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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 아가
이해인 지음, 김진섭.유진 W. 자일펠더 옮김 / 열림원 / 2025년 7월
평점 :

이 책이 지난 기억을 다시 안아보는 따뜻한 사랑의 인사가 되기를 바랍니다.
내게 이해인 수녀님은 꽃씨이고, 민들레 영토였다. 작은 씨앗을 받아 고운 글 적은 엽서를 써 봉투에 담아 지인들에게 나누는 행위는 살면서 겪어본 적 없는 무한의 작은 마음이었다. 달리 그 길을 따를 수 없다가 십 년쯤 뒤, 차를 마시기 시작하며 아무에게나 마음이 닿으면 나의 찻잎을 그람으로 달아 밀봉해 선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쯤 나의 블로그 글은 시작이 되었고, 이후 나의 그 행위가 끝이 나며 블로그도 닫혔다.
다시 십 년이 흘렀다. 너무도 사랑해서, 이사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서까지 들고 다니던 '꽃삽'은 이미 사라진 흔적도 없어졌지만, 다시 그녀의 이야기이다. 또다시 사랑이다. 그때의 사랑이 메일같이 가슴 저리는 사랑이었다면, 지금 그녀의 사랑은 아이를 향한 기대와 희망과 아픔과 고마움이다.
부정적인 말로 남을 판단하기보다는 긍정적인 말로 남을 이해하려 애쓰게 됩니다.
매일 새기고 다짐한다. 그럴 수도 있다는 이해를 내 한편에 새겨야 한다. 누군가를 위로하거나 그에게 감동을 주려 함이 아니라, 실은 내 영혼이 편하고 싶어 그러한다. 수녀님이 가만가만 꽃삽을 떠 씨앗을 심어 그 마음을 담을 때 지켜만 보던 나라서, 스스로 그, 그들에 대한 무한한 마음이 솟아나지는 않는 게 사실이다.
때로는 네가 이해되지 않는다. 이해하려고 노력해도 안 된다. 그러한 마음이니 난 자꾸만 너를 판단하려 했다. 세상에서 내 목숨보다 사랑하는 너를, 이제는 이미 나인지 당신인지 구분도 되지 않는 나 같은 당신을, 그 힘든 시절을 어찌 버티며 우리를 키워 왔는지 매일 같이 눈물겨운 당신을, 그때도 지금도 가슴 아프고 내 끝에 가장 미안할 당신을.

죽어서라도 꼭 당신을 만나야 하지요.
오늘 사찰에 들러, 하야니 파란 머리를 빛내는 스님들의 기도를 잠시 엿보았다. 기도 후 줄지어 공양간에 가시기에 따라가 함께 쌀밥을 얻어먹었다. 얼굴에 미소를 띤 채 묵언하며 발우공양하는 비구니들의 눈동자에는 그녀들의 어린 시절이 남아 있었다.
자라면서 종교의 벽이 전쟁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고, 이러한 신념은 때론 가장 중요한 가치도 무너뜨리는 힘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이 전에, 이미 이해인 수녀님은 미소로 많은 것과 함께 하려는 마음을 이미 많이 보여줬다. 그렇게 이번에 그녀는 종교를 넘어 언어를 넘어 상처받은 우리에게 글의 씨앗을 보내온다.
제 작은 시들이 언어의 벽을 넘어 더 많은 이들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귀한 다리가 되어주리라 믿고 싶습니다.
그녀의 시는 온 누리의 평화다. Claudia Lee hae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