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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카프카 - 문학이 되어버린 삶
뤼디거 자프란스키 지음, 편영수 옮김 / 사람in / 2025년 6월
평점 :

역자의 마지막 문장을 읽으며 이 책이 내게 '아리아드네의 실'이 맞았던가 생각한다. 참 오랫동안 '그의 책'을 읽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왜인지 책을 펼치기는 쉽지 않았고, 이 책을 계기로 '그'를 먼저 읽어보기로 했다.
"문학에 관심이 없지만" 문학 그 자체였던 카프카는, 문학과 삶을 굳이 나누어서 생각해 볼 때 삶이 아닌 문학을 살았다고 이해하면, 그의 편지도 일기도 이해가 쉽다. 한편, 변신하고자 주변을 모방하고 그들의 삶을 관심 있게 바라보았던 그라서 "문학에 관심이 없지만" 이란 말 역시, 이제 납득이 된다. 그의 관심은 문학보단 삶이었다.
책은 우리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만 해.
우리는 카프카의 위의 구절을 인용할 때, 읽는 책 한 권이 독자에게 가져오는 위대함으로 많이 쓴다. 카프카는 신성한 책을 쓰는 사람으로 이것이 죽음과 불행처럼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한 글을 쓰기 위해 음악, 음식, 술 등 삶의 많은 재미를 뒤로하고 문학을 살아온 것이다. 그래서인지 자신의 글들을 곧잘 "하찮은 속임수"라 칭하기도 했다. (어쩌면, 그랬기에 그의 작품은 위대한 서사가 되어 현재 우리 곁에 있는 걸지도
어디에 있든, 거기에 있지 않기 위해 항상 다른 곳을 상상한다.
그의 글쓰기 투쟁은 미완이 되는 일도 많았다. 주인공들의 일상을 "초현실적인 장면들의 연속"으로 묘사하고, 그 가운데 맞닥뜨린 무섭도록 현실적인 모습 앞에는 그것을 빤히 드러내고 괴로워했다. 그래서인지 작품 속 인물들 역시 "어디에 있든, 거기에 있지 않기 위해" 상상을 멈추지 않는다. 그들은 현실에서 계속해 출구를 찾는다.
신은 내가 글을 쓰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글을 써야만 한다.
거슬러 가보면 어린 시절부터 그의 영특한 글쓰기가 주변의 칭찬을 받지 못한 에피소드들이 여럿 등장한다. 그는 글쓰기를 방해하는 모든 소음들이 싫었고 자신의 글쓰기가 출세나 처세술에 방해가 된다고 믿은 아버지가 틀렸다고도 말하고 싶었다. 결국 이곳에도 저곳에도 속하지 않았던 그는, 자신의 본질을 찾아보고 싶어 철학을 공부했고 이것의 근거를 찾는 과정에서 법학을 전공하지만 결국엔 문학이 남았다.
이 책은 카프카의 인생과 그의 작품을 잘 엮어낸 책이다. 어려서의 그, 집을 떠난 뒤의 모습까지 일생과 작품을 함께 보여준다. 한 사람의 일생에 수 십 개의 작품이 담겨 있고, 그래서 읽는 내내 처절하고 따라가는 게 쉽지는 않았다. 거의 표나지 않은 블루로 그의 글들이 곳곳에서 순간순간 내게 쓴 편지처럼 읽히고, 언젠가는 한자리에서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날이 오면 좋겠다 생각했다. 결론적으로, 이번엔 '아리아드네의 실'을 쥐고도 카프카라는 '미궁'을 탈출하진 못했다. 20여 년이 넘게 갇혀 있었는데, 너무 짧은 탈출도 재미없지 않나.. 도끼가 되어 나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지는 못했지만, 아주 많이 설레는 순간이 이 책과 함께 여러 번 왔다. 이것으로 감사하다.
프라하에 가 보고 싶다. 그가 떠나고 싶었던 지겨운 프라하에!
이어서 읽어볼 책 메모.
<변신> 등 카프카 단편선, 무라카미 하루키 <해변의 카프카>, 그리고 까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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