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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의 여름 방학 - 2000년 프랑스 크로노 상, 트리올로 상, 발렝시엔 상, 피티비에 상 수상작
야엘 아쌍 지음, 박재연 옮김 / 불광출판사 / 2025년 6월
평점 :

프랑스의 도시 한 켠, 이민자 마을에 살고 있는 모모의 이야기이다. 파란색의 수레국화잎이 들어간 홍차를 안다. 레이디 그레이는 특히, 시원한 여름 날 차게 마시면 더 좋다. 수레국화가 가득 핀 마을은 한여름에도 땅과 하늘이 모두 푸르르겠지.
모모는 책의 모든 페이지를 천천히 읽으며 내용을 이해하려고 애썼습니다.
좋아하는 그림도 하나하나 살펴보지요.
방금 읽은 내용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기 위해 잠시 멈추기도 합니다.
그런 다음 다시 읽기를 반복하면서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습니다.
곧 중학교 입학을 앞둔 모모가 처음 자기 이름으로 도서관 카드를 만들어 책을 읽는다. 식사 때도 놓치고 집으로 돌아가 누나에게 책의 소감을 말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책에 나오는 모든 이가 마음에 들어 그들의 이야기를 전해준다. 손을 잡고 누나는 "얘기해 줘!"라거나 "그래서?"라고 묻는다. 만약 내 아이가 책의 줄거리만 나열했다면 어땠을까? 난 마냥 듣고 있을 수만은 없어 느낀 점을 말해보라거나 그래서 이 책의 교훈이 뭐냐고 서둘러 묻지는 않았을까. 책의 소감을 말할 땐 줄거리를 다 말하지 말고, 그 부분은 짧게 줄여보는 연습도 필요하다고 쓸데없는 말을 덧붙이고 있겠지.
이 책을 읽으면서 어린 왕자에 친밀감을 느꼈니? 너를 어린 왕자라고 생각해 봤어?
모모는 가진 게 참 많다. 모모를 특별하다고 생각해 주는 교장선생님과 사서 선생님, 그리고 두 누나 게다가 독특한 에두아르 할아버지, 수아드까지. 이들과 매일을 보내며 수레국화꽃이 하나도 없는 수레국화마을에서 수레국화 가득한 섬을 꿈꾼다. 덕분에 꿈인지 생시인지 헷갈리는 매일이 펼쳐진다.
책을 읽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는 모모의 말에 파티마 누나는 샌드위치 두 개와 과일, 물 한 병을 모모의 배낭에 넣어 주었습니다.
책을 읽고 나서 마음이 가벼워졌다. 할아버지가 남긴 두 상자의 책이 모모에게 닿기를 내심 바라고 있었던 것 같다. 사람을 아끼고 책을 아끼는 두 친구의 이야기를 읽고 나니 나와 아이의 여름 방학이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보였다. 샌드위치와 과일, 물통을 챙겨야겠다. 나보다 이 책을 먼저 읽은 내 아이가 아무 말 없이 자꾸 이 책을 집어 드는 장면을 떠올려봤다. 아이가 자기만의 섬에 들어가는 날, 그냥 이 책이 곁에 있어줬으면 좋겠다 싶다. 그리고 그때 모모 곁에 있었던 많은 어른 친구들처럼, 그런 이들이 아이의 생 앞에 나타나 주었으면 하는 욕심을 가져본다. 그 길에 나도 함께 있어야지.
우린 함께 프랑스에 꼭 가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