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이 차오르는 중입니다
서윤빈 지음 / 열림원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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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너만 남을 걸 생각하니 정말 걱정이 태산이다.





episode 1. 게

쉼 없이 차오른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할 즈음 며칠째 비가 쏟아졌고, 왠지 무드가 맞구나~ 마침 내가 이 시점, 이 공간에서 바깥을 보고 있는 게 다행이라 여기고 있었다.

책을 읽다가 다시 앞으로 돌아갔다. 시작부터 처참한데다 축축한 기운이 가득하고, 설마 이 일을 겪는 이가 여자인 거야? 그걸 들고 이 비를 건너간다고?


episode2. 트러블 리포트

글로만 읽었을 뿐인데 그 까만 것은 한때 우리 서해를 덮었던 거대한 유조선에서 흘러나온 기름 같았다. 아니 그보다 더 끈적하고, 그보다 더 비린내가 심하고, 눈을 공격하는 화학제품의 살기가 느껴질 것 같다. 이 편을 읽을 때 영하의 스케이트장 관람석에 앉아있었다. 눈부시고 차가운 얼음판 위에 자꾸만 새까만 무언가가 들러붙는 듯했고 미끄러지는 사람들 사이, 까만 그들이 다리를 끌며 녹아가는듯했다.


episode3. 농담이 죽음이 아니듯 우리는 땀 대신 눈물을 흘리는데

어젯밤 한 가족과 우리 집 도마뱀이 꿈에 나왔다. 그들 가족은 한국을 떠난 지 1년 째이고, 1년 만에 한국에 들어와 1주일 때 한국 이곳저곳을 여행하고 있다. 그들이 동남아에서 왔을지라도 최근 일주일 사이 한국의 기온이 어마 무시한 데 엄마는 아이에게 박물관, 고궁, 강원도 유적지 일대 쨍쨍 내리쬐는 햇볕 아래 아이를 세워두고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일주일 뒤 우리가 휴가로 집을 비우면 우리 집 도마뱀이 혼자 어떻게 버틸까 그 축축한 피부가 말라비틀어진 꿈을 꿨다. 아무래도 지난밤 죽은 개의 사체를 껴안고 지내는 한 여인과 그 여인의 영상을 바라보며 울던 수의사가 기억에 남았나 보다.





가족이 집을 비우고 내가 혼자 있을 땐 에어컨을 켜지 않는다. 전기세도 무섭지만 이 세상이 어떻게 될까 무서워서다. 밤새 불 꺼진 관리사무소 건물에서는 실외기 다섯 대 돌아가는 소리가 우렁차다. 최소 다섯 명이 근무하는 상황이려나 싶다가도 입주민의 갑질로 여겨질까 무서워 안 들리는 척 잊으려 애쓴다. 남편이 집에 도착하기 전, 아이와 나는 한껏 땀을 흘리며 하루 동안 돌아다니고 집에 와 샤워를 마친 뒤 선풍기 앞에 앉는다. 반대로, 내가 종일 집을 비운 토요일 하루, 남편과 아이는 오전에 선풍기 앞에서 버티다 오후에 도서관에서 천국을 맛보았다고 했다. 내부의 온도가 32도만 넘어가도 내쉬는 숨은 뜨겁다. 노약자에게는 위험할 만하다. 그러나 작품 속 유례없는 폭우와 기록적인 폭염 일상은 놀랍게도 평균 기온 35도가 아닌 30년쯤 뒤의 어느 날인가 싶다. 지난 백 년간 평균 기온 1도가 오르며 수많은 동식물이 위험에 처하고 취약한 환경에 사는 인류가 죽음을 맞았다. 앞으로는 100년이 아닐 텐데, 큰일이다.


최근 한 배우의 베스트셀러 추천사를 따라 하자면,

"유튜브 왜 보나. 서윤빈 소설 읽으면 더 생생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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