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 상담을 마치고 사무실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생각한다.
장애인으로 살아간다는 문제를, 어떻게 하면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 수 있을까를 말이다. 자신을 포함하여 몸은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지만 좀 더 세상에서 당당하고 떳떳하고 자신 있게 살아가는 방식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그러면 장애인 내담자들에게 보다 질 좋은 삶의 방식을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를 생각한다.
사무실 문을 열며 아름이가 시중을 보며 들어 와 소파에 앉으며 말한다.
오빠!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고 있어?
응! 좀 전에 남자 장애인 개인상담을 하며 느낀 것들을 생각해 봤어.
뭔데?
아니 상담을 해보면 대부분 자기 자신에게 자신이 없이 살아가고 있는 것들을 많이 보잖아. 나도 장애인이지만 말이야. 좀 당당하고 떳떳하게 자신에게 믿음을 가지고 살아갈 수는 없는 건가! 장애인들은 몸만 장애가 있지 정신력은 누구보다 건전하고 올바르잖아! 그런 자기 자신의 내면 즉 정신의 무한한 잠재력을 보며 살아가면 좀 더 나은 삶으로 잘 살아갈 수 있을 거 같거든. 그래서 그렇게 의식을 바꿔 줄 뭔가 획기적인 것이 없나하고 생각해 봤어.
오빠! 세상에 오빠처럼 장애인인데 당당하게 사는 사람들이 흔한 줄 알아! 오빠가 특이한 거야, 오빠는 타인의 시선 따윈 상관 않고 자기식대로 살아가잖아?
하나 있다. 아름이 아버님을 못 찾아뵙잖아?
하긴 그렇지만. 어쨌든 오빤 매사에 당당하잖아. 그러니까 오빠가 장애인들에게 상담을 하므로 의식을 전환시켜 주라는 사명이 있는 거 아니겠어?
그래. 아름이 말이 맞아. 내가 좀 더 연구해서 그런 의식들을 바꿔 줘야겠지.
정리하고 나가서 저녁 먹자?
좋아. 오빠 어디서 저녁 먹을 건데?
글쎄. 가고 싶은데 있어?
음~ 오늘은 우리 옛날처럼 영화 보고 저녁 먹으면 어떨까?
그래! 그것도 좋겠다. 그럼 종로로 나가 영화보고 오랜만에 레스토랑에 가서 돈가스에 맥주?
좋아, 오빠! 빨리 가자? 아름은 시중의 손을 흔들며 응석 하듯 말한다.
오케이! 우리 공주님 모시고 가 볼까나?
시중도 말을 하며 아름의 코를 살짝 흔든다.
시중과 아름은 차를 안가지고 버스를 타고 종로로 간다.
극장 앞에서 시중은 표를 끊어 아름과 같이 영화를 보고 밖으로 나오니 어둠이 아늑하게 둘을 기다리고 있다. 둘은 말한 대로 극장 근처에 있는 레스토랑에 들어가 시중은 돈가스를 시키고 아름은 함박스테이크를 시키고 맥주는 500cc 두 잔을 시킨다.
오빠! 여기 생각나? 오빠하고 내가 처음으로 종로에서 저녁에 여기 와서 맥주 마신 거?
그랬었나? 시중은 알면서도 모르는 척 말을 하며 미소를 짓는다.
그때 내 마음이 어땠는지 알아?
어땠는데?
오빠가 그날 날 안아 주길 바랐었어. 그런데 오빠는 그냥 날 보냈지.
시중은 아름의 이야기를 들으며 말을 한다.
사실 나도 그 때 아름을 안고 싶었어. 그런데 그렇게 하면 나를 이상하게 볼까 봐 그냥 보냈어.
아~ 그랬구나. 그럼 그때부터 오빠하고 나는 마음이 같았던 거네?
그래. 지금 이야기지만 난 내가 장애인이라 내가 먼저 여자에게 다가 본 적이 없어.
왜?
그렇게 하면 상대방이 나를 보기에 장애인 주제에 그러면 그렇지 라고 생각 할 까봐. 아름이를 이렇게 만난 것도 아름이가 나에게 먼저 다가왔기에 만나게 된 거야.
아름은 시중의 말을 들으며 가슴 한 쪽이 아려옴을 느끼는 눈으로 바라본다.
그래서 오빠가 우리 부모님 만나는 것을 깊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맞아. 홀이라도 부모님께서 내가 장애인이라고 거절하면 어떻게 해?
아름은 그 말을 들으며 자리에서 살짝 일어나 시중의 옆으로 의자를 대고 앉으며 손을 잡으며 자기 볼에 가만히 갖다가 대며 말을 조용히 한다.
오빠! 미안해. 그런 오빠 마음도 모르고 내가 오빠를 서운해 한 것 같아.
난 오빠가 늘 당당하게 살아가기에 그런 마음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안했어.
아니야. 그게 나의 트라우마인데. 그렇다고 아름에게 말을 할 수도 없었어.
그래. 오빠. 이제 오빠 마음을 알았으니 나도 아빠에게 용기내서 말 할게.
나도 지금까지 아빠가 무서워서 오빠하고 사귀는 것을 말 안했었어.
말을 하며 아름은 다시 시중을 살짝 안는다.
아름은 생각한다. 장애의 몸으로 이렇게 자기의 삶의 모든 부분에 대하여 치열하게 생각하며 살아가는 시중이 너무 안쓰럽기도 하고 그 삶이 대단하다고 가슴으로 한 번 더 느껴본다.
아니야. 내가 아름에게 미안하지. 자기 여자하나 못 지킨 꼴이잖아.
시중과 아름은 서로의 마음을 드러내며 다시 한 번 둘의 마음을 확인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