이 필요한 것 같아 보여요.

이제껏 10 여 년 열심히 살았으니까 지금부터는 일을 조절해 가며 하는 것이 어떨까요? 약도 끊는 것이 좋겠어요.

지금은 약은 안 먹어요.

네. 자유는 지금까지 자신에게 혹독하게 대한 것 같아요. 또 자신이 장애인이라고 해서 더 그런 것 같아 보여요. 하지만 우리 장애인들은 어쩔 수 없는 육체적 열쇠를 가지고 살아갈 수밖에 없잖아요. 그러니까 그것에 너무 연연해하지 말고 살아가면서 자신만의 즐거운 삶을 찾아보면 어떨까요! 그냥 내 있는 그대로를 수용하고 인정하며 누구에게도 비교하지 말고요. 다시 친구들도 내가 먼저 연락해서 만나고 그 무리 안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느낀다면 좋아지지 않을까요!

~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요?

. 선생님 감사합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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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 사무실 정리를 하고 아름과 함께 가끔 가는 홍대 근처에 있는 예기치 못한 흥이란 간판이 걸려있는 카페로 간다.

 

이 카페는 특별한 무대의 가수가 없이 소수의 사람들만을 예약 받아 넓적한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돌아가며 자기에게 삘이 충만한 노래들을 서정적이고 낭만적으로 부르며 차분히 술과 담소를 나누는 특이한 곳이다. 필요할 때 연주를 해주는 몇몇의 연주자들만 사람들과 같이 한다. 시중도 우연히 인터넷에서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을 알아 호기심으로 찾아 와 1년째 단골로 오고 있다. 이곳은 예약제이기에 먼저 전화로 예약을 하지 않으면 올 수 없는 곳이다. 홀 안은 지하인데 30여 평 되는 공간에 가운데 큰 테이블이 있고 돌아가는 테이블 가운데 웨이터가 있고 돌아가는 판 위에 안주랑 술이 있어 자기가 마시고 싶은 취향대로 술과 안주를 마시면서 음악을 듣고 부르며 즐기는 곳이다.

 

오늘도 한 20여명 정도 모인 것 같다. 색소폰을 연주하는 사람, 감성을 충만하게 하는 노래, 기타를 치며 부르는 사람 등 자기들만의 다양한 방식으로 본인들의 혼을 노래하며 교류하며 즐긴다. 오직 음악으로 자신과 타인의 혼을 공유하고 즐기는 것이 이 시간만큼은 모두 하나가 되는 느낌으로 충만하여 노래에, 흥에 취해 자기들만의 파라다이스를 즐긴다.

 

시중도 여기에 참석하며 기타 연주에 시를 읊고 못하는 노래지만 노래를 한다. 아름도 자기가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한다. 또한 노래를 잘하든 못하든 여기서는 따지지 않는다. 그저 자기의 혼으로 열정적으로 했느냐에 관심을 갖는다.

 

장르는 주로 컨트리풍과 도시적이지만 서정적이며 낭만적으로 때로는 몽환적일 때도 있는 음악들이다. 어떤 사람은 자기가 자작곡을 해 와서 발표하는 사람도 있다. 사람들의 종류는 다양하다. 글을 쓰는 소설가, 시인, 병원 의사, 회사원, 미용사, 시중과 같은 상담사, 개인 사업가, 작곡을 하는 작곡가, 시간 강사, 아마츄어 가수 등으로 일상에서 헉헉대며 살다가 그저 삶에서 이탈하고 싶은 사람들이 음악이란 매개체로 모여 자유롭게 공유하며 즐기는 이들이다. 그런데 여기서는 절대 직업 같은 건 묻지도 관심도 없다. 오로지 음악을 좋아하고 즐기는, 자기들만의 음악의 감성에 충만할 뿐이다. 어떨 때 보면 조용하고 단아한 끝이 없을 것 같은 파티 장에 있는 착각이 들 정도다. 홀 안은 약간 어둡지 만 사람들의 직업이 다양해서 그런지 좀 사차원적인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고 퇴폐적이고 이상한 사람들은 없다. 다들 신사적이고 예의를 아는 사람들이다. 여기서는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하는 것은 이해해 주지만 노래를 안 부르는 사람은 여기에 있음을 무가치 하게 만들 정도로 스스로 이곳에 분위기에 어울리지 못한다.

 

아름이가 조용히 일어나 피아노 앞에 가서 앉는다. 사람들이 아름에게 모두시선을 주시한다. 아름의 피아노 소리가 은은하게 울려 퍼진다. 가수 김윤아의 야상곡이다. 이 곡이야말로 몽환적인 색깔이 짙어 조용히 음미하며 들어야 그 맛을 느낄 수 있는 노래다. 아름인 가끔 이 노래를 아주 낯은 톤으로 감미롭게 부른다. 연주가 시작되고 아름이의 노래가 조용히 시작된다. 사람들은 숨을 멈추듯 조용히 앉아 때론 잔을 들은 채 자유로이 아름의 읊조림을 감상한다.

 

 

바람이 부는 것은

 

더운 내 맘 삭여주려

 

계절이 다 가도록 나는 애만 태우네.

 

꽃잎 흩날리던 늦봄의 밤

 

아직 남은 님의 향기

 

이제 오시려나, 나는 애만 태우네.

 

애달피 지는 저 꽃잎처럼

 

속절없는 늦봄의 밤

 

이제나 오시려나, 나는 애만 태우네.

 

구름이 애써 전하는 말

 

그 사람은 널 잊었다

 

살아서 맺은 사람의 연

 

실낱같아 부질없다

 

꽃지네. 꽃이 지네, 부는 바람에 꽃 지네

 

이제 님 오시려나, 나는 그저 애만 태우네.

 

바람이 부는 것은 더운 내 맘 삭여주려

 

계절이 다 가도록 나는 애만 태우네.

 

꽃임 흩날리던 늦봄의 밤

 

아직 남은님의 향기

 

이제나 오시려나, 나는 애만 태우네.

 

 

마지막 아름의 피아노 소리가 끝나는 동시에 여기저기서 박수소리가 홀 안을 가득 채운다. 브라보, 앙코르라는 탄성도 튀어나온다.

 

내 차례가 되어 나는 조덕배의 나의 옛날이야기를 연주자가 쳐주는 통기타에 맞춰 하나하나 읆조리 듯 노래를 시작했다.

주위는 어느새 조용해 졌다.

또 어떤 여자는 나의 노래에 맞춰 앉은 채로 눈을 감고 자신의 몸과 머리를 살~랑 흔들며 노래에 자기의 혼을 마 끼며 노래에, 술에 취한다.

 

쓸쓸하던 그 골목을 당신은 기억하십니까.

 

지금도 난 기억합니다.

 

사랑한다 말 못하고 애태우던 그날들을

 

당신은 알고 있었습니까.

 

철없던 지난날에 아름답던 그 밤들을

 

아직도 난 사랑합니다.

 

 

철없던 사람아 그대는 나의 모든 것을

 

잊으려 하나 무정한 사람아

 

수줍어서 말 못했나 내가 싫어 말 안했나

 

지금도 난 알 수 없어요.

 

이 노래를 듣는다면 나에게로 와주오

 

그대여 난 기다립니다. 무정한 사람아

 

이 밤도 나의 모든 것을 앗으려 하나

 

철없던 사람아 오늘밤도 내일 밤도

 

그리고 그 다음 밤도 영원히 난 기다립니다.

 

아름과 시중은 그렇게 카페에서 밤늦게까지 아름다운 세계를 즐기며 새벽 1시가 조금 넘어 나와서 시중은 홍대 밤거리를 조금 걸으며 아름의 손을 잡고 아름에게 말을 한다.

아름아 우리가 살아가는 곳이 이렇게 아무 장애 없이 음악만 즐기며 살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미소를 짓는다.

아름은 걸으며 그런 말을 하는 시중을 고개를 옆으로 돌려 볼에다 뽀뽀를 한다. 아름의 뽀뽀에 시중은 좋은 듯 빙긋한다.

조금을 더 걷는데 모텔이 환한 네온사인으로 둘러싸여 반짝 거리며 보인다.

시중은 아름의 눈을 보며 눈빛으로 신호를 보낸다. 그런 시중의 눈빛에 아름도 깜빡 웃음으로 둘은 모텔로 들어간다.

들어가자마자 둘은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서로의 입술이 자기 입술인양 떨어지지 않은 채로 웃을 벗기며 침대로 누워 상대방 몸이 마치 자기 몸인 양 탐색을 하며 애무를 한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남녀가 결합되면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몽환적인 느낌까지 올라가는 것이 섹스라는 것을 알려 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또 아주 격정적이면서도 부드럽게 서로의 몸을 공유하며 즐기는 유희인 것이다.

둘은 그렇게 사랑을 나누며 둘의 몸이 하나가 되듯 말없이 서로의 몸을 애틋하게 않는다.

시중은 상체를 약간 들어 침대 옆에 있는 쪽 테이블에서 물을 따러 마시며 아름에게 천천히 말을 한다.

아름! 내가 자기 부모님을 찾아뵈는 것을 지금껏 망설이고 있었던 것 자기도 느꼈을 거야. 하지만 이번에 필리핀에서 선교하는 범선에게 가 거기서 범선이와 이야기를 하면서 생각해 봤어. 내가 아직까지도 나에게 자신이 없었고 관대하지 못했다는 것을 말이야. 상담을 하며 다른 사람에게는 말을 많이 해주면서 정작 나에게는 부드럽게 대하지 못했다는 점을 알았어. 그래서 이제부터는 나 자신에게도 부드럽게 대하는 법을 알아가려고. 혹 아름이 아버님이 거절을 하셔도 될 때까지 승낙을 받아 내려는 마음까지 생각했어. 아름인 내가 세상에서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말이야.

침대에 나란히 누워 있는 아름은 다 듣고 있다 상체를 들어 시중을 사랑한다는 눈으로 바라보며 다시 시중의 품으로 들어간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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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 사무실에 앉아 커피 한잔을 하며 가만히 생각에 잠긴다.

자기가 여기까지 살아오며 참 많은 것을 보고 느끼며 그래도 장애를 가진 몸으로 이렇게 살아가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며 속에서 고마움의 미소를 지어본다. 여느 사람들은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자기를 비하하고 원망하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는데 자신은 그것을 하나하나 이기며 헤쳐 나간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상담사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기에 사람들이 자기를 신뢰하며 찾아오는 사람들을 생각해 볼 때 자신이 스스로 온 몸에 뿌듯하고 감사하다는 듯 기지개를 편다.

오빠하며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아름은 시중의 옆에 찰싹 붙어 앉는다.

아름은 시중 옆에서 흥얼 걸린다.

오빠가 없으니까 상담소가 썰렁해서 혼났어. 오는 사람마다 원장님 어디 가셨느냐고 물어보고 출장 갔다니까 언제 오느냐고 물어보고 그럼 그때 연락하고 오겠다며 가는 사람들이 많았어.

시중은 그런 말을 하는 아름을 않으며 말을 한다.

그래, 아름이가 고생했어. 병원에서 사람들 상담하느라 여기 와서 상담하느라 진짜 수고했어. 그리고 고마워.

시중은 말을 하며 아름의 손에다 입맞춤을 하며 안는다.

아름은 그렇게 말해주는 시중을 애틋한 마음으로 한 번 더 않는다. 그러며 아름은 시중에게 조심스럽게 묻는다.

오빠! 우리 집에 언제 갈 거야?

시중은 아름의 말을 들으며 차분히 말을 한다.

글쎄! 언제 갈까, 언제가면 좋을 것 같아?

우리 아빠가 그 사람과 만남을 계속 재촉 하니까 빨리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알았어. 그럼 이번 주 토요일 어떨까?

좋아. 그럼 내가 진짜 용기 내어 아빠에게 말해 놓을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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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선이가 병원에서 치료를 다 마쳤는지 문을 열며 들어오며 시중에게 말을 한다.

상담은 잘 끝냈어?’ 눈웃음으로 묻는다.

그런 범선을 보며 시중도 쓴 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범선아! 니가 상대하는 사람들은 몸도 몸이지만 마음이 더 피폐되어 있는 것 같이 느껴져 너무 마음이 안 좋다.

그렇다니까? 정신적 갈급함이 더 결핍되어 있는 사람들이 많아?

그런데 그 정신까지 우리가 돌보기에는 너무 버거운 부분이 많아.

그래서 시중 너 같은 사람이 더 필요한데 그것이 현실적으로 힘든 거야.

선교사들도 성경말씀으로 케어는 하지만 그게 그냥 주입식일 때가 많아 현지인들에게 적용이 안 될 때가 많지. 그저 우리 선교사들은 육체적인 병들을 고쳐주며 하나님 말씀을 전하며 그들의 삶이 지금 있는 상태보다 더 나아질 수 있도록 케어해주며 하나님의 인도하심만을 기다릴 뿐이지.

여기는 또 우리가 모르는 희귀병들이 많아서 나 같은 의사들이 못 고치고 옆에서 죽어가는 것을 바라보기만 할 때도 있어. 그럴 땐 의사로서 한계가 여기까지인가 하는 자괴감을 느낄 때도 있어.

그래서 너 같이 상담을 전공한 신앙인이 있어서 정신적인 문제까지도 케어해 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데 거의 없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야.

그렇구나! 안나를 상담하며 나도 그런 부분을 느낀 점이 있어.

암튼 오늘 시중 수고했어!

? 난 그저 내 분야를 나눈 것뿐인데! 그나 범선 너를 생각하니까 마음이 무겁다.

아니야. 그런 마음 갖지 마. 그래도 난 여기서 내 나름대로 감사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어!

그래! 내가 또 쓸데없는 말을 했다.

시중! 오늘 저녁은 스파게티 어때?

나야 좋지!

오늘은 시중의 여기서 마지막 밤이니까 내가 쏠게?

범선은 미소를 지으며 정리를 하고 시내로 차를 몰고 달린다.

범선아! 나 진짜 다 정리하고 여기 와서 너와 같이 선교하며 살까?

시중은 말을 하며 여기오고 싶어서라기보다는 끊임없이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안에서 꽈리를 틀며 밖으로 소심하게 표출 되는 것이다.

시중!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여기서 선교하려면 모든 걸 포기해야 하는데 너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시중은 범선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갸우뚱 하며 눈을 조린다.

시중 넌 힘들어. 그냥 있는데서 선교하셔요. 아저씨!

그리고 아름이 아버지나 잘 찾아뵈어 승낙 받아 갈비탕 먹게 소식 전해 줘?

그렇게 시중과 범선은 시중의 마지막 필리핀에서의 밤을 스파게티를 먹으며 시중은 많은 생각을 하게하는 밤을 보내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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