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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의 사계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25
설재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5년 6월
평점 :
청소년 소설을 읽을 땐, 쉼 없이 그때의 내가 곁에 찾아온다. 뭘 고민해야 하는지, 어떤 꿈을 가져야 하는지 아무것도 몰라 막막했던 그날들이 나의 열일곱이었다. 태어나서 처음, 일주일 내내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꺼내지 않고 엎드려 잠자는 척을 했던 경험도, 잊지 못할 나름의 서사로 내 인생에 있다.
아이와 어른의 딱 중간, 단테의 이야기로 보면 '연옥'이라는 공간을 굳이 나이로 따지면 이 시절인 건가 내내 생각을 했다. 아민의 어머니가 남겼던 약속은 "일 분 참으면 한 계절을 더 버틸 수 있다."라는 위로와 쓰다듬이었다. 하지만 열일곱에게는 그게 정의롭지 않다. 작품 속 그 누구보다도 흔들리며 걸어온 이는 아민이었다. 스무 살의 유정, 열두 살의 성현, 열다 섯의 지원, 열일곱의 희준, 그리고 그 누구보다 고단했던 아민. 이들이 보여주는 일상에는 꿈도, 희망도, 미래도 없었다. 모든 부모가 제 자식에게 그리도 바랐건만, 그게 참 어려운 일이다.

누구나 꿈꾸는데 어디에도 없다. 작품 속 부모들의 자식 행복을 가장한 욕심 앞에서 아이들은 어린 자신들끼리 알아보고 다독인다. 사실이 그렇다. 지금의 교실 풍경이, 또 떨어진 교육 권위가, 모두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 탓인 듯 말하지만 사회의 작은 축소판 아닌가. 학교와 가정은, 결국 우리의 디스토피아로 곳곳에 목격이 된다. 설재인 작가가 밝은 이야기를 마냥 쓰지 못했던 이유도, 이게 지금 우리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작품 속 아민처럼 수많은 아이들을 보아왔고, 또 그 시절을 겪었으며, 지금은 아이를 키워내는 중이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에게 선행을 강요하고 무엇보다 이 길이 인생의 선행인 듯 조언하지만, 본능으로 이들은 알고 있다.

아이들에게는 아민이 있어 힘이 될 텐데, 아민의 허기짐은 어떻게 채워질까 안타깝다. 사공이 배를 몰기 시작했기에, 아민이 그 배 위에서 위로와 휴식을 얻을지도 모르겠다. 이들 모두는 선 밖의 청소년이 아니라, 내가 수없이 보아왔고 지금도 마주치는 흔들림이라 이 여운이 꽤 오래갈 것 같다.
그럼에도 다행인 건 아홉 살 엄마 인생인 내가, 이 책을 지금 읽었다는 사실이다. 너의 꿈, 행복, 미래라고 모든 것을 정해놓지 않을 거라는 다짐을 또 한다. 인생에는 선행이 분명 필요하다. 내 아이가 이 책을 읽을 그날이 멀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