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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 학교 이야기 ㅣ 살아있는 교육 11
윤구병 지음, 변정연 그림 / 보리 / 199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굉장히 오래 전에 사 두고는 읽을 용기를 내지 못했다.
난 공교육 기관의 공교육을 가르치는 교사다.
교대를 4년간 다니고 초2정 자격증, 5년간 근무하고, 182시간 연수를 받고 초 1정 자격증.
물론 그 과정이 그리 쉽지는 않지만.. 자격증이 있다고 내가 교사답다고 할 수는 없다.
나라에서 만든 세금으로 운영되는 대학교를 나오고 세금을 월급으로 받는 직업. 공무원이다.
아이를 낳아 이제 몇 년 지나면 학교에 갈 우리 딸과 아들을 생각하며, 그리고 교실에 있는 우리 반 아이들에게
난 정말 아이들의 삶에 보탬이 되는 사람인가 자신이 없다.
가장 가까운 예는.. 받아쓰기
아이들은 이것을 싫어한다. 매일 아침마다 써야하고, 검사받고, 일주일에 한 번 시험보고, 결과에 웃고 울고,
매일 쓰는 성실한 아이들에게 미안하기에, 잘 안쓰는 아이들은 가끔 혼이난다.
더불어 하라고 했는데 안했을 때는 벌을 받기도 한다.
"교육은 목적 뿐만 아니라 과정도 교육적이어야 한다."
그래서 바른 글씨인사람은 칭찬도 하고, 점수도 부분 점수도 주면서 보완하고 있지만.. 여전히 아이들은 싫어한다.
맞춤법을 잘 알 수 있는 다른 좋은 방법이 있다면 받아쓰기 지도보다 더 효율적인 방법이 있다면 좋겠다.
항상 타율적인 아이들에게 왜 이걸 해야하는지 알려주어도 듣지 않는다.
당연하다. 워킹맘 밑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많다. 그 밑에서 아이들은 어린이집, 유치원, 학원을 돌며 머리 속에 무수히 많은 것들을 집어넣었다. 뒤범벅 상태다. 그림은 늘 싸우는 그림, 졸라맨, 여자아이들은 하트. 꽃, 윙크하는 공주님.
이런 아이들에게 필요한것은 스스로 원해서 할 수 있는 무엇일 것이다.
이 책은 그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곳에서 배웠던 여러 가지에 대해 두서없이 써있는 글을 읽을 때면 부럽기도 하고, 반성도 된다.
아이들이 원해서 수업을 듣고, 재미있게 몸으로 겪으며 깨우쳐 가는 것들은 분명 살아있는 것이리라.
살아있는 무엇인가를 가르치고 싶다. 초롱초롱한 아이들 눈 속에서 기쁨을 느낄 수 있는 무언가를 위해 노력해야지 싶다.
그것밖에는 공교육기관의 선생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이다.