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 사무실 정리를 하고 아름과 함께 가끔 가는 홍대 근처에 있는 예기치 못한 흥이란 간판이 걸려있는 카페로 간다.

 

이 카페는 특별한 무대의 가수가 없이 소수의 사람들만을 예약 받아 넓적한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돌아가며 자기에게 삘이 충만한 노래들을 서정적이고 낭만적으로 부르며 차분히 술과 담소를 나누는 특이한 곳이다. 필요할 때 연주를 해주는 몇몇의 연주자들만 사람들과 같이 한다. 시중도 우연히 인터넷에서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을 알아 호기심으로 찾아 와 1년째 단골로 오고 있다. 이곳은 예약제이기에 먼저 전화로 예약을 하지 않으면 올 수 없는 곳이다. 홀 안은 지하인데 30여 평 되는 공간에 가운데 큰 테이블이 있고 돌아가는 테이블 가운데 웨이터가 있고 돌아가는 판 위에 안주랑 술이 있어 자기가 마시고 싶은 취향대로 술과 안주를 마시면서 음악을 듣고 부르며 즐기는 곳이다.

 

오늘도 한 20여명 정도 모인 것 같다. 색소폰을 연주하는 사람, 감성을 충만하게 하는 노래, 기타를 치며 부르는 사람 등 자기들만의 다양한 방식으로 본인들의 혼을 노래하며 교류하며 즐긴다. 오직 음악으로 자신과 타인의 혼을 공유하고 즐기는 것이 이 시간만큼은 모두 하나가 되는 느낌으로 충만하여 노래에, 흥에 취해 자기들만의 파라다이스를 즐긴다.

 

시중도 여기에 참석하며 기타 연주에 시를 읊고 못하는 노래지만 노래를 한다. 아름도 자기가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한다. 또한 노래를 잘하든 못하든 여기서는 따지지 않는다. 그저 자기의 혼으로 열정적으로 했느냐에 관심을 갖는다.

 

장르는 주로 컨트리풍과 도시적이지만 서정적이며 낭만적으로 때로는 몽환적일 때도 있는 음악들이다. 어떤 사람은 자기가 자작곡을 해 와서 발표하는 사람도 있다. 사람들의 종류는 다양하다. 글을 쓰는 소설가, 시인, 병원 의사, 회사원, 미용사, 시중과 같은 상담사, 개인 사업가, 작곡을 하는 작곡가, 시간 강사, 아마츄어 가수 등으로 일상에서 헉헉대며 살다가 그저 삶에서 이탈하고 싶은 사람들이 음악이란 매개체로 모여 자유롭게 공유하며 즐기는 이들이다. 그런데 여기서는 절대 직업 같은 건 묻지도 관심도 없다. 오로지 음악을 좋아하고 즐기는, 자기들만의 음악의 감성에 충만할 뿐이다. 어떨 때 보면 조용하고 단아한 끝이 없을 것 같은 파티 장에 있는 착각이 들 정도다. 홀 안은 약간 어둡지 만 사람들의 직업이 다양해서 그런지 좀 사차원적인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고 퇴폐적이고 이상한 사람들은 없다. 다들 신사적이고 예의를 아는 사람들이다. 여기서는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하는 것은 이해해 주지만 노래를 안 부르는 사람은 여기에 있음을 무가치 하게 만들 정도로 스스로 이곳에 분위기에 어울리지 못한다.

 

아름이가 조용히 일어나 피아노 앞에 가서 앉는다. 사람들이 아름에게 모두시선을 주시한다. 아름의 피아노 소리가 은은하게 울려 퍼진다. 가수 김윤아의 야상곡이다. 이 곡이야말로 몽환적인 색깔이 짙어 조용히 음미하며 들어야 그 맛을 느낄 수 있는 노래다. 아름인 가끔 이 노래를 아주 낯은 톤으로 감미롭게 부른다. 연주가 시작되고 아름이의 노래가 조용히 시작된다. 사람들은 숨을 멈추듯 조용히 앉아 때론 잔을 들은 채 자유로이 아름의 읊조림을 감상한다.

 

 

바람이 부는 것은

 

더운 내 맘 삭여주려

 

계절이 다 가도록 나는 애만 태우네.

 

꽃잎 흩날리던 늦봄의 밤

 

아직 남은 님의 향기

 

이제 오시려나, 나는 애만 태우네.

 

애달피 지는 저 꽃잎처럼

 

속절없는 늦봄의 밤

 

이제나 오시려나, 나는 애만 태우네.

 

구름이 애써 전하는 말

 

그 사람은 널 잊었다

 

살아서 맺은 사람의 연

 

실낱같아 부질없다

 

꽃지네. 꽃이 지네, 부는 바람에 꽃 지네

 

이제 님 오시려나, 나는 그저 애만 태우네.

 

바람이 부는 것은 더운 내 맘 삭여주려

 

계절이 다 가도록 나는 애만 태우네.

 

꽃임 흩날리던 늦봄의 밤

 

아직 남은님의 향기

 

이제나 오시려나, 나는 애만 태우네.

 

 

마지막 아름의 피아노 소리가 끝나는 동시에 여기저기서 박수소리가 홀 안을 가득 채운다. 브라보, 앙코르라는 탄성도 튀어나온다.

 

내 차례가 되어 나는 조덕배의 나의 옛날이야기를 연주자가 쳐주는 통기타에 맞춰 하나하나 읆조리 듯 노래를 시작했다.

주위는 어느새 조용해 졌다.

또 어떤 여자는 나의 노래에 맞춰 앉은 채로 눈을 감고 자신의 몸과 머리를 살~랑 흔들며 노래에 자기의 혼을 마 끼며 노래에, 술에 취한다.

 

쓸쓸하던 그 골목을 당신은 기억하십니까.

 

지금도 난 기억합니다.

 

사랑한다 말 못하고 애태우던 그날들을

 

당신은 알고 있었습니까.

 

철없던 지난날에 아름답던 그 밤들을

 

아직도 난 사랑합니다.

 

 

철없던 사람아 그대는 나의 모든 것을

 

잊으려 하나 무정한 사람아

 

수줍어서 말 못했나 내가 싫어 말 안했나

 

지금도 난 알 수 없어요.

 

이 노래를 듣는다면 나에게로 와주오

 

그대여 난 기다립니다. 무정한 사람아

 

이 밤도 나의 모든 것을 앗으려 하나

 

철없던 사람아 오늘밤도 내일 밤도

 

그리고 그 다음 밤도 영원히 난 기다립니다.

 

아름과 시중은 그렇게 카페에서 밤늦게까지 아름다운 세계를 즐기며 새벽 1시가 조금 넘어 나와서 시중은 홍대 밤거리를 조금 걸으며 아름의 손을 잡고 아름에게 말을 한다.

아름아 우리가 살아가는 곳이 이렇게 아무 장애 없이 음악만 즐기며 살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미소를 짓는다.

아름은 걸으며 그런 말을 하는 시중을 고개를 옆으로 돌려 볼에다 뽀뽀를 한다. 아름의 뽀뽀에 시중은 좋은 듯 빙긋한다.

조금을 더 걷는데 모텔이 환한 네온사인으로 둘러싸여 반짝 거리며 보인다.

시중은 아름의 눈을 보며 눈빛으로 신호를 보낸다. 그런 시중의 눈빛에 아름도 깜빡 웃음으로 둘은 모텔로 들어간다.

들어가자마자 둘은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서로의 입술이 자기 입술인양 떨어지지 않은 채로 웃을 벗기며 침대로 누워 상대방 몸이 마치 자기 몸인 양 탐색을 하며 애무를 한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남녀가 결합되면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몽환적인 느낌까지 올라가는 것이 섹스라는 것을 알려 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또 아주 격정적이면서도 부드럽게 서로의 몸을 공유하며 즐기는 유희인 것이다.

둘은 그렇게 사랑을 나누며 둘의 몸이 하나가 되듯 말없이 서로의 몸을 애틋하게 않는다.

시중은 상체를 약간 들어 침대 옆에 있는 쪽 테이블에서 물을 따러 마시며 아름에게 천천히 말을 한다.

아름! 내가 자기 부모님을 찾아뵈는 것을 지금껏 망설이고 있었던 것 자기도 느꼈을 거야. 하지만 이번에 필리핀에서 선교하는 범선에게 가 거기서 범선이와 이야기를 하면서 생각해 봤어. 내가 아직까지도 나에게 자신이 없었고 관대하지 못했다는 것을 말이야. 상담을 하며 다른 사람에게는 말을 많이 해주면서 정작 나에게는 부드럽게 대하지 못했다는 점을 알았어. 그래서 이제부터는 나 자신에게도 부드럽게 대하는 법을 알아가려고. 혹 아름이 아버님이 거절을 하셔도 될 때까지 승낙을 받아 내려는 마음까지 생각했어. 아름인 내가 세상에서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말이야.

침대에 나란히 누워 있는 아름은 다 듣고 있다 상체를 들어 시중을 사랑한다는 눈으로 바라보며 다시 시중의 품으로 들어간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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