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상담소에서 시중은 개인상담에
들어간다.
차트를 가지고 내담자와 같이 개인상담 방으로
들어가 마주보며 앉는다.
우리 처음 보는데 자기소개 하면서 시작
할까요?
저는 이 상담소에 원장이고 이름은
강시중이라고 해요.
시중은 말을 하면서 앞에 있는 내담자를 웃음
띤 눈으로 바라본다.
내담자가 시중을 보며 말을
한다.
저의 이름은 이준수라고
합니다.
올해
36살이구요.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네.
우리 상담하며 쓸
닉네임 하나씩 정할까요?
한 번 생각해 보세요.
본인을 잘 표현할 수
있는 것으로요.
이윽고 준수가 말을
한다.
저는 자유라고
할게요.
아~
자유요!
음~
그럼 나는 사랑이라
할게요.
프리랜서로 무슨 일을
하세요?
사랑이
묻는다.
저는 번역 일과 글 교정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장애인으로서 적당한 직업의 일을 하고
계시네요.
그럼 자유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사랑은 말을 하며 지긋한 눈으로 자유의 눈을
마주보며 눈 안에 들어오는 자유의 보이는 모든 것을 부드러운 시선으로 스캔을 해 나간다.
자유는 5급 뇌성마미 장애인으로
170정도의 키에 몸은 적당한 체형에다 왼 쪽
다리와 손을 약간 씩 저는 정도인데 언 뜻 보면 장애인지 모를 정도이다.
언어의 장애는 없고
인상도 준수해 보인다.
언제부턴가 사람 만나는 것이
거북해졌어요.
그렇다고 혼자 있는
것도 좋아하지 않고요.
그냥 내 옆에 누가
없으면 불안하고 싫어요.
그렇군요.
그런 것이
언제부터였나요?
모르겠어요.
그냥 어느 날부터인
것 같아요.
자유는 말을 하는 내내 눈동자를 이리저리
돌리며 초조해 하는 것 같다.
자유님!
여기는 나와 자유님만
있어요.
마음을 편히 가져
볼래요?
잠시 눈을 감아보세요.
그리고 호흡을 천천히
들이 마시고 내쉬어 보세요.
그리고 천천히 눈을
떠 보세요.
자유는 사랑의 말대로 천천히 따라하며 자기의
호흡을 가다듭니다.
조금 진정이 되는지 사랑을 바라보며 눈을
지긋이 밑으로 내리 깐다.
저는 이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이런 증상이
생긴 것 같아요.
네.
천천히
말하세요?
저를 보면서 말씀해
주세요.
10여 년 전부터 이 일을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하는 대로
돈이 들어와서 신나게 일을 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제 생활이 엉망이 되는 것을 몰랐어요.
마감일을 맞추기 위해 밤낮을 모르고 원고에
매달려야 했던 거여요.
마감일을 못 맞추면
온 갓 말을 다하며 독촉 하는 말에 저는 어느 날부터 로이로제가 걸려 있는 거여요.
그때부터 약을
먹었어요.
무슨 약을 먹었나요?
잠을 자지 못하게 하는
약을요.
각성제를요.
그걸 먹으면 밤을
꼬박 세도 잠이 안와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한 알 먹으면 약발이 안 들어 두알 세알 네 알까지 먹을 때가 많아 졌어요.
그러더니 어느 날부터
몸에 힘이 없어지며 매사가 귀찮아지며 짜증이 많이 났어요.
그래서 어떻게 했나요?
그래도 하는 일은
계속했어요.
그런데 그 일
이후에는 매사가 귀찮고 사람 만나는 것도 귀찮아 지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친구들도 저에게 연락을 안 해요.
그렇군요.
참 많이
힘드셨겠어요.
시간 맞춰 원고를
넘겨야하는 심적 압박감이 자유를 이렇게 만든 건가요?
네.
그 일을 꾀 오래
하셨네요.
그 일 때문에 자기
생활이 엉망이 된 것 같고요!
한 가지 물어보죠.
왜 그렇게 열심히 그
일에 자기를 희생하면서까지 몰두하게 됐나요?
자유는 사랑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떨구며 한
숨을 내 쉰다.
사랑님도 아시다시피 저는
장애인이잖아요.
그리고 대학을
나왔는데도 어디 이름이 있는 직장에 취직도 못했어요.
또 친구들이 여자를
소개시켜 줘도 뚜렷하게 내세울 것이 없었어요.
그런데 학교 선배가
우연히 나에게 번역 일을 해보라고 했어요.
그래서 해 보니
수입이 괜찮더라고요.
그 때부터 그 일을
전업으로 생각하고 오늘 날까지 해 오는 거여요.
지금은 돈도 어느
정도 모았어요.
그리고 내가 하는
일에 직업의식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악착같이
매달렸던 거여요.
이거라도 열심히 해서
돈을 벌어 남들처럼 당당하게 살아가기 위해서요.
그러셨군요.
그 마음 알 것
같아요.
아까 제가 말한
것처럼 자유는 지금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쉼이 필요한 것 같아 보여요.
즉 힐링이 필요한 것
같아 보여요.
이제껏 10
여 년 열심히
살았으니까 지금부터는 일을 조절해 가며 하는 것이 어떨까요?
약도 끊는 것이
좋겠어요.
지금은 약은 안 먹어요.
네.
자유는 지금까지
자신에게 혹독하게 대한 것 같아요.
또 자신이
장애인이라고 해서 더 그런 것 같아 보여요.
하지만 우리
장애인들은 어쩔 수 없는 육체적 열쇠를 가지고 살아갈 수밖에 없잖아요.
그러니까 그것에 너무
연연해하지 말고 살아가면서 자신만의 즐거운 삶을 찾아보면 어떨까요!
그냥 내 있는
그대로를 수용하고 인정하며 누구에게도 비교하지 말고요.
다시 친구들도 내가
먼저 연락해서 만나고 그 무리 안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느낀다면 좋아지지 않을까요!
아~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요?
네.
선생님
감사합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